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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겨눠야 할 진정한 과녁은 어디인가? - 쿠팡의 로비가 다시 한번 던지는 질문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쿠팡의 시대에 살고 있다. 쿠팡 3분기 활성고객 2,250만 명, 10월 쿠팡앱 이용자 수 3,203만 명, 3분기 매출 약 10조 6,900억, 어쩌면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던 쿠팡 창업자 김범석의 소원은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 고통과 죽음이 쌓여 있다. 쿠팡은 어떻게 자신들의 힘을 키워 성장할 수 있었는가? 지난 10월 18일 뉴스타파는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이란 보도를 통해 쿠팡이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에 있는 힘 있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영입했는지 밝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람만 61명으로, 이들은 쿠팡 대관팀을 비롯해 쿠팡과 쿠팡 자회사의 고위직에 들어갔다. 대관팀은 대기업의 로비 부서다. 한 몸뚱이 쿠팡이 영입한 정치권 인물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관만이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도 수두룩하게 많이 있다. 쿠팡은 자본가정당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쿠팡은 이명박, 문재인,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출신 인물도 대거 영입했다. 이 “전관 방패 직통라인”이 청와대에 수백 가지 방식으로 선을 댄다. 자본주의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통제하고 있고, 둘은 서로 완전히 얽혀서 한 몸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진: 뉴스타파 실제 권력은 누구의 수중에 있는가? 쿠팡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도 영입해 왔다. 공정위 경제정책국장, 공정위 카르텔 총괄과장을 지냈던 인물을 영입했다. 이 외에도 쿠팡에는 경찰(7명)과 감사원(2명), 경기도청(2명), 관세청(1명), 식품의약품안전처(1명) 출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에는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 출신 언론인들과 검사, 판사, 대형 로펌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도 대거 포진해 있다. 쿠팡이 영입한 인사가 다시 주요 권력기관으로 가기도 했다. 김영태 전 쿠팡 부사장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비서관에 발탁됐다가 이후에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유통 대표이사가 됐다. 김수혜 전 쿠팡 홍보실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장이 됐다. 물밑에서 조정하는 것도 부족해 직접 파견까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하는 일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쿠팡 노동자의 투쟁을 분쇄하고, 쿠팡의 온갖 불법·탈법 행위를 비호하며 어마어마한 착취와 억압을 가린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의원실 차원에서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대관팀 직원이라면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밥 먹자고요. 알고 보니, 같은 당 다른 의원실에서 일했던 보좌진 선배였습니다. 이렇게 쿠팡 대관팀에서는 민주당 출신은 민주당을, 국민의힘 출신은 국민의힘을 맡는 거죠(전직 국회의원 보좌진).” <로켓배송의 '방패'... 영입인사 분석> 대자본들은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 축적한 엄청난 이윤이 있다. 그 이윤은 자본가계급이 정부, 국회, 사법부, 언론 등을 모두 조종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의 원천이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말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법을 저지르면 안 된다, 노동자를 착취하면 안 된다, 일하다 사람이 죽게 하면 안 된다. 노동자민중에겐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그런데 돈 앞에서는 비상식이 되어버린다. 불법은 덮어야 할 것이 된다. 노동자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착취해야 할 대상이 되고, 산재사망과 과로사는 예방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은폐해야 할 것이 된다. 쿠팡은 자신들의 그 모든 더러움과 치부를 돈으로 덮는다. 돈만 보면 환장하는 부류의 인간들로 가린다. 이런 회사가 노동자의 삶을 더욱더 좀먹고 더욱더 억압할 것 같아 걱정이다.” 쿠팡이 과로사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숱한 폭로와 투쟁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블랙리스트 사건, 알고리즘 조작 등 온갖 불법 행위를 감출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정경유착 네트워크와 로비력이었다. 노동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치권력은? 쿠팡만이 아니다. 삼성이 ‘삼성장학금’을 주면서 검찰과 언론을 길들여 왔다. 선거 때마다 재벌들이 정치인들에게 건넨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자본가들은 수백 가지 방식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 고위 공무원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 모두를 통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지만,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은다. 최근 국민의힘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반도체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재명은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유연화에 동의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자본가계급의 이윤 증대와 자본 증식을 옹호한다. 노동자계급은 전혀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전혀 다른 정치권력을 세워야 한다. 오직 껍데기 부르주아 민주주의 쇼나 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임금, 노동조건, 안전한 일터 등의 문제는 침묵하고 오히려 억압하는 그런 권력이 아니다. 이런 사활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가계급의 착취 권한을 대담하고 전면적으로 침해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해고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가난한 상인들을 수탈하는 자본가들을 구속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자본가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권력은 당장에 만들어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꿈꿔야 한다. 청와대의 주인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고 또 바뀌어도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계속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선거만으로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억압과 착취 보장을 본연의 기능으로 삼는 자본주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힘, 노동자의 의지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조직적 독립성에서 나온다. 노동자계급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자본가계급 분파에 끌려다니면 토사구팽 신세가 될 뿐이다. -
[우리의 투쟁] 퀴어라고, 페미니스트라고, 사회주의자라고 티를 내는 이유[편집자 주]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트랜스젠더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계급을 성별 이분법으로 갈라치고 줄 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투쟁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해온 국제 성소수자 운동은 1998년 혐오범죄로 목숨을 잃은 리타 헤스터의 죽음을 계기로 매년 11월 20일을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로 정하고 혐오와 차별에 희생당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고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권리를 지지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앞두고 16일 서울 이태원에서 TRANS PRIDE(트랜스 프라이드, 트랜스 자긍심)이란 슬로건을 외치며 트랜스젠더 추모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자를 갈라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트랜스젠더의 자긍심과 권리를 지지하며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행진했습니다. 퀴어 사회주의자로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며 발언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소연 동지의 발언문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주의를향한전진에서 활동하는 소연입니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요즘은 어딜 가서든지 티를 내고 다닙니다. 내가 누구고 뭐에 관심 있고 어떻게 살고 싶고 기타 등등을 말합니다. 퀴어인 거, 페미니스트인 거, 사회주의자인 거 티 내다보면 의심하거나 피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더 해줬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 것은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 이연수 덕분입니다. 이연수 활동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여기에 있었고 있고 있을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연수 활동가에게 이 세상과 활동에 대한 힘듦, 고민을 토로하면 쉴 땐 쉬어도, 그럼에도 계속 전진하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로서, 여성으로서, 노동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열악한 상황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과 연대했습니다. 가만히 그녀의 말과 글을 읽다보면 뛰쳐나가 팔뚝질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선동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저도 입을 다물고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얌전히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한민국 사회가 투쟁하라고 등 떠밉니다. 보수 기독교와 반동적인 정치세력이 결탁하여 좌파 교육 끝장내자, 성혁명 저지하자, 동성애 독재반대한다며 여기저기 외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이 생겨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 후속조치는 전무하고 학생들보고 sns에 사진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대표주자로 윤석열 정부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다며 돈을 여기저기 씁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맹이는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살 것인지 고민이 없습니다. 유망한 산업군에서 일할 수 있는 내국인 외국인 저렴한 노동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이 사람들의 빈약한 상상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얼마나 뾰족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이런 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됩니다. 이들을 지탱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하나님, 보수, 이익, 애국, 자유, 안전을 들먹이며 우리의 곁을 지우고 있습니다. 특정 정치 성향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분법적 성별 규범, 그에 기반한 성별 분업, 시스젠더 이성애 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가치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우리는 돌파해야 할까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사회주의 상상을 제안합니다. 개인의 자유 평등 박애를 보장한다는 자유주의와 누구든지 일하는 만큼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믿음은 우리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별하고 차별합니다. 이 믿음 속에서 우리는 정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누구나 태어난 그대로 사회의 돌봄을 받고 임금을 위한 노동으로 일생을 다 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며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상상을 제안합니다. 머나먼 세상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상상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우리의 곁을 잠시 떠난 트랜스젠더 동지들을 기리며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가 조금 더 열심히 싸워보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
전태일 열사 54주기에 벌어진 민주노총의 민주당 거들기와 거제 조선하청노동자의 짓밟힌 천막2024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54주기, 두 장면이 전태일 열사정신을 깊이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민주노총의, 민주당을 비판한 국민의힘 논평(11.12)에 대한 반박 논평이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민주당과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는 촛불행동 포스터 슬로건이 표현하듯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무대를 민주당 집회의 사전마당으로 전락시켰다. 그러고는 전태일 열사 기일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공격하자 이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자본가 양당의 정치공방에 민주노총이 한쪽 편을 들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노동자대회 당일 오전까지, 양경수 집행부를 제외한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그 누구도 전국노동자대회가 촛불행동 집회로, 그리고 민주당 집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일로 전태일 열사정신을 계승하려는 조합원들에게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줘놓고, 당장 열사 기일에는 120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민주당을 두둔하는 관료적 횡포를 또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민주노총 집행부가 민주당을 몸소 방어한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에, 거제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자본이 동원한 구사대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치며 싸운 조선하청노동자들은 470억 손해배상 소송에 검찰의 징역 구형, 대통령 비선과 정부의 노동자파업 불법 개입과 탄압도 모자라, 일터에서 노조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자본의 폭력에 다치고, 천막과 함께 내동댕이쳐져 풍찬노숙해야 했다. 조선소 현장은 이제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까지 뒤섞여 이대로 살 순 없다는 고함이, 그리고 침묵의 아우성이 넘실대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저임금에는 자본의 탐욕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하청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개악 저지와 생활임금 보장, 저임금 고강도 노동조건 개선, 일터의 안전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야 했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54년 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은, 지금 수많은 조직·미조직 노동자의 가슴에 더욱 절절하다. 열사가 돌아가신 날 거제도 조선소에서 자본에 짓밟힌 천막은, 지금 민주노총이 누구의 방패이고 우산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 기일에 짓밟힌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을 양산한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당의 동원부대를 자처하지 마라. 노동자 민중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으로,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 -
[기고] 법은 달라도, 부품 취급은 똑같네[편집자 주] 일본자본 닛토덴코의 먹튀폐업에 맞서 고공농성을 300일 넘게 전개하고 있는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일본 본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원정투쟁을 떠난다. 수많은 외투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노동자를 착취하다가 민주노조가 결성되면 공장을 일방적으로 청산하고 먹튀한 역사를 반복해왔다. 일국을 넘어선 공장폐쇄 결정 앞에 많은 민주노조가 무너져왔다. 그래서 외투자본의 먹튀에 맞선 투쟁은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기고자는 먹튀폐업에 맞서는 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일본원정투쟁을 기록해 전하려 한다. 일본원정투쟁 이틀 차, 첫날은 비행기, 기차, 지하철을 타고 꽤 먼 길을 오느라 하루를 다 썼다. 지난밤, 자려는데 느낌이 왔다. ‘내일 재밌는 일이 생길 거 같아.’ 조금 신이 난 채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같이 아침 먹고, 비타민과 홍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나왔다. 종이비행기로 날린 항의 오늘은 ‘수도권지역 유니온네트워크 일일 행동’의 날이다. 일본의 일반노조 동지들이 닛토덴코의 도쿄 본사 방문을 시작으로, 수도권 투쟁 사업장들을 돌며 연대하는 날이다. 일정표를 보니까,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하는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이랑 비슷했다. (이지영 사무장이 보안에게 '항의서한 받을 사람을 데려와'라며 따지고 있다.) 시나가와역에서 약 70명의 동지를 만나 닛토덴코 영업 본사로 갔다.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약 5분 거리였다. 아주 높은 빌딩의 26층이었다. 밖에서 간단히 상황 설명 후 약 20명이 26층으로 올라갔다. 가보니, ‘아! 여기구나’ 싶었다. 옵티칼 조합원들이 본사를 찾아갔다가 항상 보안에게 막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보안 셋이서 로봇같은 얼굴로 막고 있었다. 이지영 사무장님은 “이번에 우리가 온 게 10번째에요! 해결될 때까지 계속 올 거라고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일본 동지들이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가 거세졌다. “동지들이 ‘비켜라!’, ‘담당자 나와라!’라고 말하고 있어요” 통역을 담당해준 사코다상이 설명해주었다. 우린 다같이 “다카사키 히데오 나와라!”를 외쳤다. 약 20분간 소리를 지르며 싸웠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앞엔 닛토덴코가 고용한 것도 아닌, 건물 경비 용역이 3명에서 4명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닛토덴코 직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항의서한을 그 자리에서 지원모임 대표 동지가 읽었고, 이지영 동지가 그걸 종이비행기로 접었다. 슝- 종이비행기를 던지고 나왔다. 일본 동지들은 닛토덴코는 다른 일본 기업에 비교해도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나쁘다고 했다. 일본 동지들은 이지영 동지에게 종이비행기가 너무 좋았다며, 다음엔 항의서한을 훨씬 더 많이 뽑아서 가져오자고, 다같이 비행기를 던지자고 했다. 우린 닛토덴코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전까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매일 찾아갈 거다. 필요하다면 26층 전체가 종이비행기로 가득 찰 만큼 잔뜩 접어갈 거다. (닛토덴코 항의행동 후 나와서 지회 깃발을 몸에 두른 이지영 사무장) 와, 일본은 법이 좋네 이제부터 우리가 연대할 차례였다. 처음 간 곳은 ‘가이치 학원’이란 사학재단이었다.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가진 사립재단은 선생님의 임금을 떼어먹고 있었다. 일본은 법적으로 한 달에 최대 60시간까지 야근을 할 수 있는데, 투쟁 당사자는 60시간 야근을 하고도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수업 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도 수당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코다상은 우리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이죠? 일본은 노동기준법이에요. 일본은 국적이나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노동기준법을 적용받아요. 만약 ‘불법체류자’라도 법적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도 일본에도 ‘빨갱이’가 노조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사업장에 노조를 만들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 선생님은 혼자서도 가입할 수 있는 지역 일반노조에 들어온 거에요. 이런 식으로 사업장에서 혼자 투쟁하는 경우가 일본에 많아요. 일본은 일반노조가 아주 중요해요.” (한 동지가 가마치 사학재단의 부교장에게 항의서한을 주며, 수당을 지급하라고 말하고 있다.) 흥미로웠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적으로 ‘노동’기준법이 전부 적용된다니. 일본은 법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당사자가 주장하는 수업 준비 시간과 야근에 대한 수당은 모두 법적으로 주어야 하는 것인데, 사립재단이 대놓고 위법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니까 사코다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이랑 비교하니까 재밌죠? 근데 한국보다 못한 것도 많아요. 그래서 국제연대가 중요해요. 서로가 서로한테 도움이 되는 게 국제연대에요.” 화려한 표현은 아니지만, 와닿는 말이었다. 이지영 사무장님은 여기선 내가 발언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이훈입니다. 한국에도 여기와 같은 곳이 있습니다. 강원대학교입니다. 강원대학교는 한국어 교원(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노동자)에게 수업 준비 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났는데도 여전히 수당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린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이런 돈을 줘도 너는 일할 수밖에 없잖아’라며 우릴 무시하는 그 태도가 분노스러운 겁니다.” 일본 동지들이 굉장히 기뻐하며 발언을 들어주었다. 끝나고 우린 당사자에게 가서 “We support your fight”라며 약간 틀렸을지도 모를 문법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가마치 학교 앞에서 일반노조의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있다.) 부품 취급하는 건 똑같네 다음으로 간 곳은 JA라는 일본농업협회중앙회였다. 외국인 파견노동자가 포크레인을 운전하다가 산재를 당했다고 했다. 당시 포크레인으로 1톤 정도의 쌀을 옮기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쌀이 쏟아지면서 노동자를 덮쳤다. 해당 노동자는 어깨를 다쳐서 산업재해 10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파견업체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노동자를 탓하며 그를 해고했다. 배/보상금도 없었다. 원청인 농협중앙회는 아예 교섭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원래 무거운 걸 들라고 만들어진 게 포크레인인데, 그게 어떻게 1톤에 무너질 수가 있나. 노동환경이 너무 안 좋았던 게 분명한 상황”이라며 화를 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기여 성과는 이미 수치로 드러났는데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원통함을 표현했다. 한국제강 생각이 났다. 1톤이 넘는 철판을 들어 올려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을 하던 하청노동자였다. 들어 올린 끈이 끊어지면서 철판이 노동자의 다리를 덮쳤고 과다출혈로 운명을 달리했다. 원청 한국제강의 사장은 판결로 1년 징역형이 나오자, 형량이 과도하게 크다며 항소했었다. 비슷하다. (한 일본 동지가, 파견노동자의 상황과 전반적인 일본 노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우린 모두 다르고, 전부 똑같다 국제연대란 뭘까. 고작 하루 일본을 돌아다닌 내가 무얼 알겠나 싶지만, 그럼에도 생각해본다. 아마도 국제연대의 시작은 ‘아, 여기도 이래?’라는 공감과 놀라움의 시작이 아닐까. 일본과 한국은 법, 언어, 분위기가 모두 다르지만, 핵심은 같다. 노동자는 무시당하고 있었다. 법적으로 권리가 있음에도 무시당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법, 언어, 분위기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우리 모두가 무시당하고 있고, 우리는 그걸 참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국제연대의 중요한 시작점이 아닐까. (닛토덴코 본사 건물 앞에서 이지영 사무장, 이훈, 배태선 교육국장이 지회 깃발을 들고 서있다.) -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 학생운동인가? - 2024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정치캠프 선택세션2 "왜 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 후기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주말 이틀간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의 2024 정치캠프가 진행되었다. 진보정치 몰락 시대의 과제, 노동자 단결 전략, 프랑스 신인민전선 고찰, 여성주의 노동운동, 노동자 중심 반제/반전투쟁 등의 다양한 주제로 전체 및 선택세션이 구성되었는데, 그중 대학생인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왜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라는 선택세션이었다. "현재의 학생운동을 진단하고, 학생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토론해봅시다"라는 설명과, 토론자들이 대표하는 다양한 학내 단체들의 이름을 읽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인권운동 전반에 대한 백래시와 중립에의 환상이 만연한 현재의 대학에서 과연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설 자리가 있는지, 대학교를 처음 입학한 순간부터 계속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필자가 속했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이하 문성평위)가 자진 해단하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입위원 가입 저조로 인한 기존 위원들의 소진이지만, 사실 해단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적 활동 자체를 하기 어려운 학내 문화에 있다. 학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일례로는, 페미니즘적 기조를 띤 대자보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문성평위가 학생회 산하 특별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문과대학 새내기 새로 배움터 평등 세미나 준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학생사회의 우경화에 지친 위원들은 점차 학내 활동보다는 규모가 있는 교외 단체에서 활동하는 데 주력하거나, 교지 제작이나 세미나 참여와 같이 ‘운동’이 주가 아닌 방향으로 활동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존속의 어려움은 비단 한 단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현재 학내의 다양한 운동 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큰 위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학생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활로가 사회주의 운동에게 있을까, 간절한 마음에 세션을 듣게 된 것이다. 발제문은 우선 학생과 노동자를 계급적으로 구분하며 시작된다. 대학생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자본가-노동자의 도식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닌이 천명한 바 "학생은 인텔리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므로, 단순히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사회의 노동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발제문은 설명한다. 물론 실상은 이상과 다른데, 현재 숱한 학생 단위들은 대(對)사회적인 정치성의 마련은 커녕 단체의 존속 여부와 씨름하며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제문은 이렇게 학생운동이 위축된 것에 대해,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20대의 보수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보다도, 계급적 당파성의 부족이라는 학생운동의 내부적 요인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노동자계급과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에 격렬히 대항했을 때 학생운동은 가장 융성했고, 노동자계급 또한 사회주의 혁명을 향해 다른 피억압 민중과의 연대로 헤게모니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학생운동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문은 이러한 노동자계급과 학생운동의 연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잘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흐름을 언급한다. 민주노조 운동에서 실천적 투쟁을 저해하는 조합주의/관료주의적 성격과, 체제전환 운동과 같이 ‘공동체의 윤리’나 ‘보편적 권리’라는 평이한 기조로 노학연대를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 모두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물러난 자리를, "허술하고 모호"하고 "노동자계급의 삶과 맞닿은 지점에서 불가피하게" 허점을 드러내는 의제를 선택한 정치적 공동체들에게 내어줬다는 점을 지적받았다(자료집 186). 후자는 착취 대상으로서 노동자와 이데올로기 재생산 기관으로서 학교, 양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현재의 부조리한 체제를 향한 투쟁을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즉, 발제문은 학생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부활을 위해, 각각에 노동자계급 투쟁의 이념적 성격을 뚜렷이 부여하고, 자본주의 억압이 기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의제에 작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혁명적 사회주의를 좌파 헤게모니로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안티 테제인 양 굴고 있는"(자료집 191) 자본가계급 보수양당과, 자본경제 중심의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한 기후위기, 여성을 이중으로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자본의 이윤을 위한 전쟁위기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같은 모호한 태도보다는 예리하고 선명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좌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네 명의 토론자를 통해 각각 소속된 학교와 단체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 보완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박민상 운영위원은 캠퍼스를 사회주의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캠퍼스를 사회로 활성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의 공공성과 학생의 정치성을 일깨우는 것을 통해, 중립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생은 각각 공론장과 정치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 박서진 활동가는 학생사회 속 다원화된 진보적 의제 사이의 공통분모로서 반자본주의를 다양한 학내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의 고리로 기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단호한 이념이 정론적 비판의 목소리로서, "어느 한 노선뿐 아니라 운동 전체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자료집 211). 홍익대 미대의외침 이시온 활동가는 발제문에서 진단하는 학생운동의 문제적인 측면들을 사회주의적으로 개혁하기에 앞서, 현재 각 캠퍼스에서 전개되고 있는 학생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사회주의가 좌파 헤게모니가 되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에 반박하며, 교차적 억압에 대해서는 여러 의제가 평등하게 연대해야함을 주장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김한울 활동가는 구체적인 설득 전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학연대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다. 시혜를 베푸는 식의 연대가 아니라, 학생과 노동자가 일상적 차원에서부터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과 전체 질의응답 시간에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했을 때, 해당 세션의 쟁점은 크게 발제문의 내용에 대한 이의와 내용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었다. 우선 내용에 대한 측면에서는, 대학생이 현 사회에서 여전히 지식인적 존재라는 발제문의 전제와,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좌파 운동에서 반드시 헤게모니적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먼저 전제에 대해서는, 진학률이 70%를 넘어서며 점차 대학이 학문의 장이 아닌 취업의 발판으로서 기능한 지가 20년이 넘어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은 더이상 지식인(인텔리)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2024년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청년학생의 여론이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을 들며, 인텔리가 "가장 의식적으로, 가장 결정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전사회의 계급적 이해와 정치적 조직화의 발전을 반영하고 표현"한다는 레닌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거대담론만이 능사가 아니며 미시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좌파 내 각 진영별로 견지하는 비전이 다른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 최대한 다원화된 의제에 대해 교차성을 토대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되었다. 특히 다원화된 의제와 관련하여, 한 토론자는 예컨대 ‘소수적 몸의 언어가 홀로 있을 때 흘러나온다면 반(反)자본 운동의 언어는 함께 있을 때 흘러나온다’는 소견을 밝히며, 개별 담론들이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규탄하기보다는 각각이 존중되는 제3의 도착점으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발제자는 앞서 언급된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결국 자본주의가 커다란 방해물이 되기에, 사회주의 헤게모니를 세우는 것을 통해서 더 많은 의제를 포섭하고 연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발제문의 현실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좌파 진영의 최종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발제문이 충분히 대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이라는 기치하 실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권/공간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외국인 학생의 정치세력화나 유입구로서 페미니즘의 적극적 활용 등을 통해 투쟁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과 같은 학생사회 내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논의에 더해 발제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이 마르크스주의적 이념성을 잃고 학생사회 내로만 한정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말도 첨언했다. 한편 이미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자본가계급에 이입하는 대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정치성을 강조한 학생운동이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그러한 내면화를 가능케 하는 대학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주의 정치성은 필수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기호로 채택된 신자유주의적 성공과 그러한 성공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현실 사이의 낙차를 비집고 들어갈 저급이론1)을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토론자의 제안도 이어졌다. 1) 이때 "저급이론"이란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의 작가 잭 핼버스탬이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론을 독해하며 사용한 개념으로, 사회정치적 개념을 일상이나 하위문화에 적용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지적실천을 뜻한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여자 모두의 열정적인 참여 덕분에 세션은 유익한 정보와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기고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학내 활동을 위주로 하는 대학생 활동가로서, 친숙하면서도 낯선 주제인 사회주의에 대해 넓고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특히 평소 다른 학교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필자에게는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다. 다만, 세션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몇 가지 남아있기도 하다. 세션을 통해 충분히 다뤄진 ‘왜 사회주의인지’의 측면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지만, ‘왜 학생운동인지’의 측면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고 궁금한 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대상은 결국 전체 대중인지, 혹은 학내 구성원인지, 우선은 학내 여타 좌파 진영 활동가들인지, 학내 활동가로서 자문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학생운동’이라는 범주 자체도, 주체가 학생일 때 성립하는 것인지, 공간이 학교일 때 가능한 것인지, 대상이 학내 구성원일 때로 한정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소진이 되지 않고 즐거운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학교의 활동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떠한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한지 모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이번 세션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이름으로 이번 기회와 같은 담론장이 꾸준히 열린다면 학생사회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삼성의 여성살해, 노동자는 “단 한명도 잃을 수 없다!”반도체 직업병을 처음 알린 고 황유미 님이 일한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과 같은 장소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2명이 11일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당사자와 자녀 3명이 산재 신청을 같이 했다. 2007년 3월 고 황유미 님의 죽음 2년 뒤 삼성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은 LED 라인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설비 대신 삼성전기에서 쓰던 구식 설비를 들여 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새로운 LED 라인에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반도체 웨이퍼(슬라이스 또는 기판)를 강산·강염기성 화학물질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하며 직접 유해물질에 노출됐다. 11일 기자회견을 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연대단체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이 일했던 노동조건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참가한 산재신청자 유씨는 1997년 삼성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18년 동안 일한 뒤 근무구불결장암과 난소암을 앓게 됐다. 그는 임신이나 출산휴가, 육아휴직 1개월을 제외하고는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작업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노트에 빽빽이 작업 순서를 써가며 외우기도 했다. 포토공정에서 신너 교체, 바울 체인지, PR 약품 교체 등을 직접 손으로 작업했다. 그러다보니 약품이 손이나 방진복에 묻었고, 냄새도 역하게 났다. 신입사원 막내가 그런 일을 했고, 선배가 되면 그런 일을 하는 후배들을 교육했다. 특히 유씨는 다기능자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불려가 위급상황에 대처했다. 그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라인에서 일했지만 생산 실적을 올리려고 열과 성의를 다해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고과평가로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정도였고, 그만큼 승격도 빨랐다. 그런데 어렵게 얻은 아이는 눈을 맞추지 않았고, 이후에야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질적 가장이었던 유씨는 퇴사를 한 뒤에야 자녀와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둔 동료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날 산재를 함께 신청한 만 50세의 김씨 역시 각종 화학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일했다. 당시 ‘환경안전’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상품을 위해서는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고 온습도를 잘 관리해야 했지만, 생산성과 수율을 올리는 데만 모두가 집중했다. 2009년 반도체에서 LED로 이동했던 사원들 모두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고 한다. 손으로 뜨거운 플레이트 위의 웨이퍼를 분리하거나, 맨손으로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웨이퍼를 세정하거나, 형광체를 아무런 보호구 없이 수작업으로 배합했다. 반도체라인은 자동화됐지만, 유해물질로부터의 보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 또한 퇴직 후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됐다. 난소암으로 지난 7월 사망한 이씨는 LED 제조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형광체 등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 2004년부터 20년을 수원과 기흥 LED 제조공정에서 일한 그는 2024년 7월 복부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난소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술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씨의 언니는 기자회견에 전한 서면을 통해 “우리 집안에 난소암에 대한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우리 동생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해야 했는지 꼭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재해를 당한 여성 노동자들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고는 설명될 길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제대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삼성은 모든 책임을 외면하고 있으며, 건강이 손상된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2022년 일명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이 만들어졌지만, 2020년 1월 이전에 출생한 자녀들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여성 노동자 살해 고 황유미 씨의 죽음과 투쟁을 계기로 늦게나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산업재해 현실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삼성과 정부는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식독성 등 유해요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은커녕 작업장 안전을 심각하게 방기했다. 더구나 그들은 가부장제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싸고 쉽게 쓰고 자녀가 입은 산재 책임까지 떠넘겼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지적한 바 있듯이, 전자산업은 여성이 원래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있다는 성별 고정 관념에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고 그에 따라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이다. 또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에 어린 여성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삼성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별을 부추기는 가부장제를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했으며, 노동안전을 방기했다. 심지어 생식독성물질이 가득한 작업장을 방치하여 자녀의 건강까지 해쳤지만, 가부장적 편견 뒤에 숨어 기업의 책임을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이 손상된 자녀의 돌봄 책임 역시 노동자 가족에게, 특히 산재를 입은 피해 여성 노동자 당사자에게 떠넘겼다. 물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삼성전자의 구조적 착취는 11일 산재를 신청한 여성 노동자 일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유씨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LED 생산라인 같은 조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5명이 지적장애, 자폐,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난소암, 뇌종양, 림프종을 앓다가 투병 중이거나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9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반도체 소자제조업 6개사 9개 사업장 전·현직 노동자 20만1,057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오퍼레이터 노동자의 혈액암 발병과 사망 위험이 3.6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서 반도체 여성 생산직 직원들의 백혈병 유병률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1.59배, 20대 초반(20~24세) 여성으로 좁히면 2.74배에 달했다. 유방암의 경우 반도체 후공정 업무(패키징)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에게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의 1.29배에 달했으며, 20대 초반(20~24세)으로 좁히면 4.24배로 높아졌다. 현실이 이런데도 삼성은 여성 노동자에게는 산재와 아픈 자녀를 돌봐야 하는 돌봄노동까지 떠안기면서 자신은 천문학적 이윤을 내 왔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3분기만 해도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그럼에도 삼성은 진심어린 사과와 산재보상에 나서기는커녕 증거로서 다뤄져야 하는 유해물질 생산공정을 치워내기에 급급하다. 삼성의 여성 노동자 살해에 맞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하자 이렇게 추악한 삼성에 맞서 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여성 노동자들의 산재는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절실하다. 그 동안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살해를 비롯해 여성폭력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다. 해외서도 여성살해에 맞서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직돼 왔다. 그러나 그 배경에 자본과 그들의 국가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이야기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부장적 폭력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봉사하도록 재구성된다. 더구나 삼성전자 생산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죽음과 질환은 바로 그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해 온 삼성이란 자본의 가장 직접적인 여성살해다. 이제 우리는 삼성을 향해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여성살해에 맞선 구호를 외쳐야 할 때다. 자본의 구조적 여성살해에 맞선 목소리를 조직하자.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해 삼성의 구조적인 여성 노동자 살해와 폭력에 맞서 저항하자. -
극우파 저지에 매몰돼 신인민전선을 지지한 프랑스노총(CGT) - 계급적 원칙을 저버린 잘못된 사례[편집자 주] 오는 11월 27~29일 민주노총 정책대회에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초청강연이 예정돼 있다. CGT 대표단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세션에서 <2024 프랑스 조기 총선과 프랑스노총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CGT를 초청한 것은 무엇보다 프랑스 6~7월 총선에서 신인민전선을 지지한 CGT의 사례를 활용해 한국의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의 위성정당 선거연합을 지지하고자 했던 자신들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7월 19일자로 발행한 <프랑스 총선은 과연 극우파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는가?> 기사에서 신인민전선을 둘러싼 배경과 전개과정을 소개하면서 신인민전선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10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4 정치캠프 <프랑스 신인민전선, 극우파 성장에 맞선 대안인가?> 세션에서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 활동가 조아킴의 발제문은 CGT의 신인민전선 지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좀 더 생생하게 들려준다. CGT는 300만 노동자가 총파업에 참여했던 2023년 연금개악 반대투쟁 때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악 강행을 분쇄하기 위해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진하는 것을 거부한 채 관성적인 하루파업에 안주하다가 역사적인 투쟁을 패배로 이끌었다. 그런데 2024년 총선에서는 극우파 집권을 저지하고 신인민전선의 총선 승리를 지지하기 위해 동네마다 대중 집회를 조직하는 등 2023년 총파업 때보다 더 열심히 활동했다. 그 신인민전선의 한 축에 과거 집권시 노동법을 개악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행했던 사회당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말이다. 1.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극우의 부상을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우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발제를 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세계적인 극우 부상의 근원은 자본주의 위기 심화에 있다고 보는데요. 프랑스는 좋은 예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프랑스 자본주의는 깊은 위기에 빠져 있는데요. 매년 GDP의 6%에 달하는 큰 재정적자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 자본주의의 생산성이 매우 낮아서, 생존을 위해서는 많은 재정을 경제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프랑스 자본가들이 노동법과 노동권을 공격하는 데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이웃 나라들에 뒤처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정치적, 국제적 측면에서 위기가 누적돼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제국주의는 최근 북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패배를 겪고 있습니다.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제각각의 위기들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극우가 전진하고 있는 나라들의 상황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에서 노동유연화의 장기적 추세가 나타났고, 공공 서비스가 붕괴되었으며, 많은 반사회적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활여건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여파 속에서 프랑스에서는 기존에 중심적 역할을 하던 자본가정당들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우파인 공화당과 중도좌파인 사회당을 말하는데요. 두 당은 지난 70년 동안 모든 대통령을 번갈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인 2022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4%, 사회당은 1%만을 득표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 극우파 국민연합(RN)이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마크롱이 이끄는 새로운 극중도파 정당도 등장했습니다. 마크롱은 사회당과 공화당에서 사람들을 모아 순수한 신자유주의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좌익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신개량주의, 즉 멜랑숑이 이끄는 불복프랑스(LFI)도 성장해 왔습니다. 마크롱은 2017년에 대통령이 되면서 노동자계급을 잔혹하게 공격하여 노동자의 소득을 대량으로 자본에게 이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라는 임무를 금융자본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이에 맞서 2019년에는 노란 조끼 시위라는, 새로운 종류의 정치적 계급투쟁, 거대한 전국적 계급투쟁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정치적 관점을 갖지 못해 때때로 극우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마크롱주의와 같은 새로운 정치형태조차도 매우 빨리 낡은 게 되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은 재선되었지만, 총선에서는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마크롱은 권력을 독재적으로 행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예산을 2년 연속 의회 투표 없이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동유럽과 서유럽에서, 독일에서, 남미에서 극우를 부상케 한 요소들과 형태들은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비슷한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권위주의와 억압적인 인종주의 정치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냉전 종식 이후 자유 민주주의는 삶의 개선이라는 변화의 환상조차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대중의 삶에 더 이상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들은 동의를 끌어내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31일 극우 ‘독일을위한대안’ 유세 현장 EPA-EFE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펼쳐진 대중운동을 통해 노동자계급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자본가계급의 모순을 보았습니다. 계급투쟁이 고조되면서 자본가들은 더욱 권위주의적인 질서를 세우기 위해 극우를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극우 정당들이 대중적 기반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기 속에 개량주의의 엄청난 무기력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날 개량주의는 '개량 없는 개량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 사회당처럼 노동자들을 직접 공격한 경우는 개량주의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개량 없는 개량주의'의 전형은 불복프랑스입니다. 그리고 혁명운동에 엄청난 위기가 있습니다. 피착취 대중을 위한 혁명조직이라는 관점이 오늘날 세계에는 명확하게 자리잡혀 있지 않습니다. 자본가를 공격하고 부자를 공격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은 그럴듯하지만 매우 비현실적인 전망으로 비쳐집니다. 어느 프랑스 사회학자가 극우파 국민연합에 투표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한 게 있습니다. 그들은 부자와 사장들을 미워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국인, 이주민, 실업자들도 미워합니다.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하락을 피하기 위해 더 쉽게 공격하고 약탈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극우의 부상은 이 모든 요소들과 피착취자들의 거대한 분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2. 최근 프랑스에서 극우파 국민연합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무엇이고 왜 그런가요? 국민연합은 이 글로벌 역학의 일부입니다. 예외는 아닙니다.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1970년대에 창당되었습니다. 네오파시스트 집단이 선거에 나가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해 우파인 시라크와 맞붙었습니다. 장마리 르펜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이 역사의 사소한 일부라면서, 홀로코스트와 나치즘을 방어했는데요. 정말 도발적인 파시스트 스타일이자 파시스트 어법이었습니다. 그의 딸 마린 르펜은 2011년에 당의 지도권을 물려받은 뒤, 당의 악마적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시즘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그 주변 인물들을, 유권자를 얻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방해한다며 당에서 축출했습니다. 한편으로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초자유주의적 입장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소한 사회적 공약들을 내걸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마린 르펜은 유로존 탈퇴를 옹호하면서,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마린 르펜은 점점 더 금융자본의 요구를 존중하는 경제 강령을 채택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린 르펜은 2023년 마크롱의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거 때에는 "연금개혁을 원하지 않지만 마크롱이 한 개혁을 깰 수 있는 재정 상황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마린 르펜은 자본의 규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린 르펜은 2017년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해 마크롱과 맞붙었고, 2022년 대선에서도 다시 한 번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을 상대했습니다. 마린 르펜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최다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큰 영향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거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민연합은 지역적 존재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연합은 영향력 있는 주류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자본가들도 국민연합에 거리를 두었습니다. 국민연합은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800만 표를 얻었지만 이어진 총선에서는 8명의 의원만을 당선시켰습니다. 기존 주류 정당에 유리한 프랑스의 비민주적인 선거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2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이제 장벽은 무너졌고 국민연합은 2022년 총선에서 의원 89명을 당선시킨 정당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6월에 치러진 유럽연합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프랑스의 100개 주 가운데 96개 주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정당이 되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2024년 프랑스 국민연합은 유럽연합 선거에서 압승했다 Reuters 의회 해산 후 7월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국민연합이 126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공화당 출신 동조세력을 포함할 경우 142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국민연합의 부상은 마크롱에 대한 엄청난 증오의 결과입니다. 마크롱은 르펜을 자신의 적, 자신의 맞수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르펜은 마크롱에 대한 차악이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자본가들의 일부가 이제 르펜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르펜이 자본가들의 첫 번째 바람은 아닙니다. 여전히 금융자본의 첫 번째 바람은 마크롱입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마린 르펜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르당 바르델라는 국민연합의 당 대표인데요, 28세로 정말 젊습니다. 그는 프랑스 정치의 새로운 스타와 같습니다. 바르델라는 르펜보다 더 경제계에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부채를 갚고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그를 좋아합니다. 마크롱은 이민자들에 대해 소규모 파시스트 집단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자본가들이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향해 급진화하면서, TV, 유튜브, 신문에서 그에 관한 공개 토론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 대체 이론'(Great Replacement)이라고 백인이 유색인에 대체될 수 있다는, 과거 트럼프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애용하던 극우파 논리가 있는데요. 이게 지금은 공화당을 비롯한 우파들의 일반적인 논리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에 뱅상 볼로레라는 억만장자가 있는데요, 그는 서아프리카의 모든 항구와 공항, 철도를 통제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볼로레는 여러 TV 채널을 사서 에릭 제무르나 마린 르펜 같은 극우파들에게 완전히 복무하게 했고, 종교적 방송을 하거나 이주민 추방을 촉구했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상황을 더욱 가속하고 있는데요. 불복프랑스와 장뤼크 멜랑숑을 겨냥한 매우 거대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멜랑숑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하마스가 테러 조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은 멜랑숑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방송에서는 멜랑숑이 네오나치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은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정당인데요. 그렇게 출발한 국민연합이 이제 자신을 프랑스 내 유대인의 수호자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권 전체가 마린 르펜이 장뤼크 멜랑숑보다 유대인을 더 잘 보호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지금 극우파가 어떻게 해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마린 르펜이 아돌프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린 르펜은 여성, 고위 임원, 연금 수급자 등에서 다양한 유권자층을 확보했습니다. 과거에는 르펜과 국민연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3. 오늘날의 극우와 1930년대 파시즘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훌륭한 질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그 질문을 하고 있고,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우선, 우리는 둘 사이에 강력한 유사점이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자본주의 국가들의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위기라는 구조적 추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위기, 무역 전쟁,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추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극우가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오늘날 모든 극우 정당은 1930년대의 파시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형제들', 스페인의 VOX에 대해 모두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1940~50년대의 구세대 파시스트들과 1960년대 알제리 독립에 반대한 극우 테러리스트들의 융합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소규모 파시스트 폭력 집단들과 네오나치들이 국민연합 주변을 돌며 국민연합 안팎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습니다. 오늘과 어제의 극우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실은 그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노동자계급 조직이 당시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이 더 쉽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의 강력한 노동조합과 노동자계급 정당은 극우를 봉쇄하는 노동자계급의 힘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조직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오늘날의 노동자계급은 그때보다 훨씬 더 분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입각한다면 국민연합을 파시스트 조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1917년과 이후의 혁명적 물결에 대한 반혁명적 대응이었습니다. 파시즘은 농민, 상인, 장인, 지식인, 학생 등 사회적 지위하락으로 위협받는 소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대중운동이었습니다. 트로츠키는 당시 파시즘을 자본가계급의 내전을 위한 전투 조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대중운동으로서 파시즘은 피켓 라인을 공격하고, 노동자 건물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서 노동조합원을 죽이고, 혁명가,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를 죽였습니다.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기 3년 전인 1930년에 히틀러는 이미 10만 명의 무장대원을 보유했습니다. 1년 전인 1932년에는 40만 명의 무장대원을 보유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파시즘은 자본가계급의 통상적인 통치 방식과 구별됩니다. 자본가계급의 일반적인 폭력과 파시즘을 통해 사용하는 폭력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자본가계급은 극심한 위기의 시기에만 최후의 해결책으로 파시즘을 부릅니다.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군주제를 취할 수도 있고, 대통령제를 취할 수도 있으며, 의원내각제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노동자 조직에도 의존합니다. 자본가계급은 분명히 노동자 조직을 공격하고 억압하지만, 또한 노동자 조직에 의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조합 관료주의는 노동자 운동이 노동자 엘리트와 불안정 노동자 사이에서 분열되게 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르주아 합법성의 틀 안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자본가계급은 때때로 노동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부 노조 관료들을 자본주의 관리경영에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자본가계급이 파시스트를 권력에 부를 때는, 조직된 노동자 운동을 근절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본가계급은 더 이상 노동자 운동에 의지할 수 없을 때, 노동자 운동을 파괴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트로츠키가 말했듯이, 모든 독립적인 노동자 조직을 청산하고,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모든 맹아를 파괴하는 것이 권력을 잡았을 때 파시즘의 역사적 역할입니다. 그러한 조직들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사회주의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으로 나아가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조직들, 즉 노동조합, 협동조합, 다양한 협회, 또는 노동자 정당은 노동자 투쟁, 노동자 권력, 그리고 사회주의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국민연합을 비롯한 유럽 극우 정당들은 현재 노동자 운동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의회 바깥에서 폭력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선거용 운동체고, 견고한 조직도 없습니다. 특히 국민연합의 경우 이 점이 분명한데, 그들은 때때로 프랑스 전역에 후보를 내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극우 또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인 조직의 약화라는 양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예전 같은 대중조직이 없습니다. 노동자 운동과 마찬가지로요. 아마도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서 파시즘으로 진화하는 첫 번째 경향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지금 분명히 파시스트적 어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미래에 더 노골적인 파시스트로 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연합은 외부에서 체제를 전복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제로의 통합을 더욱 가속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본가계급이 지금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조직을 정말로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비록 그들에 적대적일지라도 말이죠. 프랑스에서 우리는 노란 조끼 운동을 겪었으며,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일으킨 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종류의 총파업이나 더 큰 규모의 운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크롱이 노조 관료들에게 많은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연합이 집권하더라도 노동조합 관료체계를 파괴하라는 임무를 자본가계급이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자본가계급에게 노동조합 관료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연합은 모든 노동자 조직을 공격하고 제거할 힘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국민연합이 집권한다면, 분명히 권위주의와 잔혹한 경찰 폭력이 증가할 것이고, 노동자 조직과 여성의 권리,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것이며, 소규모의 진짜 파시스트 집단에게도 격려가 될 것입니다. 4. 7월 프랑스 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이 이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좌파 신인민전선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선거 후 어떤 정치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까? 유럽의회 선거에서 큰 패배를 당하자, 마크롱은 바로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마치 군주처럼 국회를 해산할 수 있습니다. 마크롱이 14%를 득표한 반면, 르펜은 31%를 얻었습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도중에 이렇게 엄청난 패배를 당한 적은 없었습니다. 마크롱은 선거를 준비할 시간으로 고작 2주만 주면서 총선을 소집했습니다. 그의 도박은 좌파 정당들이 자신에 맞서 연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마크롱은 총선을 국민연합 대 마크롱 정당의 2파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렇게 투표했지만, 총선에서는 자신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22년 총선 때 불복프랑스는 꽤 강했습니다. 몇 주 전에 대선에서 멜랑숑이 아슬아슬 3위를 차지했고 총선을 앞두고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과 연합을 결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합에서 가장 큰 세력이었던 불복프랑스는 그 연합을 통해 사회당이 정당성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회당은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통령 시절 노동자를 공격한 것 때문에 완전히 미움을 받았고 대선에서 단지 1%만을 얻었는데, 이제 좌파의 대가족 속으로 다시 통합되었습니다. 2022년에 결성된 연합의 대가는 불복프랑스의 강령을 약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불복프랑스의 강령은 반자본주의 강령은 아니고, 반신자유주의 강령이자 프랑스 제국주의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강령입니다. 미국 제국주의를 따르지 않으면서 프랑스의 독자적인 길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멜랑숑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NATO도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주는 것도 거부합니다. 그래서 2022년에 결성된 이 동맹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주로 국제정책에서의 차이 때문에 1년 뒤에 깨졌습니다. 사회당과 녹색당이 친NATO, 친미 성향인데 반해, 불복프랑스가 프랑스 제국주의의 자율성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 연합이 깨진 상태였기 때문에, 마크롱은 의회를 해산할 경우 마크롱과 르펜의 2파전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크롱의 의회 해산은 극우파에게 의회를 넘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크롱의 도박은 실제로 르펜에게 의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 재정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르펜이 권력을 잡아도 소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3년 후 대선은 다시 자기편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마크롱이 계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도적 좌파는 며칠 만에 통합에 성공했고, 신인민전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2022년 연합과의 차이점은 사회당이 직전 유럽의회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회당은 강령과 후보자 선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신인민전선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마크롱의 보건부 장관이 사임하고 사회당에 가입한 뒤에 신인민전선의 후보로 나섰습니다. 그는 마크롱의 연금 개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에게는 완전히 계급의 적이죠. 하지만 신인민전선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시절 노동개악을 주도한 올랑드는 2024년 총선에서 신인민전선 후보로 당선되었다 AFP 결국 국민연합은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전통적 우파인 공화당이 100만 표를 얻었습니다. 극중도 마크롱주의자들은 600만 표를 얻었고, 좌파 신인민전선은 700만 표를 얻었으며, 극우파 국민연합이 1,000만 표를 얻었습니다. 여기서 이른바 공화국 전선이 작동했습니다. 극우파에 맞서 이른바 모든 공화주의 세력이 단결한 거죠. 국민연합에 맞선 신인민전선과 마크롱주의의 연합이 이루어졌습니다. 국민연합 후보가 1위를 차지한 모든 선거구에서 3위를 한 신인민전선 후보나 마크롱주의 후보가 2위 후보에게 의석을 주기 위해 후보를 사퇴했습니다. 끔찍한 이민법을 만든 마크롱의 내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닌이 이 전술을 통해 선출되었습니다. 연금 개악을 밀어붙인 총리였던 엘리자베스 보른도 신인민전선의 양보 덕분에 선출되었습니다. 총선 이후 프랑스에서는 의회가 완전히 조각났습니다. 우호 세력을 합쳤을 때, 신인민전선이 193석, 마크롱주의자들이 166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연합이 142석, 공화당이 39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작은 의석을 기억하세요. 왜냐하면 그들이 지금 정부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좌파 성향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했습니다. 다른 선거보다 기권이 적었죠. 국민연합이 집권하는 걸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거에 의존하는 방어적 반응이었습니다. 총선 이후 사람들은 그동안 극우를 부상시킨 원동력이었던 마크롱주의가 극우의 부상을 막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환상은 금새 깨졌지요. 신인민전선이 의석 수에서 선두를 차지했지만, 마크롱은 신인민전선에게 정부를 구성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비민주적이었죠. 대신 마크롱은 공화당의 미셸 바니에를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그래서 6%의 표를 얻은 공화당이 이제 정부의 키를 쥐었습니다. 미셸 바니에는 50년 경력의 전문 정치인입니다. 그는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고 동성애 합법화에도 반대한 인물로서, 정말 반동주의자입니다. 미셸 바니에가 이끄는 새 정부는 마크롱주의자들과 공화당원들로 구성된 완전히 소수파 정부입니다. 총선 이후, 마크롱은 반동적 인물인 미셸 바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AFP 이런 소수파 정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마린 르펜이 이미 이 정부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이 정부의 임무는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공공 서비스를 상대로 가혹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제 5년 동안 1,000억 유로를 절감해야 합니다. 즉, 그들은 매년 200억 유로를 우리 등에 떠넘길 것입니다. 5. 신인민전선은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을 연상시킵니다. 1930년대 인민전선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인민전선은 프랑스 좌파 사이에서 가장 큰 신화, 가장 큰 전설 중 하나입니다. 좌파 활동가나 좌파 성향 사람들에게는 '인민을 위한 1936년 5월'이 역사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좌파의 단결, 반파시스트 투쟁, 거대한 파업,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유급 휴가 획득,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 이 황금빛 전설은 올해 좌파 정당들의 연합에도 일정한 정통성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민전선에 대해 생각할 때, 서로 다른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민전선에는 두 개의 원동력이 있었습니다. 한편에는 대규모 노동자 정당이었던 공산당과 사회당이 완전히 부패한 자본가 정당인 중도좌파 급진당과 구성한 계급협조주의 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민전선의 반대편에서는 거대한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1968년 5월 이전까지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총파업이었죠. 350만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점거하고 국가를 완전히 마비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929년 이후 대공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럽과 프랑스에서 파시즘이 부상하자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단결에 대한 강한 열망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1933년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한 뒤 벌어지는 일을 사람들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1934년 2월 프랑스에서도 수천 명의 무장 파시스트가 의회를 공격했을 때 당시 노동자 운동은 일백만 노동자가 거대한 총파업으로 대응했습니다. 노동자 운동은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연합하라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정당이 분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1934년 사회당은 자본가 정당인 중도좌파 급진당과 연합하고 싶어했습니다. 공산당은 스탈린의 지도를 받았는데, 사회당의 개량주의자들과 그를 따르는 노동자들을 파시스트라고 말하는 극좌적 노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산당은 개량주의자들과 공동전선을 만들거나 개량주의 노조와 함께 싸우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1934년 2월 파시스트들을 응징한 강력한 총파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탈린의 외교적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스탈린은 히틀러의 공격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프랑스와 영국이라는 제국주의 식민제국으로부터 보호막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좌파 활동가들이 잊었거나 모르는 게 있습니다. 인민전선은 스탈린이 1935년에 프랑스와 평화협정을 맺은 사실의 산물이기도 했습니다.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스탈린은 프랑스 제국주의가 국가 방위를 위해 싸우고, 군대를 가지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고, 식민지를 가질 권리를 인정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후 프랑스 공산당은 식민지 독립 요구를 멈췄습니다. 식민지의 독립은 프랑스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산당은 빨강, 하양, 파랑으로 된 프랑스 자본가계급의 깃발, 파리코뮌 학살의 깃발을 함께 들었습니다. 공산당은 프랑스가 최대한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더 이상 임신 중절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산당은 군사예산에도 찬성했습니다. 공산당은 불과 몇 주 전까지도 사회당조차 파시스트라고 말했지만, 이제 자본가 정당과도 동맹을 맺고 싶어했습니다. 따라서 1936년 초여름에 일어난 총파업은 좌파 정부의 결과가 아니라 좌파 정부와의 충돌이었습니다. 실제로 공산당과 사회당은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했습니다. 프랑스 공산당과 사회당은 1936년 총파업을 멈추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했다 당시 공산당 지도자였던 모리스 토레즈가 파리 노동자들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는 파업을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요구를 완전히 따내지 못했더라도 주된 요구를 따냈다면 말입니다." 1930년대에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가 무엇이었겠습니까? 대공황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고, 전쟁이 다가오고 있으며, 주변 국가에 파시즘이 들어선 상황에서 말이죠. 유일한 요구는 자본주의 전복 아닐까요? 인민전선 정부는 강령에 따라 일부 파시스트 조직을 해체했습니다. 그러나 그 조직들은 즉시 재건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시스트를 해체한 동일한 법률이 반식민주의 조직을 해체하는 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튀니지에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인민전선 정부가 보낸 사회주의 군대에게 사살당했습니다. 당시 트로츠키주의 언론이 식민지에서 벌어진 일을 비난하자 프랑스에서는 발행이 금지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1930년대에 자본가계급은 심각한 자본주의 위기에 직면했고 노동자들의 급진화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맞서 자본가계급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파시즘을 통해 노동자 운동을 파괴할 수도 있었고, 인민전선을 통해 노동자 운동을 부패시켜 포섭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자본가계급은 둘 다 사용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에는 파시즘과 인민전선이 함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 오늘날 신인민전선의 정치적 성격을 어떻게 특징지을 수 있을까요? 1930년대 인민전선과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늘날 신인민전선에는 노동자계급 정당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1930년대의 공산당과 사회당은 거대한 노동자계급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당은 자본가계급의 중심 정당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당은 제5공화국에서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녹색당은 항상 사회당과 연합해 왔으며, 또한 자본가 정당입니다. 완전히 유럽연합 정당입니다. 공산당은 전기를 비롯한 공공 서비스 등에서 소규모로 오래된 노동자계급 기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는 주로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로 구성된 주변 정당에 불과합니다. 불복프랑스는 신인민전선 안에서 가장 급진적이지만, 시민주의에 입각한 포퓰리스트 조직입니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에 관심이 없습니다. 전략이나 담론에 계급적 관점이 전혀 없습니다. 불복프랑스는 반자본주의가 아니라 반신자유주의입니다. 그들은 반NATO, 반미를 표방하지만 프랑스 제국주의를 옹호합니다. 불복프랑스의 주된 대중적 기반은 노동자가 아니라 소부르주아에 있습니다. 도시에 기반한, 고학력 노동자나 학생입니다. 불복프랑스도 노동자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연합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오늘날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수는 기권합니다. 만일 1936년과 같은 파업이 벌어진다면, 이 당들 가운데 누구도 개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1936년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이들 가운데 어느 정당도 자본주의 철폐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930년대 당시 사회당과 공산당은 말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원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로는 원한다고 했습니다. 1930년대와 오늘 사이에 유사점도 있습니다. 첫째, 혁명적이거나 반제국주의라고 주장하는 여러 소규모 집단의 투항입니다. 많은 반인종주의 조직들이 신인민전선에 들어가서 식민주의 정당인 사회당과 한 편에 섰습니다. 또한 무정부주의자들이나 과거 트로츠키주의자들도 상당수 신인민전선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반자본주의신당(NPA)의 필립 푸투는 신인민전선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필립 푸투는 선거 운동 기간 필립 푸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좌파가 파시즘에 맞서 하나로 단결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푸투는 경찰에 대한 과거 자신의 비판을 모두 철회해야 했습니다. 1930년대와 오늘의 또 다른 유사점은 전선 안에 우파와 좌파가 분명히 있고 서로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연합을 매우 취약하고 무력하게 만듭니다. 계급투쟁이나 국제정책의 첫 번째 압력이 이 연합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습니다. 2년 전처럼요. 연금 개악에 맞서 거대한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미 제5공화국의 위기에 대해 말했습니다. 마크롱은 연금 개악을 위해 반민주주의적 수단을 많이 동원해야 했고 그에 맞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불복프랑스는 반자본주의 정책 없이 단지 의회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매우 급진적인 척했습니다. 불복프랑스는 의회에서 소리를 지르고 장관들을 모욕했습니다. 형식에서는 정말 급진적이었지만 강령상으로는 그렇게 급진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가계급은 불복프랑스가 현 체제에 대해 너무 왼쪽에 있다고 보면서 매일같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복프랑스를 반유대주의이고 신나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불복프랑스는 거리나 대중 운동에 대해 너무 오른쪽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 파업 동안 멜랑숑은 운동에 어떤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멜랑숑이 제안한 것은 오로지 새로운 선거 뿐이었습니다. 그는 마크롱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더 많은 좌파 의원을 당선시켜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선거를 통한 집권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복프랑스는 항상 사회당과 연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불복프랑스는 사회당에 맞서 진짜 좌파를 세우려고 설립되었음에도 말이죠. 불복프랑스는 선거를 통한 집권 전략 때문에 늘 사회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자신의 다소 급진적인 강령조차 매번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 신인민전선이 극우의 부상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실 저는 동지의 질문에 극우에 맞선 대안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 마크롱주의나 권위주의적 자본가정치 전반에 맞선 대안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좌파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그래서 극우파 국민연합 정부가 들어서는 걸 막아냈기 때문에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거결과를 완전히 강탈당했다고 느낍니다. 지금 우파 정부, 심지어 어느 정도는 극우파라 할 정부가 프랑스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크롱을 통한 또는 그 이전의 사르코지와 올랑드를 통한 권위주의의 부상과, 극우파 르펜의 부상이 모두 동일한 자본주의 위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예외적이거나 일시적인 게 아닌, 구조적인 위기입니다. 이제 자본가계급은 정말 어려운 과제에 내몰려 있습니다. 중국에서, 독일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경제침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자본가들은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1,000억 유로를 빼앗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자본가들은 군대가 전쟁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노동자들이 지불하게 하면서도 정치적 폭발을 피해야 합니다. 그간의 정치적 위기로 체제가 너무 허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아직 1,000억 유로를 빼앗기 전인데도 총파업에 근접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자본가계급에게는 정말 위험한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신인민전선의 답은 케인스주의 해법입니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면, 국가가 확대된 재정으로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할 때 품고 있는 것과 똑같은 환상입니다. 지금 자본주의는 거대한 축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는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극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밀어 올리는 뿌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경제위기와 전쟁을 만들어내고 여러 국가와 전 세계에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폐지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이번 총선은 신인민전선을 지지하지 않은 혁명가들에게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일부 동지들의 친구나 가족들은 우리가 국민연합에 맞서 투표하지 않을 거기 때문에 파시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극우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은 표를 얻고 있는데, 그건 사회당, 마크롱주의자들, 심지어 일부 노조가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가혹하게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의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비타협적으로 인종주의에 맞서고 제국주의에 맞서는 급진적인 친노동자 강령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일을 사회당과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당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해 온 당이니까요.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주민을 추방한 사회당으로는 극우를 물리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신인민전선의 사기행각을 비판했습니다. 선거 후 몇 달이 지난 지금, 좌파 유권자들은 사태전개에 매우 실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습니다. 신인민전선에게 투표하면 모든 게 바뀔 거라고 한 불복프랑스를 비롯한 개량주의자들의 말을 믿었다가 실망하고 있고, 약간은 낙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크롱이 신인민전선을 차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랑스의 제5공화국 체제가 정말 비민주적이기 때문입니다. 불복프랑스는 이제 마크롱을 탄핵과 같은 의회 절차를 통해 무너뜨리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복프랑스는 탄핵 지지 시위를 몇 차례 조직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탄핵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의회를 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노란 조끼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합 좌파에 대해 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더 이상 노동자 정당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 조직이 있는데, 그것은 노조입니다. 노조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큰 노동자 조직입니다. 2023년 연금 투쟁 때 우리는 그들이 거대한 파업과 시위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노조들은 중립을 지켰고, 일부 조합원들은 극우파 국민연합에게 투표했습니다. 하지만 CGT, Solidaires, FSU와 같은 좌익 노총들은 신인민전선을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사실상 신인민전선의 일부였습니다. 사실 이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이 좀처럼 정치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에 무정부주의 전통이 강해서, 정치와 노동조합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정치가 아닌 혁명적 정치를 원한다고 핑계를 대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전통이 "우리는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자본가들과 논의하여 사회적 파트너십을 만들려는 거다"라고 말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들은 그게 정치가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자본가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정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냉전 기간에는 노조가 정당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CGT는 공산당과, CFDT는 사회당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강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들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 캠페인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한 것은 꽤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의 정치참여는 자본가정당, 특히 집권 시기 노동권을 대규모로 파괴했던 사회당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재정치화가 일정하게 이루어졌지만, 완전히 나쁜 방식으로, 계급적 독립성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CGT의 사무총장, 소피 비네는 노동자 조직의 이러한 복종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금이 '자정 5분 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정은 파시즘을 의미합니다. 파시즘까지 5분밖에 안 남았으니, 신인민전선에 투표하는 것과 같은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신인민전선의 프랑수아 올랑드를 위해 우리가 대중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우리가 회의를 열었기 때문에, 우리가 행진을 조직했기 때문에, 파시즘을 막고 극우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CGT는 말했습니다. CGT는 2023년 연금 투쟁 기간보다 2024년 신인민전선 정치 캠페인에서 더 활동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CGT는 동네마다 대중 집회를 여는 등 야심차게 정치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던 연금 투쟁 동안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었습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6월 총선에서 신인민전선을 지지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갖게 되었는데요. CGT가 파시즘을 물리쳤다고 말하기에는 상황이 역설적이고 모호합니다. 사실 국민연합은 어느 때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원 수는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어느 때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GT의 말을 들으면 파시즘의 위협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자정 5분 전이 아니라 한낮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위협은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1년이 지나면 마크롱이 다시 국회를 해산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선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린 르펜도 바로 그 상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CGT는 순수한 노동조합주의로 돌아갔습니다. 정치적 위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크롱에게 선거를 강탈당했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임금과 연금을 비롯한 경제적 요구만 말합니다. 부르주아 분석가들은 의회가 세 조각으로 나뉜 상태에서 새 정부가 정말 취약하며 사회적 기반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새 정부는 의회를 회피하는 해결책으로 노동조합과의 사회적 대화에 더 많은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의회에서 바로 법을 만들려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자 단체 및 자본가 단체와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프랑스 좌파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한편에는 선거에 몰두하는 정치적 좌파가 있습니다. 멜랑숑은 마크롱이 다시 의회를 해산할 경우 치러질 총선이나 2년 반 후에 치러질 대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복프랑스와 멜랑숑은 이후에 치를 선거를 준비하며 마크롱을 탄핵하자는 담론과 선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CGT를 비롯한 노조는 이제 더 많은 계급협조주의를 향해, 자본가들과의 더 많은 토론과 협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혁명적 좌파의 과제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북돋고 전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2023년 연금 개악에 반대해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2024년 신인민전선에 투표한 많은 노동자들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파업을 해도 효과가 없었고, 투표를 하니 더욱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본가들이 결과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요. 이런 상황에서 일부 혁명 조직이나 중도파 조직이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어느 방향으로" 싸우느냐입니다. 사실 프랑스 노동자계급은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정말 열심히 싸워 왔습니다. 이제 혁명가들의 임무는 노동자계급이 혁명적 강령과 전략을 갖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계급은 노동자정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정치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멜랑숑을 넘어서야 합니다. 멜랑숑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운동을 할 수 있지만 혁명과 정치는 시민을 위한 것이며, 의회 절차와 선거를 통한 부르주아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조관료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노조관료들은 지금 프랑스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체제 위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대신 자본가들과 협상에 나서며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현 상황을 타개하는 진정한 길은 노동자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자본가를 수탈하여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데 있음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 정권의 모든 반민주적 성격과 반민주적 공격을 서슴없이 비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급진적인 민주주의 슬로건을 소리 높이 외쳐야 합니다. 개량주의자들은 마크롱을 끌어내리기 위한 시위를 조직하면서 '의회에서 진행 중인 탄핵 절차를 지지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크롱을 타도하자. 그러려면 총파업이 필요하다. 노란 조끼 운동이나 2023년 총파업보다 더 큰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할 조직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신의 조직인 불복프랑스는 그런 총파업을 조직할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 우리는 또한 말합니다. '우리는 마크롱을 끌어내린 뒤 다른 군주나 다른 대통령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다. 설령 그가 좌파라도 말이다. 멜랑숑은 다음번 군주가 되는 게 꿈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는 이게 불복프랑스와 토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롱 정부에 맞서 2023년 프랑스 연금파업, 그 이상의 투쟁을 조직해야할 때다 Reuters 여기서 우리는 1936년 인민전선에 대응했던 트로츠키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트로츠키는 프랑스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 단일 의회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점을 놓고 개량주의 지도부 및 기층과 토론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이 필요 없다. 상원도 필요 없다. 우리는 보통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소환당하는 의원들로 구성된 단일 의회만 필요하다. 이 의회로 입법권과 행정권을 집중시켜야 한다.‘ 트로츠키는 단일 의회 슬로건을 파업 같은 계급투쟁 방법과 결합함으로써 대중을 운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회를 통제하고 선출된 대표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영감을 대중에게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고, 공장의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단일 의회는 소비에트가 아닙니다. 이중권력 상황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급진적인 요구는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자본가를 수탈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단지 말에 그칠 뿐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금 정치인들은 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라고, 다가올 전쟁을 위한 비용을 감당하라고 노동자들에게 강요합니다. 이에 맞서 우리는 의원들이 노동자 임금 이상을 받을 수 없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는 정치체제를 위해 싸우자고 노동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슬로건이나 요구로 제5공화국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계급투쟁의 방법을 통해 대중을 그렇게 준비시키고자 합니다. 불복프랑스는 우리가 이 권위주의 공화국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 공화국의 법률에 따라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환상입니다. 만일 우리가 대중과 이런 방식으로 대화해 나가지 않는다면, 개량주의자들은 비민주적인 공화국과 정치적 위기에 대해 유일한 비판자 지위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자본가들의 대규모 공격에 맞선 계급투쟁이 머지않아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있겠지만, 몇 주 또는 몇 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 정부가 정말 잔인하겠지만 또한 매우 허약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회 부문이 이 기회를 이용해 싸워서 뭔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비록 우익적 요소가 강했지만 농민들이 투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모순적인 요소들과 함께 매우 발작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혁명은 순수한 화학적 과정이 아니라고 레닌이 말했습니다. 오른쪽에서도 왼쪽에서도 무언가가 펼쳐지는 복잡한 상황에 혁명가들은 개입해야 합니다. 혁명가들은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개입하면서, 대중이 개량주의적 환상과 결별하고 더 급진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조직, '연속혁명'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랑스에서 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혁명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자본주의신당(NPA)은 완전히 굴복했고 지금은 불복프랑스의 작은 사본일 뿐입니다. 불복프랑스의 반신자유주의 강령에 순응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모든 비판을 철회했습니다. 반대로 노동자투쟁(LO)은 자신의 회원들이나 노동자들이 정치 상황에 개입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습니다. 노동자 권력을 일반적으로 선전하는 데 머무르는 선전주의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노동자들이 행동의 방향을 찾고 있을 때,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행동 강령을 제공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당면 의식과 노동자 권력에 대한 인류의 필요성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혁명가들에게는 가능성과 기회가 매우 풍부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상황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대중의 의식을 고취하는 올바른 행동 강령을 제안한다면, 개량주의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환상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프랑스 노동자들 대다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멜랑숑에게 투표하는 것이고, 더 나쁘게는 르펜에게 투표하는 것입니다. 만일 혁명 조직들이 수동적으로 기다린다면, 상황에 개입하지 않은 채 소비에트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노동조합 관료와 개량주의 관료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개량주의자들은 노동자계급을 위한 정치적 담론과 해결책을 독점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거듭된 패배로 귀결될 것입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듯이,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회주의를 건설하지 못한다면, 야만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자본주의는 이 야만성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
[성명] 전국노동자대회를 민주당의 사전마당으로 전락시킨 민주노총전국노동자대회 무대를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함께 사용했다. 노동자대회 당일까지 민주노총 집행부 이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 민주당 위성조직 촛불행동의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는 홍보를 보고서야, 한동훈의 "누가 봐도 민노총 + 촛불행동 + 더불어민주당이 한 날 한 무대에서 원팀"이라는 조롱을 듣고서야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같은 무대를 쓴다는 처참한 상황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조합원들을 이렇게 욕보일 수 있는가.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지만,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만들고,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위성정당 후보로 출마해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데 이어, 이제는 민주당과 무대를 공유하는 노동자대회를 치르게 하는가. 우리, 노동자계급은 민주당·촛불행동과 손잡고 또 다른 자본가 정권을 세우고자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업무개시명령까지 동원해 화물연대 파업을 짓밟은 정권, 22년차 용접공 시급이 10,350원에 불과한 현실 앞에 원청과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진압도 모자라 470억원 손배까지 청구하는 정권,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포함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사태 앞에서도 파견노동을 확대하자는 정권, 자본가에게는 막대한 감세혜택을 안기고 노동자에게는 실질임금 삭감을 안기는 정권, 한미일 군사동맹과 함께 전쟁불사를 외치며 노동자 민중의 생명을 담보로 불장난을 벌이는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고, 새 세상을 열고자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도대체 누가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명태균인가? 김건희인가? 아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인상율도 모자라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망친 정부, 재난 상황에나 가능하던 특별연장근로를 무차별 허용하며 자본의 무제한 이윤추구를 가능케 한 정부, 2021년 '건설현장 불법행위근절 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건설노조 공안탄압을 시작한 정부,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얼마든지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정부, '노조아님' 공문 취소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전교조 합법화조차 '법원 판결에 맡기자'며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민주당 문재인 정부다. 윤석열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과 손잡고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킨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민주노총 창립 이래 이렇게 참담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대회는 없었다. 경찰이 대오 곳곳을 침탈해도, 곳곳에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해도, 민주노총은 대회 진행을 서두를 뿐이었다. 약속 시간까지 촛불행동과 민주당에게 집회 장소를 내어주기 위해,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이토록 무력해졌다. 전태일열사 정신계승은커녕 전태일열사 정신을 짓밟았다.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당과의 협잡을 중단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동원부대이기를 거부한다. 2024년 11월 12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기고] 너가 일본에 왜 가?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하다[편집자 주] 일본자본 닛토덴코의 먹튀폐업에 맞서 고공농성을 300일 넘게 전개하고 있는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일본 본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원정투쟁을 떠난다. 수많은 외투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노동자를 착취하다가 민주노조가 결성되면 공장을 일방적으로 청산하고 먹튀한 역사를 반복해왔다. 일국을 넘어선 공장폐쇄 결정 앞에 많은 민주노조가 무너져왔다. 그래서 외투자본의 먹튀에 맞선 투쟁은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기고자는 먹튀폐업에 맞서는 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일본원정투쟁을 기록해 전하려 한다. 나와 옵티칼지회의 인연은 2023년 8월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시작한 연대는 점점 자주, 깊이 있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2024년 11월 12일, 나는 옵티칼 조합원,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님과 함께 일본원정투쟁을 떠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너가... 왜?’ 당사자도 아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상근 활동가도 아닌데 서울과 구미를 오가며 시간, 돈을 써서 연대하더니, 이젠 일본까지 가냐고 말한다. 한동안 ‘너가 왜?’라는 질문에 나도 정확히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 생각한 그 답을 지금의 나는 갖고 있다. 공들여 찾은 답을 질문자들에게 전하고자 글로 정리했다. ‘나의 최선’을 다하는 우리 현재,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옵티칼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한다. 매일 찾아와 함께 집회를 하는 것으로, 반찬으로, 한약으로, 기도로, 달걀로, 물로, 글로, 영상으로 그 외에 수많은 것으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나의 옵티칼 투쟁‘을 하고 있다. 옵티칼지회는 한국 노동운동계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각자의 환경 때문에 ’나의 최선‘의 범위와 형태가 다를 뿐이다. 나의 마음도 같다. 일본에 반드시 가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 건 아니다. 함께 가는 연대자가 꼭 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연대자 중 누군가가 꼭 일본에 가서 직접 목소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본원정투쟁은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갈 수 있고, 많은 연대자의 ’나의 최선‘ 형태는 그 조건에 맞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다행히 나는 최선을 다하면, 일본에 가서 조합원과 함께 싸우는 방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일본에 간다. 일본에 가면 회사와 정부에게 확실히 말할 것이다. 나는 옵티칼에 최선을 다해 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옵티칼 투쟁을 얕봤다면 큰 오해를 한 거라고. 한국의 노동운동계는 모두 최선을 다해 조합원을 엄호하고 있다고.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아무도 ’나의 최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감히 옵티칼에 최선을 다하는 연대자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탈 것이다. 옵티칼 투쟁 승리가 나의 희망 앞으로 평생 노동인권활동을 하고 싶다. 80세까지 한다고 했을 때, 약 52년을 더 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약 반세기의 활동 중 옵티칼 투쟁 같은 투쟁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사랑받으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울타리 역할을 하고, 회사의 법적 압박을 모두 넘어서는, 말 그대로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 이 흔치 않은 투쟁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 그리고 승리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계가 최선을 다해 엄호하는 이 투쟁이 만약 패배한다면, 앞으로 어떤 투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또한 옵티칼 투쟁은 한국 노동자의 미래를 바꾸는 투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투기자본은 한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들어와, 한국의 노동자를 착취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다가 민주노조가 생기면 곧바로 노동자를 전부 버리고 청산했다. 1989년 오리온전자, 2003년 한국시티즌, 2006년 한국산본, 2008년 한국시티즌정밀, 2020년 한국게이츠, 2022년 영천 다이셀코리아, 2022년 한국와이퍼 등이 모두 그랬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마지막에 금전적인 합의를 했다. 하지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금전 합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용승계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옵티칼 투쟁의 승패는 내가 앞으로 약 50년간 수도 없이 만날 외투기업 노동자의 투쟁 형태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나는 옵티칼 투쟁을 통해 나의 활동에 희망을 갖고 싶다. 한국 노동운동계가 힘을 모으면 그 어렵다는 ’외국투기자본의 폐업‘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다. ’단결하는 노동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익숙한 문구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다. 옵티칼 투쟁이 승리하는 날, 나의 미래 활동에 대한 기대는 자신감으로 부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옵티칼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한다. 동지들, 옵티칼에 연대하는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도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하겠지만, 일본에서 다 쏟아내고 돌아오겠습니다. 일본에서 소식 자주 전하겠습니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정부, 딥페이크 성폭력 처벌 강화 … 플랫폼도 방치하면 과징금1. 정부, 딥페이크 성폭력 처벌 강화 … 플랫폼도 방치하면 과징금 정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범죄수익 몰수를 추진한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범위도 아동·청소년 피해자에서 성인 피해자로 확대한다. 텔레그램 등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들도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방치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국무조정실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아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범정부 TF를 구성하고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처벌, 플랫폼 책임성 제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 맞춤형 예방 교육 등 4대 분야 10개 과제를 역점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 부처로는 국무조정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허청 등이 참여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개정법은 딥페이크 영상물 편집·반포 시 법정형을 5년에서 7년으로 상향하고, 반포 목적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신속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 의심 영상을 우선 차단 조치 후 심의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불법 영상물 삭제 요청을 받은 경우 24시간 내 신속히 삭제하도록 삭제 시한을 관련 규정에 명시할 예정이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계획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 구석구석에 퍼진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디지털 성폭력이 더 교묘한 수법으로 활개쳤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이 같은 성폭력이 뿌리깊은 여성혐오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올해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80%는 10대 청소년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더라도 소라넷-웹하드-N번방-지인능욕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성폭력은 형태만 달라질 뿐,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공고한 성차별 구조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장관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11061639001 2. 장애 여성 비정규직 비율 83.0% … “장애여성지원법 제정하라” 장애 여성들이 십수 년간 국회로부터 외면받아 왔던 장애여성지원법을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17개 여성장애단체 및 장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여성 지원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 및 시책을 수립하라”고 외쳤다. 장애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지위에 놓여 있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7.1%, 고용률은 45.4%인데 반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4.2%, 고용률은 23.5%로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남성 장애인 임금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0.5%인데 반해 여성은 83.0%에 달했다. 고용 및 노동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장애 여성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해 왔다. 이에 기자회견 참가단체들은 노동·교육·자립·재생산권 등 장애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인권침해·재난·폭력으로부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여성장애인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장애 여성을 위한 법안은 2008년 18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034 3. “주방으로 돌아가” “참정권 폐지” 미 대선 직후 여성혐오 표현 급증 미국 대선 직후 온라인 상에서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8일, 미국 대선(5일)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하는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등의 언급이 약 4,600% 늘었다는 것이다. ISD는 미국 백인 민족주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가 초기 선동가 중 한 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가 쓴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는 SNS 게시물은 약 3,5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틱톡 크리에이터 가운데는 여러 남성이 ‘너의 몸, 나의 선택’이란 문구를 쓰며 성폭행을 하겠다고 위협해 영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며 ‘트렌딩(trending)’에 올랐다. 심지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repeal the 19th’)까지 전주보다 663% 늘었다. 여성혐오 표현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ISD 보고 내용에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겪은 사례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딸이 학교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 오늘 밤은 한쪽 눈을 뜨고 자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ISD는 이 같은 현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의 승리로 더욱 대담해졌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66626.html 4. 스코틀랜드 성별임금 격차 30% 급증 스코틀랜드 TUC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을 따라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성별임금 격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코틀랜드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000파운드 적게 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평등을 향해 가고 있는 추세에 역행일 뿐 아니라 극 격차가 영국 전체와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STUC 사무총장 로즈 포이어는 “30% 증가는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장관들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스코틀랜드 정부가 “여성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조 기사> https://morningstaronline.co.uk/article/gender-pay-gap-soars-30-cent-scotland 5. 여학생 권리를 옹호해 구금당한 이란의 교사 이란의 국제교육기구(Education International)가 여학생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교사노조 모하마드 하비비(Mohammad Habibi)를 구금한 정부를 규탄했다. 테헤란의 교사노조 활동가인 모하마드 하비비는 이슬람 정권의 억압에 맞서 이란의 교육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가다. 그는 그동안 교사와 학생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으로 이란 당국에 의한 체포, 고문, 괴롭힘을 숱하게 받아왔다. 2022년 지나 아미니의 죽음(테헤란에서 지나 아미니가 히잡 강제착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 구금되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 시위 동안 90명 이상의 청소년이 사망하는 등 정부의 잔혹한 진압, 여학교를 겨냥한 독살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하비비는 학생들의 편에서 활동해 왔다. 2023년 노조 활동과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해고되었으며, 이러한 위협과 보복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의 권리를 계속해서 지지했으며 이로 인해 최근 2024년 11월 11일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참조 기사> https://www.ei-ie.org/en/item/29213:iran-education-international-denounces-new-detention-attempt-against-teacher-unionist-mohammad-habibi-for-defending-female-students 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라이드행진 투쟁 11월 첫째주 토요일, 아르헨티나에서는 33번째 ‘부에노스아이레스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진’ 행사가 극우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모여 16시 의회를 향한 행진뿐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고 작은 프로그램에 함께하며 성적 다양성 탄압과 차별적 긴축정책 규탄,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60여 개의 성소수자, 정치, 사회,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회는 ‘인권과 공공정책 없는 자유는 없다’, ‘통제와 억압이 있는 자유는 없다’, ‘트랜스젠더법,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등 저항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행사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밀레이 정부의 차별적, 폭력적 억압에 맞선 정치적 구호로 가득 찼다. 집회 장소에는 정부의 공공예산 삭감 비판, HIV치료와 성병 예방 프로그램 예산 삭감 규탄, 성정체성법 위반, 트랜스젠더 노동할당제에 해당하는 노동자 해고 규탄, 공공부문 예산삭감과 공공노동자 생존권 침해 규탄, 성소수자 혐오와 폭력 규탄 등이 적힌 다양한 깃발과 현수막이 나부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성 노동자이자 활동가인 발레리아 델 마르 라미레즈는 사전행사에서 “매년 우리는 우리의 날을 기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권리,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이 정부의 젠더분야를 담당하는 비라로나 법무부 장관은 의회에서 “우리는 생물학과 일치하지 않는 성정체성의 다양성을 거부한다”는 발언으로 성적 다양성을 직접적으로 부정했다. 이는 얼마 전에 벌어진 세 명의 레즈비언을 살해한 사건과 같이 성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아르헨테나 성소수자연맹은 “장관의 임무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지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랜스젠더의 어머니이자 교사노동자인 안드레아 아빌라는 ‘트랜스젠더 남성의 자랑스러운 어머니’라고 쓴 피켓을 높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트랜스젠더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위해 매일 싸우고 있는 가족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국가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가사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노동조합과 단체가 성적 다양성에 반대하는 반동적 정치에 맞서 국가에 책임을 물으며 투쟁하고 있다. 좌파공동전선에 속한 조직들은 성소수자, 이주민 등에게 혐오를 조장하고 성적 다양성을 탄압하는 정부의 반동적 정책에 맞선 투쟁을 학생운동, 의료 노동자 투쟁 등 모든 투쟁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2025년 공공예산을 더 많이 삭감한 정부예산 승인이 준비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큰 투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참조 기사> https://www.laizquierdadiario.com/Miles-protagonizan-la-primera-marcha-del-orgullo-con-Milei-en-el-gobierno https://agenciapresentes.org/2024/11/03/marcha-del-orgullo-lgbt-celebro-con-fiesta-y-reclamos-contra-violencias-y-politicas-de-ajus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