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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와 일강 이주노동자의 연대
10월 4일 금속노조는 전북지부 일강지회 노조탄압과 이주노동자 조합원 부당해고를 막기 위한 ‘이주노동자 부당노동행위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제도 개선!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울산지역 동지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과 함께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현대중공업지부와 전북지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는 전북지역 금속노동자와 지역활동가뿐 아니라 이주노동조합, 성서공단지회와 사람이왔다 소속 동지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국적으로는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한국 노동자 등이 한데 모였다.
주 80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과 강압적 통제, 반복된 산업재해를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김제지평선일반산업단지 내에서 처음으로 금속노조 깃발을 꽂자, 자본은 복수노조를 활용해 민주노조를 공격했다. 그리고는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둔갑시켜 재계약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해고하고 있다. 지회 농성과 지역집회 등 투쟁에도 불구하고 일강 자본은 ‘금속노조 위원장이 와야 만나주겠다’며 뻔뻔하게 노동삼권을 유린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재계약과 비자는 삶의 문제다. 일강 이주노동자의 일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를 지키고자 연대한 노동자들은 “표적해고 철회하고 이주인권 보장하라”고 힘차게 외치며 집회와 행진, 음식이 있는 문화제를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 현장에 일강 투쟁을 알리며 참여한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연대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주노동자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정부24 외국인서비스’ 홈페이지에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안내한다.[1]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며, 그렇기에 이주노동자는 사용주가 시키는 대로 꼼짝없이 일해야 한다. 이렇듯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일종의 강제노동제도다. 일강 자본은 이러한 차별 구조 아래 이주노동자를 실컷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더 가혹히 착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평가 대상’으로 취급했다.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단결권을 행사하자, 일강 자본은 재계약 심사·평가제도를 통해 2026년 5월부터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삼권을 보장한다는 한국 법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강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삼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았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싱할라어·베트남어·태국어로 제공한 자료를 통해 일강지회 상황을 접했다. 같은 처지였다. 일강도 HD현중도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HD현중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저항과 노동조합 가입을 막고 ‘집에 보내 버린다’며 노동조합 탈퇴를 협박한다. ‘나쁜 계약’의 핵심은 평가해고제다. HD현대중공업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시키는 일은 전부 해내야 하는 기계이자 ‘평가 대상’으로 취급하며 임금을 차별했고, ‘쉬운 해고’를 강제 도입했다. 아직 평가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같은 탄압이 벌어지는 일강에서는 이미 표적해고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중사내하청지회가 예산 등의 여건으로 버스 신청을 일찍 마감하였는데도 이주노동자들은 전날까지 연대버스를 탈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연대집회에 참여한 비조합원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일강 연대투쟁 조합원 선전물
함께 싸운다는 마음으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자본이 자행한 탄압에도 분노했다. 특히 고국에 있는 아내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이주노동자가 신청한 연차휴가마저 일강 자본이 ‘일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사장은 사람도 아니다”, “사장은 나쁘다”, “사장 아내가 죽었어도 그럴 것이냐.”
일강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연대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니 힘차게 연대하자”, “일강지회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이제 함께 힘을 모아 투쟁에 승리하기를 바란다”, “모든 노동자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과 함께 일강 노동자들이 겪는 불의에 맞서 함께 싸우자.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등을 말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프리 잡 체인지’ 노래를 배우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김제에 도착하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붉은 머리띠를 이마에 묶었다. 지회가 노조 가입 당시 나눠준 머리띠를 저마다 챙겨온 것이다. 집회 장소는 공단 한복판에 있는 공원 옆이었다. 공원 맞은편에는 일강 공장이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회의 농성장을 찾았다. 공장 안 화장실을 이용하며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어느 나라 이주노동자들이 있는지, 왜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지를 물으며 집회를 준비했다.
일강지회 농성장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집회는 양범식 금속노조 전북지부 미조직전략부장 동지의 사회로 시작했다. 공단에 울려 퍼지는 노동자들의 함성은 그날 가을 햇살보다 뜨거웠다. 금속노조 김형수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피해자로서, 을로서 모인 게 아니라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국가를 넘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집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주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사측이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주노동자도 노조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일강지회 조합원 라지즈는 “그동안 우리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 연차 사용 제한 등 수많은 문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노조에 가입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름 없는 존재로 취급되던 우리가 이제는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노동시간도 준수되며 임금 또한 크게 인상되었다”며 노동조합이 만든 변화를 증언했다. 이어 일강 자본의 탄압을 규탄하면서 “일강지회 투쟁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싸움이다. 회사가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부당한 구조를 깨뜨리자. 우리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인간다운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만 바꿀 수 있다”고 단결 투쟁을 강조했다.
대오는 행진하며 사회자가 선창하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다. “표적해고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나쁜계약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노예가 아니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이내 대오가 일강 공장 정문에 도열했다. 대오가 내지른 함성은 우렁찼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HD현중 이주노동자들은 행진 중간에 노래가 나올 때도 이따금 구호를 외쳤다. “재계약을 보장하라!” 힘이 넘쳤다. 행진을 마치고는 성서공단지회의 몸짓에 맞춰 모두가 ‘프리 잡 체인지’를 온몸으로 노래했다.
사진: 사람이 왔다
각국 음식을 나누며 진행된 문화제에서 여러 이주노동자의 발언과 노래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파산은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 자신들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맞서 노동조합과 함께 싸웠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하려는 건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짚었다. HD현대중공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는 세계 어디에 있든 민족과 종교, 피부색으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일강지회 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베트남에서 온 성서공단지회 노동자 원서현은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을 때,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회사에 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두 가지 선택만을 제시했다.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사업장을 옮겨라.”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차별과 착취의 일터는 그를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서게 했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다.” 그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라서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은 모습과 언어도, 부르는 노래도 달랐지만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하나가 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샤킬의 마지막 발언은 이날 집회와 단결의 의미를 선명히 제시해주었다.
“일강지회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현장에서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땀 흘리고, 똑같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리도 똑같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도 도움만 받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조합원이 되고 싶다.
차별 없는 현장!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노동자의 권리는 국적보다 강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여 투쟁하라!”
일강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자본과 정부의 노동권 탄압에 맞서며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섰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일강지회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며 노동자계급으로서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 수많은 일터에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음에도, 이주노동자와의 단결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미흡한 오늘날의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자. 민주노조운동은 일강 공장이 소재한 공단 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현장과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추동해야 한다.
울산으로 돌아오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연대하자고 결의했다. “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겠다”, “연대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 “우리는 일강 노동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투쟁!” 일강지회 샤킬 노동자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단결은 국적이라는 장벽보다 강하다. 차별 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자.
참가자들은 금속노조 결의대회 현수막에 일강 투쟁 응원 메시지를 빼곡히 적었다
[각주]
[1]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고용주가 합법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근로자는 인권 보호를 기반으로 내국인과 동등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