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제도를 폐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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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HD현대중공업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의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제도를 폐지하다!

  • 배예주
  • 등록 2026.09.11 20:11
  • 조회수 373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7월 18일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같은 나라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자 자신들의 인신매매 강제노동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각서와 계약서 조항으로 HD현대중공업에 입사 후 당국의 허락 없이 어떠한 이유로도 사업장을 바꿀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2026년, 글로벌 1위라는 HD현대중공업에서 드러난 인신매매 강제노동 사태라니, 경악스럽기 짝이 없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단위가 목소리를 보태어 대응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8월 27일, 벌금제도와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약조항이 폐지되었다. 우즈베키스탄 행정당국은 9월 4일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25년부터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을 괴롭힌 족쇄는 한 달여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끊어졌다. 

 

 

20대 청년의 죽음이 드러난 거대한 인신매매 사슬

 

7월 18일 토요일 오후 16시 40분경, HD현대중공업 건조3부 8도크 선체 벽면에서 곤돌라에 탑승하여 사상 작업을 하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목이 끼여 숨지는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자본의 안전 조치 미준수 등이 빚은 명백한 기업 살인이었다. 숨진 노동자는 2025년부터 울산시가 우즈베키스탄과 연계해 현지에서 조선소에서 일할 이주노동자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입사한 20대 노동자였다.

 

 

우즈베키스탄 동료들은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로 달려갔고 모이고 또 모였다. 그리고 알려진 사실이 있다. 숨진 노동자가 일하다가 여러 번 다친 적이 있고 현장에 위험이 매우 커서 사업장을 바꾸고 싶어 했으나, 월급보다 많은 매월 2천 달러 벌금제도로 그럴 수 없어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동료의 죽음에 통탄하며 노동자들의 모임과 사업장 변경이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길 시 벌금 2천 달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7월 20일 월요일 아침, 중대재해 사망 사고 현장 주변에서 열린 추모제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은 숨진 동료를 애도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에게 책임을 묻자고 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대외이민청이 저녁에 현대중공업내 한 기숙사를 찾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하루 전날인 19일,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인신매매 벌금 조항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신을 전달했고, 그로 인해 열리는 자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간부들이 현장을 찾았다. 300명이 넘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모였고, 누르마트존 코밀로프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장이 노동자들 앞에 불려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김성훈 대의원은 인신매매 사태를 처음 보도한 프레시안에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말 그대로 분노를 쏟아 냈다”, “억울하게 벌금을 물고 있다는 피해 호소도 터져 나왔다. 10명 정도가 더 있다 하더라”, “하청업체가 내보낸 사람도 대외노동청이 벌금을 내라고 한다. 그냥 울산 현대중공업을 절대 벗어나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일할 게 아니면 우즈벡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동료의 죽음 앞에 일어선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이 얼마나 악랄하게 조선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지 똑똑히 증명해주었다.

 

HD현대중공업-한국 정부와 울산시-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연결 사슬

 

이 기막힌 일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나? 조선업 자본가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을 강요해왔다. 그 바람에 인력수급이 어려워지자 자본은 값싼 이주노동자를 찾았고,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22년부터 E-7-3 등 여러 비자제도와 인력 공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한 발 더 나가 2024년 우즈베키스탄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도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울산시가 세금 10억 원을 내서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 2025년 3월 18일 ‘울산 글로벌 인력 양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최초로 울산형 E-9 고용허가제(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를, 법무부가 광역형 E-7-3 비자를 발급해 조선소에서 최저임금만 주고 일을 시킬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도장, 사상, 발판, 전기, 보온 5개의 조선소 업무는 HD현대중공업이 직접 강사진을 구성해 가르쳤다. 2025년 7월부터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의 대부분은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각서와 계약서에 반드시 서명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7월 사망한 오00 노동자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현대중공업에 입사했고, 7개월 만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각서. 본인은 대외노동청 한국주재 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월 2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 “본인은 이에 관한 각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보증은 역시 이에 서명한다”, “본 각서는 5부 작성되었으며, 1부는 대외노동청, 1부는 근로자, 1부는 보증인, 1부는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 주민 모임, 또 1부는 대한민국 내 고용주에게 전달된다”

 

“계약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각서 5부를 나눠 갖는 ‘근로자가 거주하는 지역사회’는? ‘대한민국 내 고용주’는? 애초부터 HD현대중공업-한국 정부와 울산시-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연결 사슬 속에 설계된 비자와 취업이었다. 그러나 인신매매 사태가 드러난 후 여러 기자의 질문에 ‘고용노동부’와 ‘울산시’, ‘HD현대중공업’은 모두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사진: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한국에 올 때 써야했던 각서]

 

[사진: 계약서.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4.2.3 각서 및 사용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근무하고, 이주노동청 한국사무소의 서면 동의 없이 직장을 이탈하거나 변경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불법체류 상태가 되지 않을 것. 4.2.6. 대한민국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파업과 관련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기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비준 국가다. 한국에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인신매매방지법)」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인신매매 방지법 (О противодействии торговле людьми)」이 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에서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데에는 법도 사회적 기준도 필요 없었다.

 

단결 투쟁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는 앞장서서 인신매매 사태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폐를 외쳤다. 7월 29일 문현관 기숙사(글로벌하우스) 근처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투쟁대회에 이어 8월 16일 서울 청와대 주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에서 부당한 우즈베키스탄 벌금제도를 규탄했다.

 

특히 8월 16일 대회에서는 인신매매 벌금제도 폐지 현수막을 머리 높이 들고 보신각에서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노동조합 소식지 1면에 벌금제도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현 사태를 규탄하는 기사도 실었다. 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가 함께 발행하는 12개 언어의 이주노동자 선전물에도 소식을 담고 여러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인신매매 제도를 함께 없애자고 이야기했다.

 

금속노조는 7월 2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성 각서가 웬 말이냐”, “울산시와 고용노동부는 울산형 고용허가제 설계자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며, 현대중공업은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방지 대책을 내놓아라”고 촉구했다. 현중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8월 13일 울산시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정부는 수습을 서둘렀다. 먼저 인신매매 주무부서인 성평등가족부가 8월 3일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및 법무부 유관 부서에 공문을 보내 “우즈베키스탄 인력 송출 과정에서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8월 8일 “최근 언론 기사 등을 통해서 인지하게 되었”다며 “이주노동자 “이직 위약금” 관련 우즈벡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주노동자 투쟁이 시작된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일어서자 정부와 자본은 투쟁이 확산하는 걸 막는 게 필요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경제제재 등 파장이 큰 ‘인신매매-강제노동’ 사안이다 보니 정부와 자본이 서둘러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요구와 성과

 

 

우즈베키스탄 대외노동청이 면담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울산이주민센터, 현중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는 △벌금 각서를 통한 인신매매 행위에 관한 대외노동청의 공개 사과 △벌금 각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지 △관련 소송의 전면적인 중단과 이미 낸 벌금액(소송비 포함)의 전액 반환 △한국 법률이 보장하는 파업권, 노동조합을 할 권리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전면 금지 등을 요구했다.

 

8월 27일 우즈베키스탄 국무총리실 산하 대외노동청은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 각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 벌금 각서 폐지, 2) 소송 중인 경우 소송 중단, 3) 소송 확정시 재소송 통해 벌금 환급될 수 있게 하겠다, 4) 이주노동자들의 노조가입권 및 파업권 등 한국의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 4일에는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 앞에 용기를 냈을 때, 6월부터 일어난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의 대중적 투쟁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자국 정부가 묶어둔 벌금제도를 철폐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쉽게 갖지 못했을 수 있지만, 정주노동자가 함께 나서면서 사회적 공분과 여론을 형성하고 투쟁의 요구로 내세우며 마침내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벌금 각서와 함께 계약서의 독소조항이었던 노동기본권 침해를 없앤 성과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통제조항이 이주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면서 의식 성장을 차단하고 권리를 포기하도록 길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여러 나라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와 자본은 우즈베키스탄 관할 당국에게,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당국은 부서 담당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진짜 몸통을 드러내지 못한 점은 한계다. 하지만 7월 초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불법 밥값 공제 반환에 이은 이번 벌금제도 폐지 승리는 HD이주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필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어가야 할 투쟁

 

매월 2천 달러 벌금제도는 HD현대중공업과 조선소가 인신매매 수법을 써야 노동자의 이직을 막을 수 있는 현장임을 보여준 셈이다. 인신매매와 같은 사슬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쟁취해야 한다. 차별과 착취의 현장을 바꿔야 한다.

 

특히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우회하여 조선소 자본가들이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묶어놓고 마구잡이로 착취할 수 있는 조선업 E-7-3 비자의 허들을 계속 낮춰주고 있다. 조선소 자본가들이(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직접 관장을 허용하나 것도 모자라 더 싼 값에,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쓰도록 해주다 보니 해당 비자 노동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인력수급 방식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연계하고 있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앞두고 HD는 중남미지역에 있는 페루까지 착취의 손을 뻗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업 자본가들에 의한 이주노동자 착취가 국제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인신매매, 강제노동이 우즈베키스탄 월 2천 달러 벌금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묶어두고, 사업장 이동이 자유를 제한하고, 저임금·고강도·고위험 노동을 강요하는 비자 제도들 역시 이미 ‘현대판 노예제’, ‘인신매매’, ‘강제노동’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주노동자는 ‘도구’가 아니다. 이번 승리의 바통을 이어 이러한 차별과 착취와 함께 강제노동 제도를 없애는 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6월부터 대중투쟁으로 이주노동자 투쟁을 진일보시킨 HD현대중공업 이주·정주노동자가 책임있게 이러한 방향으로 투쟁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자본에 맞서 모든 이주노동자가 노동권, 체류권, 인권을 빼앗기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단결하자.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과 착취가 없는 세상, 만국의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고 승리하자는 포부로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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