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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노동권 해체 특별법 발의, 노동개악 수위를 흥정하는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고 사회적 총파업을 조직하자!10월 20일, 민주당이 소위 초광역특구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별법은 두 종류다.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 6개월로 연장 △소득 상위 3% 노동자에 대한 법정노동시간 한도 무력화 및 연장·야간·휴일노동 한도와 가산수당 폐지를 포함한 근로기준 무력화 △외국인투자기업 파견대상 업무확대 및 파견기간 연장, 유급휴일 무급화 등 대대적 노동개악을 포함한 박상혁안, 그리고 외국인투자기업 특례를 제외한 노동개악을 포함하지 않은 최기상안이 그것이다. 물론 각급 규제적용 배제와 인허가 단축, 조세감면, 보조금 확대, 각급 부담금 감면 등 자본 특혜는 두 법안이 하등 다르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단축, 개발제한구역 개발 허용 등 기후·생태파괴 조항, 기업의 학교 설립 등 교육과정 특례 조항,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허용 등 의료 민영화 확대 조항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두 안을 병합심사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분명해진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노동개악 의지는 분명하다. 메가특구 노동특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실무협의체 5차 회의가 열리는 바로 그날, 민주당은 무더기 노동개악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대화 결과를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노동개악 입법 절차에 착수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그 수위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대화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노동개악의 폭에 관한 흥정이다. 민주당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메가특구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다양하다. 사회적 합의가 목표이니, 노동계와 재계 모두 숙의하고 양보하자. 박상혁안과 최기상안 중간에서 합의하자’ ‘재계는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자고 하고, 노동계는 2년 유지를 주장하니 3년으로 합의하자’ ‘재계는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6개월로 늘리자고 하고, 노동계는 현행 1개월 유지를 주장하니, 3-4개월 수준에서 합의하자’ ‘재계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 대상을 노동소득 상위 3%로 하자고 하고, 노동계는 제도에 반대하니, 1.5% 언저리에서 합의하자’ 등등. ‘합의’를 통한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숙의’를 통한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이 온다. 이 와중에도 양대노총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실무협의체 6차 회의를 10월 23일에서 28일로 연기했을 뿐이다. 필요한 것은 일정 연기가 아니라 전면적 방향 전환이다. 사회적 대화가 노동개악의 도구라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고 사회적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에 맞서, 자본을 위한 치외법권 구축에 맞서 노동자 민중운동의 전면적 연대투쟁을 조직하자. ‘착한 메가특구’는 없다. 필요한 것은 노동개악 수위에 관한 흥정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확대를 위한 투쟁이다. 2026년 10월 21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뉴스레터 12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앞으로!목차 ◯ 12호를 발행하며 ◯ 후원회원 인터뷰 : 최은경_교육노동자현장실천 ◯ 투쟁하는 전진 ①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인간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아낌없이 단결하자! ② A학교 투쟁 승리!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깨부수는 교육노동자 투쟁으로 나아가자! ③ 메가프로젝트·메가특구특별법 반대투쟁을 아래로부터 확대합시다 ④ 하늘에서의 194일, 이재명 정부는 간주근로제 폐지 시행령을 마련하라 ◯ 공부하는 전진 ① 정세집담회 ② 내부토론회 ◯ 함께합시다 ① 세종호텔 희망뚜벅이 ◯ 12호를 발행하며 밀려오는 노동개악에 맞서 전열을 정비하고 투쟁의 현장을 이어냅시다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파견업종 확대, 연구·개발인력 주52시간제 적용예외를 비롯해 온갖 노동권 억압조치를 망라한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이 밀려옵니다. 한쪽에서는 노동계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면서도, 10월 20일 오늘 민주당을 통해 메가특구 내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된 특별법을 발의한 이재명 정권입니다. 이제는 이재명 정부의 기만에 맞서 전열을 정비하고 현장의 투쟁을 이으며 힘을 확대할 때입니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나쁜 계약’을 거부하며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노동자 지혜복 동지는 3년에 달하는 끈질긴 투쟁 끝에 서울시교육청과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택시노동자 고영기 동지는 194일의 고공농성 끝에 땅을 밟았습니다. 목숨을 건 투쟁으로 열어낸 제도개선의 길이 공짜 노동 근절로 이어지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후원회원 뉴스레터 12호에서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최은경 동지를 만나 교육현장의 과제와 전진에 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투쟁하는 전진>에는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A학교 투쟁, 택시노동자 투쟁과 메가프로젝트·메가특별법에 맞선 투쟁 소식을 담았습니다. <공부하는 전진>에서는 정세집담회와 내부토론회를 통해 함께 벼려온 문제의식과 실천의 방향을 전합니다. 어느새 쌀쌀해진 가을, 서로의 곁을 채웁시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희망뚜벅이가 10월 31일까지의 일정을 남기고 있습니다. 청와대로 가는 해고 노동자들의 걸음에 함께해주십시오. 국적과 고용 형태의 경계를 넘어, 싸우는 노동자들이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단결합시다. 전진 활동을 지지하고 지켜봐 주시는 동지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 후원회원 인터뷰: 최은경_교육노동자현장실천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에서 활동하는 최은경입니다. 전진에서 활동하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동지들을 통해 전진을 알게 되었고, A학교 투쟁을 통해 헌신적이고 치열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Q. A학교 투쟁을 비롯해 그간 활동 과정에서 느낀 교육노동운동의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교육노동운동의 과제는 너무 많습니다. 입시 경쟁 교육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AI 광풍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그 광풍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부실한 디지털 교과서를 정식 교과서 지위에 올리려 했고, 학생과 학부모가 하던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대신 ‘교원역량개발지원제’를 통해 AI·디지털 역량 등을 포함하는 자기역량진단을 실시하고 AI가 맞춤 연수를 추천하는 체계를 수립하려고 합니다. 제가 속한 전교조를 포함한 교원단체들은 폭넓은 연대를 통한 교육공동체의 회복과 확대보다 교원들의 단기적 이해관계 대변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에서 기인하는 교사노동자들의 고통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안은 학생들을 더 많이 통제할 권리가 아니라 교육재정 확대와 교사 확충,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통한 공교육 강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교육 노동과 학생 인권을 대립시키지 말고, 교사와 학생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교육정책에 맞선 조직적 투쟁은 미약하고, 교육노동운동의 과제는 쌓여만 갑니다. A학교 투쟁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제대로 된 성교육이 실시되지 않는 가운데 학교 안에서도 끊임없이 성폭력 사안이 발생합니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이 더 상처 입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 같습니다. 보호자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교사들은 자신들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전문가가 성교육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포괄적 성평등교육과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사회적으로 깊은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교사 입장에서 본 근본적 문제로, 놀이문화 부재와 독서교육 부실이 있습니다. 동네에 뛰어놀 곳이 적고,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에 가니 같이 놀 친구들도 없습니다. 주당 3시간을 확보해야 할 체육시간도 대부분 주당 2시간만 운영하며, 안전을 이유로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고, 점심시간조차 자유 놀이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초등 저학년까지는 그림책을 읽던 아이들이 3학년이 되면 줄글책을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시기부터 아무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국어교과서는 문학 작품의 일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지 못합니다. 학생들이 미디어나 휴대폰으로 접하는 영상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에 한정되어 있어 폭넓은 어휘를 접할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개편해야 하고, 사회적인 논의도 필요합니다. Q. 전진에 바라는 점을 얘기해주십시오 전진에 바라는 점이라면, 모두 건강 잘 챙기시면서 활동하시면 좋겠습니다.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 투쟁하는 전진 ①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인간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아낌없이 단결하자! “지난 3년간의 고통과 눈물, 땀으로 만들어진 인간 폭탄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폭발했습니다. 저는 큰 자부심과 사랑을 담아, 이 폭발의 원동력이 바로 제 앞에 계신 우리 동료 노동자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성과(평가)해고제 반대로부터 터져 나온 투쟁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6월부터 시작한 투쟁은 7월 5일 1천 명 전국집회, 노조 가입으로 이어졌습니다. HD현중자본은 이주노동자가 저항하지 않는 노동력이길 기대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탐욕의 망상을 산산조각내주었습니다. 작은 승리로 3년간 빼앗긴 밥값을 돌려받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나쁜계약 철회, 차별처우 중단과 모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8월 16일 전국이주노동자 2차공동행동대회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업장 변경 금지 월 2천 달러 벌금제도’를 규탄했고 이후 인신매매-강제노동 벌금제도를 없애는 승리도 얻었습니다. 9월 13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는 버스 7대로 참여했습니다. 10월 18일 울산에서 이어진 HD현대중공업 나쁜계약 철회/임금삭감 철회/ 차별중단 3차 전국집회에서는 직접고용 뿐만 아니라 사내하청으로 입사한 이주 노동자들의 발언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주 노동자 동지들은 하청업체 사장의 폭행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불이익을 가하는 HD현대와 조선업에서 제조업으로의 업종 변경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한국 이주노동 시스템을 강력하게 규탄했습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울산이주민센터는 매주 선전물을 만들어 이주노동자를 만나고 있다. 8월 5일부터는 약 1만 명의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차별없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투쟁을 사내하청 이주노동자들로 확대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지회는 차별과 나쁜계약을 없애는 실질적 투쟁을 펼치기 위해 240명 이주노동자 조합원의 대의원을 선출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에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할 계획입니다. 나쁜 계약 전면 철회, 모든 고용 형태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전면 철폐되는 그 날까지 함께합시다. ② A학교 투쟁 승리! 가부장적 자본주의를 깨부수는 교육노동자 투쟁으로 나아가자! 지난 7월 24일, A학교 성폭력 사안을 공익 제보했다가 부당하게 전보된 것도 모자라 부당 해임까지 당한 지혜복 교사의 부당해임 관련 취소 재판이 있었습니다. 1,000일에 달하는 투쟁 끝에 법원은 부당전보 관련 재판에 이어 부당해임 재판에서도 지혜복 교사가 공익제보자임을 인정하고, 부당해임을 취소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간 교육 공동체의 성평등과 안전을 위해 함께 싸워 온 모든 동지의 승리였습니다.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은 판결 이후 열린 교섭 국면에서의 A학교 투쟁에도 함께했습니다. 판결이 있기 전 열린 투쟁 900일 맞이 이야기 마당에서는 한 연대 동지가 고영기, 지혜복 두 투쟁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그려진 머리띠를 직접 제작해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이어 7월 22일에는 A학교 투쟁 내내 최초로 지혜복 교사를 지지하는 전교조 조합원 모임 주최 집회가 열렸습니다. 긴 투쟁의 시간 동안 노동조합의 마땅한 지원 없이 홀로 묵묵히 걸어온 지혜복 교사의 곁을 같은 교육 노동자들이 계급적 단결로 채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계속된 비에도 조합원 동지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집회장을 지키며 각자의 한마디가 적힌 현수막까지 교육청 앞에 게시했습니다. 8월 6일에는 현행 교섭 과제들을 두고 연대자 총회가 열렸습니다. 강북노동자 복지관을 꽉 채운 동지들의 뜨거운 마음으로, 8대 요구안 이행을 거부하는 정근식 교육감 및 서울시 교육청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복직, 지혜복 교사가 온전히 복직해 학생들과 교문으로 들어가는 그날. A학교 교문으로 전진도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비록 정근식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이 책임지는 피해회복 지원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전보 원칙 개선 등 '제2의 A학교'를 막아낼 값진 승리를 얻었습니다. A학교 투쟁의 승리는 기대와 너무도 달랐던 우리 민주노조 운동의 모습 속에서도 지혜복 교사와 함께 서려고 했던 조합원 모임 속 교육 노동자 동지들, 늘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준 연대 시민 동지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학교 안/밖 청소년·교육 노동자 등 모두가 혐오와 차별 없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그날까지.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발걸음을 이어가겠습니다. 사진_NOOY ③ 메가프로젝트·메가특구특별법 반대투쟁을 아래로부터 확대합시다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 노동개악에 나섰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메가특구특별법을 제정해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허용업종을 확대하며,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늘리는 한편,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예외 등 대대적 노동권 후퇴를 관철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인 20일, 민주당은 메가특구 내에서의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자본에게는 반도체특별회계 설치,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기간 단축, 공장설립 규제특례,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를 비롯한 온갖 특혜를 제공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확대와 장시간 노동 강요도 모자라 노조법 2조 쟁의대상범위 축소로 노동자계급의 손발까지 묶으려 합니다. 대대적 노동개악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가 노동자계급에게 제안한 '사회적 대화'. 노동개악에 ‘합의’라는 외피를 씌워 투쟁을 무력화하려는, 속이 빤히 보이는 함정이었다는 진실만이 20일의 발의를 통해 드러냈습니다. 사회적 대화를 고려해 노동특례 조항을 제외한 법안도 추후 별도 발의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우스운 변명은, 사회적 대화를 두고 '먹을 것 없는 잔치'라 불렀던 현 노동부장관의 발언을 서늘하게 복기시킵니다. 이미 발의는 시작됐습니다. 남은 사회적 대화의 틀 내에서 가능한 것은 결국 노동개악의 범위와 정도에 대한 흥정뿐입니다. 모든 노동권 확대는 치열한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사회적 대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노동개악의 속도와 범위를 조정하는 타협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를 내건 투쟁의 조직화입니다. 얼마 전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했습니다. 노동운동, 기후·환경운동, 노동안전보건운동, 지역 주민의 싸움을 잇고 모아 메가프로젝트에 맞선 전선을 구축합시다. ④ 하늘에서의 194일, 이재명 정부는 간주근로제 폐지 시행령을 마련하라 택시노동자 고영기 동지가 ‘택시월급제 쟁취’를 내걸고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94일 만인 10월 8일 땅을 밟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10월 8일 정부, 노동계, 택시사업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택시업종 근로시간 등 노동환경 실태조사 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TF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영기 택시노동자가 194일간 0.25평 최악의 공간에서 고공농성 투쟁으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전진도 ‘시민사회단체 지원대책위’에 참여하여 함께 힘을 보태왔습니다. 근로기준법 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는 업무 특성상 사업장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간주근로제입니다. 그래서 3시간짜리 소정근로시간에 따른 기본급 명세서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전주의 한 회사는 소정근로시간 3.5시간에 기본급이 105만원이고 하루 납입해야 하는 기준금은 15만6천원이다. 기준금에 도달하려면 평균 9시간이 걸린다. 일일 5.5시간은 급여가 없는 공짜노동이다. 200만원을 벌려면 매일 12시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_최세호 택시지부장(매일노동뉴스, [고공에 희망을 ①] 고공농성 200일, 희망택시에 탑승하세요) 그러나 택시업종은 이전부터 택시 타코미터(택시의 주행 거리, 시간, 속도 및 승하차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하고 산정하는 장치)가 장착되어 1초 단위로 운행정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화되고, 현금결제가 거의 없고, 플랫폼 호출 앱 이용객의 비중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택시노동자의 근로시간을 1초 단위로 산정이 가능합니다. 택시업종 뿐만 아니라 시간강사, 방문점검원, 학습지교사 등 모두 마찬가지로 더 이상 간주근로제가 적용될 이유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58조4항에는 간주근로제 TGODDP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지만,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10월 8일 노동부 TF 발족과 실태조사는 간주근로제 폐지로 나아가는 시작입니다. 전진은 이재명 정부가 택시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더 이상 공짜노동, 임금도둑질이 허용되지 않도록 간주근로제 시행령을 제정할 것을 택시노동자들과 함께 감시해나갈 것입니다. 결사적인 투쟁의지를 보여준 고영기 동지와 택시지부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사진_신유아 ◯ 공부하는 전진 ① 정세집담회 메가특구 노동개악이 몰려오는 정세 속에,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지난 분기 동안 진행한 정세집담회를 다시 개괄해봅니다. 7월에는 7월 15일 총파업을 앞두고 원청교섭 투쟁의 지난 경과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논의했습니다. 대부분의 원청교섭 사업장에서 원청은 아예 교섭에 나오길 거부하고 있고, 교섭 창구 단일화, 교섭 단위 분리 신청, 원청 사용자성 판정 등 노동부가 설치한 이중삼중의 장벽을 이용하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청교섭을 전면에 내걸고 투쟁중인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 등 현안사업장들의 투쟁을 전국전선으로 만들어내야한다, 동희오토, 현대글로비스전주지회와 같이 원청교섭 흐름을 조직화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민주노총의 발목을 잡을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계급투쟁으로 원청교섭을 뚫어내야 한다는 등의 쟁점이 토론되었습니다. 전진에서는 원청교섭 투쟁에 나서고 있는 전국의 사업장들을 연결하기 위해 연속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원청교섭 투쟁을 진행 중인 사업장의 상황과 계획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1] 고용보장과 임금인상, 원청교섭을 통해 쟁취해야 합니다 - 현대글로비스 전주지회 이상조 지회장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2] 전국의 동지들과 굳게 연대하여 진짜 사장과 당당하게 교섭하는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배정준 부분회장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3] 다가오는 구조조정, 원청책임 부품·서열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에 나섭시다! -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김미옥 지회장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4] 원청교섭은 선택 아닌 필수! 7.15 총파업은 자본에 원청교섭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자 선전포고다! - 울산현대모비스지회 이강령 지회장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5] "원청교섭을 성사시킬 있는 힘은 법이 아니라 단결투쟁입니다" -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이상규 동지를 만나다 [원청교섭투쟁 기획인터뷰6] "한다면 한다!" 대학사업장 청소·경비·미화 노동자에게 원청교섭은 '인간다운 삶'입니다 8월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 왜 문제이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주제로 정세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미 과잉축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이윤율저하와 제국주의 경쟁 아래 정부는 자본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을 위해 막대한 물과 전기를 끌어다쓰며 노후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원전을 건설하려 합니다. 온갖 규제특례, 메가특구 신설로 노동권 예외지대를 전면화하려 합니다. 사회적 대화는 계급투쟁을 묶어두고 관리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입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에 맞서, 우리는 산업을 누가 소유하고 누구를 위해 운영할 것인가, 누가 그 발전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메가프로젝트가 형해화하는 노동권에 대한 방어는 물론, 막대한 공적 자원이 투입되는 기간산업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권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발제에서는 메가프로젝트에 맞서기 위해 ‘경영상 결정’을 통제하기 위한 민주노조 운동의 쟁의권을 행사하자, 반도체산업 원하청 연대를 구축하자, 초과이윤을 환수해 노동자민중을 위해 사용하자,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이 광범위한 연대전선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상대적 저개발로 인해 인구유출과 지역소멸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에서, 심지어 노동운동 일부가 ‘메가프로젝트 추진대사’로까지 나선 상황을 짚고, 그러나 메가프로젝트는 노동권 예외지대를 확대하고 지역의 환경·자원을 파괴하는 자본의 공세라는 점, 지역을 살리기 위한 공공산업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메가프로젝트에 맞선 계급투쟁의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 등이 토론됐습니다. 메가프로젝트, 자본을 위한 국가적 동원체제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 뉴스 |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10월 2일에는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사회적 교섭’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정세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민주노총은 9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메가특구특별법에 노동 특례를 적용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0월 7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27년만의 경사노위 복귀를 논의했으나 표결을 앞두고 성원 미달로 유예됐습니다.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조 운동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기간제 4년으로 연장, 파견업종 확대,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비정규직 노예 양산 프로젝트나 다름 없는 3대 메가 저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대정부 투쟁입니다. 몰려오는 3대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사회적 대화를 걷어치우고 투쟁의 전열을 정비하자 [성명] 침략전쟁 파병 정권!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정권!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총력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② 내부토론회 전진은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쟁점에 대한 사회주의적 관점과 강령을 세워내고, 노동운동을 계급적, 정치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8월에는 다가오는 민주노총 5기 직선제 선거에 대한 입장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정세적으로 이재명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등 반노동-친기업 정책을 확고히 하고 있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주체적으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의 하위 파트너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에서 무기력한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 사회적 교섭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서 계급대표성을 획득해가기 위한 요구와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민주노총 운동의 후퇴와 투쟁의 침체, 현장 활동가 운동의 후퇴, 계급단결 투쟁의 기반 취약이란 한계 또한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단결을 상징하는 후보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으로서 선거 투쟁을 계급적이고 변혁적 지향을 가진 단위와 함께 준비해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결과가 무엇이든 민주노총 운동을 계급적 운동으로 혁신해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9월에는 국제 정세가 극심한 미중 패권 대결, 중동전쟁의 확대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운동이 더 이상 일국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는 국제적인 혁명적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운동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과거의 진영 논리나 신개량주의가 아니라 계급단결투쟁과 헤게모니 전략에 입각하여 이행강령과 공동전선을 무기로 혁명적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전진은 이런 방향에 동의하는 각국 사회주의 조직들과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10월에는 ‘노동귀족론’에 대해 내부토론해 볼 계획입니다. 1900년대 초 제국주의의 초과이윤을 분배받는 전통적인 노동귀족론을 현재 시점에서 재검토해보려고 합니다. 풍부한 토론을 통해 그 결과를 전진의 기사나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함께합시다 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과 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뚜벅이 “지혜복 동지가 승리하는 걸 보면서 고진수는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요. 아사히 동지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란희 동지는, 지희 동지는 세종호텔 동지들은 얼마나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해고자는..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느 자리도 제 자리가 아닌 사람들. 그렇게 37년을 살았던 김진숙이 여러분들께 십시일보를 제안드립니다.”(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참가신청: https://forms.gle/hYt2GSFecAwn6Bq69 -
“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배를 만든다. 그러므로 HD현대중공업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하청업체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HD현대중공업에서 터져 나온 이주노동자 투쟁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E-7-3)의 성과차등임금제-저성과자 해고제(나쁜 계약)를 반대하는 투쟁에서 시작해 사내하청 이주노동자로 번져나가고 있다. 10월 18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보장!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는 이러한 투쟁의 확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집회였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를 중심으로 노조에 가입하거나 지회와 함께 HD현대중공업 자본과 정부의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에 맞서는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HD현대중공업 진짜 사장과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얼마나 야만적으로 차별하는지를 폭로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서울지역 연대버스와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버스를 비롯해 경기, 충북, 경북, 대구, 거제, 순천 등 전국에서 모인 약 90개 단위, 500여 대오는 대회사부터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채워진 발언에 하나같이 집중했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차민다 사회자와 발언자의 구호에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행진까지 거센 바람을 가르며 국경을 넘어 하나로 단결했다. (C)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부터 도입한 쉬운해고제 노동개악 철회 교섭 요구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올해 초 사내하청 정주, 이주노동자를 포괄하는 원청교섭 요구안을 채택했다. 그러다 HD현중 자본이 6월부터 직접고용 계약직 이주노동자부터 쉬운 해고제 - 성과차등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지회는 직접고용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포함하여 현중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대회사에 나선 오세일 지회장은 “지난 7월 5일 이곳에서 노조가입을 선언하고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그 노동자들이 이제는 HD현대중공업에 당당히 교섭을 요구하려 한다.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과 교섭하기 위해 대의원을 선출했고 교섭 요구안을 마련했다. '나쁜계약을 철회하라, 차별없이 생산직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성과금을 지급하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등 노동자로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이제 이 요구안을 갖고 당당히 HD현대중공업과 마주앉아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오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임금체불, 고용불안, 위험의 외주화, 노조탄압 등 HD현대중공업이 만든 착취와 차별은 이주노동자에게도, 정주노동자에게도 똑같다”며 HD현대중공업을 교섭자리에 끌어내지 못한 한계를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투쟁을 조직해 현대중공업을 원청교섭 자리에 끌어내고, 차별과 착취로 얼룩진 하청제도 철폐로 나아가겠다”고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선명히 밝혔다. 이주노동자가 노조하면, 탄압과 해고 지회는 여러 나라 노동자가 발언하고, 참여하는 점을 고려하여 실시간 문자 통역서비스를 13개 언어로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큐알코드를 통해 자신이 익숙한 언어를 선택해 소통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대의원으로 선출된 위제싱하 스리랑카 노동자가 HD현대중공업 자본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탈퇴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을 규탄하며, “나쁜 계약을 거부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은 사실을 폭로했다. 11월 30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직접고용 E-7-3 노동자들이 있다. E-7-3는 조선업에서만 일할 수 있고, 조선소 자본가들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추천이 있어야만 구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계약 거부는 ‘강제 추방’과 다름없다. 그는 “이 투쟁은 HD현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 공정함에 관한 더 넓은 문제!”라며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자본의 탄압은 이주노동자의 의식을 깨우고 있다. 베트남 노동자 리딘탕 대의원이 다음 투쟁사에 나섰다. 리딘탕은 성과금, 휴가비, 귀향비 차별을 규탄하며 “우리는 특별대우가 아니라 평등을 요구한다! 국적과 피부색은 달라도 존엄과 권리는 평등해야 한다!”며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단결하여 서로의 권리를 지키자”고 외쳤다. 사내하청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임금갈취 인도네시아 사내하청 노동자가 자신을 소개하자, 그동안 직접고용 스리랑카, 베트남 노동자만 접했던 이들이 반가운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노동자의 이야기는 분노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되찾기 위해 한국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집단진정을 준비하고 있다. 거의 3년 동안 우리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회사는 그동안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그것도 3년이나? 그렇다. 말 그대로 E-7-3 숙련기술 사내하청 이주노동자가 법무부가 정한 임금지급 기준(지난 3년 중소업체는 국민총소득GNI 70%)에 맞춘 근로계약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시급은 대부분 최저임금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계약 설명 없이 서명만 강요하고, 계약서도 주지 않았다. 2023년 10월에 이미 금속노조가 정의당과 국회에서 발표한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은 실상을 냈지만 정부와 자본은 당연하다는 듯 이를 방치했다. 노동조합도 대응하지 못해왔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다. 우리는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나쁜 근로계약 때문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다. 이제는 단결할 때다” 실망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번역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만 50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만 E-7-3비자 이주노동자가 2,300명 정도 있다.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 1,600명 임금 갈취에 이어 사내하청 이주노동자 임금 갈취까지 HD현대중공업에서 이주노동자는 노예란 말인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수천 명에 E-7-3 이르는 중소·하청업체 이주노동자를 대표해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던 중 하청업체 사장이 저를 때렸습니다 러시아 노동자 인준 조합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받던 중 하청업체 사장이 저를 때렸습니다” 그의 첫 이야기에 정적이 흘렀다. 모든 귀가 그에게 쏠렸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그에게 돌아온 건 “경찰 신고를 취하하지 않으면 너는 다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거다”라는 협박과 불이익이었다. “퇴직할 때는 받아야 할 돈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 상여금도 깎였고, 연차수당도 빼앗겼다” 그가 사장에게 맞기 전 있었던 일은 사내 안전신고앱에 안전 위반 사항을 접수한 거였다. 그것도 우즈베키스탄 청년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후에. 그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칠 경우를 말했다. “회사는 어떻게 합니까? 구급차를 부릅니까? 아닙니다! 의료진을 부르지도 못하게 합니다! 다친 노동자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집에서 넘어졌다고 거짓말하도록 강요합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병가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팔이 부러진 상태에서도 일합니다! 상처를 꿰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일합니다! 여기가 무슨 강제수용소입니까?” 임금차별도 심하다. “저는 이 조선소에 제 인생의 7년을 바쳤습니다! 7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연간 상여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자기들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HD현대중공업은 배에 사용되는 철판의 1밀리미터까지 꼼꼼하게 검사합니다. 볼트 하나하나의 품질까지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그런데 왜 정작 그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는 이렇게 무관심합니까? 우리는 시혜나 동정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해서 번 돈을 정당하게 받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특권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협박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일하기를 원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눈을 뜨십시오! 여러분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책임을 지십시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인준 노동자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넘쳤다. 다 같이 외친 “투쟁!”은 맞은편 HD현대 본관 건물을 흔드는 듯했다. 사업장 변경 못하는 강제노동, 조선업쿼터 E-9 “한국 정부는 2026년부터 조선업 별도 쿼터를 일반 제조업 쿼터로 통합했다. 그런데 과거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우리는 왜 여전히 일반 제조업으로 자유롭게 옮겨 갈 수 없는 것인가? 우리는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조선업 쿼터로 입국한 E-9-1 노동자들이 일반 제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업종 제한을 철폐하라!” 젊은 목소리의 이주노동자들은 또박또박 직접 쓴 피켓도 들었다. 글자 하나하나에 고통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정부는 조선산업 자본가들에게 이주노동자 인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허가제 제조업 이주노동자조차 ‘조선업 쿼터’로 묶어두었다. 이 불합리한 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되었는데, 정작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에게 직장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특정 업종에 묶여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즈베키스탄 샤흐노자 여성노동자의 연대 영상 여러 해 조선소에서 일하며 부당한 일을 겪은 샤흐노자 여성 노동자. 참다 참다 병 얻고서야 저항을 시작한 그는 정의를 통해 용기를 얻고, 이제 연대하는 노동자가 되었다. “비자 걱정, 돈 걱정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이 참았더니 제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회사는 건강마저 빼앗았다. 그래서 오늘 HD현대에서 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제발 저처럼 너무 오래 참지 마세요. 여러분이 성실하게 일했고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혼자 참고 있지 마세요. 무서워하지 말고 서로 혼자 두지 마세요. 서로 도와주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자기 권리를 지키세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말합시다”, “혼자 두지 마세요”는 노동자가 힘을 모으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명심할 말들이다. 온 마음으로 나지막이 전한 메시지는 강했다. 영상을 보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고,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단결만큼 연대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원서현노동자는 강제단속으로 사망한 유학생 고 뚜안님의 1주기 추모제(10월 25일)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질문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은 한국돈 1600만원이 항상 통장 잔액으로 있어야 하고, 한국어 토픽은 4급이상, 성적 80점 이상 등이 유지되어야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는”현실을 비판하며 10월 25일 1주기 투쟁에도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강지회 라지즈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여권 압수 등 극심한 통제에 노동조합에 가입했더니 재계약 거부를 자행하는 자본을 규탄했다. 아울러 “비자 제도와 재계약을 무기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탄압할 수 있게 만든 제도가 문제”라고 꼬집으며,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금속노조로 단결하여 제대로 된 이주제도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 제임스 워릭덕스 해고노동자는 워릭덕스와 HD현대중공업의 탄압이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다. “문제는 같은 시스템이다. 사측은 우리의 임금을 떼먹고, 병가를 거부한다. 소리를 지르고, 위협하고,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한다” 그는 10월 24일 워릭덕스 집회도 안내하면서 “부당해고 철회하라!”를 힘차게 외쳤다. 마지막으로 이주노조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만든 울산에서 40여 년 후에 이주노동자들이 일어서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 만국의 노동자 단결을 여기에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사내하청으로, 정주-이주노동자로, 전국으로 정문에서 서부문으로 거쳐 돌아오며 참가자들의 구호 소리는 더 커졌다. 프리 잡 체인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나쁜계약 철회하라! 차별처우 중단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권리찾기네크워크가 주최하고,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가 주관한 3차 대회는 3개월만에 사내하청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본과 정부를 규탄하면서 단결 투쟁이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투쟁을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도 더 확대할 때 거대한 자본이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투쟁이, 무권리 상태에 있는 전국에 이주노동자의 투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자”는 제안과 화답을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가자. [참고] 이 링크를 통해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보장!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투쟁 승리! 전국이주노동자 제3차 공동행동대회’의 발언을 13개 언어로 볼 수 있다. -
[번역] 프랑스 고등학생 봉기가 마크롱의 임기 말을 뒤흔든다프랑스에서 이어지는 학생운동에 대한 국가의 탄압은 투쟁에 나선 학생들을 고립시키지 못했다. 학생들의 투쟁은 세력을 넓히면서 학교 사이의 사회적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 정부를 물러서게 만드는 힘을 모으려면 학생과 노동자 사이에 더 구체적인 동맹을 건설해야 한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선거만이 프랑스 정치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처럼 보이던 시점에, 고등학생들의 봉기가 사회적 투쟁을 다시 전면으로 끌어냈다. 조용히 학업을 이어가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였던 파리 교외 노동자계급 밀집지역 고등학교의 청년세대가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스스로 행동의 시간표를 정했다. 이번 투쟁이 폭발한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프랑스의 학교들이 학생들을 사회적 지위에 따라 걸러내는 ‘사회적 선별’, 미래에 대한 불안, 교육의 쇠퇴가 그것이다. 여기에 특수한 정세가 맞물렸다. 바로 마크롱의 임기가 거의 끝났다는 점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공격과 위기 끝에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의 권위가 또다시 도전받고 있다. 정치 세력들이 선거운동을 준비하는 사이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외치며 무대에 뛰어들었다. 교원노조 SE-UNSA의 엘리자베트 알랭모레노 사무총장이 지적하듯, “10년 동안 이어진 에마뉘엘 마크롱의 교육정책을 떠올리면 학생들의 분노는 예견된 일이었다. 오히려 왜 더 일찍 터져 나오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45만 명 넘는 사람이 거리로 나선 10월 6일은 중요한 전진을 보여 준다. 국가의 탄압과 언론의 선동이 학생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운동을 고립시키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날은 오히려 대학생, 학부모, 교사, 조합원들이 고등학생들과 함께 투쟁에 나섰다. 요구가 확대되고 새로운 지지가 생겨나면서, 투쟁을 범죄화하려던 시도는 좌절되었다. 입소스(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 62%가 이 운동이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지지가 광범위해지는 과정에는 특히 진보적인 요소도 있다. 노동자계급 밀집지역 또래들이 겪는 불평등에 대항하여 파리의 특권층 학교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앙리 4세 고등학교 학생들은 “생드니에도 파리와 똑같은 공립학교를 달라”고 외쳤다. 파리의 사립학교인 마시용 고등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이야기하면서 생드니 폴 엘뤼아르 고등학교와 연대를 표명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런 행동은 학생들 사이의 경쟁, 좋은 학습 환경을 누리는 학생들과 그것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 학생들 사이의 분할에 맞선다. 요컨대 이 봉기는 교육 시스템이 세운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걸음은 더욱 굳건해져야 한다. 최근에 나서기 시작한 대학생들이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봉쇄를 확대하고, 대규모 총회를 조직하고, 잇따른 학교 폐쇄에 맞서 고등학생들이 모임과 조정 기구를 꾸릴 수 있도록 대학을 개방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가진 경험과 공간은 이번 투쟁을 촉발한 사람들이자 여전히 탄압에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든든한 거점이 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참여도 더 깊어져야 한다. 연대는 근본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탄압과 공격에 맞서서 공동전선을 건설하기 위해 작업장 내 집단 행동과 파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조직이 10월 6일 행동의 날을 지지했음에도, 10월 5일 노조 연대체가 전체 산업 공동행동 일자를 11월 5일로 정한 것은 고등학생 운동과 10월 17일 시위를 건너뛰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고등학생들과의 연대가 시급하다고 느끼는 모든 조합원은 자신의 노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10월 17일 행동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분노를 하나로 모으고 방학 중에도 투쟁이 이어질 수 있게 할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 측에서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경찰의 대응을 두둔하는 동시에 모호한 약속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 6일 르코르뉘는 고등학교를 단계적으로 다시 열고 반나절의 토론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봉쇄와 거리 시위를 끝내고 교장이 감독하는 제도적 절차의 틀 안에서 교실로 논의를 옮겨 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려 하며, 그들이 정한 속도를 강요하고 시간을 벌어 학생들의 투쟁 동력을 떨어뜨리려 한다. 정부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러 고등학생 그룹이 봉쇄를 이어갈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가 다시 열리는 기회를 활용해 스스로 조직하고, 요구를 토론하고, 대표를 선출하고, 학교와 학교를 연결할 수 있다. 이 같은 총회와 조정기구를 세우는 것은 고등학생들이 투쟁을 이어가고 모든 협상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한 핵심이다. 대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량과 조직력을 공동의 운동을 위해 내놓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10월 6일은 노동자계급 밀집지역 청년들이 만든 균열을 더 크게 벌렸다. 이제 운동은 지속성과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총회, 위임받은 대표, 고등학교 및 대학 간의 조정, 연대의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필요하다. 6일 저녁 마크롱이 몇몇 장관들과 회의를 소집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봉기 앞에서 정부가 느끼는 불안을 보여 준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 공세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의 힘과 노동자의 힘을 결합하고, 투쟁을 확장하고, 정부와 그들의 공격을 물리치는 사회적 대결을 만들어야 한다. 2026년 10월 8일 LeftVoice에 게재된 글을 번역함 글쓴이: Juan Chingo 번역: 강성윤 -
[성명] 민주노총의 노동자연대 연대 중단,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9월 21일 철도자회사 공동투쟁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동자연대의 집회 참여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했다. 노동자연대는 민주노총의 연대 중단 방침을 알면서도 깃발을 들고 철도노조 주최 집회에 참여했고, 전진 소속 활동가들은 이에 항의하며 깃발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이를 거부했고, 항의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후 노동자연대는 항의한 활동가들을 ‘집회 방해’ 세력으로 비난하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분명히 말한다.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노동자연대가 오랜 기간 성폭력 피해자와 조력자에게 행한 조직적 2차 가해, 그리고 이에 대한 하등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가해를 반복하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노동자연대의 행위 그 자체에 있다.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의 인신공격하며 내밀한 사생활을 유포했고,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자신들을 중상모략한다며 비난했으며, 피해자를 비방하는 가해자의 글을 조직 입장으로 게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가해자의 글을 공식 입장으로 게재한 채 피해자에게 소위 ‘진상조사’를 제안하고,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에게 조직을 와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취급했다. 대체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입장을 조직 입장이라고 내걸며 자신을 공격하는 조직의 조사에 응할 수 있단 말인가. 다수 운동진영의 비판과 항의에도,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는커녕 관련 글들을 대거 삭제하며 자신이 자행한 2차 가해의 부끄러운 기록을 지우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진정 부끄러운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도 없이 가해 행위를 거듭하며 조직보위에 골몰하는 행위 그 자체임을, 노동자연대는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2020년 이후 노동자연대와 연대를 중단한 이유 역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반복적 2차 가해 중단과, 노동자연대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노동자연대는 이 방침마저 ‘좌파에 대한 탄압’이라고 호도하나, 이는 민주노총 결정에 대한 철저한 왜곡이다. 민주노총의 결정은 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운동사회의 자정 노력으로 만든 최소한의 기준이다. 노동자연대는 법원이 성폭력 2차 가해를 모두 부인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연대가 피해자와 조력자를 괴롭히고 입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조차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과 2차 가해가 있었다고 분명히 적시한다. 이렇듯 소송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히고도, 그 소송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조차 호도하는 노동자연대의 왜곡은 끝 간 데가 없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민주노총 집회에 안전하게 참여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노동자연대가 민주노총 집회에 조직 깃발을 들고 참여하고, 깃발 게양을 중단하라는 활동가들의 요구를 ‘집회 방해’라고 호도하는 상황은 민주노총의 연대 중단 방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지난 9월 21일 집회에서도 철도노조의 책임 있는 대응은 없었고, 이후 조치 역시 들려오지 않는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는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중단 방침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그 취지를 현장에 이행하여 조직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성폭력 없는 민주노조운동을 위한 정당한 방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은 오늘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하며, 성평등한 민주노조운동을 지연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공간에서 성폭력과 2차 가해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현장노동자들과 단위노조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서는 조직적 힘을 형성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노총의 노동자연대 연대 중단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를, 성폭력과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해야 한다. 운동사회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고통은 물론 그 자체가 노동자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자의 단결은 성폭력과 2차 가해를 묵인하거나 그에 대한 책임을 덮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단결은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을 통해서만 확대될 수 있다. 노동자연대가 사과할 때까지 노동자연대와의 연대를 중단한다는 민주노총 방침이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공간에서 책임 있게 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 책임 있는 집행을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한다. 노동자연대 역시 하루빨리 사과하고 반성하며, 피해자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위해 노동자투쟁에 적극 연대하며,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성차별을 추방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실천을 조직할 것이다. 노동자연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2026년 10월 16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번역] 프랑스 고교생 봉기, 청년들의 노란조끼 운동인가?노동자계급 밀집지역 학교들에서 시작된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투쟁이 한 세대 전체의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대학생 운동과 무엇보다 노동운동 안에서 적극적인 동맹을 찾아낼 수 있는지에 따라 이 운동의 영향력이 결정될 것이다. 사진: AFP 소박해 보이는 요구가 폭발적인 힘을 가질 때가 있다. 그 요구 안에 수많은 경험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를 충원하라, 교실을 제대로 관리하라,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라, 합리적인 시간표를 보장하라. 이런 요구는 한 학교만의 갈등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요구가 학교에서 학교로 번지고, 요구를 내건 이들이 지금껏 만난 적 없는 다른 청소년들의 분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국가가 잔혹한 탄압으로 대응하자, 투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한 세대가 자신들에게 강요된 열악한 삶의 조건과 미래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고등학생들의 봉기는 한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투쟁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 운동에 완성된 강령이 존재한다고 여기거나 운동의 결말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운동의 초기 역학은 당면 요구, 불평등에 대한 생생한 경험, 기존 질서에 대한 (아직까지는 산발적인) 문제 제기를 하나로 묶어 내고 있다. 운동의 정치적 힘은 바로 이 결합에서 나온다. 노란조끼 운동과 비교하면 이런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운동이 같은 사회적 쟁점을 다루고 있어서도 아니고, 2018년 11월 17일에 시작된 흐름이 그대로 되풀이되려 하기 때문도 아니다. 둘을 비교하면 공통의 확산 원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물질적 쟁점을 둘러싸고 아래로부터 시작된 저항이 그동안 어떤 조직도 묶어 내지 못했던 불만을 표출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부가 주도권을 쥘 때 파리 교외의 취약 지역 고등학교들에서 투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 윌리스 라바테가 지적하듯, 이번 투쟁은 운동이 처음 시작된 센생드니와 발드마른의 학교들이 겪는 “특수한 불평등의 경험”을 가시화했다. 이곳의 청소년들은 관리 대상인 문제아 취급받으면서 국가 인종주의에 시달려 왔는데, 이들이 교육을 위한 투쟁의 주체로 등장했다. 스스로 행동할 능력이 없다고 여겨져 온 공동체에서 정치적 주도권이 나타난 것이다. 분노의 핵심은 ‘평등’이라는 약속과 물질적 조건이라는 현실 사이의 충돌이다. 어떤 학교에는 교사가 부족하고 건물은 낡아가며 학생을 지원할 자원도 모자라는데, 모든 청소년에게 똑같은 학업 노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학습 환경이 이토록 불평등한데 어떻게 실패를 개인의 행동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 문제는 한 학교의 울타리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는 노동자계급 가정 아이들이 계층 상승이라는 약속과 약속의 실현을 막는 장벽 사이의 모순을 체감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이 모순이 더 이상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집단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할 때, 개인의 실패처럼 보였던 것이 실은 함께 겪는 부정의였음이 드러난다. 라바테는 이 청소년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들이 쓰는 말과 옷차림, 말하자면 동네의 코드가 이번 투쟁의 미학을 만들어 낸다.” 문화적 코드, 표현 방식, 소셜 미디어가 모두 투쟁의 자원이 된다. 자기 동네에 대한 강한 소속감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목소리 낼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런 맥락에서, 운동이 도심 학교들로 확산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9월 29일 보르도, 9월 30일 렌, 10월 1일 파리가 그렇다. 운동 초기의 모습을 보면 노동계급 밀집지역 청소년들과의 연대, 국가의 탄압에 대한 거부가 고등학교들 간의 사회적 차이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가는 이번 투쟁과 그 방식을 사회 전반과 동떨어진 존재처럼 묘사되는 노동자계급 밀집지역 청소년들만의 문제로 국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 문제를 넘어서는 불만 맞서 싸울 단일한 개혁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운동은 다른 주요 청년 투쟁과 구별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학교 일과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 학습 환경 문제 등 공통 요구도 있지만 요구의 조합은 학교마다 서로 다르다. 이런 다양성은 투쟁을 하나로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청소년이 저마다 운동에 함께할 이유를 찾게 해 준다. 이는 노란조끼 운동의 경험과도 닮아 있다. 당시에 제기된 다양한 요구는 기존의 경로로 더 이상 해결되지 않는 불만이 쌓여 있음을 보여 주었다. 최근 며칠 동안 각 학교는 저마다의 구체적인 문제 때문에 투쟁에 합류했지만, 봉쇄 규모를 보면 공통 조건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교사 부족은 공공 서비스의 방치를, 시간표와 규율은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처지를, 학업 선발 과정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2018년과 마찬가지로 투쟁은 지금까지 따로따로 경험하던 문제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요구는 삶의 조건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10월 1일 목요일자 『르몽드』가 전한 증언들은 이렇게 시야가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기사는 이렇게 전한다. “릴의 페데르브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11학년 학생은 학교 옆 도로 한가운데에서 대형 쓰레기통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본다. ‘악화되는 학습 환경, 과밀 학급, 보수가 필요한 건물’ 문제가 당연히 가장 먼저 제기된다. 그러나 곧이어 또 다른 불안이 드러난다. 이제 열일곱 살이 되는 파니는 일상을 짓누르는 걱정들을 하나하나 꼽는다. ‘기후 재난, 모든 일자리를 빼앗아 갈 AI, 국민연합이 선거에서 이길 위험…’ 그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일하시고 넉넉히 버시니 꽤 특권층인 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몇몇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여러 봉쇄 현장이 팔레스타인을 향한 지지를 강하게 표출한다. 9월 25일에 등장한 한 피켓에는 “그들은 나라를 재무장시키고, 우리 미래를 무장해제시킨다”라고 적혀 있었다. 노동자계급 밀집지역의 청년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유가 인상 반대 시위도 10월 17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제 많은 고등학생이 이 시위를 이야기한다. 이런 사례들은, 학교와 관련된 요구가 학생들의 분노를 이끄는 동력임은 분명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청년층 곳곳에 불안이 깊이 퍼져 있다. 이번 봉기의 특수성은 이러한 긴장에 있을 수 있다. 즉, 청소년들은 존엄을 지키며 공부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동시에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된다는 생각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는 이 모순이 집약되는 곳이다. 청소년들의 미래가 일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의 노력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마크롱의 약속은 신뢰를 크게 잃었다. 최근 몇 년간 신자유주의가 특히 노동자계급 밀집지역 청소년들에게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요소를 감안하면 저항이 왜 이토록 격렬한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운동의 정치적 급진성을 고정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제도에 대한 기대, 지역적 요구, 서로 모순되는 생각과 분노는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운동의 향방은 권력의 대응, 다른 피착취·피억압 부문과의 연계, 운동이 쌓아 갈 집단적 경험에 달려 있을 것이다. 탄압은 대립을 격화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10월 1일 하루에만 1,949명을 체포한 경찰의 대규모 폭력 진압은 새로운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교육 불평등에 더해서, 이에 맞서는 민중에 대한 국가 탄압이 자행된 것이다. 학교 앞에서 벌어진 폭력 진압, 체포, 부상당한 학생들에 대한 증언은 투쟁에 나선 이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투쟁할 권리를 지키는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탄압의 당면 목표는 시위대를 흩어 놓고 겁주고 참여 의지를 꺾는 것이지만, 탄압은 정치적 기능도 수행한다. 논쟁의 초점을 시위대의 행동 문제로 돌리는 것이다. 정부는 늘 그랬듯 교육의 쇠퇴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하는 대신, 이제 투쟁에 나선 이들에게 그들의 방식을 해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세바스티앵 르코르뉘가 퍼뜨린 ‘염산 공격’ 가짜 뉴스에서 보듯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이용한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나 ‘극좌’가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비난도 같은 전략의 일부다. 이런 비난은 10대들이 자기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능력이 있음에도 투쟁에 나서기로 스스로 결정할 능력은 없다고 전제한다. 이 논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깎아내리고 사회적 갈등을 정부와 반대 세력 사이의 다툼으로 바꿔 놓는다. 위협이 효과를 발휘하고 탄압이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특히 참여자들이 고립될 때 그렇다. 하지만 탄압은 오히려 연대를 강화하고 학교와 관련된 요구를 민주적 권리를 둘러싼 대결로 바꿀 수도 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투쟁이 ‘정당하다’고 인정받는 학생들과, 탄압자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탄압할 수 있는 노동계급 밀집지역 청소년 혹은 ‘폭도’들 사이에 분열이 뿌리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쟁에 나선 고등학생들을 위한 방어 조치는 모든 학교로 확대되어야 하며, 시위가 끝난 뒤에도 가족들을 지원하고,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징계를 공개적·집단적으로 규탄하는 방식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운동을 꺾기 위한 수백 개의 학교 폐쇄 역시 맞서 싸워야 할 또 다른 형태의 탄압이다. 고네스 르네 카생 고등학교 교사들의 사례에서 보듯,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거부함으로써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에게서 손 떼라!” 대학생 운동이 응답해야 한다 이번 운동과 노란조끼 운동은 닮은 점이 있지만 중요한 차이도 있다. 고등학생 투쟁의 자율적 성격이 곧 정치세력의 개입 자체에 대한 적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윌리스 라바테는 이번 투쟁이 일부 정치인들을 유용한 동맹자로 환영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LFI 소속 하원의원 루이 부아야르나 생드니 시장 발리 바가요코가 그렇고, 아나스 카집, 엘사 마르셀, 생타볼드의 크리스티앙 포르타 등 ‘연속혁명’(Révolution Permanente)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개방성은 동맹을 찾으려는 바람을 반영한 것일 수 있으며, 교사들의 지지에 학생들이 호응하는 모습도 이를 보여 준다. 이제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 지지를 확장해야 한다. 생드니 거리에서 폴 엘뤼아르 고등학교 학생들과 파리 8대학 학생들이 만나 환호하던 장면이 그 첫걸음이다. 대학을 멈추고 고등학생들과 함께하자는 렌 2대학의 호소, 파리 시테대학과 파리 1대학 라샤펠 캠퍼스에서의 유사한 움직임 등 대학생 투쟁의 초기 신호도 드러난다. 더 나아가 대학생들이 참여하면 경험을 나누고, 모일 공간을 제공하고, 총회와 민주적 조정을 통해 고등학생들과 함께 조직적 수단을 발전시킬 수 있다. 정치조직과 노동조합은 ‘르 푸앵 르베’(Le Poing Levé, ‘치켜든 주먹’)의 경우처럼 이런 수단을 갖추도록 돕고 그 방향에 부합하는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운동의 지지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또 하나의 쟁점은 노동운동이다. 10월 1일 르아브르의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은 프랑수아 1세 고등학교 앞에서 경찰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 띠를 만들었다. 이 모습은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동맹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따라서 이 행동은 지역적 의미를 넘어 전략적 전망을 제시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청소년들에 대한 방어를 자기 임무의 일부로 여길 때, 청소년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 연대에는 물질적 토대도 있다. 노동자계급 가정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교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공유된 자원, 인력 수준, 예산 결정에 달려 있다. 폴 엘뤼아르 고등학교에서 이 인간 띠를 처음 시작한 교사와 교육보조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고발하는 문제를 직접 겪어서 안다. 부모들은 고용, 주거, 공공서비스 문제와 함께 무너져 가는 학교 체계의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그러나 공통의 토대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동의 투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대가 투쟁을 전진시키려면 학교와 대학 바깥에서의 실질적인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공동 총회, 다른 부문 노동조합과의 연계, 집단적으로 결정한 행동이 필요하다. 경찰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것에서 더 지속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 대표단을 꾸려서, 이를테면 10월 5일부터 행동주간을 열자는 푸앵 르베의 호소, 10월 6일 고등학생·대학생 시위를 조직하려는 여러 청년단체의 계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할 수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최초고용계약(CPE) 반대투쟁은 중요한 선례다. 당시 고등학생·대학생들의 투쟁, 총회 및 학생 조정기구는 파업과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이 참여하면서 힘의 균형을 만들어 냈고, 결국 빌팽 정부가 해당 조치를 철회하게 만들었다. 이 경험은 청년들의 봉기가 노동운동 안에서 적극적인 호응을 얻을 때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 준다. 10월 1일 릴의 페데르브 고등학교 정문에는 “우리를 엿 먹이면 68년 5월로 갚아 주겠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도전장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전망을 제시한다. 그것은 청년들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힘과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게다가 청년들의 주도적인 행동은 최근 몇 년간 패배를 겪었거나 투쟁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부문들에 자신감을 되찾아 줄 수 있다. 힘의 분출에서 반격하는 조직으로 이 운동은 처음부터 분명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프랑스 전역은 물론 벨기에까지 자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운동을 가두어 두기가 어렵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봉쇄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연결망만으로는 수백 개 학교를 조율하고, 공동의 요구를 발전시키고, 공세로 나아갈 계획을 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소셜 미디어는 경험을 빠르게 공유하게 해 주지만 토론과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조직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총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조정기구는 각 고등학교의 구체적인 요구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예컨대 교육자원 확충, 파르쿠르쉽(Parcoursup, 프랑스 대학 입학 플랫폼) 폐지, 탄압에 맞선 투쟁 같은 공동의 요구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연속혁명과 르푸앵르베의 혁명적 활동가들, 이들을 지지하는 모든 동지들의 과제는 구체적 거점에서부터 이 전망을 실현하는 것이다. 학생, 교육노동자, 다른 부문 노동자들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본보기가 될 만한 실천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고등학교들에 번지고 있는 분노가 조직과 지속적인 연대로 바뀔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새로운 계층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가 핵심 물음이다. 학교 정문 앞에 늘어선 노동자들의 인간 띠가 전략적 전망을 보여 준다. 즉, 청소년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교육, 부모들의 노동조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정책에 맞선 공동 투쟁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제는 처음 맺은 연대를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조직된 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2026년 10월 2일 LeftVoice에 게재된 글을 번역함 글쓴이: Juan Chingo 번역: 강성윤 -
“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와 일강 이주노동자의 연대10월 4일 금속노조는 전북지부 일강지회 노조탄압과 이주노동자 조합원 부당해고를 막기 위한 ‘이주노동자 부당노동행위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제도 개선!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울산지역 동지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과 함께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현대중공업지부와 전북지부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는 전북지역 금속노동자와 지역활동가뿐 아니라 이주노동조합, 성서공단지회와 사람이왔다 소속 동지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국적으로는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한국 노동자 등이 한데 모였다. 주 80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과 강압적 통제, 반복된 산업재해를 견디다 못해 노동자들이 김제지평선일반산업단지 내에서 처음으로 금속노조 깃발을 꽂자, 자본은 복수노조를 활용해 민주노조를 공격했다. 그리고는 민주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둔갑시켜 재계약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해고하고 있다. 지회 농성과 지역집회 등 투쟁에도 불구하고 일강 자본은 ‘금속노조 위원장이 와야 만나주겠다’며 뻔뻔하게 노동삼권을 유린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적용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재계약과 비자는 삶의 문제다. 일강 이주노동자의 일할 권리와 노조할 권리를 지키고자 연대한 노동자들은 “표적해고 철회하고 이주인권 보장하라”고 힘차게 외치며 집회와 행진, 음식이 있는 문화제를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 현장에 일강 투쟁을 알리며 참여한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이번 집회를 통해 연대의 소중함을 배웠다. 이주노동자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정부24 외국인서비스’ 홈페이지에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을 동등하게 적용한다고 안내한다.[1]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며, 그렇기에 이주노동자는 사용주가 시키는 대로 꼼짝없이 일해야 한다. 이렇듯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는 일종의 강제노동제도다. 일강 자본은 이러한 차별 구조 아래 이주노동자를 실컷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더 가혹히 착취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평가 대상’으로 취급했다. 이주노동자가 정주노동자와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단결권을 행사하자, 일강 자본은 재계약 심사·평가제도를 통해 2026년 5월부터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을 모두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삼권을 보장한다는 한국 법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강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삼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았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싱할라어·베트남어·태국어로 제공한 자료를 통해 일강지회 상황을 접했다. 같은 처지였다. 일강도 HD현중도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HD현중 자본은 이주노동자의 저항과 노동조합 가입을 막고 ‘집에 보내 버린다’며 노동조합 탈퇴를 협박한다. ‘나쁜 계약’의 핵심은 평가해고제다. HD현대중공업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시키는 일은 전부 해내야 하는 기계이자 ‘평가 대상’으로 취급하며 임금을 차별했고, ‘쉬운 해고’를 강제 도입했다. 아직 평가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같은 탄압이 벌어지는 일강에서는 이미 표적해고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중사내하청지회가 예산 등의 여건으로 버스 신청을 일찍 마감하였는데도 이주노동자들은 전날까지 연대버스를 탈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연대집회에 참여한 비조합원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지부사내하청지회 일강 연대투쟁 조합원 선전물 함께 싸운다는 마음으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자본이 자행한 탄압에도 분노했다. 특히 고국에 있는 아내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이주노동자가 신청한 연차휴가마저 일강 자본이 ‘일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사장은 사람도 아니다”, “사장은 나쁘다”, “사장 아내가 죽었어도 그럴 것이냐.” 일강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연대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니 힘차게 연대하자”, “일강지회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이제 함께 힘을 모아 투쟁에 승리하기를 바란다”, “모든 노동자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노동조합과 함께 일강 노동자들이 겪는 불의에 맞서 함께 싸우자.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등을 말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프리 잡 체인지’ 노래를 배우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김제에 도착하자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붉은 머리띠를 이마에 묶었다. 지회가 노조 가입 당시 나눠준 머리띠를 저마다 챙겨온 것이다. 집회 장소는 공단 한복판에 있는 공원 옆이었다. 공원 맞은편에는 일강 공장이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회의 농성장을 찾았다. 공장 안 화장실을 이용하며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어느 나라 이주노동자들이 있는지, 왜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지를 물으며 집회를 준비했다. 일강지회 농성장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집회는 양범식 금속노조 전북지부 미조직전략부장 동지의 사회로 시작했다. 공단에 울려 퍼지는 노동자들의 함성은 그날 가을 햇살보다 뜨거웠다. 금속노조 김형수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피해자로서, 을로서 모인 게 아니라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국가를 넘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집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주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사측이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이주노동자도 노조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일강지회 조합원 라지즈는 “그동안 우리는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 연차 사용 제한 등 수많은 문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노조에 가입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름 없는 존재로 취급되던 우리가 이제는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노동시간도 준수되며 임금 또한 크게 인상되었다”며 노동조합이 만든 변화를 증언했다. 이어 일강 자본의 탄압을 규탄하면서 “일강지회 투쟁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싸움이다. 회사가 비자 연장과 재계약이라는 무기를 쥐고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부당한 구조를 깨뜨리자. 우리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인간다운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만 바꿀 수 있다”고 단결 투쟁을 강조했다. 대오는 행진하며 사회자가 선창하는 구호를 열심히 외쳤다. “표적해고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나쁜계약 분쇄하고 이주인권 쟁취하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노예가 아니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이내 대오가 일강 공장 정문에 도열했다. 대오가 내지른 함성은 우렁찼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HD현중 이주노동자들은 행진 중간에 노래가 나올 때도 이따금 구호를 외쳤다. “재계약을 보장하라!” 힘이 넘쳤다. 행진을 마치고는 성서공단지회의 몸짓에 맞춰 모두가 ‘프리 잡 체인지’를 온몸으로 노래했다. 사진: 사람이 왔다 각국 음식을 나누며 진행된 문화제에서 여러 이주노동자의 발언과 노래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 파산은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매우 아팠다. 자신들이 겪은 부당한 처우에 맞서 노동조합과 함께 싸웠다는 이유로 이들을 해고하려는 건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짚었다. HD현대중공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자는 세계 어디에 있든 민족과 종교, 피부색으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일강지회 노동자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베트남에서 온 성서공단지회 노동자 원서현은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을 때,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싶어 회사에 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두 가지 선택만을 제시했다.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사업장을 옮겨라.”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차별과 착취의 일터는 그를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서게 했다. “노동조합은 단순히 임금을 올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다.” 그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라서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은 모습과 언어도, 부르는 노래도 달랐지만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하나가 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샤킬의 마지막 발언은 이날 집회와 단결의 의미를 선명히 제시해주었다. “일강지회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현장에서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땀 흘리고, 똑같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리도 똑같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들어왔다. 일강지회 이주노동자 조합원들도 도움만 받는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조합원이 되고 싶다. 차별 없는 현장! 이주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로! 노동자의 권리는 국적보다 강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여 투쟁하라!” 일강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자본과 정부의 노동권 탄압에 맞서며 ‘투쟁하는 노동자’로 일어섰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일강지회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며 노동자계급으로서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 수많은 일터에서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있음에도, 이주노동자와의 단결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미흡한 오늘날의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자. 민주노조운동은 일강 공장이 소재한 공단 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현장과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추동해야 한다. 울산으로 돌아오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이주노동자들은 일강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연대하자고 결의했다. “우리는 언제나 일강 노동자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겠다”, “연대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 “우리는 일강 노동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투쟁!” 일강지회 샤킬 노동자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단결은 국적이라는 장벽보다 강하다. 차별 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자. 참가자들은 금속노조 결의대회 현수막에 일강 투쟁 응원 메시지를 빼곡히 적었다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 본문 각주 번호: 작게, 우상단으로 */ .footnote-ref { font-size: 0.7em; vertical-align: super; line-height: 0;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각주] [1]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고용주가 합법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근로자는 인권 보호를 기반으로 내국인과 동등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
[번역] 프랑스: 고등학생·공공부문 노조·소방관들이 학교 봉쇄 투쟁으로 결집하다더 나은 교육환경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시위로 시작된 투쟁이 노란 조끼 운동 이후 볼 수 없었던 대중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학생, 교육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과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미래에 맞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 프랑스에서 고등학생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9월 29일 화요일에는 300곳이 넘는 학교에서, 10월 2일 금요일에는 500곳이 넘는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다. 전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악화하는 교육환경과 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으며, 운동 시작 이래 이어지는 경찰의 강경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후 학생들은 교사, 소방관, 의료노동자 및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마크롱 정부의 긴축정책에 맞서고 있다. 이들이 직면한 조건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세계에서 성장하는 청년들 앞에 놓인 것은 과밀 학급, 자원 부족, 악화하는 공공서비스, 그리고 불안정한 미래이다. 9월 21일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투쟁은 빠르게 파리를 아우르는 중심 지역인 일드프랑스로 퍼져 나갔다. 노동자 밀집지역 학생들은 자신들이 겪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정부의 광범위한 예산 삭감과 공공서비스 공격의 결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위는 파리, 릴,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등 13개가 넘는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400곳이 넘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확대되는 학생운동 운동이 성장하면서 극도로 인기 없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폭넓어지고 있다. 이번 투쟁은 마크롱 정부에, 또한 노동자와 청년들이 교육·의료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삭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정부의 발상에 도전한다. 학생들이 겪는 “용납할 수 없는 교육환경”에는 교사 부족(일부 지역은 교사 한 명이 35명의 학생을 맡는 수준에 이른다), 제대로 된 책상과 의자의 부족,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빠듯한 하루 10시간의 학교 일과, 학교 안의 쥐와 바퀴벌레, 그리고 섭씨 35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교실 등이 포함된다. 청소년들은 영리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조건과 마크롱 정부의 위선적이고 반동적인 정책 사이의 연관을 파악하고 있다. 학생들은 정부가 학교 개선보다 히잡과 아바야 같은 전통적인 무슬림 복장을 범죄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확대되는 군사화와, 학교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경찰 예산을 늘리겠다는 정부 결정을 규탄한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파시즘에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선별” 법령과 등록금 인상에 맞서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강화되는 정부의 탄압 정부는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인 생드니에서 대규모 경찰 탄압으로 대응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에 중무장한 병력을 동원했고, 최루가스를 사용하며 체포와 구타를 자행했다. 경찰은 고작 14세에 불과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곤봉과 최루가스, 고무탄 발사기를 사용하여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한 청소년은 근거리에서 발사된 최루탄에 맞아 치아 여러 개를 잃었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비살상” 진압무기에 맞아 한쪽 눈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체포된 사람은 약 2,000명에 이른다. 9월 30일 하루에만 625명의 학생이 체포됐다. 다음 날 법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36명의 검사장을 소집해 운동을 꺾을 방안을 논의하며, 학생들에 대한 체포와 기소를 정당화했다. 정부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본보기로 삼아 겁주려 한다. 이는 2023년 알제리계 17세 청년 나엘이 경찰에 살해된 뒤, 경찰 폭력에 맞서 정의를 요구하며 일어난 운동이 당한 인종차별적 탄압을 떠올리게 한다. 학생·교육노동자·노동자들의 연대 9월 29일 학교 봉쇄 투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단결이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마크롱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 학생들은 교육노동자, 소방관, 의료노동자 및 다른 공무원들과 함께 놀라운 연대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학생들의 요구는 파업에 나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와 맞닿아 있었다. 소방관들은 갈수록 심각한 화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원 부족과 악화하는 노동조건에 항의했다. 의료노동자들은 수년간 이어진 예산 삭감과 인력 부족, 공공병원의 노후화를 규탄했다. 여러 학교에서는 교사와 교육노동자들이 학교 봉쇄 투쟁에 동참하여 학생들을 경찰의 탄압으로부터 방어했다. 이는 학생들의 투쟁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서로를 강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투쟁들이 하나로 결집하면서 정부의 예산안과 긴축정책에 맞선 더 광범위한 운동이 형성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날의 연대는 학생과 노동자가 각자의 투쟁에 고립되지 않고 긴축과 공공서비스 삭감,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에 대한 마크롱 정부의 공격, 나아가 제국주의적 재무장과 군사화에 함께 맞서 싸우며 단결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적인데다 갈수록 우경화하는 프랑스 정부에 맞선 이 운동을 국제주의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세계 곳곳의 학생들은 교육예산 삭감, 잔혹한 전쟁, 불확실한 생태적·경제적 미래 속에서 더욱 심각한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이번 학생운동은 청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고 긴축정책 강화와 극우의 부상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전략적 필수조건임을 일깨운다. 2026년 10월 4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글을 번역함 글쓴이: Adrien Masson and Emma Lee 번역: 곽소현 -
“제가 겪었던 일을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지난 8월 말 거제 한화오션 사내하청 우즈베키스탄 여성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생긴 정신적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2011년에서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인정된 한국 사회이기에, 언론은 이중삼중의 차별에 노출된 이주여성 노동자가 얻어낸 이번 산재 인정 판정을 비중 있게 보도[1]했다. 구조적 젠더차별 사회에서 남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이자 ‘사장님’에게 삶이 묶인 이주노동자가, 일터의 성희롱과 괴롭힘에 맞서는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부당해고로 ‘적응장애’라는 큰 병을 얻었지만, 자신의 일터를 지켰고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의 용기와 힘겨웠을 투쟁에 존경을 표한다. 사용자의 손에 이주노동자의 고용과 생계가 달린 고용허가제 이주여성 노동자가, 재직 중 성희롱 피해를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이 투쟁에 함께한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김정열 사무국장은 “그 업체와 관리자 문제만이 아니라 고용허가제도가 이렇게 해도 되게끔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실상 이주노동자 고용이 원청의 필요에 의한 것이니 한화오션 측도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문제를 짚었다. 성희롱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번에 산재를 인정받은 이주여성 노동자는 2018년부터 고용허가제(E-9)로 일하고 있는 용접사다. 한화오션 사내하청에서 잔업도 특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2025년 8월, 직속 상급자인 반장이 가한 성희롱을 거부하면서 그는 웃음을 잃게 되었다. 관리자는 성희롱, 야간 전화, 사생활 추궁 등 성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에게 큰 충격과 공포,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가 성희롱에 맞서자, 관리자는 위계적 괴롭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욕설, 공개적 모욕, 지속적 부당지시, 장비 은폐와 반환 거부, 금전 요구, 절도 유도, 블랙리스트 협박, 일자리와 비자 협박 등 괴롭힘이 3개월 넘게 지속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소장, 부장, 대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도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용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12월 엄동설한에 사측이 내린 결론은 ‘해고’였다. 사측은 그가 사용자의 조치를 기다리다 지쳐 외부기관에서 상담받은 일조차 해고 사유로 들었다. 성희롱도 모자라 해고까지, 이는 해당 사내하청 업체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많은 일터에 만연한 구조적 폭력이다. 해당 사건 진정서 일부 고통과 용기 “직업환경의학과 초진 기록지에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노출 기록, 근로계약 해지 등으로 실신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은 사실”[2]. 그는 회사에서 해고를 통보받고 실신하고 말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적응장애’라는 질환은 그동안 이주여성 노동자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불면, 우울, 어지럼, 구토, 실신, 안면마비, 오른쪽 편마비 등 그의 고통은 온몸으로 발현됐다. “더욱이 피해자는 E-9 비자를 취득한 여성 이주노동자로서,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리는 고용허가제로 인하여 체류 자격·사업장 변경·고용 유지 전반이 사용자에게 종속된 구조적 약자의 지위를 감안하였을 때, 평균적인 사람보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3] ” -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로, 여성노동자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로 켜켜이 쌓인 차별 위에서 존엄을 짓밟힌 고통은 배가된다. 이 폭력의 책임은 가해자, 하청업체, 원청 한화오션, 정부뿐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젠더차별과 인종, 고용형태, 장애 등 갖가지 기준으로 분열시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한 동지를 통해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과 연결된 후 외롭게 버티던 그의 저항은 ‘불의’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진정서 접수를 결심했다. 올해 2월 적응장애를 진단받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사장 손아귀에 고용과 생계가 저당잡힌 고용허가제와 비자제도의 문제로 노동부 진정은 취하했지만, 그는 복직해서 당당히 용접기를 잡았다. 산재 판정이 났을 때 그의 심경은 어땠을까? “산재가 승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정말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가장 기뻤던 것은 돈이 아니라,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고 제가 겪은 일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고,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처음부터 저를 믿고 곁에서 도와주신 노조오빠의 응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산재가 승인된 날, 제 마음속에는 ‘드디어 내 말을 믿어주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제 몸과 마음은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산재 승인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제 진실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였습니다.” ‘노조오빠’로 불린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사무국장 김정열 동지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고강도·저임금 노동착취를 위해 이주노동자를 대거 부르는 한국 사회다. 조선소 현장에서 이주여성 노동자가 젠더폭력을 산재라고 인정받고서야 ‘진실을 인정받아서 기쁘다’고 말하며 안도하는 현실은 노동자운동에 많은 과제를 안겨준다. '노조오빠'와 이주여성노동자가 2026년 7월 5일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해 나란히 행진하고 있다. 정의로, 연대로 산재 판정이 나기까지 치료받으며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측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 연대의 힘을 배운 그는 7월 5일 HD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제1차 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에 참여해 HD현대중공업의 이주노동자 차별을 규탄했다. 다른 우즈베키스탄 여성 노동자가 겪는 직장 내 성희롱을 어떻게 도울지도 상의했다. 9월 13일에는 거제지역 노동자들과 서울로 향했다. 청와대로 행진한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프리 잡 체인지(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이주노동자 노동권, 인권 보장’을 힘차게 외쳤다. 이주노동자 2백만 시대에 이주여성 노동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주여성 노동자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등 젠더폭력과 차별 실태에 관한 변변한 통계조차 없다.[4] 그가 이주여성 노동자로서 투쟁한 모습은 다른 이주여성 노동자뿐 아니라 많은 이주·정주 노동자에게 일터의 차별과 폭력, 불의에 맞설 용기와 단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는 오는 10월 18일 3차 전국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를 앞둔 울산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겪었던 일을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혼자 참고 침묵하지 마세요. 서로를 지켜주세요. 함께해 주세요. 우리는 낯선 나라에 와서 살고 있지만,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투쟁!” 그의 용기와 연대를 배운다. 정부와 자본의 차별과 착취에 함께 맞서자! 서로를 지키자, 투쟁!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 본문 각주 번호: 작게, 우상단으로 */ .footnote-ref { font-size: 0.8em; vertical-align: super; line-height: 0;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1] 경향신문은 영어판 기사도 발행했다. https://www.khan.co.kr/en/article/202609070742017 [2]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상질병판정서’ [3] 2025년 12월 9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진정인 : 거제노동안전활동가모임 사무국장 김정열) [4] 국제노동기구(ILO)는 ‘직장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경험: 첫 번째 세계적 조사’ 보고서(2022년)에서 전 세계 노동자 5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과 괴롭힘을 경험했고 특히 청년, 이민자, 여성, 임금노동자 등의 피해가 더 두드러진다고 발표했다. -
‘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독일 극우의 부상독일 좌파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주의회에서 제1당이 됐다. 심화하는 생존권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진보적 대안에 대한 기대가 뉴욕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된 결과다. 하지만 좌파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자본주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 온 기층의 요구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전국적 약진까지 고려하면, 현 상황은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좌파당의 약진, 그리고 AfD의 약진 지난 20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좌파당은 25.7%를 기록하며 제1당이 됐다. 좌파당은 18.0%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를 크게 앞섰으며, AfD는 16.3%로 3위를, 녹색당과 사민당(SPD)은 각각 14.3%와 12.1%를 얻었다. 좌파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 AfD의 보루로 자신을 내세우며 부상하는 극우의 ‘방어벽’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CDU 출신의 현 메르츠 총리나 베를린 전 시장의 반대자로서 역할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기업 국유화, 임대료 인하, 저렴한 대중교통 등은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베를린에서는 좌파당이 선전했지만, 나머지 2개 주의회 선거에서는 AfD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과거 동독 지역으로 폴란드와 국경을 맞닿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AfD가 38.2%를 득표해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35.5%), 좌파당(6.5%), 녹색당(5.7%)을 제치고 제1당에 올랐다. 앞서 독일 작센안할트 주 선거에서도 독일대안당(AfD)이 43.8%를 득표했다. 예상을 뒤엎고 주 의회에 진출한 독일사회당(BSW, 바겐크네히트 동맹)을 제외하면, 작센안할트에서 독일대안당이 획득한 의석수는 39석으로 기민/기사당·사민당·녹색당·좌파당 4개 정당이 득한 의석수와 같다. 사실 AfD는 작센안할트 주뿐만 아니라 독일의 여러 주에서 자체 최고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작센안할트 주에서 기록한 43.8%는 1990년 이후 어떤 정당도 기록하지 못한 최고 득표율이기도 하다. AfD는 2013년 창당 후 2019년까지 독일 동부에서는 약 20%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는 5%를 넘어섰다. 그러나 AfD의 성장이 줄곧 이어진 것은 아니다. AfD가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2017년 뒤에는 다소 하락세였고, 2020년 함부르크 주 선거부터 2022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까지, 9번의 주 선거에서 연속으로 직전 선거보다 득표율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니더작센 주 선거에서 11%를 득표하며 약진한 후, AfD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제 Afd는 독일 동부에서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서부에서도 20% 가량의 득표율을 달성하고 있다. 동서부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이제 AfD의 세력 확대는 동부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다. AfD는 이제 독일 여러 주에서 AfD를 배제한 주 연립정부 구성을 어렵게 만들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우 키워낸 자본주의 체제 이러한 AfD의 부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독일은 1990년대 말 사민당과 녹색당 연립정부를 이끈 슈뢰더 시절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지역에서처럼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떨어뜨렸고, 특히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구동독 지역에서 이 영향은 더욱 심각했다. 2024년 기준 구동독 지역 전일제 노동자 임금은, 2024년 구서독 지역보다 17% 낮았다. 선거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센안할트 주 독일대안당(AfD) 지지자 중 89%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우려한다고 답했다. 2021년 이후 식료품 가격은 34.7% 상승한 반면, 임금은 14.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독일 내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5년 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폭등은 실질임금을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더해 독일 재무장을 위한 급격한 군비 증강에 따른 사회복지비 지출 축소는 교육예산 삭감, 어린이·고령자 지원금 삭감 등 노동자 민중의 생활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인내심은 기후위기에 바닥을 드러난 라인강처럼 말라붙었다. 독일 극우세력은 이 분노를 생활고를 낳은 정부와 자본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에게 돌리며 몸집을 불려왔다. 또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 조장을 통한 극우의 세력 확대는 독일만의 상황도 아니다. 2016년 미국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토대로 집권한 트럼프, 이탈리아 멜로니에 이어 2026년 5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국 개혁당, 그리고 프랑스 국민연합까지 이주민에 대한 탄압은 극우의 공통 전략이었다. 2026년 7월 말 스페인령 세우타 난민 입국 사건에 대해서도,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는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이주민 혐오를 부추겼다. 각국 극우가 이주민을 짓밟으며 진격하는 사이, 극우세력 확대의 토대를 만든 자본은 극우를 전폭 지원하며 노동자 민중의 허리띠를 더욱 죄고 있다. 주지하듯,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에 이어 각국 극우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부동산 자본으로부터 수백만 유로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AfD나 암호화폐 자본가에게 수천만 파운드를 받은 영국 개혁당처럼 거대 자본과 억만장자들이 각국 극우를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이 아니라 자본에 맞선 계급투쟁을 미국에서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선전이나 독일 좌파당의 부상은 진보적 대안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드러낸다. 그러나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 의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극우와 자본에 맞선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적 계급투쟁이다. 바로 몇 년 전 독일 좌파당이 집권했던 튀링엔주의 사례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2019년 튀링엔 주 선거에서 좌파당이 3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보도 라멜로프를 주지사로 세우며 사민당·녹색당과 함께 ‘적적녹 연립정부’를 구성한 좌파당의 2024년 득표는 13.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AfD의 득표율은 23.4%에서 32.8%로 상승하며 강력한 정당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연립정부는 AfD의 성장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AfD 약진의 발판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극우 부상에 관해, 최근 나오미 클라인과 아스트라 테일러는 《종말론적 파시즘과 살아있는 세계를 위한 투쟁》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 속에서 부유한 엘리트와 극우세력이 인류의 미래를 포기한 채 소수만의 생존을 도모한다고 진단하며, 이런 정치를 ‘종말론적 파시즘’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만이 대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편적 휴머니즘과 대중적 연대’가 어떻게 가능한가다. ‘파시즘’이 자본주의를 지키려는 힘이라면, 그에 맞서는 힘은 결국 계급투쟁이다. 대안은 러스트 자본주의 체제가 촉발하는 계급투쟁과 이를 체제 자체의 변혁으로 이끌기 위한 운동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