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6일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
1.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공장이어야 남성의 노동강도도 완화될 수 있다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는 300여 명의 여성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생산공장 기술직 공개채용에서 여성을 뽑지 않고 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면서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하청업체에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별적인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자동차공장 같은 곳은 ‘근력’이 필요해 여성이 일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게 사실일까?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이 자동화되면서 근력 필요성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물통을 못 들어서’ 자동차 회사에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성은 일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지원하지도, 선발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지금 자동차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100가지 공정이 있다면 여성이 하기 힘든 공정은 3~4가지”라고 말한다. 중량물을 취급하는 몇 개의 어려운 공정이 있는데, 이는 여성에게만 힘든 게 아니라 남성에게도 힘든 일이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공장이어야 남성의 노동강도도 완화될 수 있다. 성별과 신체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공장은 불가능할까?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03020550061
2. ‘구조적 성차별’ 맞서 우리는 여성파업으로 간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하고 있는 ‘3·8 여성파업을 여는 준비위원회(이하 여성파업준비위)’는 3월 2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 노동자들의 절실한 임금인상 요구를 외면하는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에게, 115차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파업 돌입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여성파업준비위는 “덕성여대의 파업투쟁은 단지 덕성여대의 특수한 사정에 있지 않다. 한국 사회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서 성차별과 비정규직 차별을 겪고 있다. 이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받는 구조적 저임금 문제를 제기하며 최저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www.women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834
3.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고, 안전하게 일하기도 어렵고
안 그래도 청년 여성의 취업난이 심각했는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은 더욱 줄었다. 일해서 먹고살 수도 없는 처지는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준다. 만15~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감·무력감 등을 느끼는 비율은 남성(31.4%)보다 여성(45.7%)이 높았다.
일자리를 구한 뒤,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는 있을까? 여성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는 비율은 아주 낮다. 산재 여부를 따지는 기준이 ‘남성 육체 노동자의 노동’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산재 승인 남녀 비율을 보면 8 대 2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팀에 따르면 “질병재해의 경우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참조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451.html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441.html
4. 이란 여학교에 독극물 테러, 여학교 폐쇄 노리나
이란에서 여학교 학생들을 노린 독극물 공격이 일어나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1,000명 넘는 학생이 독극물 테러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란의 한 의원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쿰, 서부지방의 보루제르드에서만 1,200여 명의 학생이 중독됐다.
이란 정부는 처음에는 테러 의혹을 일축하며, 난방기기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나 대기오염 등을 탓했다. 그러나 적어도 26개 이상의 여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독성물질 중독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도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이후 발발한 광범한 투쟁에 대한 반격으로 이 같은 테러가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 보건부 차관은 “누군가가 모든 학교, 특히 여학교의 폐쇄를 바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털어놨는데, 얼마 뒤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며 발언을 뒤집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m.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3021545001#c2b
5. 여성 시위자에 탄압 집중하는 시진핑 정권
지난해 말 중국을 뒤흔든 ‘백지시위’에 화들짝 놀란 시진핑 정권은 서둘러 폭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시위 참가자를 겨냥한 은밀한 탄압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100명 이상 체포된 걸로 추정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라고 한다. 홍콩, 칠레, 미얀마 등 근래의 큰 항쟁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여성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정상적인 교육 기회를 잃었고, 졸업하자마자 청년실업률 17%라는 냉혹한 현실로 내던져졌다. 정부는 출생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한 자녀 정책에서 두 자녀 정책으로, 다시 세 자녀 정책으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사장들은 출산휴가 비용을 반복 지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는 출산과 일자리 사이에서 짓눌리게 된다.
시진핑 정권은 취약한 사회보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내세우며 여성에게 돌봄노동의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 과도한 방역정책에 대한 불만 밑에는 자본주의적 불평등과 가부장적 억압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시진핑 정권이 시위 참가자들을 겨냥한 억압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이중 삼중으로 누적된 불만은 어디에서든 균열을 만나면 또 다시 억압체제의 표면을 뚫고 터져나올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chinaworker.info/en/2023/03/03/34202/
6. 구조적 성차별 내버려두고 저출생 문제 해결한다고?
통계청이 2월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회원국(평균 1.59명) 중 꼴찌였다.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는 가운데, 3월 4일 보건복지부는 20~30대 청년에게서 결혼과 임신·출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저출산 대응 2030 청년 긴급 간담회’에는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 15명이 참석했는데, 주로 청년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와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의견 제시가 있었다.
정부는 인구감소 추세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정작 결혼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안정적인 일과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퇴사 등 일터에서 각종 불이익으로 나타나고 가사와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이야기되지 않았다. 저출생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 그럼에도 구조적 성차별을 한사코 부인하는 이 정부는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일부 비용 지원만으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참조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30304029200530?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