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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울산 화물연대 노동자들, 다시 안전운임제 투쟁 시동을 걸었다!차가운 비바람에 내리치던 지난 10월 19일 토요일 오후, 울산에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화물연대운송산업 구조개악 반대! 안전운임제 확대입법 촉구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태화강역 광장에 모였다. 이는 전국 16개 지역에서 정부의 노동탄압과 자본을 위한 구조개악에 맞서 다시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찬 집회와 행진을 벌이며 차종과 품목을 확대하고 일몰 없는 안전운임제를 다시금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공공운수, 민주노총지역본부 상근자, 현중사내하청지회와 전진 동지들도 집회에 함께했다. 정부와 자본은 화물노동자가 싸운 성과와 모든 화물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일몰시키고 화물운송산업 대자본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구조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표준운임제’ 도입을 골자로 화물운송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으로 시행하되, 내용과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김동환 울산본부장은 '정부와 자본의 전략은 명확하다. 이들에게 화물연대는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없애야 할 최대-최고의 적이다. 화물연대를 약화하는 것이 저들의 전략이다. 우리를 분열시키고 탄압하는 것,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연대로 모여 한목소리를 낼 수 없게 하는 것이 자본의 전략이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와 자본에 맞서기 위한 화물연대의 투쟁 과제는 명확하다며 '현장에서 운임을 삭감하는 화주에 맞서 운임을 지키고 노동조건을 지켜내는 것, 그리고 운임제도를 개악하는 정부에 맞서 더 넓고 더 강한 모든 화물노동자를 위해 안전운임제를 쟁취하는 것이다. 오늘 이 곳에서부터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막아내고 안전운임제 확대하는 투쟁 결의를 모아내자'고 투쟁의 굳은 의지를 밝혔다. 강남지부, 강북지부, 울주지부 등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지부장들도 투쟁사를 이어갔다. '가장 열악한 사람들을 위하는 세상이 필요하다. 이제껏 열악한 조건에서 열심히 꾸준히 일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부는 없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고 권리를 쟁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화물연대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자. 45만 화물노동자의 중심에 서서 화물연대가 앞장서자'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최만식 울산지역본부장은 '십수 년간 안전운임제 법제화 투쟁으로 만든 안전운임제를 윤석열 정부가 폐지해 화물노동자들이 위험 운행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탄압의 근본 원인은 천박한 자본주의체제다. 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법제화 투쟁은 모순되고 썩어빠진 사회구조를 바로잡는 투쟁이기도 하다'며 '공공부문 파업조직화 등 노동자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을 넘어 썩어빠진 사회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사회적 투쟁을 함께하자'면서 일몰 없는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에 함께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화물연대 집회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연대 실천도 있었다. 첫 번째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집회 시작 전 울산팔레스타인평화를위한긴급행동 동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준 것이다. 덕분에 무대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전진 정원현 동지 등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의 문제와 이에 맞서는 노동자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함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A학교 성폭력 문제해결에 나섰다가 학교에서 쫓겨난 교육노동자 해임반대 서명운동 참여다. 비가 와서 서명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화물연대 집행부는 사안의 내용을 조합원들에 설명하고 서명에 참여해달라는 방송을 했다.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자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도로에서 착취당해온 오랜 시간에 이어 지난 파업과 안전운임제를 빼앗겨온 시간, 노동조건이 나빠지고 현장탄압이 기성을 부려온 시간을 거쳤다. 아마도 다시 안전운임제 쟁취 투쟁에 나선 화물노동자의 마음에는 깊은 분노와 열정이 서려 있을 것이다. 집회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그 심경을 담담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힘든 시간이었다. 안전운임제는 노동자가 싸워서 만든 것인데 정부와 자본이 없애고 탄압했다. 더는 안 된다. 화물노동자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열심히 싸울 것이다' 이날 무대 맨 왼쪽에는 '반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힌 붉은 깃발이 연신 휘날리고 있었다. 45만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한 '안전운임제' 쟁취하기 위해, 원청 자본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싸움으로 '노조법 2·3조‘를 개정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 전진도 같이 싸울 것이다.2024-10-22 | 조회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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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기후정의행진 사전결의대회] "기후위기 인정한다!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하라! - 오늘의 결의를 확대된 투쟁으로 이어갑시다."[편집자 주] “바로 지금, 자본주의에 맞선 기후정의 계급투쟁!” - 지난 907기후정의행진, 11개 단위가 함께 사전집회를 열고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확대를 결의하였습니다. 힘차게 진행한 사전집회,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김영구 수석부지부장의 첫 발언을 소개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왔습니다. 하동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영구입니다. 투쟁으로 인사 올립니다. 투쟁!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대책 없는 정부를 바꾸기 위해,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발전노동자는 고용불안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는 발전소 폐쇄와 하청업체 경쟁입찰 등 일자리를 위협하는 소식뿐입니다. 당장 태안화력 1·2호기가 2025년에 폐쇄되고, 2026년이면 하동 1호기를 시작으로 27년 2호기, 28년 3호기, 29년 4호기가 순차적으로 폐쇄 예정이지만, 발전노동자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지 앞이 막막합니다. 발전소 폐쇄계획만 있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며 일해온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 대책도 없는 정부에 분노합니다. 발전노동자 고용보장대책 마련은 그야말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지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이제 기후위기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발전노동자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보장을 외치며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이, 발전노동자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투쟁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시간이 없습니다.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단지 요구로만 외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발전HPS지부노동자들은 첫 정의로운전환 파업을 지난 5월 28일과 29일 진행했습니다. 우리 옆에는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도 있었습니다.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을 요구로 걸고 연대해 싸운 첫 파업이었습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함께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여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쟁취합시다. 파업 2일째, 한 조합원이 “파업에 나와보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연대하는 동지가 있어 힘이난다”고 발언했습니다. 저는 그때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신 동지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다시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투쟁! 기후위기와 함께 석탄발전소를 멈추어도, 발전노동자의 삶과 노동은 멈출 수 없습니다. 다함께 구호 외쳐 보겠습니다. “기후위기 인정한다!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하라!” 바로 지금, 자본주의에 맞선 기후정의 계급투쟁! 오늘의 결의를 확대된 투쟁으로 이어갑시다. 투쟁! 감사합니다.2024-09-25 | 조회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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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성 하청 ‘케이엠텍’ 청년노동자의 백혈병 발병과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작년 겨울, 한 아버지가 반올림에 연락을 해왔다. 스무 살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이라고 했다. “우리 승환이가 구미에 있는 케이엠텍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갤럭시 핸드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1차 협력회사에서요. 주말에 대학도 다니고 주중에 일하며 돈도 벌어 보겠다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삼성이라는 타이틀을 믿고 보냈거든요., 아주 건강했던 아들이에요. 그런데 백혈병에 걸리자 회사는 나 몰라라 합니다.” 승환 아버지의 이야기는 17년 전 만난 또 다른 아버지 황상기 님을 떠올리게 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님도 그간 혼자 겪었던 억울한 사연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쏟아냈었다. 안타깝게도 2007년 황유미 님은 스물셋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 뒤 아버지는 ‘삼성을 상대로 싸울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아버님의 호소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반올림(구 삼성반도체백혈병대책위)을 만들었고, 그 뒤 실로 많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제보를 해왔다. 그 힘으로 삼성과 정부를 상대로 직업병 책임을 묻는 싸움을 했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 피해자들에 대한 배제 없는 보상, 재발방지대책 약속도 받아냈다. 불가능해 보였던 반도체 직업병 산재인정의 길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투쟁으로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더 이상 황유미가 했던 업무와 같이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채 세정작업을 하는 설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첨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들, 영업비밀 우선주의, 새로운 제품의 빠른 출시와 기술혁신 등은 새로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알려진 유해위험 업무들은 사내외의 하청업체로 상당부분 외주화되었다. 그러하기에 직업병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휴대폰 하청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였다. 산재신청 승환님의 투병 중 손가락 사진 (사진=이종란) 처음 접한 삼성 휴대폰 하청노동자의 백혈병 피해문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진술 외에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산재신청을 준비하면서 회사에 작업환경측정 자료와 물질안전보건자료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갖춰야 하는 안전보건자료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측정자료 겉표지와 함께 유해물질 노출은 없다는 식의 결론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케이엠텍에서 일하다 어떤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백혈병이 걸렸는지를 과연 입증할 수 있을까.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는 피해노동자 측에서 입증하도록 되어 있는데,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어떤 유해인자에 노출되었다고 증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회사는 아무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 승환님은 앞 공정에서 고온 납땜이 되어 넘어온 휴대폰 기판에 검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하루 2천개씩 조립했다고 했다. 1개씩 조립할 때마다 에어건(Air Gun)을 반복해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달콤한 향(방향족 화학물질 냄새)이 났다. 어디선가는 시큼한 냄새(산 류의 물질 냄새)도 났다. 이 냄새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몸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기업이 노동자에게 확인시키고 노출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지만 케이엠텍은 문제없다고만 강조할 뿐이다. 승환님이 일하면서 낀 하얀 장갑이 매일 새까맣게 변했다. 이 분진의 정체는 무엇인가. 작업대 바로 앞에는 고주파 장비가 있는데 이것이 몸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 제품의 불량이 발생하면 동료가 인두 납땜도 같은 공간에서 했었다. 납땜할 때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방수용 갤럭시 폰 제작에 접착제가 사용되고 고온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위험을 확인할 길이 없다. 국가나 기업도 모르는 위험을 노동자가 증명해야 인정한다는 부당한 산재보험제도이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는 만큼의 유해물질 노출과 미지의 위험에 대해 지적하며 승환님은 4월 17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했다. 최종 판정까지 1년 안팎의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나마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백혈병에 걸리자 무급휴직 끝에 해고하다 승환님은 작년 9월 백혈병이 발병한 뒤로 7번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올해 3월말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했다. 살기위한 치료 과정이라지만 고통은 심각했다. 아파서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했다. 이식 후 심하게 목구멍과 항문이 헐고, 염증반응으로 온몸이 까맣게 변했다. 아들의 고통이 커질수록 부모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무책임한 회사에 대한 분노도 커졌다. 그간 회사는 치료비 한 푼 보탠 것이 없다. 무급휴직 4개월 만에 예고도, 서면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회사가 한 전부다. 어느 날 집으로 날라 온 건강보험 통지서의 변경사항을 보고 해고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다. 당장 일할 수 없는 몸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다. 근로기준법에도 산재노동자의 요양기간과 그 이후 30일간을 절대 해고금지기간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케이엠텍은 산재가 의심되는 중대질병으로 아픈 노동자를 예고도 없이 내쫓은 것이다. 원청과 하청은 치료비와 생계비 지원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사실 원청 삼성전자는 반올림 직업병 투쟁 과정에서 자체 유급병가, 상병휴직, 치료비 지원제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이러한 기업의 상병지원제도는 공단에 정식의 산재신청을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하나, 당장 치료와 생계를 위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산재여부와 무관하게 치료비와 검사비용 일체를 회사가 지원하고, 최대 3년 6개월의 유급병가 및 상병휴직을 지원한다. 그러나 삼성1차 하청 케이엠텍은 노동자가 아플 경우에 치료비 지원은커녕, 취업규칙에 보장하는 1개월의 무급휴직제도가 전부였다. 그나마 회사는 승환님의 상황을 봐주어 3개월 더 무급휴직을 연장했다며 생색을 냈다. 학습노동자는 ‘아프면 쉴 권리’도 없다? 대학의 부당한 퇴학 조치 승환님은 대학에서도 퇴학조치를 당했다. 케이엠텍에서 일하다 주말에는 칠곡 소재 영진전문대를 다녔는데 백혈병 투병으로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했다면서 대학은 3개월 만에 강제자퇴(사실상 퇴학)시켰다. 어떻게 휴학 안내도 없이 대학이 막무가내로 아픈 학생을 퇴학시킬 수 있을까? 이 기막힌 현실은 해당 제도가 기업에 인력 공급을 우선하는 산학협력 제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케이엠텍과 영진전문대학이 맺은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는 일종의 대학생 현장실습제도인데 2년간 산학협력 기업을 다니면 학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관련 법률도 제정되어 있으나 여기에는 장기휴학을 보장하는 조항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대학은 법제도가 없어 휴학은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이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구, 구미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영진전문대의 퇴학조치를 비판하고 여러 매체에서도 보도를 냈다. MBC 기자는 장기휴학이 가능하다는 교육부 지침을 찾아 보도했다. 그러자 대학은 절대불가하다는 입장에서 선회하여 승환님에게 복학 및 휴학 조치를 내렸다. 이렇게 승환님의 퇴학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일학습병행 제도의 문제점은 남아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다음 소희> 영화에서도 드러나듯 현장실습 노동자들은 저항하기 힘든 사회적 지위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험에 내몰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숙련노동자라는 조건도 위험한 지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동안 현장실습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속 봐왔다. 죽음을 부여잡고 싸운 유가족들, 현장실습문제를 제기한 교사들, 노동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지금은 고등학교 현장실습제도에 안전권, 노동권 관련 기업의 의무적 조항과 학교의 감독 제도가 생겨나긴 했지만 ‘현장실습’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의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청노동자 백혈병 발병, 삼성이 책임져라 4월 17일 첫 기자회견을 삼성본관 앞에서 가졌다. 반올림,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 등 48개 단체가 공동주최로 참여한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에 책임을 촉구했다.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만들다 백혈병에 걸린 하청노동자 산재 문제에 원청 삼성전자는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국제사회가 공급망의 최정점에 있는 모기업에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연루된 모든 공급망에 환경과 인권 침해 등을 규제하도록 공급망 인권실사 제도를 요구하고 있는데다가,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에 대해 일찍이 노동 인권, 안전, 환경 등을 준수하도록 하는 ‘협력업체 행동규범’을 마련해 뒀다. 사실 이러한 행동규범이 만들어지기까지 휴대폰 분야만 뒤돌아봐도 하청 노동자들의 아픔과 저항의 역사가 있다. 아이폰 생산 기업 애플사는 미국자본이지만 생산은 중국과 대만에 있는 폭스콘 회사가 해왔고, 폭스콘 노동자들은 아이폰 생산 압박에 심각한 과로와 열악한 환경에 시달려 2012년경 중국노동자들이 연쇄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삼성, LG 등에 납품하는 핸드폰 부품 제조업체(2차, 3차 하청)에서 사용한 메탄올이라는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2016년경 청년노동자 여러 명이 눈을 실명당하고 뇌손상까지 입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안타깝게도 동일한 사고가 2023년초 베트남 삼성 하청공장에서도 발생했다). 삼성전자 행동규범은 이런 탄생배경을 가지고 있고, 삼성은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번 케이엠텍과 같은 협력업체에 대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규범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나서지 않았다. 겉으로만 행동규범을 내세울 뿐 최소한의 실천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픈 건 부모책임’이라는 하청 사장의 헛소리 삼성 본관 앞 기자회견 후 보도가 되자, 반응이 없던 케이엠텍 사장이 아버님께 만나자고 연락해 왔다. 구미에서 부산까지 공장장과 함께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왔다. 아파서 먹지도 못하는 승환님에게, 아픈 뒤 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연락 없던 회사 대표이사가 급하게 찾아온 이유는 위로금으로 상황을 무마해보려는 꼼수였다. 사장은 피해자의 아버지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자신이 그동안 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고혈압, 당뇨병에 걸린 직원들의 건강관리까지 신경써왔다고 하면서, 결코 백혈병은 회사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하더니 결국 “아픈 건 부모책임”이라는 말로 승환님 부모님에게 잊기 힘든 상처까지 줬다. 승환님 아버님은 위로금이 든 봉투를 돌려주고는 이런 식으로 무마하려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구미공단 노동자들의 연대 어떻게 무책임한 회사를 상대로 싸울 수 있을까. 게다가 회사는 구미에 있는데 어떻게 하나 걱정만 앞서는데 케이엠텍 투쟁에 관심을 보인 반올림 후원회원이자 전진 회원인 한 분이 ‘구미에 연대해주실 동지들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 후 전화가 왔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이다. “케이엠텍 공장앞에서 아침 출근선전전을 해 볼께요. 대신 공장 앞에 달아놓을 현수막 문구 10개만 알려줘요.”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닌데, 매주 케이엠텍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알아서 한다고? 아무리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연대하는 동지들이라 들었지만, 전화로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거듭 고마움을 표현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가 첫 출근선전전 만큼은 함께했다. 케이엠텍 회사는 아사히글라스 회사의 바로 옆 블록에 있었다. 아사히지회 해고노동자들은 케이엠텍 출근선전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어느 시간대에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출근하는지 조사했다. 바를 ‘정(正)’자를 종이에 새기며 출근 시간대를 파악했다. 7:40~8:20 사이가 가장 많이 출근하는 시간이라 파악하고는 그 시간에 맞춰 약속대로 매주 목요일마다 선전전을 했다. ‘케이엠텍은 백혈병 산재 발생 책임을 지라’고 마이크를 잡고 호소하고, 케이엠텍 노동자들에게 반올림이 만든 선전물을 나눠주었다. 이렇게 공장 앞 선전전이 시작되고 5월 14일 제2차 기자회견을 케이엠텍 회사 앞에서 하겠다고 예고하자 회사 사장은 다시 부산 승환님의 집 근처까지 찾아왔다. 집요하게 아버님께 전화를 계속 했다. 아픈 게 부모책임이라던 대표이사인데 다시 다급해져 만나자고 한 이유는 분명했다. 삼성이 보이지 않게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언론보도에 삼성도 대응을 하고 있었다. 하청 사장으로서 이 문제가 더 확대되는 것에 큰 부담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피해자 집에 찾아가 무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버님은 대표이사에게 그 뜻을 분명하게 전했다. 기자회견 후 공식면담은 회사에서 가지겠다고 했다. 5월 14일 기자회견에는 구미와 대구경북지역의 많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비롯해 현장실습 문제를 비판하며 활동해온 여러 단체,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동지들, 민주노총 구미지부 동지들, 지금도 250여 일째 고공농성을 하면서 고용승계 투쟁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에서도 참여했다. 반도체 노동자들인 KEC지회 동지들도 함께했다. 이렇게 구미공단 노동자들이 한 사업장 노동자들처럼 뭉쳐 싸우고 있었다. 거기에 케이엠텍이 있었던 것이다. 케이엠텍도 이 노동자들의 연대에 많은 긴장을 했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작업환경의 문제점 5월 14일 기자회견 이후 회사와 공식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피해자의 아버님, 반올림 활동가인 본인, 차헌호 지회장이 교섭위원으로 함께했다. 첫 면담에 앞서 안전보건자료의 제공과 현장 실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산재입증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회사의 태도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생기자 회사는 조금씩 양보안을 내놨다. 안전보건자료를 얻고 현장실사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여러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승환님이 일한 부서의 공기 질이 좋지 않았다. 현장실사에 참여한 공조배기분야 전문가(30년간 공조배기 엔지니어로 일한 분)의 판단에 따르면, 작업공간에 비해 배기환기 장치가 부족했다. 천장의 환기팬도 멈춰 있었고(회사는 주기적으로 도는 구조라 설명), 옥상에는 유해물질을 걸러줄 정화장치도 없었다. 에폭시 수지(몰딩용 물질)를 고온 경화하는 과정에서 2차 부산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해물질이 옥상으로 빠져나간 뒤에 다시 환기구를 통해 현장으로 재유입 될 수 있는 구조였다. 공장 옆의 식당이나 기숙사에도 오염된 공기가 퍼질 수 있었다. 오븐의 국소배기장치도 부족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만 보더라도 다양한 유해물질이 취급되었다. 솔더 페이스트, 플럭스, 접착제, 세척제, 에폭시 수지, 마킹용 잉크, 윤활제 등을 사용함에 있어 국소배기와 보호구가 필수인데 일부공정은 국소배기와 적절한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았다. 작업환경측정 자료에도 ‘각 공정 작업 시 취급하는 유해인자가 공기 중으로 확산되어 근로자에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이러한 작업환경 문제점을 그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면서 앞서 쓴 산재 답변서에는 피해자가 소설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책임을 외면하려 했다. 면담과정에서 확인된 이런 문제들에 대해 회사도 일정부분 책임을 인정하고 회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유해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 수정된 서면을 공단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작업환경 상 드러난 문제들은 회사가 개선을 하기로 약속했다. 현장실사시 승환 작업 후임의 장갑 사진 (사진=이종란) 연대의 힘으로 만들어낸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 3달 동안 케이엠텍 대표이사와 세 차례의 공식 면담을 진행했다. 대리인들을 통해 수차 실무교섭도 병행했다. 백혈병 치료에 필요한 치료비 지원 부분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협상과정은 큰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6월 말 아사히 비정규직 해고 투쟁 9년 결의대회 때는 케이엠텍 회사까지 수 백 명의 집회참여자와 다 같이 행진해 갔다. 케이엠텍 앞에서 승환 어머님이 마이크를 잡고 호소를 했고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경빈님의 어머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님이 승환 어머님을 안아주었다. 위로와 연대의 마음이 오갔다. 집회 참여자들이 소원 천을 회사 정문 앞에 매달았다. 회사는 교섭이 끝날 때까지 그때 매단 소원 천을 떼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 간 이어진 투쟁 끝에 8월 9일 마침내 사측과 합의에 이르렀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공식 사과를 하고, 부당해고의 철회, 2025년 말까지 상병휴직기간의 보장, 치료비 지원, 산재처리에 대한 협조, 작업환경개선 등을 합의했다.(입장문 첨부 참조) 입 장 문 이승환님의 완전한 쾌유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합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을 때 위로보다는 공감하지 못하는 해고 처리 등 일련의 상황으로 이승환 님과 가족 분들이 겪으셨을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회사 대표로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책임을 통감합니다. 1. 회사는 이승환님의 백혈병에 대하여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원만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해고에 대하여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2. 회사는 이승환님의 백혈병 치료에 대해서는 산업재해 신청 결과에 관계없이 치료 지원금을 합의와 동시에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향후 산업재해 인정 시에도 대위권(상계)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3. 회사는 이승환님의 해고를 철회하고, 2024년 2월 1일자로 복직조치 하였습니다. 또 복직과 동시에 상병휴직으로 처리하여 2025년 12월 31일까지 고용상태를 유지하겠습니다. 4. 앞으로도 회사는 산업재해 혹은 산업재해 신청 건의 발생 시에는 당해 사원에게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사항들 중 회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도 더 개선하겠습니다. 5. 이를 위하여 아래 사항들에 대하여 개선을 약속드립니다. 1)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권리를 제공하며 안전보건 표식이 더 크게 잘 보이도록 재부착하고, 정기적으로 맞춤형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2) 현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조치로 배기/흡기 장치, 국소배기장치, 정화시설 등의 점검, 개선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관련 시설을 보완하고,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안전보건 조치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습니다. 3) 중대재해나 산재(의심질병포함), 안전사고 등의 경우 대표이사에게 즉시 보고하여 대표이사가 신속한 조치 및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당사는 앞으로도 사원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이승환 님의 빠른 쾌유를 빌며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년 8월 9일 ㈜케이엠텍 대표이사 박창규, 윤경완 마무리하며 승환님도 최선을 다했다. 고통스런 병마와 싸우는 상황에서도 삼성 앞 기자회견에 처음 참석하는 엄마에게 용기를 주며 연설문을 반복해서 읽어보게 하고, 스스로도 용기 내어 인터뷰도 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아버님도 부산에서 구미까지 오가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셨다. 어머님도 아사히 투쟁에 참석하여 같이 행진하고 케이엠텍 앞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으셨다. 이런 가족들의 투쟁이 큰 변화를 만들었다. 구미지역 노동자들의 연대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장실습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들, 선생님들의 힘도 모였다. 아프면쉴권리 공동행동도 첫 연대의 포문을 열어주며 힘이 되었다. 그런 연대의 힘들이 모여서 삼성과 하청 회사를 움직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다행히 승환님의 몸도 서서히 회복중이다. 승환님이 고마움을 전해왔다. “저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털기춤 이모티콘도 함께 보내줬다. <언젠가 예쁜 꽃을 피울 사람>.. 승환님의 카톡 프로필에 담긴 시의 한 구절처럼 언젠가 아픔 딛고 활짝 피기를. 하청노동자들이라고 대우가 낮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원청, 아니 대자본이 다단계 하청구조로 생산을 하면서 임금이나 환경, 노동조건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쉽게 이윤만 취하려는 고약한 셈법은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우리가 연대의 힘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 케이엠텍 투쟁에서 보여준 구미노동자들의 연대, 노동시민사회의 연대는 우리의 힘이 결코 작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승환님의 완전한 쾌유를 빈다.2024-09-19 | 조회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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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한전의 섬발전소 노동자 184명 집단해고에 맞선 싸움,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지난 8월 14일, 섬 지역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184명이 집단해고됐다.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울릉도를 비롯한 전국 66개 섬 발전·배전시설에서 발전, 정비, 검침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로서 JBC(한전 퇴직자 모임인 ‘한국전력전우회’가 설립한 회사) 소속이었고, 작년 6월 9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한전이 도서발전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함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법원 판결에 따라 섬발전소 노동자들을 한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대신, 도서발전사업을 한전 자회사인 ‘한전MCS’로 이전했다. 그 과정에서 한전MCS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와 소송 포기에 동의한 노동자만 전적을 허용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184명은 단칼에 해고했다. 형식적으로는 한전MCS가 고용승계를 거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전이 해고한 것이다. 노동자 탄압의 선봉, 한국전력! 해고된 노동자 184명은 ‘소송취하 조건이 없다면 한전MCS로 전적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지만 한전은 끝까지 소취하 조건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 불법파견 철폐투쟁에서, 소취하 조건을 내걸어 현재 일자리마저 빼앗는 짓은 어떤 자본가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에서 보여준 한전의 악랄하고 패륜적인 행태를 떠올리면, 한전에 뭔가를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사치인 것 같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한편, 한전은 소송취하를 자회사 전적의 조건으로 내세운 이유를 “노동자들의 전적 이후에도 노사 간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이를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정규직 전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노동자의 고용안정’도, ‘안정적 전력 공급’도 법원 판결에 따라 한전이 섬 지역 발전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 달성된다. 이런 쉽고 확실한 방법은 제쳐두고 한전이 택한 방법은, 발전업무와 거의 무관한 검침과 요금수납 전문 자회사 한전MCS로 노동자들을 전적하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말이냐, 방귀냐? 섬발전소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기는커녕, 한전은 섬지역 발전업무를 검침과 요금수납 전문 자회사 한전MCS로 넘겼다 투쟁으로 정규직화 쟁취하자! '은밀한 민영화'를 철폐하자! 한전의 탄압으로 650명에 달하는 섬발전소 노동자 중 450여 명은 한전MCS로 옮겨갔다. 이들은 주로 한국노총 소속이거나 무노조 노동자들이다. 남은 184명은 굳은 각오로 한전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전국의 흩어진 섬에서 모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앞, 그리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나주 한전본사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섬발전소 노동자들은 한전 정규직이다. 2023년 6월 법원 판결은 이미 이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섬발전소는 원래 한전이 직접 운영했다. 다시 말해 섬발전소의 모든 발전설비와 노동자는 한전 소속이었다. 1996년부터 하나, 둘 넘기다 결국 전국 66개 도서발전소를 JBC가 위탁운영하게 된 것이다. 섬발전소 노동자의 투쟁은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이고 한전에 의해 위탁·외주화된 노동자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투쟁이다. 반드시 승리해서 불법파견 박살내고 정규직화 쟁취하자! 껍데기만 ‘공기업’일 뿐 은밀히 민영화되어 각급 외주·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가득찬 발전현장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연대로 모든 비정규직을 철폐하자! 발전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하자!2024-09-14 | 조회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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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여전히 지옥이다 - 택배산업 죽음의 행렬 멈출 연대의 힘 모으자!죽음의 행렬 지난 7월 4일 경산에서 40대 쿠팡 여성 택배노동자가 배송업무 중 폭우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7월 3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18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내렸지만 쿠팡은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재난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택배노동자의 처지를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 노동자는 산재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노동부는 산재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퀵플렉스에만 적용되고, 카플렉스는 제외된다고 봤다. 퀵플렉스가 계약한 쿠팡CLS와 달리 카플렉스가 계약한 쿠팡 본사는 법적 택배사업자 자격이 없다는 이유다. 쿠팡 배송 노동자는 자회사(쿠팡CLS)와 계약한 ‘퀵플렉스’와 쿠팡 본사와 계약하는 ‘카플렉스’로 나뉘는데 숨진 노동자는 카플렉스였다. 자기 차로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것만 다를 뿐인데, 다른 기사들과 똑같이 쿠팡 물건을 배송하는데 이 노동자는 정부와 자본이 씌워 놓은 굴레 때문에 죽어서도 차별 받는다. 2012년 2개 직종(퀵서비스 기사, 택배기사), 2016년 3개 직종(대리운전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몇 가지 업종이 추가되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늘어났다. 2022년 5월 “주로 한 업체에서 일했다”라는 기준, 즉 ‘전속성’이라는 기준도 폐지됐지만 아직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는 수없이 많다. 쿠팡 남양주 캠프에서 일하다 올해 5월 28일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정슬기씨는 쿠팡의 압박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변했다. 쿠팡은 정슬기씨에게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와 보상도 하고 있지 않다. 지난 7월에는 쿠팡 제주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한 명이 숨지고, 심야 배송을 하던 또 다른 노동자 한 명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 18일에는 쿠팡 시흥캠프에서 일하던 58세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고 26일에는 그곳에서 일하던 다른 노동자가 또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같은 달 청주에선 쿠팡 로켓설치 대리점 대표가 죽었다. 지난 8월 7일에는 한진택배 대전메가허브털미널에서 30대 노동자가 쓰러졌다. 당시 그 노동자의 체온은 40.9도에 이르렀다. 흔히 택배 상하차 알바를 ‘지옥의 알바’라 부른다. 아마 2000년대 중반부터 이런 말이 나온 것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변한 게 거의 없다. 한진택배에서 쓰러진 노동자는 택배 상하차를 했다고 한다. 보통 컨베이어 레일을 안으로 조금씩 집어넣거나 빼면서 물건을 상차하거나 하차하는데 사방이 꽉 막힌 화물차 안의 열기는 찜통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냉난방 설비가 거의 없다. 내가 일했던 터미널에는 천장에 걸려 있는 선풍기가 전부였고 컨베이어 레일에 물건을 올리는 분류알바 노동자들에게는 그것조차 없었다. 최근 몇 년간 대형택배사들이 매년 택배비를 올렸는데 노동자를 위한 투자는 보이지 않는다. 대형허브터미널을 지었다고 하지만 그곳에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은 없다. 건당 수수료는 몇십년 째 제자리거나 오히려 깎였다. 전무한 대책 나는 지난 8월 31일까지 서울에서 택배 일을 했다. 3년 넘게 했는데 올해 여름이 가장 더웠다. 오래 일한 동료들도 올해가 가장 덥다고 했다. 아침에 터미널에 가면 밤새 웃통을 벗고 일했던 분류알바 노동자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이주노동자가 많았다. 배송하는 동료 기사들은 “살갗이 타들어간다”고 했고 “숨이 턱턱 막혀 계단을 오를 수 없다”고 얘기했다. 나는 3년 전에 항문이 헐었던 경험을 했는데 올 여름엔 온 몸에 쉴 새 없이 땀띠가 돋아나는 경험을 했고 체력이 달려 쓰러질 것 같은 기분으로 배송을 했다. 원청이나 대리점에서 생수 한 병 받지 못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얘기하지 않았다. 기사들도 그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지 않았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원청은 택배노동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배송하지 못한 물건이 젖지 않도록 컨베이어 레일 밑으로 넣으라는 지시만 내렸다. 온열질환 산재 건수는 승인 사례 기준으로 2020년 13건(사망 2건), 2021년 19건(사망 1건), 2022년 23건(사망 5건), 지난해 31건(사망 4건)으로 매해 증가했다. 올해도 워낙 심한 폭염이었고 수많은 노동자가 쓰러졌기에 국회에서도 폭염작업중지법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설사 그 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그 법을 활용하고, 실제로 행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택배노동자들이 폭염과 폭우 앞에서 자신의 안전과 생명이 위태로운데도 배송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당일 배송 압박이다. 쿠팡은 정해진 물량을 시간 내에 배송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해고할 수 있는 제도(클렌징 제도)를 두고 있다. 내가 일했던 택배사는 수시로 대리점별 당일배송률을 비교해 통보하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예전에는 대리점 소장들이 물량이 많으면 재우라고(당일 배송을 하지 않고 다음날 하라고) 얘기했는데 요즘엔 원청 압박을 얘기하면서 당일 배송을 하지 못하는 기사는 그냥 그만두라고 할 정도다. 이런 압박 아래에 놓인 택배노동자들은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폭우가 쏟아져도 탑차 안에 가득가득 물건을 싣고 배송지로 출발한다. 이밖에도 원청이 물량을 조절해 택배노동자들의 물량 부담을 줄여주면 택배노동자들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는데 원청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을 넘어가는 날씨라면, 폭우와 태풍이 예상되는 날씨라면 물량을 조절해줘야 하는데, 모든 물량을 다 쏟아내고 당일 배송하라니 노동자들은 계속 벼랑에 내 몰릴 수밖에 없다. 몸이 아파도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열악한 처지 역시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다. 배송 중 더위를 심하게 먹어 쓰러진 뒤 119에 실려간 동료도 봤고 아침에 분류작업을 하다가 심한 더위 때문에 계속 토하는 동료들을 봤다. 이들은 하루라도 쉬고 싶었지만 대체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계속 일을 해야 했다. 이 폭염에 단 하루의 유급휴가도, 단 하루의 연차도 없다. 내가 쉬려면 용차(대체차)를 구해야 하는데 수십 만 원에 이르는 용차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여전히 택배기사가 자영업자라고 하지만, 사장이라고 하지만 이 사장이 통제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건당 수수료도, 물량도, 휴가도 그 어떤 것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올 여름 폭염을 견뎌가며 밤 10시, 11시까지 자주 일했던 한 동료는 “누가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고 “누가 쓰러져야만 이 상황이 조금이나마 바뀔 것 같다”라고도 했다. 당일 배송 압박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이 동료는 우리 터미널 상황만 봐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 앞서 얘기한 여러 사례처럼 이미 곳곳에서 택배노동자들은 쓰러지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 지난 9월 7일 강남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는데 노동자가 많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웠다. 그러나 건설 현장, 조선소, 제철소, 택배 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깨닫고 있고 생존을 위한 대책을 갈망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여러 곳에서 더 큰 저항에 나서리라 확신한다. 얼마 전까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온도감시단 활동을 펼치며 자본에 대항했고 과로사한 정슬기씨에 대한 대책위가 꾸려지며 좀 더 폭넓은 연대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주7일, 365일 배송 방침에 맞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에 함께하자. 이 투쟁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더 큰 전선을 만들자.2024-09-12 | 조회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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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값’ 벌기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사회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물가 상승, 아니 물가 폭등으로 인해 ‘반찬값’을 충당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게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떤 이들은 노동전선에 나선 여성들의 노동을 폄하하며 그깟 ‘반찬값’ 벌러 나왔다고 말한다. 물론 여성들이 반찬값만을 얻기 위해 노동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서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여성 노동자를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한다.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지난 9월 8일, 충북에서 일하던 급식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10년 넘게 최선을 다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렸고 2022년에 폐암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충북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가 소속되었던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그는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후 치료에 전념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폐암의 원인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인 ‘조리흄’”이라고 꼽았다. 또한 “조리흄이 폐암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수많은 산업재해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조리흄을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인자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1,206건에 달했고 사고 빈도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매해 급식 노동자들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폐질환의 양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뿐만 아니라 폐섬유증, 폐결절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리한 처우에 허덕이고 있다. 더 이상 살기 위해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9월 9일부터 13일까지를 ‘폐암 산업재해 사망 피해 급식 노동자 추모 주간’으로 지정했다. 추모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업무 시작 전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또한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 이미지를 카카오톡과 여러 SNS의 프로필로 활용해 추모의 마음을 널리 퍼트리기로 했다. 사진=전국교육공무직본부2024-09-11 | 조회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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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노동부, 국방부, 삼성, 모두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김태윤 아리셀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발언2024년 9월 3일(화), 강남역 8번출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아리셀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김태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어떻게 관리감독해야할 노동부, 국방부, 공급망 원청인 삼성의 무책임과 방관이 켜켜이 쌓여 아리셀 참사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했다. 수사결과를 통해 에스코넥과 아리셀에 안전관리 대책과 안전교육이 전무했다는 게 드러났다. 김태윤 대표는 "아리셀 공장에서 참사 전 3년 간 4번의 폭발 화재가 있었고, 바로 이틀 전에 폭발사고가 났을 때 노동부가 제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나왔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아리셀은 국방부에 납품하는 군납용 배터리의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해 품질검사를 조작했는데, 그 때 국방부가 거래를 중단하고 정확히 문제제기했더라면 무리한 생산과정 끝에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얘기했다. 또 "삼성이 자신들이 만든 협력사 행동규범에 따라, 아리셀의 안전조치 위반을 제대로 관리감독했더라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얘기했다. 아리셀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공대위와 함께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매주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래는 김태윤 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 오늘로써 72일차, 6월 24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수사결과 들으셨을겁니다. 수사결과를 통해서 노동부도 국방부도 그리고 삼성도 당사자인 아리셀, 에스코넥 또한 공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현장이었다라는 게 명명백백 드러났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CCTV를 통해서 보셨을 겁니다. 출입구에는 3만 5천 개의 완성된 배터리들이 적재되어 있었습니다. 리튬 배터리는 위험성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소량씩 분리해서 콘크리트 벽에 별도 보관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출입구에 온 제품을 적재해놨습니다. 그리고 안전교육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폭발성 유해물질이 일반 소화기로 소화될 수 없었다는 것을 몰랐던 우리 가족들은 일반 소화기로 끌려다가 처참하게 폭발로 40초 만에 온전하지 못한 시신으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사 결과를 통해서 (드러난 건) 안전관리 대책과 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희생자들은) 비상구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하는 비상구는 재난과 죽음 앞에서조차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이었습니다. ID카드나 지문인식이 되지 않으면 비상구를 통해서 대피할 수조차도 없게끔 만들어져 있는 게 그게 어떻게 비상구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리셀 공장에서는 3년 동안 4번의 폭발이 있었습니다. 그 폭발 중 마지막, 이틀 전에 일어났던 폭발 사고 때, 노동부나 관련된 곳에서 특별근로감독을 나왔더라면 참사로 죽지 않았을 겁니다. 노동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방부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명명백백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2월부터 아리셀이 국방부에 군납용 배터리를 납품을 하는데, 납품 과정에서 기준 미달인 게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을 빨리 납품하라고 하는 과정에서 에스코넥, 아리셀이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성적을 조작하고, 배터리 봉인을 풀면서까지 시료를 바꾸면서 사인을 조작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당연히 거래 중단 했었어야 됐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정확하게 에스코넥, 아리셀에 대해서 문제제기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국가와 에스코넥이 벌인 사회적 참사이고 인재이고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붙였던 하나의 과정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들은 (자신이) 누구 소속으로 무슨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런 참사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유가족들 두 달여 가까이 노동부로, 국방부로, 국회로 그리고 삼성 앞까지, 지금 이곳까지 왔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저희 유가족들은 하루하루가 고통 속에서, 그렇지만 우리 가족들을 안녕하게 하기 위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이 악물고 함께 흩어지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에스코넥은 아리셀의 모회사입니다. 그리고 (아리셀 대표인) 박순관이 대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리셀의 납품은 하나의 별도의 자회사가 아니라, (에스코넥의) 하나의 부서 혹은 사업장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에스코넥이 성실하게 나와서 우리 유가족들한테 진정어린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삼성에 온 이유는,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 삼성에 왔습니다. 에스코넥이 삼성전자에 휴대폰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삼성 SDI에는 2차 전지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처럼, 좀 전에 양한웅 대표님 말씀하셨죠, 삼성, 노동자를 죽이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에 행동규범이라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전혀 (삼성) 자기네들의 행동과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행동규범이라고. 협력사와 그 협력사의 협력사까지 행동규범을 지키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떤 행동규범이냐면 노동존중, 본인들은 하지 못하면서, "노동존중, 안전존중, 환경존중 하지 않는 협력업체는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거래 중단을 하셔야죠.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모든 만행들이 에스코넥, 아리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당장 거래 끊으셔야죠. 거래 중단하고 이것과 관련된 관리감독 제대로 하셔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리셀 공장, 에스코넥 공장에서 만들어진 위험천만한 휴대폰 배터리가 전 국민을 상대로 참사를 벌일 수 있는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들 해결하지 않는다면 저희 유가족들, 삼성제품 휴대폰 불매운동까지 할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삼성이 책임지고, 에스코넥이 저희 유가족과 만나서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과 더불어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의 문제 제대로 풀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유가족들, 삼성뿐만이 아니라 노동부, 국방부 상대로 해서 지속적인 투쟁들 해나갈 겁니다. 그래서 다시는 일하러 나갔다가 죽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끝까지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태윤 아리셀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 발언(9월 3일(화)) -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9-11 | 조회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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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 - 폭력단속 강제추방 중단!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결의대회2024년 9월 3일 울산출입국사무소입구 사거리에서는 ‘폭력단속, 강제추방 중단!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6월 20일 경주지역 공단에서 벌어진 미등록 이주노동자 폭력단속과 강제추방 사태를 규탄하고자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노동인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가 ‘울산출입국 6.20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싸워온 투쟁을 집중 집회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울산, 경주, 대구, 경북, 부산지역 노동자들과 이주단체, 전진 등 약 100명의 노동자가 모여서 한글 구호와 함께 영어로 ‘위 아 원(We are one, 우리는 하나다)’,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을 힘차게 외쳤다. 법무부 산하 울산출입국사무소는 지난 6월 20일 마치 인간사냥을 하듯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폭력적으로 단속했다. 그로 인해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무릎과 발목 등을 크게 다쳤고 태국 여성 노동자는 임신한 상태에서 골절에 강제추방까지 당했다. 결국 고향에 돌아간 그는 태아가 유산되는 일까지 겪고 말았다. 민주노총과 이주단체들은 울산출입국사무소 규탄 행동에 돌입했다. 7월 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일 1인 시위와 현수막 걸기를 진행했고, 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해 모든 지역 출입국사무소 앞에서도 1인 시위와 현수막 선전을 이어왔다. 법무부를 찾아 규탄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첫 순서로 이춘기 경주이주노동자센터장이 6월 20일 폭력 사태와 경과를 전할 때, 집회 참가자들도 여러 날이 지났으나 여전히 생생한 분노를 함께 느꼈다. 이춘기 센터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착취의 대상이 된다’며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 노예의 삶을 강요하는 국가와 자본을 향해 투쟁하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노동의 고귀함을 쟁취할 때까지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울산출입국 620대책위’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울산출입국사무소장을 면담하기 위해 6명의 동지를 먼저 출입국으로 들여보내고 집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최용규 울산본부장의 대회사에 이어 박준 문화노동자의 노래가 이어졌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게 어색했을 법도 한 이주노동자는 주먹을 쥐고 피켓을 들며 정주노동자의 발언과 투쟁가에 집중했다. 짧은 영상이 지나가고 휠체어가 무대 앞으로 움직였다. 6월 20일 폭력단속에 무릎뼈와 신경까지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에서 더 일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어서 미등록으로 어느 금속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죽었다.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떠났지만 나는 공장에 CCTV가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증언하기 위해 남았다. 강제추방을 각오하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했다. 잡혀가진 않았다’, ‘이번에 폭력단속을 당했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산 위에서 몸을 숨겼다. 무릎 신경까지 크게 다쳐 1년 넘게 치료받아야 하는 상태다. 입원 중에서 태국 여성 노동자가 유산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인가? 코로나 때도 우리는 같이 일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노동자다. 똑같은 노동자인 우리는 노예처럼 개처럼 단속하는 게 가슴 아프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이주단체 ‘함께하는세상’에서 활동하는 리샤오나 사무국장이 발언했다. ‘아침에 부산에 있는 외국인보호소에 갔는데 처음 가본 친구는 왜 보호소가 감옥이냐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은 2천만 원을 내면 다시 한국에 와서 일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왜 사람을 단속하고 장사하나? 살기 위해 이주하는 건 죄가 아니다. 이런 외국인 보호제도는 당장 바꿔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출입국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그래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모여서 연대한다. 노래를 들을 때 눈물이 났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를 많이 오게 만들면서 한편으로 제도적으로 미등록을 만들고 단속·추방한다. 악으로 연결된 사슬을 연대로 끊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보자’고 힘차게 말했다. 민주노총 김태영 경북지역본부장 투쟁사에 이어 ‘노동자는 하나, Labor is the One’을 함께 부르고 대오는 울산출입국사무소까지 짧은 행진을 이어갔다. 도착한 대오는 구호를 적은 리본을 출입국 주변에 묶었다. 소장을 겨우 만난 면담 대표자들이 내려와 ‘소장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말뿐인 약속’이라고 보고했다. 대오는 울산출입국사무소 앞에서의 투쟁은 일단락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정주노동자가 이주노동자와 단결해 비인간적 인간사냥, 단속추방을 없애고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이후 620 폭력추방 사태에 대해서는 인권위원회 제소,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등이 이어질 계획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오늘도 착취와 차별, 혐오 속에 두려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폭력단속으로 오른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이주노동자의 말처럼 우리는 똑같은 노동자다. 리샤오나의 말처럼 이주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정책과 제도는 당장 바꿔야 한다. 모두가 외쳤듯 위 아 원! 노동자는 하나다!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 단속을 멈춰라)!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권을 보장하라! 그리고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이주·정주 노동자가 단결로 착취를 끊어낼 때까지 함께 투쟁하자!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2024-09-04 |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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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 인터뷰지난 7월 18일(목), 쿠팡 고양물류센터 앞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차리고 선전전을 진행하던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지회장과 이창율 대구분회장을 만났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휴게시간’과 ‘냉난방장치’ ‘8월 1일 하루파업’ ‘체감온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같은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점심시간에 오가는 노동자들을 향해 쿠팡의 ‘아이스크림 차별’을 이야기했다. 정성용 지회장으로부터 현장상황과 올해 노동조합의 투쟁계획에 대해 들었다. Q: 고양센터 3층, 3.5층을 비롯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생겼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노동조합이 온도감시단 활동을 하며 투쟁을 이어온 성과인 것 같다.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변화된 것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성용: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제일 중요한 요구는 폭염대책과 관련된 요구다. 작년에 ▲휴게시간 보장, ▲냉난방장치 설치를 얘기했었다. 올해 투쟁의 성과로 현장이 좀 바뀌었다. 일단 에어컨이 여러 군데 설치됐다. 작년에 제일 뜨겁게 투쟁했던 인천 4센터, 인천 14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대구 2센터에도 설치됐다. 시흥에도 에어컨이 설치됐단 제보가 있는데 아직 직접 확인은 못 했다. 아무튼 이렇게 에어컨이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는 걸 확인하고 있고, 이 에어컨은 휴게실이 아니라, 예전에 쿠팡이 ‘물류센터 구조 상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일하는 공간에 설치된 것이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특정 공간에만, 예컨대 인천 같은 경우는 다섯 개의 층 중에 한 층에만 설치된 거라 한계는 있지만, 그리고 비록 80여개 쿠팡 물류센터 전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작년에 이미 설치됐던 동탄센터와 고양센터의 에어컨까지 더하면 여러 센터에 에어컨이 설치되는 성과가 있었다. 또 올해 회사가 냉방대책으로 마련한 것 중 하나가 열피난처이다. 우리가 이전부터 요구해온 것이다. 물류센터 대부분 현장 안에 휴게실이 없다. 그래서 휴게실을 만들고, 그 안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그 작은 휴게실 안이라도 좀 시원하게 해서, 일하다가 중간에 들어가 열기를 식힐 수 있게 하자는 게 열피난처의 의미다. 올해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 적어도 10개 이상의 물류센터에 열피난처가 설치됐다. 물론 열피난처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경우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다보니 거기 들어가 쉬는 게 눈치가 엄청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그 열피난처를 비닐로 만들어놨다. 그래서 바깥에서 안에 누가 쉬고있는지 다 보인다. 쉬는 사람은 바깥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안 그래도 바쁜 마감시간인데, 누군가 들어와 쉬고 있으면 관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들끼리도 약간 눈치를 주게 된다. 이런 한계가 있고, 또 최근엔 관리자가 열피난처에서 쉬는 노동자에게 ‘왜 쉬고 있냐’라는 식의 지적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그에 대해 사측에게 “휴게시간이 없는데 열피난처 만들면 뭐하냐” 항의했다.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열피난처에서 쉬는 사람들을 건드릴 수 없게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피난처’이기에, 더워서 쓰러질 것 같은 사람들이 열을 식혀서 온열질환을 피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무튼 부족하지만 에어컨이 설치된 것, 열피난처가 생긴 것이 올해 생긴 변화로 파악하고 있다. Q: 분명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여전히 냉난방장치가 모든 곳에 설치돼있지는 않고, 휴게시간도 부족한 것 같다. 올해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는 무엇인가? 정성용: 올해에는 이런 성과도 반영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게 노동조합의 과제이고 역할이다. 그래서 두 가지 요구를 핵심적으로 걸고 있다. 적어도 폭염시기인 6~8월 동안에, (물론 가능하면 더 길게 보장되는 게 맞지만) 2시간마다 20분의 휴게시간을 공식화하라는 것이 첫 번째 요구다.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보장되면 열피난처를 둘러싼 통제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는 모든 센터와 모든 층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 4센터는 1층에 에어컨이 설치돼있다. 그런데 여기가 제일 더운 곳이 아니다. 회사는 설치의 편리성 등을 고려해 1층에 우선 설치한 것 같은데, 물론 이 자체로 성과지만, 사실 제일 더운 곳은 꼭대기인 4층과, 메자닌(복층) 구조가 있는 3.5층이다. 제일 더운 이곳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폭염시기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모든 센터 모든 층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올해에도 온도감시단 활동과 더불어 8월 1일 하루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Q. 온도감시단과 하루파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정성용: 작년 온도감시단 활동은 인천 4센터 앞에서만 진행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조합원이 있는 센터가 작년만 해도 10개 정도 됐는데, 준비가 늦고 처음 해보는 거라 인천 4센터에서만 진행했었다. 올해에는 조합원들이 있는 모든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활동과 하루파업 홍보를 진행해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돌아가며 총 8개 센터에서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설치하려 한다. 8월 1일 전에는 지난주에 대구, 이번주에 고양, 다음주에 동탄, 그리고 8월 1일 직전에는 작년에 설치했던 인천 4센터에서 일주일씩 온도감시단 출장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년 온습도 측정결과를 보면 현장은 9월 중순까지 덥다. 회사도 9월 중순까지 얼음물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도 8월 1일 하루파업 이후에도 계속 온도감시단 활동을 이어간다. 8월에는 신규분회가 설립된 여주, 4개의 물류센터가 모여있는 창원, 안성 4센터, 안성 5센터에서 출장소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아까 선전전 때 들었는데, 고양센터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도 차별을 한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인가? 정성용: 쿠팡물류센터가 워낙 큰 현장이고, 그 안의 고용구조도 다양하다. 일부 관리자들만 정규직으로 고용이 돼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다. 이런 조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류센터 노동자를 고용하는 쿠팡의 자회사다. 그런데 여기에도 고용되지 않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식당노동자들, 파지노동자들(물류작업에서 나오는 박스를 처리하는 일), 청소노동자들, 보안노동자들(쿠팡이 휴대폰 반입을 다 금지시키려다 보니 보안게이트가 많이 설치돼있고 그만큼 보안노동자가 많다), 시설관리노동자들(레일을 수리하거나 전기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모두 다 협력업체에 외주화돼 있다. 이 노동자들도 물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푹푹 찌는 무더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다. 쿠팡은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계약직과 일용직에게 모두 제공한다. 그런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겐 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고양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어서, 모든 쿠팡노동자들의 대표로서 우리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제 출장소 활동을 하며 선전물을 나눠드렸는데, 그 선전물을 보고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제보해주셨다. (현장의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임직원 외 취식 금지'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Q. 지금은 장마기간인데, 장마철에 현장은 어떤가?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올 텐데 그 때 특히 일하는 게 더욱 힘들 것 같다. 정성용: 일단 장마철에도 현장은 찜통이다. 무엇보다 습도 문제가 엄청 커진다. 밖이 워낙 습하다보니 현장 내부도 습해진다. 어떤 물류센터는 심지어 물도 샌다.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환기가 잘 안 되는 구조다. 더군다나 메자닌(복층) 구조를 다각도로 설치해놓아서 환기가 더 안 된다. 그래서 습도는 올라가는데 열은 빠지지 않으면서, 오늘도 인천 4센터의 체감온도는 33도를 넘었다. 바깥 기온은 장마로 인해 20도 가까이로 떨어졌지만, 현장은 지금도 무더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비가 들이칠 때는 상품이 젖는다고 안 그래도 적은 창문까지 다 닫아버린다. 환기가 더 안 되면서 현장은 더 찜통 같은 공간이 된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과 어제 면담을 하면서도 “(무더위 시기만이 아니라) 지금도 가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때 기온이 과연 몇 도까지 올라갈지 걱정된다. 작년에 고양센터에서는 40도까지 찍었다. 대구센터는 장마철인 지난 주에 갔을 때도 체감온도가 이미 35도를 넘었다. 회사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휴게시간을 약간 부여했다. 8월이 되면 얼마나 더 더울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그럴 때 고용노동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게 해서, 찜통 같은 현장을 피부로 느껴보고,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대로 휴게시간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5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라는 것이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니 고용노동부가 체감온도만 측정하고 땡치는 게 아니라,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쿠팡이 왜 지키지 않고 있는지를 감독해야 한다. 작년 같은 경우 쿠팡은 체감온도 33도일 때 하루에 15분, 또는 하루에 20분, 이런 식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했다.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 올해 보니 그 15분, 20분의 휴게시간도 쪼개기 시작했다. 10분씩 두 번 쉬게 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런 방식은 물류센터 현장에는 안 맞다. 휴게실까지 갔다 오는 데만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으면 나가지 않는다. 그냥 찜통 같은 현장에서 선풍기 바람 쐬며, ‘일을 안 하는 게 쉬는 거지’라고 체념하며 그 자리에서 쉬고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2시간마다 20분 정도의 휴게시간은 제공돼야 제대로 휴게실에 가서 찬바람 쐬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Q. 얼마 전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에서 ‘쿠팡에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낸 것을 봤다. 쿠팡 카플렉서로 일하던 분이 폭우 속에 배송을 하다 사망한 뒤 나온 논평이다. 이런 배송기사들이 오늘 같은 폭우에는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필요해보인다. 한편 얼마 전 고 장덕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쿠팡 사측이 골프를 쳐도 그만큼은 걷는다고 해 분노를 자아냈다. CCTV화면을 보면 가슴을 움켜잡고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배송기사만이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에게도 작업중지권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정성용: 결국 로켓배송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로켓배송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쿠팡의 철학이자 원칙이다. 로켓배송의 시작점은 물류센터고, 캠프를 거쳐 택배노동자들이 집까지 가는 이 연결고리가 언제나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무리하게 하루만에 배송을 실현시키려다 보니까 각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들,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자기도 모르게 과로를 하게 돼서 과로사로 돌아가시는 故 정슬기님도 있었고, 지난주에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이 넘쳐흐르는데도 배송을 하시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산 카플렉서 쿠팡노동자도 있었다. 물류센터도 배송기사와 마찬가지다. 물건이 화물차로 나가는 것이 ‘마감’인데, ‘죽었다 깨도’ 마감은 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이 막판에 엄청 쪼이고 무리해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폭염시기에 무리하다 쓰러져서 앰뷸런스에 실려간다. 얼마 전 故 장덕준님 영상에도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왔다. 아니 왜 일을 하는데 뛰어다녀야 하나? 쿠팡은 로켓배송을 실현하고 싶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용은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최소한으로 고용한다. 그러니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과로사와 산재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로켓배송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인력을 확충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하고, 또 자연재해나 각종 문제로 인해 실제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쿠팡물류센터에서 작업중지권은 꿈도 꿀 수 없는 얘기이긴 하다. 레일에 보면 비상정지 스위치가 있다. 그런데 늘 우리는 “이건 절대로 누르면 안 된다”고 교육받는다.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아직 요원한 얘기인 것 같고,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인 것 같다. – 정성용: 올해엔 쿠팡 블랙리스트가 MBC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또 쿠팡의 노동환경 문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벌써 많이 묻힌 상황이다. 쿠팡은 블랙리스트가 ‘인사평가 자료’라며 퉁치려 하고, 사회적으로는 “그거 모르고 쿠팡물류센터 다녔냐”라는 식으로, ‘회사가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하지’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정말 심각한 법 위반 문제다.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개인의 취업도 방해하고, 여러 가지 권리도 제한하는 자유로운 해고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그 심각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블랙리스트 제보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쿠팡은 면피하려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과로사와 산재사고 등 쿠팡의 노동현실을 드러내주는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쿠팡은 이것 또한 물타기하고 묻으려 했다. 폭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을 이용해 다 묻으려고 할 거 같은데, 쿠팡의 현실이 잘 알려진 상황에서 이 현실을 바꿔내지 않으면 또 이전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지금 8월 1일 하루파업도 준비하고 출장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 힘이 일시적인 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로켓배송으로 인한 과로사, 노동강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현장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다. 워낙 쿠팡이 노동현장을 분절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뭉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과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잘 싸워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다.2024-07-22 | 조회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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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우유 노동자가 폭로하는 불법파견 구조의 바닥: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글쓴이는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스튜디오 알에 게시된 영상을 공유한다.) 7월 17일 건국대학교 상허문 앞에서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산단에 위치한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우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과 이후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 불법파견 문제를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중소제조업체, 고령, 이주노동자가 많은 충북 음성군 충북 음성군은 내국인 인구만 따지면 10만이 조금 안 되고,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10만이 조금 넘는 군이다. 음성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6월 25.8%로 다른 비수도권처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음성군은 30년 전에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는데,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산업단지가 많이 생기고 기업유치를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로 2천개 넘는 제조업체가 있고 산업단지가 20곳이 넘는 지역이 됐습니다. 그중 대소면 대풍산업단지에 건국우유 공장이 있는 거죠. 건국우유는 99년에 음성지역에 내려왔어요 처음에 여기서 공장을 시작했고, 20년 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우유라고, 오랫동안 지역에 토착화돼 경영중입니다. 지역민도 많이 알고있는 공장이고요. - 윤자(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100명 이상 고용하는 공장이 많지 않은 음성 지역에서 건국우유는 150여 명을 고용하는, ‘그나마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이었다. 공장 안은 늘 영하 3도, 퇴근버스 1시간 대기 … 건국우유의 노동실태 이날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에서 10개월 동안 불법파견 당사자로 일하다 해고된 L씨로부터, 건국우유의 노동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L씨는 대소면에 있는 ‘돼지인력’이란 직업소개소를 통해, 건국우유의 하청업체인 ‘(주)제이앤비맨파워’가 운영하는 대풍산업단지의 건국우유 제조공장에 파견됐다. 이 공장에선 냉장·살균 처리한 우유를 우유갑에 넣는 작업, 우유를 박스에 담는 작업, 상자 세척, 분류 및 상차 작업 등이 이뤄졌다. L씨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견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식품제조업체의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들에 L씨 같은 일용직 노동자가 동원됐다. L씨는 우유갑을 담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L씨는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건국우유 공장으로 출근했다. 직업소개소에서 버스로 8시 반까지 공장에 데려다주면, 담배 한 대 피고 9시부터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는 저녁 6시까지였지만, 잔업이 있는 날도 많았다. 잔업을 할 때는 보통 10시까지 하는데, L씨와 동료들은 잔업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잔업을 거부하면 잘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하곤 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선 퇴근버스를 다시 타야했는데, 퇴근버스가 늘 시간 맞춰 오지는 않았다. 늦을 때는 1시간씩 공장 밖에서 퇴근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장 안 온도는 늘 ‘마이너스 3도’에 맞춰져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L씨는 ‘마이너스 3도’인 공장에서 일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휴게실은 없었고, 휴게시간은 2시간에 10분씩 주어졌다. 난로 같은 건 없었다. 여름엔 그래도 추울 땐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에 바깥에 나가면 체온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엔 오히려 바깥이 더 추웠기에, 영하 3도의 공장 안에서 잔업이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버텨야했다. 그러다 L씨는 한창 추위가 극심하던 지난 1월, 기존에 하던 주간근무가 아닌 야간에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잘리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달에 20일 정도 야간에 근무를 하다 몸살감기에 걸렸다. 야간근무로 평소와 패턴이 달라진데다, 극심한 추위가 겹쳐 몸살이 난 L씨는 병원에서 일곱 번 수액을 맞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했다. 병가 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일을 했는데, 건국우유가 2월 말 용역업체를 ‘제이앤비맨파워’로 교체하면서, 9개월 넘게 근무하던 L씨는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하루 아침에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에 대해 물어보며 항의를 하자, ‘제이앤비맨파워’ 소장이 나와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던 L씨는 지역신문사와 음성노동인권센터를 찾아갔고, 그렇게 건국우유를 상대로 한 투쟁이 시작됐다. ‘사람장사’만 했던 돼지인력, 건국우유의 명백한 불법파견 L씨의 임금은 직업소개소인 ‘돼지인력’을 통해 지급됐다. 하지만 L씨는 업무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주 40시간 똑같이 근무하여도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았고, 4대 보험 가입, 연차휴가 역시 없었다. 돼지인력은 L씨가 받는 일당 10만원에서 매일 5천원의 수수료를 떼어갔다. L씨는 그냥 일당이 9만 5천원인 줄로만 알았지,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를 얼마나 떼어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난 5월, 음성노동인권센터가 건국우유, 제이앤비맨파워, 돼지인력을 ‘파견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일, 건국우유의 불법파견 및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돼지인력은 L씨를 건국우유 공장에 데려다주기만 한 전형적인 ‘불법파견업체’였다. ‘정상적인’ 도급 관계라면 도급을 받은 직업소개소가 2차 하도급 업체로서 자체적인 지휘, 관리 하에 공정을 수행해야 하나, 돼지인력은 건국우유에 노동력만 보내고 지휘, 관리는 1차 하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수행했다. 명백한 위장도급이었다. 7년 전 이미 음성에서 제기된 불법파견, 이득을 보는 원청은 책임을 피해간다 음성지역에는 이런 직업소개소가 200곳 가까이 존재하는데, 행정당국의 감독과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하고, 일부는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L씨 같은 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쉽게 해고된다. 하지만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미 7년 전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음성지역에서 신세계푸드 - 삼구FS - 직업소개소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공론화했었다. 긴 세월에 걸친 법적 투쟁에 승소했지만, 무노조 상태에서 불법파견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직업소개소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고, 도급업체인 삼구FS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파견 구조를 설계하고, 이 구조로부터 갖은 이득을 보는 원청인 신세계푸드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건국우유도 마찬가지다. 건국우유 - 제이앤비맨파워 - 돼지인력으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건국우유는 음성군의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를 극도의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이윤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적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건국우유는 (1년마다 갈아치우는) 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책임을 피해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참사는 에스코넥 - 아리셀 - 메이셀로 이어지는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위험한 공정에 방치되어 발생한 참사였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건국우유 공장에서도 안전교육이 전무했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도 건국우유는 도급업체를 1년마다 ‘갈아끼우기’ 때문에, 그다지 처벌받지 않는다. 도급업체가 새로 바뀌면 일정기간이 될 때까지는 안전교육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도급업체를 ‘갈아끼우는’ 이익은 또 있다. L씨가 투쟁을 결심한 이후 5월에 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L씨는 2월 말부터 약 3개월치의 체불임금만 청구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자체 판단에 따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다면 3년 기간에 대한 체불임금 내역을 조사할 수 있지만 건국우유 근로감독의 경우 조사 대상 기간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2월 말부터 기존 도급업체가 ‘제이앤비맨파워’로 바뀌었고, 돼지인력 등 파견사업주들이 기존 도급업체 간에 있었던 근태내역 등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3개월치 체불임금밖에 청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전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기존 도급업체는 문서를 ‘털고’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L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지급해야 하는 ‘겨우’ 3개월치 체불임금만 해도 2천만원이 넘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파견을 통해 20년 동안 건국우유는 도대체 얼마를 ‘절약’할 수 있었을까? 불평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흐른다 아리셀 참사 때 다수의 희생자가 이주노동자로 드러났는데, 불법파견이 횡행한 음성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음성군은 이주민 비율이 16% 이상으로, 전국 240여 지자체 중 가장 이주민 비율이 높은 도시다. 음성군에는 이주 배경을 갖고 있는 1만 6천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있다. 음성군은 대공장 밀집지역에서 밀려나온 중소기업이 밀집한 이른바 ‘저부가가치 제조산업’ 도시인데,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곳도 많고,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중소도시라 주거기반이나 교육인프라 등 공공부문도 취약하다보니 선주민이나 청년들은 잘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기는 만성적 구인난을 메꿔주는 게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혹은 이른바 ‘신용불량자’이다. 이번에 건국우유에서 적발된 불법파견 대상 노동자들 서른 명 중에서 스무 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그 중 대부분도 이주노동자였다. 음성군 200여 개의 직업소개소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원룸장사’도 겸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며, 한 방에 10명씩 사람을 밀어넣으며 높은 기숙사비를 받아 이익을 취한다. 음성군은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문제를 방치한 채, 그저 인구를 10만 이상으로 늘려 ‘음성시’가 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충북의 ‘K-유학생’ 유치 정책 등 이주민을 유입하는 데 골몰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L씨와 같은 고령노동자들과 함께 최소한의 법적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질병과 위험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다 필요 없어지면 ‘쓰다 버리는’ 조건에 놓인다. 진짜사장 건국우유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 이 모든 부당함을 참을 수 없어 투쟁에 나선 L씨의 용기로부터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실태는 단지 음성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음성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L씨의 정당한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17개 단체가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소속 학생들도 “건국우유에서 나온 수익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건국우유가 불법파견 구조로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수익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공동행동에 참여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L씨와 같은 노동자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민주노조 운동은 조합주의적 한계에 갇혀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민주노조 운동도 함께 참여해, 무권리 상태의 영세제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움을 조직하자. 그리고 계급적 단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3조 투쟁,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 펼쳐나가자.2024-07-17 | 조회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