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숏컷’ 여성 무차별 폭행 … 오프라인으로 나온 백래시1. ‘숏컷’ 여성 무차별 폭행 … 오프라인으로 나온 백래시 경남 진주시에 있는 편의점에서 숏컷을 한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2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원에서 여성이 강간‧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지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숏컷 인증’ 캠페인과 함께 여성혐오를 부추긴 남초 커뮤니티에 대해 항의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여성 혐오가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등 가장 큰 백래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젠더폭력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관련 예산을 삭감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2024년 정부가 여성 폭력 방지 및 폭력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을 전년도 대비 142억 원 삭감했다며 규탄했다. 삭감된 여성 폭력 방지 및 폭력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은 여성가족부의 일반 예산 및 양성평등기금 예산의 삭감액 431억 원 중 33%에 이른다. 이들 단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 정책이 예산 ‘줄 삭감’ 속에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예산 삭감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외면하고, 실질적 피해자 지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명백한 성평등 정책 후퇴다.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의 음주나 정신병력이 거론되는 등 봐주기식 처벌이 반복되곤 한다. 그리고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연이어 나온다. 물론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엄중 처벌’에 그쳐서는 여성혐오 범죄가 양산되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할 수 없게 된다. 가해자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치부하는 시선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테면 여전히 많은 일터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복장 규정이나 꾸미기 노동 등 틀에 박힌 ‘여성성’을 강요받고 있다. 여성의 복장이나 외모까지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으로 통제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틀을 깨지 않는다면 “머리가 짧으니 페미이고, 페미는 좀 맞아야 한다” 따위의 언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071000001 2. 중국, 여성에게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 낳고 돌보라는 저출생 대책 중국의 대학에서 진행된 취업박람회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여성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표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여성이 가정으로 돌아가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중국의 출생률은 1.09명, 출생아 수는 956만 명(전년 대비 10% 감소)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혼인신고도 줄었다. 국가통제국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인구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새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댓글을 달며 곧바로 반발했다. “여성에게 평등한 고용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의 자립을 보장해야만 안정적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남성에게도 의무 육아 휴직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성은 출산은커녕 직장만 잃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중국 페미니스트 운동가 루 핀은 “여성은 적어도 가부장적 기대에 따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출생률 하락은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는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소극적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시신대학 젠더연구소 소장 우 웨이팅은 최근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폐기, 두 자녀 정책에 이어 세 자녀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여성이 육아와 일의 균형을 맞추게 돕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의 다자녀 출산정책으로 많은 여성이 직장과 공공 영역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했다. 우는 이같이 여성에게 가부장적 역할을 강요하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은 2014년 이후 강화된 사회통제의 일환이라며, 특히 젠더 인권, 젠더 인권활동가와 여성인권단체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다. 서구적인 것을 배척하고 가족 전통을 복원한다는 중국 정부는 이미 인터넷에 ‘성평등 권리 보호’를 검열 대상 문구로 통제하고 있으며, 올해는 젠더 다양성의 상징인 무지개 이미지가 그려진 상품의 판매를 금지했다고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voanews.com/a/facing-demographic-crisis-china-pushes-women-back-into-the-home-/7350689.html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1956106?sid=104 3. 첫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 받은 한국SGS그룹. 그러나 불복하며 행정소송 제기 다국적 기업인 인증기업 한국SGS그룹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노위의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 뒤 첫 시정명령이다. 한국SGS그룹에서 파트장(과장)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0년 3월 출산·육아휴가에서 복귀한 뒤 매년 승진에서 탈락했다며 차별시정 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사측의 업무능력 부족이란 주장을 수용하여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중노위는 승진 차별을 인정한 것이다. 중노위는 사측의 주장을 기각하며,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남성에 비해 2.5배 이상 적은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2.7배 이상 육아휴직을 쓴다는 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남성 노동자 3명이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 데 약 4.3년 걸린 반면, 육아휴직자의 승진 소요 기간은 약 6.3년인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은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대신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국SGS그룹노동조합은 “만연한 성차별을 인식도 하지 못하는 무늬만 글로벌기업인 한국SGS경영진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SGS그룹노동조합은 지난 7일 ‘조합원 총회 및 23년 임단투 승리를 위한 파업출정식’을 열고 27년 만에 총파업을 선언했다. <참조 기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084 4. 7년 동안 매일같이 조리흄에 노출됐는데도 산재 불승인 2021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폐CT 검진결과 전국에서 52명의 학교급식 노동자가 폐암 확진을 받았다. 또한 폐암이 의심되는 노동자는 379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침을 통해 검진대상자를 55세 이상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로 한정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은 폐암 잠복기를 10년으로 보고 폐암이 확진된 노동자의 근무기간이 10년 미만일 경우에는 산재 신청을 인정하지 않았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기준미달의 환기시설 속에서 매일 같이 조리흄(cooking fume,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들)에 노출됐다. 2022년 환기설비 점검 현황을 살펴본 학교 중 97.29%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상관관계가 엄연히 있음에도 10년을 기준으로 산재 승인여부를 내린 공단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hakbi.org/board/media_reports/read/8916 5. 인권위 “여가부 폐지 계획 관련한 인권영향평가 실시해야” 정부에 촉구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성명을 내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성 소수자 차별 금지 법률 및 정책 마련,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 관련한 인권영향평가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53개 우려 및 권고사항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대한민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제5차 국가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에서 29개의 쟁점 총 58개에 달하는 우려 및 권고사항을 우리나라에 제시했다. 특히, 자유권위원회는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가 성평등 역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부재’로 바꿔야 한다고 제시하는 등 여성 폭력에 대한 체계적 대응 개선을 권고했다. 또한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를 위해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비범죄화 결정 이후 지연되고 있는 유산유도제 도입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이후 국내 자유권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이다.) 한편 정부는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자마자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주요 권고를 반박하고, 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는 해당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한국 자유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길 바란다”고 주문한 만큼, 정부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검토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참조 기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158 6. 모두의 결혼, 대만 퀴어 퍼레이드 ‘퀴어의 다양성’ 그리고 일터의 과제 10월 말 대만에서 올해로 21번째인 아시아 최대의 타이베이 퀴어 퍼레이드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다양성과 함께 서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7만6천 명이 참가해 무지갯빛 인파가 도시를 가득 메웠다. 조직위는 지역과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별’과 싸우기 위한 연대의 장이라고 올해 퀴어 퍼레이드의 취지를 밝혔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출신 CK테는 “암스테르담, 뉴욕, 도쿄, 시드니의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가본 적이 있지만 타이베이는 처음”이라며 반기면서도 “이런 행사가 열릴 수 있는 곳이 대만뿐이라 슬프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성소수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은 2019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올해 1월에는 초국적 동성결혼도 합법화했다. 한국 참가자(27)는 “서울광장 사용 불허 결정은 마치 성소수자가 ‘시민의 일원이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며 “한국에선 혐오 세력의 방해로 퍼레이드가 잘 열릴 수 있는지 걱정해야 하는데 대만 분위기를 보니 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걸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광장의 풍경이 즐거워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기업 부스는 100여 개로 시민단체 부스 20여 개보다 5배 많았는데, 대만의 직장 내 성소수자 권리는 딴판이다. 직장 내 차별이 금지돼 있지만,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7%가 직장 내 커밍아웃이 직장 내 차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 퍼레이드에는 중국 본토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심해지며 중국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참여한 여성도 있었다. 또 여전히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양성애자, 레즈비언, 여성 등이 과소 대표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참조 기사>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021037001 https://thechinaproject.com/2023/11/09/taipei-pride-celebrates-queer-diversity-despite-its-challenges/
-
[번역]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사진: 10월 14일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을 받은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캠프 현장 / 출처: Mohammed Saber/EPA-EFE/Shutterstock 편집자 주 -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 간담회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과 온라인을 병행해 진행했다. 이날 초대손님이었던 시마(Sima) 동지의 발제 요지를 번역해 소개한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이 공격으로 3,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9,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20,0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잔해가 많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14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 인구의 51% 이상이 집이 없는 상태입니다.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식량, 연료, 기타 생필품 등 필수 물품의 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는 이미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가자지구 주민의 63% 이상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0월 12일, 이스라엘 공군은 엿새 동안 가자지구에 약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무게가 4,000톤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10월 13일,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검문소를 반복적으로 폭격한 지 이틀 뒤였는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하는 민간인 1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게 24시간 이내에 대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당시 가자지구 북부에는 17만 명 이상의 주민이 유엔 구호기구 학교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이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린 후 이스라엘 점령군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폭격했습니다. 10월 16일까지 가자지구에는 이미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져 가자 주민들은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우물을 파거나 하수와 바닷물로 오염된 짠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공격 이전에도 가자지구의 물 공급량은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인당 하루 물 소비량 최소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자지구의 주요 담수화 시설 세 곳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전력 제한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10월 27일 저녁 6시, 가자지구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의 연락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연락도 모두 끊겼습니다.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구급차 출동, 병원 통신, 구조 작전 등이 서로 소통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 각지에 있는 가족들은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락도 서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계속되었습니다. 10월 31일에 이어 11월 1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직후인 11월 2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난민 캠프(알 부레이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지난 4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구급차, 빵집에 대한 폭격, 도시에 스며든 죽음의 악취,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한 전염병의 위험, 소독제나 마취제 없이 바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가 겪은 공격 중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기는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이후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이전에 가자지구에 대해 네 차례의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시작된 군사 공격은 매번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무차별 표적으로 삼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말씀드린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들을 이스라엘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스라엘 점령군이 물, 연료, 전기, 소비재, 통신, 건설 자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평상시'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국경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습니다. 가자지구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가자지구 주민은 약 18,500명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든, 서안지구든, 가자지구 밖에서 일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노동자들은 허가증을 빼앗겼고, 수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불과 이틀 전에는 약 4,500명의 노동자가 이스라엘에 구금되어 4주 동안 고문을 당한 후 걸어서 가자지구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가족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난민이 되었는지, 부상을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전쟁터로 들어가기 위해 6km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각국 정부가 방관하는 가운데 매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genocide)임을 입증하기 위해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가자지구만 공격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제닌 난민 캠프에 대한 공격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어 10월 7일 이후 최소 115명이 사망했습니다. 거의 천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을 잃었고, 서안지구와 1948년 점령 지역에서 어린이와 언론인을 포함한 수천 명에 이르는 대규모 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살해, 이주, 대량 체포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 이러한 종류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며,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
[우리의 투쟁]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 - 전태일열사 53주기 전국노동자대회 비정규직 전야제전태일 열사 53주기를 맞이하여 11월 10일 비정규직이제그만 주최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진행되었다.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는 택시노동자 방영환열사 분향소 집단참배로 시작되었다. 한강성심병원 앞 방영환열사 분향소에 모인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5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자기 몸을 불살라야 하는 현실을 규탄하며 투쟁을 결의하였다. 전태일과 방영환을 비롯한 무수한 열사들의 정신을 기리며 시작된 일정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으로 이동하여 진행되었다.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의 영정과 각종 차별의 이유를 담은 피켓을 들며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이후 문화제 개최 장소인 디엘이앤씨 산재사망 하청노동자 강보경 님 분향소가 있는 서대문역 디타워 앞으로 행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행진 시작과 동시에 참여자들을 방패로 밀쳐내며 폭력적으로 행진을 제지하고자 했다. 이후 재개된 행진이 진행되던 중에도 17시가 넘자마자 경찰은 퇴근시간 교통혼잡을 이유로 도로를 봉쇄하고 행진을 차단하였다. 문화제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행진단은 인도로 행진을 지속하였지만, 경찰의 방해는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올해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 노동개악, 집회·시위의 자유 등 각종 기본권 말살 시도에 맞선 투쟁은 전태일부터 방영환까지 수많은 열사가 염원한 노동해방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투쟁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일터에서 죽어가고 차별받고 있는 택시노동자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사납금제 철폐, 택시 완전월급제 쟁취, 비정규직 철폐를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전태일 열사 53주기인 지금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투쟁해야 하는 이유이다.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8 투쟁 11일차, 이슬 씨의 마음사진: 11월 1일 발언하는 고이슬 조합원 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11일 차는 부산2센터 소속이며 누가 권하기 전, 노조에 가입하려 먼저 찾아왔다는 고이슬 조합원을 인터뷰했다. 2022년 5월 17일, 이슬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수습기간에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슬 씨는 깜짝 놀랐다. 점심시간, 육아 휴직, 쉬는 시간 모두 노동조합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다. 가장 놀란 건 관리자와 노조의 관계였다. ‘노동조합이 생긴 후로 관리자는 조합원 상담사한테 함부로 말할 수 없어’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이슬 씨는 이전에 카드사와 홈쇼핑의 고객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두 곳 모두 관리자가 소리 지르며 상담사를 혼내는 건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만 하면 관리자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슬 씨는 잠시 고민했지만, 노동조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자신이 ‘감히’ 가입해도 되는 건지 망설였다. 며칠 후, 관리자는 이슬 씨와 옆자리 동료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냈고 이슬 씨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오열하듯 울었다. 수습기간이 끝나는 8월 1일, 이슬 씨는 바로 노동조합을 찾아가 가입했다. 2023년 9월, 이슬 씨는 파업하고 원주로 투쟁하러 가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슬 씨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열의가 불탔다. 하루라도 빨리 원주에 가고 싶었다. 얼른 가서 잘 싸우고 싶었다. 2년 전 선배 상담사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알고 있었다. 이번엔 자신도 함께하고 싶었다. 11월 1일, 부산지회가 도착했을 땐 이미 펜스를 뚫고 동료들이 들어간 상태였다. 동료들이 경찰과 대치했고 물품을 들여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슬 씨는 많이 떨렸다. 경찰과 싸워야 할지, 물품을 날라야 할지, 무서워하는 조합원들 손을 잡고 있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긴장했다. 11월 4일, 이슬 씨는 집에 있었다. 3일 밤에 부산으로 돌아와서 6일에 원주로 다시 가는 일정이었다. 핸드폰이 마구 울렸다. 경찰이 들어와서 대치하고 있다고 했다.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게 부산지회장이라고 했다. 이슬 씨는 안절부절못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야 할까’, ‘부지회장님이 결정해주면 지금이라도 갈 텐데 어쩌지’ 고민했다. 자신이 지금 원주로 가는 것과 일정대로 하는 것 중 무엇이 맞는지 몰라서 발만 동동거렸다. 6일에 일정대로 가기로 결정이 나왔고 이슬 씨는 한숨 돌렸다. 짐을 챙겼다. 더 따뜻하고 두꺼운 옷을 챙겼다. 필요할 것 같은 물품은 다 가방에 넣었다. 꼼꼼하게 챙기며 단단히 무장한다는 생각을 했다. 문득 ‘현타’가 오기도 했다. ‘내가 왜?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 거지?’ 하지만 이슬 씨는 고개를 흔들고 다시 짐을 싸는 데에 집중했다. 11월 11일, 이슬 씨가 원주에 온 세 번째 날이었다. 주말이라 조합원은 다소 적었고 농성장은 조용했다. 조용하니까 좋기도 했지만 다른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조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마치 우리가 공단 앞마당의 조형물처럼 자리 잡은 거 같아서 걱정됐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날 밤, 이슬 씨는 잠시 천막을 나왔다. 밤하늘을 봤다. 농성장을 쭉 둘러보니 천막에서 불빛이 새어나왔고 말소리도 들렸다. 조합원 숫자는 조금 적었다. 하지만 여기 없는 조합원도 다들 마음은 여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여기 있을 텐데.’ 이슬 씨는 총파업 투쟁 11일차를 ‘머물지 않지만 머무는 날’이라고 정리했다. 밤에 천막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오늘은 여기 머물지 않는 조합원도 마음으로 머무는 날이네’라고 생각했다. 이슬 씨는 이 투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가끔 현장이 버거울 때면, 모든 상담사가 다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다. 다만 예전에 지부장님이 한 말을 떠올린다. “옛날 독립운동도 전 국민이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첫 발언에서 “저는 아직 노조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집행부에서 키를 잘 잡아주시면 저는 때를 맞춰 노를 젓고 돛을 올리는 조합원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이슬 씨는 지부장의 조언과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 한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조합 총파업 11일차, 농성장을 지키는 조합원과 떨어져 있는 조합원이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 날이다. 약속하는 과거의 자신과 그 약속을 지키는 현재의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 날이다. 사진: 공단을 향해 아침 선전전을 하는 조합원들
-
[우리의 투쟁]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과 연대하자! 한국노동자도 전쟁과 학살에 맞선 투쟁에 동참하자!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2023년 11월 5일부터 한국지엠 부평공장,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사무실 등에 팔레스타인 노동자민중과 연대하자는 현장대자보를 부착했습니다. 2023년 10월 16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노동조합 총연맹’ 등 팔레스타인 노동조합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전세계 노동자들에게 긴급 요청을 보냈습니다. “전 세계 동료 노동자들과 모든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이스라엘과의 모든 형태의 공모 행위-가장 긴급하게는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자금 지원 및 군사 연구-를 중단하도록 요청합니다. ... 인종청소를 앞둔 이 시급한 상황은 세계적인 대규모 연대로만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수출은 10년 간 3배가량 늘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을 파괴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대량학살에 직간접적으로 공모해온 한국 정부와 자본의 행위를 중단시키고, 책임을 묻는 것이 한국 노동자계급의 역할입니다. 11월 6일, 바르셀로나 항만노동자 1,200명은 전쟁물자를 싣고 이스라엘로 가는 선박에 대한 선적과 하역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벨기에 공항지상직승무원 노조는 이스라엘행 무기수송 중단을 조합원들에게 촉구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고, 덴마크에서는 덴마크 무기회사 ‘테르마’의 대 이스라엘 무기 판매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공장을 봉쇄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드론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향하는 도로를 막았습니다. 한국노동자도 전쟁과 학살에 맞선 투쟁에 동참해야 합니다. 바로 지금이 ‘전세계 노동자는 하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
[우리의 투쟁] 일하다 죽지않게, 차별받지 않게, 비정규직 철폐하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전태일열사 53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우리의 투쟁] 일하다 죽지않게, 차별받지 않게, 비정규직 철폐하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전태일열사53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전태일열사53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비정규직이제그만 주관으로 열렸다.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행진을 시작해 서대문 디엘이앤씨 고 강보경 노동자 산재사망 농성장 앞 문화제를 이어가며 '일터에서 죽지않게, 차별받지 않게,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자동차판매연대지회, 디엘이앤씨 고 강보경 노동자 유가족, 택시지부, 파리바게트지회, 코레일네트웍스지부, 현중사내하청지회, 웹툰작가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세종호텔지부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소개한 저마다의 상황은 달랐지만,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를 고용불안과 저임금, 산재로 내모는 자본과 정부를 향한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변주현 노동자는 힘없는 노동자만 당하는 현실을 해고된 4년동안 줄곧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성서공단지역지회 로미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같은 노동자임을 강조하며 전태일 열사정신을 계승하여 싸울 것이라 말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안진석 노동자는 노동해방을 투쟁으로 쟁취하자고도 외쳤다. 거부권을 거부한다. 노조법 2,3조 개정하라! 일하다 죽지않게 비정규직 철폐하자! 일하다 차별받지않게 비정규직 철폐하자!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만들자!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7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사진: 2021년 여름 투쟁당시 김기연 동지 투쟁 열흘 차, 기연 씨의 마음 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열흘 차는 부산1센터 지회장인 김기연 지회장을 통해 돌아보았다. 2023년 봄, 쟁의대책위원회는 다시 한번 파업을 결정했다. 쟁대위원들이 집단 단식도 하기로 결의했다. 부산지회장인 기연 씨도 조금 고민했으나 단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식은 고민이 많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공단이 말하는 소속기관 전환 방식은 노조가 결코 받을 수 없는 안이었다. 입사 시기에 따라 ‘제한 경쟁 대상자’와 ‘공개채용 대상자’를 나눠서 여러 시험을 통과해야 소속기관으로 입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연 씨는 연차가 높아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소속기관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노조 부산지회 부장들은 시험을 봐야 한다. 다른 지회까진 몰라도 당장 내 옆에서 일하는 동료가 해고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모른 척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기연 씨는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은 언젠가 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기연 씨는 단식으로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로 결의했다. 2023년 11월 1일, 노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본부 앞마당을 점거했고 기연 씨를 포함한 11명의 쟁의대책위원이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이틀 차 오후까지만 해도 기연 씨는 괜찮았다. 그런데 밤이 되면서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기연 씨는 귀에 지병이 있다. 단식으로 몸이 약해지면서 원래 아픈 곳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한 거였다. 귀가 먹먹하고 욱신거렸다. 머리가 울리고 토할 거 같았다. 단식 나흘 차, 고개만 돌려도 구역질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경찰이 차 벽을 친다며 텐트에 손을 대고 갑자기 밀고 들어왔다. 조합원, 연대자가 다 같이 달려들어 대치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은 기연 씨를 더 힘들게 했고 저혈당 쇼크가 왔다.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왔으나 경찰이 못 들어오도록 막아섰다. 기연 씨는 심각한 통증 속에서도 비참함을 느꼈다. ‘내 목숨이 이렇게 가벼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겨우 간 병원에서 진통제와 영양제를 맞았다. 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연 씨는 ‘집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죽어도 집에서 죽고 싶었다. 데리러 온 남편 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면서도 계속 아팠다. 게워내고 게워내도 머리는 울리고 속은 아팠다. 그렇게 이틀간 꼬박 화장실과 이불만 오갔다. 11월 8일, 기연 씨는 몸이 조금 나아졌다. 당장 원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몸 상태는 불안정했고 혹여나 원주에서 다시 아프면 동지들에게 피해만 끼칠 거 같았다. 11월 10일, 기연 씨는 ‘이젠 진짜 괜찮아’라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원주로 향했다. 아파서 회복한 시간이었지만 기연 씨는 그동안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죄스러웠다. 다 나아서 동지들한테 오니 친정에 온 거 같았다. 마음이 편해졌다. 단식자들부터 찾았다. 남은 단식자는 4명이었다.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초췌하고 초라한 그들의 얼굴은 기연 씨가 마음을 단단히 먹게 했다. 기연 씨는 단식을 중단한 쟁대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우리 얼른 나아서 다시 원주에서 보자. 단식자들 뒤에 단단하고 강한 동지들이 있음을 공단에 보여주자.” 기연 씨는 투쟁 열흘 차인 오늘을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 든 날’이라고 정리했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조합 총파업 10일 차, 단식을 중단한 사람과 이어나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한 날이 아닐까. 남은 사람은 중단한 사람의 몫까지 무겁게 짐을 지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우는 게 아니다.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 거다. 단식을 이어나가는 동지와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동지가 단단히 엄호하는 관계로.
-
[우리의투쟁]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재벌 눈치 그만 보고 하루속히 불법파견 선고하라!11월 10일 10시,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이유도 없이 무기한 선고를 연기한 형사8단독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6명의 서진ENG 불법파견 당사자와 현중지부, 민주노총울산본부, 현중사내하청지회, 이주민센터, 울산산추련, 진보당울산시당,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의 많은 동지들이 규탄 기자회견에 함께 동참했습니다. 서진해고자들은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직접고용 시정지시 명령을 받는데 5개월, 검찰의 정식기소에 1년 6개월, 1심 재판 선고일까지 1년 4개월의 세월을 피눈물로 지새며 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불법파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2개월간 농성, 검찰청 정문에서 6개월간 출근선전전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장기간의 법정투쟁에도 성심성의껏 응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진해고자를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습니다. 민사재판부는 형사재판부 판결을 보고 선고하겠다고 하고, 형사재판부는 사유도 없이 선고를 연기해 서진해고자를 두번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사유도 없이, 그리고 선고기일 확정도 없이 연기될 리 없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가 현중 자본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책임회피하지 말고 불법파견 선고에 나서야 합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울산지역위원회는 서진ENG 불법파견 당사자들이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
[231111 전국노동자대회 유인물] 바로 지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선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하자아래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6 투쟁 아홉째 날 지혜 씨의 마음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아홉째 날은 경인2센터 소속이며 반년 전에 입사한 신입 조합원, 송지혜 조합원을 인터뷰했다. 2023년 4월 3일, 지혜 씨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에 입사했다. 센터로 출근하는 문 앞에 게시판이 있다. 그곳엔 노동조합이 활동해서 무엇을 바꿔냈는지 쓰여 있었다. 지혜 씨는 그걸 보면서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조장 언니가 다가왔다. “지혜 씨, 노동조합이 있는데 가입해 보면 어때요?” 건네받은 종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힌 가입서였다. 지혜 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입서에 이름을 적었다. 대단히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느낀 건 아니었다. 원해서 쓴 것도, 억지로 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동료가 권하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썼다. 아침마다 조합원들은 다 같이 ‘투쟁!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외치고 업무에 들어갔다. 투쟁이란 말도, 팔뚝질도 어색했지만 가장 이상한 건 ‘비정규직 철폐’라는 말이었다. ‘내가 비정규직인가? 나 정규직 아닌가?’ 생각했다. 곧 조별 모임에서 내가 왜 비정규직인지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하청업체와 공단이 거짓말했다는 배신감도 느꼈다. 2023년 10월, 노동조합은 곧 원주로 투쟁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지혜 씨는 이 또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노동조합이 간다니 나도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투쟁하러 간다는 말도 와닿지 않았다. 2023년 11월 1일, 펜스를 넘어서 공단으로 들어갔다. 지혜 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모여 있는 내내 울 거 같았다. 무서웠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동료 언니는 지혜 씨의 손을 잡고 ‘별거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 주었지만 지혜 씨는 계속 겁이 났다. 원주에서 투쟁한 지 9일이 되었다. 지혜 씨는 아직도 현실 감각이 별로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집에 있을 거 같은데, 아침밥 먹고 출근하면 될 거 같은데, 자신은 원주에 있고 노조 투쟁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 지혜 씨는 ‘아, 보초 서러 가야겠네’라고 생각했다. 지혜 씨는 군대에 가본 적은 없지만 선전전이 마치 군대에서 보초를 서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추운 날 서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게 비슷한 거 같다. 지혜 씨는 선전전을 하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공단이 생각하는 정규직이랑 우리가 생각하는 정규직은 많이 다른가 봐.’ 지혜 씨는 정규직이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사해서 수습 기간을 거치면 자연스레 되는 게 정규직인데, 얼마나 대단한 벼슬이라고 저러나 싶다. 필기, 면접, 인성검사까지 다 통과해야 소속기관으로 받아주겠다는 공단의 제안도 참 어이가 없다. ‘정규직이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이래? 이런 걸로 투쟁까지 해야 해? 그냥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되잖아. 심지어 약속했던 거잖아. 이전 이사장은 누구야? 거짓말쟁이였네.’ 지혜 씨는 공단 건물을 바라보며 속으로 온갖 나쁜 말을 했다. 오후 2시, 결의대회 발언 중 한 조합원이 이사장이 2023년 7월에 입사했다는 걸 말했다. 지혜 씨는 놀랐다. ‘이사장이 나보다도 늦게 들어왔다니.’ 어쩌면 이사장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상황을 잘 몰라서 아직 전환을 안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지혜 씨는 약간 힘이 빠져 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조합원은 모두 함께하는 줄 알았는데 몇몇 조합원은 원주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 같이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지혜 씨는 밤에 누워서 생각했다. ‘투쟁이 언제 끝날까? 끝날 땐 잘 끝날 수 있을까?’ 지혜 씨는 총파업 투쟁 9일 차를 ‘투쟁이 빨리,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라고 정리했다. 온전한 소속기관 전환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총파업 투쟁 9일 차, 하루 일상은 다소 무난했을지 몰라도 조합원들의 마음은 매일 소용돌이치는 걸 확인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