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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약자보호법’ 아닌 ‘사업주 보호법’ 만드는 윤석열 정부=5월 14일 진행된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 현장' 민생토론회 KTV국민방송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부,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 지난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 현장’이라는 주제의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약칭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률안에는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 △노무제공자와 사업주 사이의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제정 △이를 위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 관한 법적 근거 등이 담길 예정이다. 대통령의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이틀 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에서 “노동약자보호법 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당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기존에 일하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러한 법률과는 별개의 시혜적 법안을 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노동약자보호법 속 용어가 노동조합이 아닌 '공제회', 고용노동부/지방노동위원회가 아닌 '분쟁조정협의회', 근로계약서가 아닌 '표준계약서'인 것은 애초에 노동약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시각에서 기인한다. ‘노동하는 약자’라면서 마치 사업주와 동등한 계약자인 양 취급한다. =고용노동부에서 6월 9일 발표한 "노동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도자료 내용 갈무리 ‘노동약자보호법’은 노동약자와 노동자를 갈라치는 법 사실상 정부가 말하는 노동약자, 즉 미조직 노동자들은 작은사업장/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일 것이다. 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최저임금 미지급, 임금체불, 갑질, 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 고용불안 등이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공제회 설치를 지원 받거나, 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받거나, 표준계약서를 작성한다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노동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책임’보다는 ‘정부의 지원과 도움’이란 소극적이고 시혜적인 방식으로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는 방식으로는 일터가 바뀔 수 없다. 현 시스템은 ‘노동약자’를 통해 이윤을 내야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사용자의 책임을 명확히 강제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권리는 계속 침해된다. 이 법이 제시하는 권리는 기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지속되는 권리침해를 정부의 지원으로 메꾸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다. 애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프리랜서·배달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노-사에게) 굉장히 복잡한 권리·의무가 생기고 (사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처벌 조항이 들어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복잡한 의무와 권리’ 없이 노동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그의 말은 사실상 노동약자를 방임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러한 정부의 문제적인 정책은 기존 노무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되었었던 ‘비정규직 보호법’,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과도 맥을 같이한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보호법'은 IMF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됐으나,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마다 상시적 고용불안에 빠뜨렸고, '비정규직'을 2등 노동으로 고착화시켰다. 문재인 정부 시기 추진했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도 배달라이더 등의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대신, '플랫폼 종사자'라는 제3의 지위를 부여해 기존 노동법에 못 미치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법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노동약자보호법' 또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같은 기존 노동법을 확대/보강 적용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별도의 법을 만들어 오히려 취약한 노동을 고착화시키는 방식이다. ‘노동약자’ 보호에 필요한 것은 노동법 확대적용과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노동약자보호법은 언뜻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해주려는 좋은 법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다면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권리쟁취 방식은 파편화될 것이고, 취약한 노동자들은 더 취약해질 것이다. 정부가 ‘노동자’라는 이름을 지우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단결할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 노조 혐오의 기조를 깔고 법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현 정부가 내놓은 노동약자보호법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사업주들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이다. 진정 노동약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기존 노동법을 작은사업장, 플랫폼, 특수고용 등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확대해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에 한 번씩 해고되도록 만들었던 '비정규직 보호법'의 사례에서 보듯, 일터에서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서 투쟁할 권리가 없이는 정부의 어떤 시혜적 지원정책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불평등한 관계는 어떤 보호법도 결국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노동약자가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할 권리를 보장해야만, 진정으로 노동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 전면적용을 통해 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에 더해, 원청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투쟁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뒷받침되어야만 노동약자의 권리가 현장에서 진정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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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대인상 투쟁에 나선 청소노동자들 “우리는 최저인간이 아니다!”따뜻한 밥 먹고싶다! 대학이 나서서 식대 인상하라! 폭등하는 물가 고공행진 속에서도 서울지역 16개 대학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의 교섭에서 2,700원 식대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지부는 “따뜻한 밥 먹고 싶다! 식대를 대학원청이 나서서 인상하라!”는 공동요구를 걸고 대학별 연속 집중집회를 3달째 진행 중이다. 그리고 6월 5일(수) 낮 2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모든 구성원에게 따뜻한 밥! 노조파괴 불법업체 태가비엠 퇴출!'을 외치며 집단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집중대회를 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 앞에선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 '원청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라!'라는 선명한 요구를 새긴 청소노동자들의 빨간 조끼가 강렬한 붉은 물결을 만들었다. '따뜻한 밥 한 끼 권리를 보장하라! 진짜사장 총장이 식대를 인상하라!'는 청소노동자들의 거센함성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여는 마당에서 이화여대 이애경 분회장의 현장발언은 집회에 참여한 모든 청소노동자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최저임금 받는다고 최저인간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단 얼마의 식대를 높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비록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우리같은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쟁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고 어떤 높은 사람도 알아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라며 노동자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밝혔고, 용기와 힘을 내어 청소노동자들 노동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당당하게 외칠 것을 주문했다. 노조파괴 악덕 하청업체 태가비엠 퇴출하라! 연세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을 괴롭힌 악덕업체 '태가비엠'이 이화여대에서도 등장했다. 원청인 연세세브란스병원과 하청 태가비엠은 지난 2016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시도하자 조직적으로 공모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조합원을 표적탄압했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노조탄압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다. 이화여대분회 김종극 부분회장은 태가비엠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2024년 2월 14일 법원은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고 노동조합은 즉각 퇴출 요구 공문을 학교에 발송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화여대는 불법업체 태가비엠에게 용역비를 주고, 태가비엠이 중간착취 사람장사로 이익을 챙기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는 “세브란스와 태가비엠이 그랬듯, 이화여대가 태가비엠의 또 다른 공범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태가비엠을 퇴출해야 하고, 이것은 이화여대분회의 요구이고, 세브란스병원분회의 요구이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의 요구이며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요구입니다!”라며 대학측에 노조탄압 불법업체를 쫓아낼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력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이화여대는 시설관리노동자 구조조정 중단하라! 이 날 사측의 구조조정으로 해고위기에 놓인 시설관리노동자의 규탄발언도 있었다.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게 되니 짐을 싸서 나갈 준비를 하랍니다.” 그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지만 대학당국이 인력보충은 커녕, 이화여대에서만 12년 일해온 노동자를 고용불안과 직군전환에 시달리게 한다’며 대학측을 고발했다. 그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라는, 노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버텨왔습니다” … 그동안 우리 노동조합이 단결과 투쟁으로 지켜온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가치인 고용승계, 고용안정을 원청이 흔들고 있습니다”라며 절박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을 다짐했다.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빵과장미의 여성노동자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회원들도 '김밥보다 낮은 한끼 식대 올려! 바꿔!', '청소노동자의 밥 한 끼를 지키는 투쟁을 지지합니다'라는 피켓을 만들어 집회에 참여해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했다. 정은희(빵과장미)는 "누구의 한 끼 식사는 160,000원이고, 청소노동자의 식대는 2,700원입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라는 미국에서 유행하는 구호를 언급하며 식대에서부터 나타나는 극심한 불평등을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 공익제보 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중인 지혜복(교사노동자)은 “이 자리에서 한 끼 밥값이 2,700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동안 모르고 있어서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고작 400원을 인상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김밥 한 줄 값도 안 되는 밥값도 주지 못하겠다는 사측, 대학재단측에 경악했고 분노를 느낍니다”라며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연대를 다짐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행정폭력에 맞서 ‘부당징계 취소 투쟁’을 960일 넘게 이어오고 있는 전교조 유천초분회 남정아 빵과장미 회원은 “노동할 권리와 존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학교에서 함께 살고 있는 학생들의 투쟁이기도 하고, 그들의 양육자의 투쟁이기도 하고, 우리의 투쟁입니다. 모두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청소노동자들의 실천과 행동은 옳습니다!"라며 이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옳은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했다. 부당한 현실을 바꿔나가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의 길에 함께한다 '진리에 기초하여 지혜와 지식을 갈고 닦으며 인류사회의 공동선을 향한 덕행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이화 교육의 목표는 청소노동자들은 배제하고, 그들의 노동을 소외시킨다. 오히려 청소노동자들이 “세상을 이화롭게!”라고 외치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꾸고 권리를 주장하며 부당한 현실을 바꾸는 공동선을 펼쳐가고 있다. 새벽에 출근하는 육체 노동자들은 어떤 날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도 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정작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나오는 날이 다반사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강의실 불을 켜고 학생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해놓으려 부지런히 쓸고 닦다 보면 오전 일을 마치는 11시 이전부터 허기가 지기 마련이다. 현재의 한끼 2,700원도에 터무니없는 식대인데, 올려도 얼마 되지 않는, 고작 끼니당 400원조차 인상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대학재단들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집중집회 때 청소노동자들은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주저앉지도 않는다. 세 달을 공동요구안을 놓고 투쟁해 왔지만 지치지 않고 흥겹게 투쟁가를 부르고 신나게 몸짓도 하며 함께 어우러져 정말 즐겁게 싸우고 있다. 집회마당을 가득 채운 매섭게 휘몰아치는 분노 속에서도, 목청 높인 요구 속에서도, 동지들과 함께 한다는 기쁨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내게 한다. 그렇게 청소노동자들은 손잡고 어깨 걸고 함께 웃으며 뚜벅뚜벅 걷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비정규직철폐연대가'는 뜨거웠고, 본관으로 행진하며 소원글을 쓴 리본을 묶고 항의서한을 대학재단 측에 전달하기까지 한결같은 결기로 광장은 가득찼다. 이 투쟁이 꼭 승리해 ‘최저임금은 노예임금이 아니며’, ‘청소노동자는 최저인간이 아님’을 온 세상에 알리기를 소망한다. 이 투쟁에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할 것이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 새벽부터 일했는데 2,700원 웬 말이냐! 진짜 사장 총장이 식대를 인상하라! 따뜻한 밥 먹고 싶다 식대를 인상하라! 대학 모든 구성원에게 따뜻한 밥을! 노조파괴 불법업체 태가비엠 퇴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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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2022 국가성평등지수’, 돌봄·의사결정서 극심한 격차 재확인1. ‘2022 국가성평등지수’ 발표 … 돌봄·의사결정서 극심한 격차 재확인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가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어도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한 유리천장과 ‘독박 돌봄’ 등의 제약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2022년 국가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전년보다 0.2점 상승했다. 성평등지수는 국가의 성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지수화한 것으로, 남녀의 격차(GAP)를 측정한다. 성비가 완전 평등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 상태는 0점으로 책정한다. 여가부는 지난 2010년부터 성평등기본법 제19조에 따라 국가의 양성평등 수준을 파악하고 정책 추진 방향을 수립·점검하기 위해 매년 조사·공표하고 있다. 이번 성평등지수는 7개 영역(의사결정·고용·소득·교육·건강·돌봄·양성평등의식)의 23개 지표로 남녀평등 정도를 점수화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교육이 95.4점으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건강(92.4점), 양성평등의식(80.0점), 소득(78.5점), 고용(74.0점), 돌봄(31.4점), 의사결정(30.7점) 순으로 집계됐다. 노인이나 아동 돌봄 시간 등 남녀 격차 등을 반영하는 ‘돌봄’ 분야는 31.4점으로 매우 낮았다. 구체 항목별로 살펴보면 가사노동 30.7점, 육아휴직 사용 31.7점이고, 신규 지표인 노인돌봄 분담도 31.7점에 그쳤다. 이 밖에도 4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고위직 내 여성 비율을 수치화한 ‘의사결정’ 역시 30.7점에 그쳤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의 젠더 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2023년)다. 영국 시사주간지《이코노미스트》가 OECD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도 한국은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현상(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관심과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여성의 일과 삶을 둘러싼 구조적 차별은 십수 년째 방치되어 왔음을 이들 통계는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0711350003765?did=NA 2. 유엔 여성차별철폐위 “여가부 폐지 철회 및 여가부 장관 즉시 임명” 한국 정부에 권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최근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한편, 여성가족부 장관 즉시 임명 등 부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측은 여가부 장관 조속한 임명 및 부처 폐지 법안 철회는 “국제기구가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제9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한다. 한국은 1984년 12월 협약에 가입한 이래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 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 왔다. 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계획의 철회 및 부처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안전한 임신중지 및 관련 서비스에 관한 포괄적인 정책체계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법적 배상을 포함해 피해자/생존자의 구제 등을 주요 권고로 제시했다. 특히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구체적 입법 타임라인 설정 ▲여가부 자원 대폭 확대와 직원 역량 강화 ▲비동의 강간법 제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에 대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구제 배상 등에 대해 해당 권고의 이행상황을 2년 이내에 추가 보고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제9차 한국 정부 심의 대응에 참여한 26개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네트워크는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환영하며 “이번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에는 대통령 지지도 반등을 위한 국면 전환용 반여성주의적 수사로는 가릴 수 없는 ‘구조적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며, 성평등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의 지향과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정부 및 정치권의 시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595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605_0002762132&cID=10220&pID=10200 3. 기혼·유자녀 여성 노동자의 근속 기간, 혼인 관계가 없는 노동자의 2배 한국의 기혼, 유자녀 여성 노동자는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 근로자보다 근속 기간이 2배 이상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 안정성’이 사전적으로나 사후적으로 출산의 주요한 요인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3일 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 동향 브리프> 최신호에서 ‘여성 일자리와 출산의 선택’을 주제로 일자리 안정성과 출산의 관계를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근속 기간과 종사하는 산업 분야를 일자리 안정성의 척도로 삼았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 노동자와 기혼 유자녀 노동자 간 평균 근속 기간 차이는 44.6개월이나 벌어졌다. 연령 구간별로 보면 20∼24세 구간에서 기혼 유자녀 여성 노동자에 비해 앞서던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이 25~29세 구간부터는 역전하기 시작했다. 두 집단의 근속 기간 차이는 45∼49세 구간에서 가장 컸다. 산업 분야를 봤을 때도 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종에서 혼인 관계가 없는 취업자 비중이 높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 노동자 비율은 기혼 유자녀 여성 노동자보다 약 2배 많았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위와 같은 통계를 근거로 “일자리 안정성은 사전적, 사후적으로 출산을 선택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며 “일자리 불안정성이 유배우, 유자녀 상태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생 대책에서 노동시장의 불안정에 대한 고민 없이 단기 유인책만 마련하면 근본적인 해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체 여성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기혼 비율이 높았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여성 단순노무직은 207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 5,000명 늘었다. 기혼 여성 단순노무직은 123만 9,000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 취업자의 16.6%를 차지했다.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 단순노무직 비중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참조 기사>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03515905?OutUrl=naver 4. 인도, 일터에서 폭염에 병드는 섬유 노동자 인도 타밀나두의 기온이 4월부터 43℃를 기록하는 등 에도르 섬유산업 지역이 극심한 폭염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섬유 노동자들이 실신하고, 열사병, 탈수, 요로감염, 질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타밀나두섬유일반노동조합(TTCU) 티비야키니(Thivyarakini) 위원장은 “올해 폭염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는 노동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패션 브랜드와 공급업체들은 여름 성수기 배송기한만 강요하고 있다. 인도 섬유산업 4,500만 명의 노동자 중 여성이 70%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열악한 환경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 있다. 많은 공장은 더위를 식혀줄 냉방기는커녕 환기장치도 갖추지 않고 있다. 주석판으로 만든 지붕은 실내온도를 오히려 더 높이고 있다. 대부분 공장에 깨끗한 수돗물과 위생적 화장실이 없고 노동시간 중 화장실 사용 가능 횟수는 단 2번뿐이다. 공장 의무실에조차 식염포도당이 충분치 않은 데다 간호사가 온열질환 응급 처치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방직공장 노동자 강가(Ganga)는 사업주가 “회사는 한 달에 만 루피(Rs)도 안 되는 월급을 주면서 40℃가 넘는 온도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 9시간 일을 시키고 식염포도당도 각자 가져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림질 업무를 하는 앰비카(Ambika)는 “더위에 기절할까 봐 두렵다. 낮에도 물을 많이 마실 수 없어 위험한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사 헤마(Hema)는 “여름철 공장은 압력솥 같다. 폭염과 생리통을 동시에 참을 수는 없다”면서 약물로 생리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 대부분은 끼니도 거른다. 락쉬미(Lakshmi)는 “더위에 도시락이 상한다. 관리자도 알지만 우리는 납품을 맞추려 장시간 일한다”고 말했다. 검사원 첼라말(Chellamal)은 “더워지면서 질 건강이 나빠지고 온몸에는 발진이 생겼다. 공장 간호사가 면옷을 입으면 나아진다는데 내가 버는 8,500루피로는 식비와 임대료도 감당이 안 되는데 어떻게 면옷을 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류공장의 인사담당자는 “공장의 최고 허용온도는 30℃ 안팎이지만 3월 중순 이후부터 36℃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글로벌 의류산업 공급망 꼭대기의 자본은 대부분 국제법과 국내법 규제를 피하고 맨 아래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물과 음식도 먹지 못한 채 폭염 속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섬유산업을 위한 독일시민단체’의 대표인 라비니아 무스는 “이제 브랜드 기업이 이러한 착취가 불가능하게 기후위기의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behanbox.com/2024/06/06/in-tns-garment-factories-heat-stress-is-leaving-women-workers-sick-fatigued/ 5. 멕시코, 전투적 교사노조 파업 투쟁 멕시코에서 진보적 집권여당연합*의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지만, 다수가 여성인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국교육노동자연합(CNTE)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교사들은 2023년 스승의날 법령에 따라 정한 최소 월 급여 1만 6,000페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등의 열악한 현실에서 6월 7일, 파업 24일 차 행진 시위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멕시코시티 중앙광장인 소칼로의 파업 농성장에서 출발해 도심에서 행진하며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외쳤다. 노조는 100% 임금인상,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출산육아휴직 및 가족 돌봄 휴가 개선, 해고자 복직, 노조탄압 중단, 퇴행적 교육개혁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정당으로부터 독립된 민주노조를 추구하는 50만 조직의 교육노동자연합(CNTE)은 지난 5월 15일 스승의날부터 오악사카, 게레로, 치아파스주에서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경찰을 동원한 탄압을 지속했다. 지난 4일에는 대통령과 노정교섭이 열리는 동안 경찰이 집회 대오에 폭력을 행사해 수십 명의 교사가 다쳤다. 원주민단체와 지역사회가 곧바로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는 연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CNTE 교사들에 대한 탄압은 셰임바움이 이끄는 정부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저항하는 모든 사람에게 분명하고 직접적인 탄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7일에도 경찰은 행진 도로를 제한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교육노동자들의 21일간의 파업과 농성으로 정부는 노조 요구안을 상당히 수용했다. 정부는 먼저 해고자 164명을 복직시켰고, 93%의 해고자 복직을 약속했다. 퇴직 근속연수를 여성 28년, 남성 30년으로 단축하는 등 노조 요구를 반영한 수정법안은 6월 11일 의회에 제출된다. 노정합의에 따라 노조는 7일 집회 후 농성을 종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남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장을 떠날 생각이 없자, 노조는 ‘함께 투쟁을 시작하고 끝낸다’는 입장으로 집회 마무리에 파업 농성을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진보정당들로 이뤄진 집권여당연합은 셰인바움 당선자의 국가재건운동(MORENA)과 녹색당(PVEM), 노동당(PT)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resumenlatinoamericano.org/2024/06/07/mexico-condenan-represion-contra-maestros-de-la-cnte-en-ciudad-de-mexico-y-oaxaca/ https://www.jornada.com.mx/noticia/2024/06/07/sociedad/maestros-de-la-cnte-marchan-del-angel-al-zocalo-2669 6. 미국, 뉴욕의 프라이드 행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6월,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LGBT Pride Month)을 맞아 성소수자 국제비영리인권단체 아웃라이트 인터내셔널(Outright International)이 지난 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한 화려한 갈라 행사장 인근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300여 명의 사람들과 액트업(ACT UP) 뉴욕지부,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은 “‘아웃라이트’가 UN의 ‘협의적 지위’에 있는 인권기구임에도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해 침묵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비판하고 이 단체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휴전 재확인, 인도적 지원, 유엔에서 미국의 전쟁 공조를 멈추게 할 것, 학살에 연계된 기업이 후원과 참여 중단’하게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아웃라이트 재정 후원자, 행사 참가자 등에게 ‘집단학살에 자부심은 없다’는 문구 등이 쓰인 팔레스타인 연대 요청 선전물도 나눠주었다. 시위에 참여한 앤J.티파(Anne J. Tifah)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동일한 알고리즘이 작동하지는 않는다”며 “팔레스타인의 해방에는 여러분의 해방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누르 알다예(Noor Aldayeh)는 “성소수자 팔레스타인인도 존재한다. 이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점령, 집단학살, 인종 청소 그리고 80년 넘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해진 이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팻(Pat)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참상에 연대하지 않는 우리 커뮤니티의 성소수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autostraddle.com/act-up-outright-international-action/ https://www.them.us/story/lgbtq-activists-protest-outright-international-gala-demand-action-palestinians https://www.washingtonblade.com/2024/06/05/pro-palestinian-activists-protest-outright-international-gala-in-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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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장미 톡톡 시즌2] 다섯가지 장면으로 돌아보는 2024년 3.8 여성파업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주최로 3‧8 여성파업대회가 열렸습니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라는 모토를 건 이날 집회에는 800여 명의 노동자가 서울 보신각 앞마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여성파업조직위는 41개 노조와 단체가 모여 2023년 11월부터 이번 3‧8 여성파업을 조직해 왔습니다. 구미의 금속노조 KEC지회와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현장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상경해 투쟁에 함께했고 그 외 노동자도 연월차 휴가나 조퇴 등으로 현장노동을 중단하거나 무급 가사노동을 멈추고 여성파업에 동참했습니다. 2024년 여성파업을 다섯가지 주요 장면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유튜브로 들어가서 시청하기: https://youtu.be/Y67AkO3T_kQ 편집: 양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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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건보고객센터지부의 여성파업 - 찾아가는 여성파업(7)건보고객센터지부 김금영 서울지회장이 3월 8일 여성파업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어진 파이를 두고 하는 싸움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도급업체와 하는 교섭이기 때문에 원청이 정해놓은 범위에서 협상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는 거죠.” 김금영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이 방금 빠져나온 교섭에 대해 말했다. 밀고 당기는 샅바싸움처럼 손에 진땀을 빼는 이야기는 아닐까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말이 맞았다. 5년 전 설립한 노동조합부터 직접고용을 쟁취해 그 ‘최고임금’을 깨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서울사무소에서 10년째 일해 온 김금영 서울지회장. 그는 지난 3월 말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 전환 투쟁을 마무리한 뒤 다시 신규업체와의 교섭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교섭 두 건이 진행됐다. 공단은 모두 12개 업체에 도급을 주는데 이 중 5개 업체가 변경됐고 3개가 서울에 있다. 긴 파업 투쟁을 거친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임금협상부터 시작했지만, 곧 단체협상을 거쳐 쟁의권까지 벼릴 것이다. “더 이상 콜 받는 기계로 살 수 없다” 전 조합원 파업 72일과 원주 본사 앞 농성 150일. 도보행진 500리에 2박3일 간의 오체투지. 김 지회장을 비롯해 서울, 경기, 원주, 부산, 광주, 대전, 대구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 850명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3월 29일까지 달려 온 5개월간의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이은영 지부장은 35일간의 단식 끝에 병원에 실려 갔다. 쟁대위원들도 밥 먹듯 끼니를 걸렀다.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물집 잡힌 발로 500리를 걸었고, “국회와 대통령은 들어라”라며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시작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시꺼먼 매연이 풀풀 날리는 아스팔트에 코를 박고 삼보일배했다. 총선을 앞두고는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마지막 남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국회가 답하라”라고 외치며 하루 3번의 선전전을 했고, ‘실종된 비정규 대책-정규직 전환 약속 불이행 규탄 노동자-시민 1만인 선언’을 조직해 12,533명의 참가를 이끌어냈다.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 전환을 위해 수많은 기자회견을 비롯해 국민의힘과 서울고용노동청 앞 집회와 기습시위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지난해는 10년 사이 가장 적은 파업 일수를 기록한 해였지만, 건보 노동자들은 두 달을 통째로 파업하고도 열흘을 더했다. 대한민국 계급투쟁 최전선에 그들이 있었다. 그렇게 건보고객센터 조합원들이 소속기관 전원 전환을 위해 사력을 다해 싸웠지만, 이들은 이미 최소 2년 전에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했고,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단과 유사한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정규직의 반발 뒤에 숨어 건보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을 외면했고,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답은 투쟁이었다. 결국 3차례의 노동자 파업 끝에 2021년 10월 공단은 내부 인사와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열었고, 협의회가 고객센터 노동자 고용형태를 소속기관으로 결정하고, 상담사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고 권고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건보고객센터 상담사들은 ‘단 한 명’도 전환되지 못했다. 오히려 사측은 2023년 10월 “2019년 2월 27일 이후 입사자들은 직업기초능력평가(NCS)를 통해 공개경쟁 채용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내밀었다. 이미 길게는 5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 700여 명에 대해 다시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는 소리였다.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안이었고, 그렇게 다시 파업이 시작됐다. 삼보일배 내내 들리던 녹음된 목소리가 말해줬던 것처럼 나의 동료와 정규직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도부는 곧바로 현장 순회 간담회를 거쳐 파업 여부를 조합원 투표에 붙였다. 조합원들은 투표율 96.9%에 91.5%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화답했다. 그렇게 72일간의 파업이 시작됐다. 간부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두 달 치 월급이 통째로 들어오지 않자, 김치 반찬까지 들고 올라온 조합원도 있었다. 2년에 한 번씩 도급계약을 하기에 대부분 대출도 쉽지 않았지만, 대출을 쓸 수 있는 조합원들은 2019년에 이미 다 끌어다 쓴 상태였다. 결국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 의지하며 버티는 것뿐이었다. 건보고객센터지부 삼보일배 장면(출처: 스튜디오 R)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콜센터는 과거 ‘블루칼라’의 봉제공장과 대비해 ‘화이트칼라 공장’이라 불린다. 봉제공장에서처럼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다. 고객센터 상담사의 95% 이상은 여성이고, 40대 여성이 60%가 넘는다. 이 같은 상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업무만 1,000여 개인데, 사방이 막힌 닭장차 같은 곳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하루 120콜을 받아야 한다. 악성고객이나 민원에 시달리거나 성희롱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 2년마다 재계약해야 한다. 그래서 경력이 생길 수 없는 직장이기도 하지만,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이 높기도 하다. 한부모 가정이나 여성가장 비율도 높다. 김금영 지회장은 “우리는 경력인정도 가정의 안정도 그 어느 것 하나 바랄 수 없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라며 “과거 대표적인 저임금 여성 노동자였던 청계천·구로공단 여공의 위치가 지금은 콜센터 상담사로 바뀌었는데, 이제는 감정노동까지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은 고스란히 상담 노동자들의 정신과 육체에 쌓인다. 김금영 지회장은 “상담 노동자들은 방광염, 신우신염, 각종 여성질환과 근골격계질환 등의 질병을 달고 산다”라며 “12개 센터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 관계에 놓여있어 실적압박은 일상이고 상담사들은 몇 푼 안 되는 인센티브의 노예가 되어 치킨게임과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혀 얼굴조차 제대로 못 들고 다니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적 압박과 악성 민원으로 때로는 숨도 쉬기 어렵고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원청과 하청의 위, 수탁이라는 고리 속에서 위탁업체가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는 건 사치다. 김 지회장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용역업체에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요구하지만, 원청인 건강보험공단 때문에 원청이 안 된다고 한다는 답변만 메아리처럼 들려온다”고 토로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늘 쪼들리고 부대끼는 일상이지만, 공단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사실 공단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내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2021년 건보공단 영업이익은 2조 2천억 원에 달했고, 2022년 영업이익은 무려 4조 원이 넘었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의 연봉은 기본급만 1억 5천만 원에 성과급으로 5천만 원을 넘게 가져갔다. 노동자 임금의 10배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 고위공직자 중 가장 많은 재산(약 92억 원)을 소유해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 2월 콜센터 대기업 현황과 노동조합의 전략을 발표하고, “상위 15개 대기업 콜센터 매출액 평균이 2,960억, 영업이익 평균이 93억 원이었으며 대부분은 20년 동안 지속적인 순이익 상태였다”라며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영세한 위탁 콜센터와는 전혀 다른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상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건보뿐 아니라 콜센터산업 전반의 문제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들의 월 평균임금(세금공제 전 월평균 총수령액 기준. 각종 상여금 및 현물 등 포함)은 겨우 217만 원이다. 전 산업 월평균 임금 267만 원에 대비하면, 고작 81.2%에 그친다. 그래서인지 콜센터 노동자 투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도 콜센터 노동자 투쟁이 줄줄이 이어졌다. 1월에는 저축은행중앙회 고객센터에서, 4월에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에서, 12월에는 KB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원 240여 명이 집단해고되어 고용승계 투쟁을 진행했다. 김금영 지회장은 “우리의 투쟁은 전체 콜센터 산업과 연결되어 있다”라며 “공공기관인 건보고객센터의 승리는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한다. “당신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 여성파업 그래서 건보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여성파업에 나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건보고객센터지부는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에 참가하여 3월 8일 국제여성의날, 여성파업의 일환으로 하루 파업에 나섰다. 전 조합원 850명은 집단으로 생산을 중단했고, 이 중 200명은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여성파업대회에, 이외 조합원들은 원주 본사 앞 농성장에 결집해 농성 투쟁을 진행했다. 더구나 건보는 3월 8일 국제여성의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야제 집회까지 개최했다. 메이데이 전야제는 있었지만,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국제여성의날 전 전야제를 개최한 것은 아마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전야제에서 노동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무대에 나와 건보고객센터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또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 전환이 얼마나 정당한 요구인지 절박하게 호소했다. 30대 여성 노동자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처럼 살기 위해서는 건보고객센터뿐 아니라 야간과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투잡, 쓰리잡을 해야만 한다고 하소연했고, 그 순간 이곳저곳에서는 숨죽인 울음소리와 함께 결의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앞서 여성파업을 조직해 왔던 동지들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여성파업을 제안했다. 조직위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출범일인 11월 1일 전면파업을 시작한 건보고객센터지부 투쟁에 연대 성명을 내는 것이었다. 조직위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은 우리 여성 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이라는 입장을 냈고, 이 투쟁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선언을 조직하기도 했다. 또 원주 본사 앞 농성장과 집회를 찾아다니며 연대하며 여성파업을 알렸고, 특히 1월 8일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한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의 연대 메시지를 들고 집회에 참여해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직위는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명하며 “당신의 투쟁은 나의 투쟁, 세상을 바꿀 우리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오픈마이크 별도 행사를 조직하기도 했다. 오픈마이크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조직위 사업으로, 건보고객센터지부의 투쟁이 왜 여성 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인지 살피며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을 제안했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건보고객센터는 대표적인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로, 주로 경력단절 여성이 일하는 여성 다수 사업장이자, 감정노동과 노동통제가 일상화된 작업장이라는 점에서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 노동자 모두를 위한 투쟁임이 분명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이경화 경인지회장은 “윤석열 정부 아래 건보 투쟁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11월 1일 파업에 들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나를 죽이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 마음은 바꿀 수 없다. 이미 내 옆에 2년 3년 같이 근무한 동료를 어떻게 버리나. 그래서 우리 투쟁은 계속되는 거다”라고 발언했다. 또 양명주 조합원은 “가장 중요한 주소,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우리가 하청노동자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공단은 지금 면접과 시험이라는 협박으로 우리를 흔들고 있다. 자식뿐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도 잃을 수 없다. 공단은 계속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화에 임하라. 이 세상 모든 여성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우리는 투쟁하겠다”라며 투쟁의 결의를 전했다. 오픈마이크는 서비스 여성 노동자 착취로 악명 높은 대표적인 호텔기업 중 하나인 명동 세종호텔지부 농성장에서 열렸고, 세종호텔 여성 해고 노동자 허지희 동지가 사회를 맡아 더욱 의미 있었다. 박순향 톨게이트지부장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현숙, 박정혜 동지도 전화 목소리로 상담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당신의 투쟁은 나의 투쟁,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이야기" 오픈마이크 (출처: 전병철) 드디어 3월 8일 국제여성의날 당일에는 김금영 지회장이 여성파업대회 발언자로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1917년 ‘빵과 평화’를 외치던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기억하며,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로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함께 이어 나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국제여성의날이면 보통 ‘빵과 장미’를 말하지만, 국제여성의날 제정으로 이어진 자본주의 초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또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현재에도 전쟁에 고통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하며 ‘평화’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건보고객센터지부의 참여는 여러 면에서 여성파업운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우선 여성파업이 현장과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하며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생산을 중단하는 실제적 파업을 추구했던 여성파업의 방향을 보다 구체화했다. 또 건보고객센터지부의 참여는 여성파업 요구에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철폐’가 포함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건보고객센터지부 참여로 상담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성 노동자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임을 확인하고, 다양한 여성억압을 함께 제기하며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선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의 계기를 조직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뿐만 아니라 건보고객센터지부의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 전환 투쟁’의 기치는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여성의 노동을 중단합니다!”라는 여성파업 선언문에도 새겨졌다. 사실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구호는 2015년 이후 여성살해에 맞서 아르헨티나를 뒤흔든 수백만 규모의 '니 우나 메노스 운동(Ni Una Menos,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의 구호였다. 건보고객센터의 투쟁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니 우나 메노스 투쟁을 비롯한 동시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구호였다. 이은영 건보고객센터지부장(1번째 사진 오른쪽)과 조합원들의 모습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 교섭이 원청이 쳐 놓은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기는 하지만, 김금영 지회장은 숨 돌릴 짬 없이 바쁘다. 최근에는 검찰이 지난 투쟁을 빌미로 사법적 탄압에 나서 이에 맞선 투쟁을 열심히 조직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공운수노조 간부 2인에게는 징역 3~5년을, 이은영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29명에게는 300~500만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모두 합치면 9,300만 원이다. 최저임금 사업장 노동자로서 2025년 최저임금 산정을 앞두고 투쟁도 조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직고용과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이다. 공단과의 현재 쟁점은 여전히 2019년 이후 입사자 공개채용 문제다. 공단은 바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임금이나 처우가 좋아진다고 한들 비정규직의 한계는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다는 게 김금영 지회장의 말이다. 연봉 2억 원씩 받는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마른 걸레라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 물이 비정규직이 흘리는 눈물이라는 것을 과연 알기나 할까? 하지만 건보 노동자들은 눈물 흘리는 대신, 비정규직 철폐를 향해 오늘도 전진한다. 6월 8일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전국 콜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를 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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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보호정책 지원체계 구축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올해 5월엔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되는 참사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언제까지 죽음이란 공포에 시달려야 합니까” 2024년 6월 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와 울산장애인부모회가 주최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보호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오체투지 울산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장애인 관련단체와 더불어 장애인노조,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노동당 울산시당, 울산인권운동연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등이 참여했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각자도생의 벽에 절망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사회적 참사가 2022년과 2023년에 10건씩 발생한 데 이어 올해 벌써 3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5월 일가족 3명이 숨지자, 이들 가족의 49재가 되기 전까지 사회적 타살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문제를 정부에 묻기 위해 전국 오체투지 투쟁을 결의하고 울산에서도 아스팔트 위에서 온몸으로 호소했습니다.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 부모의 59.8%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울산 오체투지 결의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국가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개별 가정에게 내맡겨진 발달장애인 돌봄을 “극한의 현실”이라고 일컬었습니다. 작년 오체투지의 요구는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 기반 지원체계 구축’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실질적 대책이 없는 가운데 다시 죽음의 행렬을 마주하자, 올해는 ‘발달장애인 생명 보호정책 지원체계 구축’을 내세워야만 했습니다. 대오는 약 2km의 거리를 오체투지와 도보로 이동하며 쉬지 않고 외쳤습니다. ‘발달장애 권리 보장’, ‘발달장애 생명 보호’, ‘발달장애 참사 멈춰’, ‘발달장애 지원 확대!’. 참가자들은 목적지인 울산시청을 에워싸며 더 큰 목소리로 정부의 실패로 초래된 인권 재난,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의 책임을 국가에 물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 민중을 ‘착취당할 노동력’이자 ‘비용’으로만 간주하며, 그 잣대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그래서 지각, 인지, 운동, 언어 등에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이 똑같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교육, 주거, 의료, 생활, 독립, 노동 등 삶의 권리를 위해 제공되어야 할 공적 서비스를 철저히 외면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마이크를 잡은 뇌병변장애자는 “우리가 풀떼기만도 못하냐”고 말했습니다. 한 가닥의 희망도 없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이 계속되는데도 ‘자본에게 퍼줄 예산과 정책’은 있고, 발달장애인의 고립과 고통을 조사하고 24시간 공적 돌봄을 지원할 의사는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는 시종일관 절절한 목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발달장애인 행정전수조사, 주거생활서비스, 종합지원계획 마련하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발달장애인법,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하라!’. 이날 집회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10명을 넘지 않았고 대부분은 여성인 장애인 부모였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자립 생활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전면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 장애인과 그 가족만의 과제일 수 없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가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울 때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세상을 바꿀 주체로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발달장애와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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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투쟁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2024년 울산지역 민주노조에 집중되는 타임오프 탄압을 돌파하자!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오랜 침체를 거쳐온 노동자 운동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설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화물연대 파업, 양회동 열사의 분신에 이은 건설노동자 투쟁은 뼈아픈 패배로 귀결됐다. 노동자 파업을 연이어 진압한 윤석열 정부와 자본은 그 여세를 몰아 다음 공세를 준비했다. 2024년 상반기 윤석열 정부는 다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이른바 ‘귀족노조’에 대한 혐오 조장과 함께 △정규직 임금체계 개편 및 고용의 유연화 △주 52시간 내 1일 연장노동 한도를 깨는 노동시간 확대 △점거파업을 금지하는 파업권 무력화 △회계공시 강요와 타임오프 전임자 축소를 내세우며 공격을 예고했다. 그간 조직된 노동자 운동을 향한 공격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의 의도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국회 여소야대 구도와 30% 초반대 낮은 지지율로 추동력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큰 그림의 노동법 개악에 실패한 윤석열 정부가 뽑아 든 카드는 역대 보수정부와 마찬가지로 시행령 개악을 통한 공격이었다. 그것이 바로 회계공시 강제와 타임오프 전임자 축소 탄압이다. 5월 29일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결의대회》 타임오프 탄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타임오프 탄압의 시작은 공무원과 교직원 노동조합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30일 공무원과 교직원 노동조합에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시행령은 전임자의 근무면제시간과 사용 인원, 보수(임금) 등 노동조합 활동과 개인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했다. 정부는 ‘전임자의 근무면제시간, 사용 인원, 보수 등’을 심의하는 ‘공무원·교원 근무시간 면제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결정하게 했다. 공무원과 교직원에 대한 타임오프 적용을 마무리하려면,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묶여있어야 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2023년 5월 30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있는 510개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업의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이것은 말로라도 타임오프를 반대해 온 한국노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이에 더해 6월 초 윤석열 정부가 고공농성 중인 한국노총 금속연맹 사무처장을 폭력진압하고 구속하면서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탈퇴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이탈한 후, 윤석열 정부는 2023년 9월에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회계공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의결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9월부터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현황 실태조사’를 근거로 사업장 200곳을 선별해 표적 근로감독을 시작했다. 그리고 11월부터 민주노총 사업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타임오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화답한 자본가들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임금 지급을 중단하며 고용노동부와 협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회계공시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고, 윤석열의 경사노위 복귀 요청에 대해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 인정을 약속받고 11월 13일 경사노위로 복귀했다. 그리고 공무원과 교직원 노동조합에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노조법 시행령은 11월 28일 국무회의 의결에 이어 12월 시행에 들어갔다. 2024년 3월 고용노동부는 타임오프 탄압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있는 63개 대규모 사업장을 최종 선별했다.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을 표적으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는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대한 타임오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 공세는 임금·단체교섭 본격화 시기에 맞추어져 노동조합 전임자와 간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타임오프 시정명령이 집중되는 울산지역 지난 2009년 12월 30일 이명박 정부가 집권 여당(한나라당) 날치기로 타임오프 악법을 통과시킨 후, 정부와 자본은 2년 동안 3,000여 개 사업장에서 노조 전임자 축소로 노조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전면 공세를 펼쳤다. 전국적으로 민주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타임오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타임오프 탄압에 맞서 투쟁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이 시기 큰 불협화음 없이 조용하게 넘어간 곳은 울산이다. 현대자동차와 부품사 노동조합들이 노사 협의로 타임오프 전임차 축소를 둘러싼 대립을 비켜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타임오프 탄압은 이제 울산지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울산지역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타임오프 시정명령을 집중하는 경향은 뚜렷하며, 임단협 시기 노사 간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타임오프 시정명령으로 대립하는 울산지역 사업장은 6곳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울산지회, 울산현대모비스지회, 현대제철지회, 화섬식품노조 울산지부 KCC지회, LX하우시스지회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는 6월 근로감독이 시행될 경우, 7월 중 시정명령이 예상된다. 타임오프 탄압을 받는 노동조합들에는 공통의 특징이 있는데, 우리는 이로부터 윤석열 정부와 자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첫째,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 중심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둘째, 현대중공업지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노조를 건설한 지 10년을 넘지 않은 젊고 발전 가능성 있는 노동조합들이다. 셋째, 대부분 다른 지역 계열사 민주노조와 연결된 1,000명 전후의 대규모 노동조합들이다. 넷째,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들은 아직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있지 않지만, 소속 지역지부 내에서의 활동력과 동원력, 파업의 파급력이 있어 상급단체와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을 떠받치는 중요한 사업장들이다.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에 매우 중요한 사업장들인 만큼, 자본에는 눈엣가시다. 자본의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석열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윤석열, 김건희 사건과 채상병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윤석열은 타임오프 탄압을 성과로 포장하고 싶을 것이다. 5월 29일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와 자본이 노리는 것 타임오프 시정명령이 울산지역에 집중되는 이유는 모든 노동조합이 악법에 밀려 굴복하지 않고 저지선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오프로 탄압받는 노동조합의 네 가지 공통점에 비춰볼 때,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은 타임오프 탄압에 맞서 강력한 저지선을 칠 수밖에 없다. 이번 타임오프 탄압을 저지하지 못하면 두 가지 문제가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규모 노동조합들의 조직력과 투쟁력, 정세 대응력이 무력화되며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다음으로, 윤석열 정부와 자본이 표적으로 삼은 노동조합이 패퇴할 경우, 탄압은 울산지역 다른 노동조합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다른 지역 노동조합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와 자본이 울산지역 노동자 운동을 대상으로 타임오프 탄압을 집중하는 진짜 목적이 아니겠는가. 타임오프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한 쌍의 악법으로써, 민주노조의 무력화와 파괴를 목표로 한다. 타임오프 탄압을 위기의식을 갖고 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민주노조 활동력 위축 → 현장조직력과 투쟁력 무력화 →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자본의 통제 강화 → 민주노조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울산지부, 화섬식품노조 울산지부 산하 지회들이 타임오프 탄압에 맞서는 노동자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지난 5월 29일 울산노동지청 앞에서 노동조합 활동과 전임자 문제에 대한 고용노동부 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항의방문을 조직했다. 곧이어 타임오프 시정명령 사업장 상근간부와 교섭위원들이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을 퇴진시켜서라도 타임오프를 폐지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렇듯 공동투쟁에서 나선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5월 29일 고용노동부 울산노동지청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6월 타임오프 분쇄 1만 간부 상경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거쳐 각 사업장 타임오프 교육과 선전전 등 투쟁결의를 모으고, 7월에는 임단협 시기 집중 파업을 준비 중이다. 5월 29일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결의대회》 사진: 노동과세계 노동자 공동파업으로 타임오프 탄압 분쇄하자!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타임오프 탄압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저지선을 쳤다. 그러나 타임오프 악법을 폐기할 정도의 강력한 총파업을 조직하지 못했다. 타임오프 탄압에 맞선 투쟁전선은 강력하지도, 집중되지도 않았고 단위사업장과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민주노조들은 줄줄이 패퇴했다. 일부 민주노조에서 타임오프 탄압에 맞선 총파업을 조직했지만, 개별사업장의 힘만으로 타임오프제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과거 투쟁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2024년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타임오프 탄압에 맞선 투쟁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투쟁이 그렇듯 타임오프 탄압에 맞선 투쟁에서도 “흩어지면 죽고 단결하면 산다”, “각자 투쟁하면 밀리고 함께 투쟁하면 승리한다”라는 구호가 집약하는 공동투쟁은 노동자의 강력한 무기다. 울산지역 타임오프 시정명령 민주노조들이 결의한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노동자 공동투쟁”을 강고하게 유지하고 확대하자. 또한 7월 한시적인 임단협 시기집중 파업에 한정하지 않고 ‘임단협 승리와 타임오프 탄압 저지 공동총파업’으로 승리의 돌파구를 열자. 울산지역 노동자 총단결 총파업으로 타임오프 탄압을 분쇄하고, 그 기세와 열기로 노동자가 앞장서는 윤석열 퇴진의 길을 열자! 5월 29일 《타임오프 폐지! 민주노조 사수! 윤석열 퇴진 결의대회》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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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앗아간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 최저임금 대폭인상, 물가-임금 연동제 쟁취가 기후정의다한 끼 식대 2,700원, 쪼그라든 밥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 2024년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의 화두는 ‘식대인상’이다. 청소, 주차, 경비 등 대학에 간접고용된 노동자들로 구성된 14개 노동조합은 현행 식대 월 12만원을 월 14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벽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일과를 고려할 때 식대 월 12만원은 한 끼에 약 2,700원 수준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식대를 14만원으로 인상해도 한 끼에 고작 3,100원이 보장될 뿐이다. 당장 대학 학생식당이 5,000원부터 시작하는 현실. 식대 2,700원으로는 어떤 음식도 사 먹을 수 없고, 청소노동자들은 당장 도시락 반찬부터 줄여나가는 형국이다. 대학 청소노동자 조직화 초창기에 식대 문제는 핵심적인 생존권 요구였다. 2009년 고려대에서는 식대를 지급하지 않는 고려대 당국에 맞서 이른바 ‘폐지투쟁’이 전개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수거하여 식대를 충당했던 것을 학교가 트집 잡으며 시작된 투쟁은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월 2만5천원의 식대를 보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10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 당시에는 청소노동자들이 한 끼 300원 수준의 식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010년대 초 집단교섭 투쟁이 본격화된 이래 식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10여년 만에 다시 대학 청소노동자 투쟁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저임금·불안정노동자의 생존권 위기가 현재진형형임을 의미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합원들의 물가폭등-식대인상 요구 피케팅. 왼쪽부터 문유례(연세대분회), 김지민(홍익대분회), 이애경(이화여대분회) 출처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최근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자. 5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질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1.6% 감소한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 8천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급격한 물가상승을 임금 상승분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식료품 소비지출은 7.2% 증가했으며, 과일(18.7%), 채소(10.1%), 유제품(9.0%) 지출은 급증했다. 소비자의 구입빈도 및 지출비중이 높으며 가격변동에 민감한 품목에 대한 가격 추이를 가리키는 4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하였다. 이 중 신선식품지수는 19.1% 상승하였는데, 신선과실 품목이 38.7%, 신선채소는 12.9% 상승하며 인상폭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밥상물가 폭등, 생존권 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캠퍼스 안팎에서 식대인상 투쟁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기후플레이션 한국 노동자 민중을 고통에 빠트리는 밥상물가 폭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1)는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연속 상승(2월 117.4, 3월 118.8, 4월 119.1)했다. 밀(소맥), 커피, 옥수수 등 주요 8개 농산물 선물 가격으로 산출하는 ‘블룸버그 농업 하위지수’는 5월 24일에 1월 24일 연고점(61.98)을 넘겨 62.32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농산물 가격상승의 배경에는 ‘기후플레이션’이 존재한다.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극한 기후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1)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하여,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 발표(2014-2016년 평균=100) 기후변화가 농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진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걸친 흑토지대에는 5월 초에 서리가 내리며 밀 재배지가 큰 피해를 입었고, 현재는 강수량 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다. 같은 시기 남미 팜파스 평원에 위치한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선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며 밀과 대두, 옥수수 등 경작지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브라질 밀 생산량이 올해보다 4%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말 미국 소맥 선물은 부셸당 전월 대비 11% 상승해 6.97달러에 거래되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곡물 핵심 생산지가 기후변화로 같은 시기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식량작물 수확시기가 서로 정반대임을 이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영구적 글로벌 서머타임’(PGST, Permanent Global Summertime)의 붕괴를 가리킨다. 5월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 발생한 폭우로 침수된 경작지를 촬영한 항공사진 출처 : Wikimedia, PR Ricardo Stuckert 올리브유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4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4.7% 상승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는 스페인이 최근 2년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며 많은 올리브 나무가 고사했기 때문이다. 2022~2023년 올리브 생산량은 66만t으로 평균 생산량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리브 생산량 감소에 따른 타격은 국내 유통망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5월 중순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동원F&B 모두 이달 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넘게 인상하여 대형마트에서는 올리브유 900ml 한 병이 2만 6천원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소매점에서 도난 사건이 계속되자 올리브유와 매대를 쇠사슬로 묶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커피, 주스 등 기호품 원가도 급등 추세다.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주산지 베트남의 불규칙한 날씨와 건조해진 토양으로 작년부터 작황이 나빠졌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의 런던 선물거래소 가격은 지난달 t당 4,338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1년 전 최고가의 약 두 배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3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2배 넘게 올랐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60%가 서아프리카의 가나,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되는데, 해당 지역에 수개월에 걸쳐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급감한 결과다. 지난해 여름에 수확기를 앞두고 최근 30년간 평균 강수량의 2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평균온도 36도, 최고기온 40도에 육박하는 극심한 폭염이 해당 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2월 29일,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보다 10.9% 줄어든 449만9,000t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주, 미국 플로리다주는 가뭄, 황룡병 등에 시달리며 오렌지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브라질 오렌지 생산자 단체 ‘푼데시트루스’는 올해 브라질 오렌지 수확량이 전년보다 24% 감소해 3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가격은 24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파운드당 4.76달러에 마감해 연초보다 50% 가까이 폭등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사과·배 산지를 중심으로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는데,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감염된 사과나 배나무가 화상 증세를 보이다 말라 죽는 병으로, 기온이 높을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감염된 나무를 뿌리째 뽑아 매몰하거나 과수원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방제법상의 이유로 과수화상병 감염은 직접적인 생산량과 생산면적 축소로 이어진다. 과수화상병은 5월 13일 충주 사과 과수원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7일까지 충북·충남·경기·강원·전북의 13개 시·군 사과와 배 농가 51곳에서 발생이 확인되었으며 피해면적은 약 30㏊에 달한다. 5월 30일에는 경북 안동에서도 과수화상병 발생이 확인되었다. 올 초 겨울부터 지속된 온난한 날씨가 확산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5월 29일 서울 가락시장 가격정보를 보면, 사과 상품 10㎏ 평균값이 8만 3,976원으로 1년 전보다 155.5% 올랐고, 배 10㎏ 평균가격은 12만 14원으로 1년 전보다 278.4%나 올랐다. 5월 31일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과수원 전체를 폐쇄하고 매몰 작업을 벌이는 강원 홍천군의 한 배 재배농가 출처 : 연합뉴스 전 세계적 기후플레이션은 식량자급률이 2022년 기준 49.3%에 불과한 한국경제에 매우 치명적이다. 5월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지수는 3월보다 3.9% 오르며 143.68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2022년 11월(147.92) 이후 최고치다. 기후위기는 지난 총선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파값 875원’ 소동에 앞서 이미 한국 노동자 민중의 밥상 앞으로 찾아왔다. 가공식품, 외식물가로까지 퍼져나가는 생존권 위기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과 정부가 사태를 방관하는 동안, 농산물을 원재료로 삼는 공산품과 외식가격도 줄지어 인상되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정부와 함께 중점관리품목 등을 반영해 우유/라면/밀가루/달걀/설탕 등 주요 생필품 7종의 가격을 집중 감시하고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인상되지 않도록 실태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집중 감시 품목에 든 생필품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폭등해 방침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식용유(100㎖) 가격은 지난 1월 957원에서 4월 1,020원으로 6.6% 올랐다. 우유(100㎖) 가격은 1월 394원에서 4월 420원으로 6.5% 비싸졌고, 설탕(2.2%)과 밀가루(0.9%)도 올랐다. 5월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24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를 79.28로 집계했다. 이는 팬데믹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2분기(85.56)보다 낮은 수치이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경기 호전과 침체를 나누는데, 올해 1분기도 어김없이 100 아래로 집계되며 ‘외식물가 정상화’라는 기대를 깨부순 것이다. 4월 외식물가 상승률을 살펴 보면 노동자의 ‘밥 먹을 권리’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식품 종류 39개 중 19개가 전체 물가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떡볶이(5.9%),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 대중적인 메뉴 전반이 4% 이상 상승했다. 전년보다 물가가 하락한 품목은 아예 없었다. 5월 8일 공공운수노조 최저임금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중, 한 발언자는 “공공운수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5,468명에게 물었더니 지출을 줄이는 항목 1위가 식료품, 의류비 등 생활비였고 2위가 외식비였다”고 발언했다. 최저임금 대폭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 식품·유통기업 초과이윤 몰수 -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을 확대하자 살인적인 기후재난, 물가폭등, 실질임금 삭감 등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허물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당사자거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기후위기의 피해당사국인 남반구(글로벌사우스) 민중에게 이 위기는 더더욱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약 59개 국가와 지역에서 기후위기와 전쟁위기로 약 2억 8,200만 명이 심각한 식량위기(acute hunger)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 식량의 생산과 유통을 틀어쥔 식품·유통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삼아 전례 없는 폭리를 취한다. 세계 곡물시장의 약 80%를 장악해 사실상의 곡물 공급 통제권을 쥔 4대 곡물 대기업 ABCD(미국기업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지Bunge, 카길Cargill, 그리고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LDC의 이름을 딴 용어)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의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촉발되고 심화해온 식량위기가 이들에게는 이윤을 쓸어담을 기회인 것이다. 전 세계 곡물시장 40%를 차지하고 있는 ‘카길’의 2023년 매출은 1,770억 달러(약 245조원)로, 2021년보다 32.6% 늘었다. 2022년 카길의 대주주2) 제임스 카길, 오스틴 카길, 마리안 리브만은 지분가치 상승만으로 세계 500대 부자 명단에 등극했다. 2) 카길은 미국 내 가장 큰 비상장사 중 하나로 창업자인 카길과 맥밀런 가문의 자손 20여 명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 ‘ADM’의 2023년도 영업이익은 75억 1,300만 달러로 2021년보다 25% 늘었다. ‘번지’의 2023년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44% 늘어난 48억 4,500만 달러에 달한다. ‘LDC’ 역시 2023년 영업이익으로 2021년보다 45% 증가한 101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들 4대 곡물기업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인애플, 바나나 등 과일·채소류를 주로 취급하는 다국적 식품기업 Dole 역시 2023년 영업이익으로 2021년의 2배가 넘는 6억 9,417만 달러를 거두어들였다. 식품·유통자본의 폭리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의 2024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3,759억원과 4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7%, 14.8%씩 증가했다. 6월 중 초콜릿제품 가격인상을 예고한 롯데웰푸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6% 증가했다. 3월 13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SPC, 삼양, 오뚜기 등 19개 주요 식품기업을 소집해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한 식품가격이 지속하는 걸 보고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식품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을 질책하고 물가 완화를 권고했다. 그러나 식품가격 조정은 소폭 하락 수준이거나 일시적인 생색내기에 그쳤다. 반면, 대외적 불확실성, 즉 기후위기와 전쟁위기에 따른 원자재 상승을 빌미로 할당관세3) 품목·수량 확대, 부가가치세 면제 등 식품·유통자본 이윤 보장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가 이어지고 있다. 3) 수입가격이 급등한 물품 등에 대해, 일정 수량에 한정해 기본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 5월 3일 한훈 농림부 차관 주재 하에 식품기업 17개사, 외식업체 10개사가 참여한 '물가 안정을 위한 식품·외식업계 간담회' 출처 : 연합뉴스 자본이 만들어낸 기후위기가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조차 앗아가는 지금,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를 주요 요구로 삼은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은 기후정의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오른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지금의 기후플레이션 앞에 무용한 논리임이 드러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빌미로 기업이 상품가격을 급격히 인상하고 원재료 가격하락에도 높은 상품가격을 유지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 인플레이션)’이 2023년 주요 경제용어로 등극한 사실은 생존권 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이윤추구에 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자본가언론은 밥상물가, 외식물가 상승의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며 노동자민중의 절박한 생존권 요구를 매도하고 있다. 작년, 민주노총은 2024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2,210원을 요구했다. 이를 월 환산하면,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 상 평균가구원 2.48명, 평균취업자 1.424명,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한 가구생계비 302만원의 84.4%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로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은 9,860원 (월 2,060,740원)으로, 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구생계비 예상치 304만원의 68%에 불과하다. 2.5%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는 저소득층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6년,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내건지 8년이 지난 지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와 함께 사회적 차원으로 물가-임금 연동제를 제기해야 한다. 명목임금을 일정히 인상해도 고물가가 지속되는 한 실질임금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절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은 단위사업장에서 높은 임금인상을 따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사회적 차원의 물가-임금 연동제, 즉 임금협약에 의한 임금인상에 더해 물가가 인상되는 만큼 임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임금체계가 관철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의 노동자들이 물가-임금 연동제를 새롭게 쟁취하고 있다. 캐나다 휘슬러 대중교통 운수노조,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반노조와 병원노조, 미국의 농기계 제조회사 존디어, 켈로그 등이 물가-임금연동제를 투쟁으로 쟁취했다. 벨기에에서는 민간부문 노동자 98%가 물가-임금 연동제를 보장받아 2022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2%까지 치솟을 때도 노동자 100만명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11.59%에 달했다. 벨기에의 '임금-물가 지수'가 2023년 1월 1일 11.08%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5개월 간의 파업으로 2022년 9월 물가상승률+10%의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는 9월 15일 역사상 최초로 빅3(포드, GM, 스텔란티스) 세 공장에서 동시에 파업에 돌입해 한 달간 투쟁을 전개하며 차별임금제의 상당 부분을 폐지하고 물가-임금연동제를 되찾았다. 인플레이션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하고 전체 노동자 생존권을 위해 싸운다면 국가적 차원의 물가-임금 연동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물가-임금연동제 쟁취는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요구다. 물가폭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줌 착취자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 노동자계급이 희생당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현 식량위기의 책임은 이윤을 위한 생산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해온 자본에 있다.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기아와 고통을 대가로 전례 없는 폭리를 취한 식품·유통자본의 초과이윤을 몰수하고 이를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임금연동제 보장 재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자본의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은 단지 노동운동의 과제가 아니라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와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생존권 쟁취 정치투쟁을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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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결혼 전 여성 단순노무직 비율, 결혼 뒤엔 ‘3배 이상 껑충’1. 결혼 전 여성 단순노무직 비율 5%, 결혼 뒤엔 17% ‘3배 이상 껑충’ 여성 취업자 중 포장·운반·청소 등의 업무를 주로 하는 단순노무직 비중이 결혼 전후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영향으로 결혼 후에는 단순노무직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6월 3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여성 단순노무직은 207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 5,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단순노무직은 7만 9,000명 줄었다. 단순노무직 증가세가 여성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단순노무직에서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많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일자리는 미혼보다 주로 기혼여성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기혼여성 단순노무직은 123만 9,000명으로 전체 기혼여성 취업자의 16.6%를 차지했다. 이는 미혼여성 단순노무직 비중(4.9%)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반면 기혼남성 단순노무직 비중은 11.1%로 미혼남성(12.5%)보다 오히려 낮았다. 기혼여성의 단순노무직 비중이 높은 현실은 최근 돌봄 수요 증가 등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혼여성들이 임신·출산·양육을 위해 일을 쉰 뒤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질이 낮아지는 ‘경력 단절’ 현실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돌봄 서비스·플랫폼 노동 수요의 증가, ‘경력 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 등이 서로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가족 내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은 경력 단절을 거쳐 재취업할 때 불안정한 일자리로 진입한다. 따라서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이 중요하다. 즉, 일하는 여성에게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사회적인 안전망이 보장된다면 애당초 경력 단절을 감수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고정불변의 문제로 간주하고 ‘남편 출산휴가 연장’ 등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대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정부 정책의 밑바탕에는 여성은 가구 내 돌봄을 위해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고 설사 재취업하더라도 임금이 적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옮겨가도 된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셈이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602019800002?input=1195m 2. “여성 조기 입학시키면 출산율 오를 것” … 국책연구원의 황당한 저출생 대책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 간행물에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학생의 1년 조기 입학’이 제시됐다. 남녀 간 발달속도를 고려해 여학생을 한 해 일찍 입학시키면 결혼 적령기에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처럼 성차별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에 기댄 주장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난달 30일 펴낸 재정포럼의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에서 저출생 및 인구고령화 문제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해당 제언에는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나이 어린 여성과의 결혼’을 국가의 인구정책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제언 내용 중에는 청·장년층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늘리기 위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피부양인구(노인층) 이민 유출’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책도 여럿 담겼다. 이번 조세연의 정책 제언을 보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보다 어린 나이에 생산가능인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한 검토 대상”이라고 썼다. 피부양인구를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온화한 국가로 이주하게 하는 방안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양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당 보고서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데다가 여성과 노인에 대한 국가주의적이고 차별적인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성을 ‘출산 도구화’하고 노인은 ‘은퇴 후 해외이주’시키자는 방안을 국책연구기관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다니 황당하고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21342001 3. 남성보다 ‘여성 독박육아’ 많은 한국 … 경제성장·출산율 ‘발목’ 가정에서 육아 부담이 여성에 쏠린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여성의 경제활동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맞벌이 가구의 출산율이 낮다거나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 ‘여성에 대한 경력 단절 불이익’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국제기구들은 “유연한 근로시간 허용, 가사 분담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성장과 저출생 해결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5월 27일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인 가구에서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었다. 연구진은 “여성의 자녀 출산을 위해 육아휴직 제도 등을 통한 경력의 연속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력 단절로 대표되는 고용상 불이익, 즉 ‘차일드 페널티’ 증가가 2013∼2019년 출산율 하락 원인의 40%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KDI 연구에 따르면 그동안 30대 여성의 평균 경력 단절 비율은 꾸준히 하락해 왔으나 주로 자녀가 없는 가구에 집중됐다. 육아와 돌봄이 여성에 집중된 우리나라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남성의 낮은 가사 참여도 여성의 경제활동 저하로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KDI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가사 참여도를 보여주는 무급노동 시간이 여성 대비 23%에 그친다. OECD 회원국 중 일본(18%)과 튀르키예(22%) 다음으로 낮다. OECD 평균은 52%로 한국의 2배를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1일 발간된 ‘포커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면서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IMF는 “한국의 남녀 근무시간 격차를 2035년까지 OECD 평균으로 줄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8% 늘릴 수 있다”며 또한 이를 통해 “(한국의) 여성이 성취감을 얻는 경력을 추구하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결국 경제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7515368?OutUrl=naver 4. 일본, 같은 주소지의 동성 부부 첫 인정 일본 나가사키현의 오무라시가 같은 주소지로 전입신고하는 남성 부부를 공식 ‘부부’로 등록했다. 이는 동성 부부를 인정하는 않는 유일한 G7국가인 일본이 처음으로 한집에 사는 동성 부부를 공식 ‘부부’로 인정한 획기적 사건이다. 일본에서는 모든 사람이 지방 당국에 주소를 등록하는데 동성 부부인 마츠우라 케이타(Keita Matsuura)와 후지야마 유타로(Yutaro Fujiyama)는 같은 주소지에서 살았음에도 언제나 별도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러다 최근 오무라시로 이사하면서 이들은 ‘우리도 부부 관계로 등록하고 싶다’고 했다. 시 당국은 처음에 ‘친척’으로 등록할 것을 고려했으나 논의 끝에 후지야마 씨를 ‘남편’으로 등록하기로 정한 것이다. 마츠우라 씨는 “법적 결혼과 같지는 않지만 놀랐고 매우 기뻤다. 춤과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파트너십 제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동성 커플에게 보다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고 동성 결혼 합법화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를 포함한 수십 개의 주요 자치단체가 현재 동성 커플의 주택, 의료, 복지 등 특정 분야에서 혼인 관계로 일부 인정하는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하나, 집권 보수당은 그 이상의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혼인평등을 보장하는 유일한 곳은 대만이며, 태국은 올해 동성 결혼 합법화에 한 걸음 다가갔다. <참조 기사>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5/28/japan/society/omura-recognizes-same-sex-couple/ 5.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 이혼 합법화 지지 필리핀 하원이 가톨릭 종교의 영향으로 불법으로 규정된 이혼을 합법화하는 이혼법(The Absolute Divorce Bill)을 찬성 126표, 반대 109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8월 상원의회를 거쳐 대통령 승인 절차를 통과하게 되면 이제 필리핀은 바티칸을 제외하고 이혼이 불법인 유일한 국가에서 벗어나게 된다. 여성 노동자들은 이혼 합법화를 지지하며 이혼법 제정을 촉구했다. 필리핀노동조합연맹 센트로(SENTRO)의 여성위원회(Sentro ng mga Nagkakaisa at Progresibong Manggagawa-Women)는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여성과 가족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이혼 합법화를 지지한다. 상원과 대통령은 이혼법을 즉각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이혼 합법화는 보수주의자들이 집착하는 도덕적 붕괴가 아니라, 침묵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여성과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안식처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혼인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결혼 무효화 소송을 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번에 통과한 이혼법도 사유를 보수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유사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기각된 적이 있다. 종교 지도자들은 국가 정책에 여전히 큰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이혼법에 반대하는 상원의원 주비리(Juan Miguel Zubiri)는 “나는 가족을 옹호하고 생명을 옹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적 여론은 다르다. 여론조사 기관인 소셜 기상관측소(Social Weather Stations)의 조사에 따르면 ‘화해할 여지 없이 혼인관계가 실제로 끝난 부부’ 중 이혼 합법화에 찬성한 비율이 2005년 43%였던 반면 2017년에는 53%로 늘었다. <참조 기사>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4/05/29/2358788/women-workers-support-divorce-bill https://thediplomat.com/2024/05/philippine-lawmakers-pass-bill-legalizing-divorce/ 6. ‘뛰어들라(lean in)’는 메시지가 성별 불평등에 대한 저항력 낮춰 최근 여성 노동자의 직장 내 성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며 능력 향상이나 승진에 여성의 도전을 주문하는 ‘뛰어들라(lean in)’는 메시지가 오히려 여성 노동자가 성별 불평등에 항의하는 동기를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엑서터대학교, 배스스파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 연구진은 영국에서 대학교 재학 중이거나 학사 학위를 가지고 직장에 고용된 여성 1,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포함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들은 노동자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요구하는 ‘뛰어들라’ 메시지에 노출된 후 여성이 성 불평등에 항의하려는 동기를 조사했다. 총 4번의 실험 중 3번의 실험에서 그러한 조건의 여성은 메시지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성 불평등에 대해 항의할 의사가 낮았다. 2개의 실험에서는 성차별이 여성의 경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낮게 보았기 그 같은 결과를 보였고, 한 실험에서는 ‘뛰어들라’ 조건의 여성이 지속적 성 불평등에 분노한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레나타 봉지오르노(Renata Bongiorno) 박사는 “‘뛰어들라’ 메시지의 인기는 직장에서의 성차별 때문에 여성들이 계속해서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말해 준다”며 “여성 노동자들은 불공평한 어려움을 계속 겪으면서 경력을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여성을 위한 진보와 성과는 임신에 대한 차별, 저렴한 보육시설 부족, 직장 내 성희롱 등 성차별적인 관행과 정책에 대한 집단적 항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지속적 장벽에 효과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찾는 초점은 페미니즘이어야 한다. 왜냐면 이러한 장벽이 여성 노동자의 경력을 차별하는 성 불평등의 실질적 원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phys.org/news/2024-05-messages-women-protest-gender-inequali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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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퀴어가 요구한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하라!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성소수자의 해방을 외치기 위해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 함께 참가했습니다. 퀴어해방을 지지하는 15만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행진하는 것 그 자체로 해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특히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함께, 미국,영국,독일 제국주의 대사관 앞에서 그들의 핑크워싱과 집단학살 공모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미국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2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지원한 학살 주범이며, 독일은 2023년 전년보다 10배나 많은 무기를 이스라엘로 수출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원 덕에 가능합니다. 피 묻은 손을 분홍색 분칠로 가리려는 제국주의 국가들은 퀴어문화축제에 함께할 자격이 없으며, 퀴어의 이름으로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함께 외쳤습니다.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파트너십 참여 단위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대사관, 각급 기업, 국가기관 등을 망라합니다. 그 중엔 특허독점으로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의약품접근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천문학적인 이윤을 챙기는 길리어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 해방을 위한 모든 노동자 민중의 연대의 장이 되길 바라는 이들과 함께,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 팔레스타인 해방없는 퀴어자긍심은 없다! 제국주의 대사관은 퀴어문화축제를 떠나라! - 퀴어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하라! - 의약품 접근권을 침해하는 초국적 제약회사는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초국적 제약회사는 핑크워싱을 멈추고 의약품접근권 침해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