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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것은, 왜 학생운동인가? - 2024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정치캠프 선택세션2 "왜 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 후기지난달 12일부터 13일까지 주말 이틀간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의 2024 정치캠프가 진행되었다. 진보정치 몰락 시대의 과제, 노동자 단결 전략, 프랑스 신인민전선 고찰, 여성주의 노동운동, 노동자 중심 반제/반전투쟁 등의 다양한 주제로 전체 및 선택세션이 구성되었는데, 그중 대학생인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왜사회주의 학생운동인가"라는 선택세션이었다. "현재의 학생운동을 진단하고, 학생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토론해봅시다"라는 설명과, 토론자들이 대표하는 다양한 학내 단체들의 이름을 읽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인권운동 전반에 대한 백래시와 중립에의 환상이 만연한 현재의 대학에서 과연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설 자리가 있는지, 대학교를 처음 입학한 순간부터 계속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필자가 속했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이하 문성평위)가 자진 해단하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입위원 가입 저조로 인한 기존 위원들의 소진이지만, 사실 해단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적 활동 자체를 하기 어려운 학내 문화에 있다. 학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일례로는, 페미니즘적 기조를 띤 대자보를 발행했다는 이유로 문성평위가 학생회 산하 특별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문과대학 새내기 새로 배움터 평등 세미나 준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학생사회의 우경화에 지친 위원들은 점차 학내 활동보다는 규모가 있는 교외 단체에서 활동하는 데 주력하거나, 교지 제작이나 세미나 참여와 같이 ‘운동’이 주가 아닌 방향으로 활동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존속의 어려움은 비단 한 단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고, 현재 학내의 다양한 운동 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큰 위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연 학생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활로가 사회주의 운동에게 있을까, 간절한 마음에 세션을 듣게 된 것이다. 발제문은 우선 학생과 노동자를 계급적으로 구분하며 시작된다. 대학생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자본가-노동자의 도식 속에서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닌이 천명한 바 "학생은 인텔리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므로, 단순히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사회의 노동문제에 있어 정치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발제문은 설명한다. 물론 실상은 이상과 다른데, 현재 숱한 학생 단위들은 대(對)사회적인 정치성의 마련은 커녕 단체의 존속 여부와 씨름하며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제문은 이렇게 학생운동이 위축된 것에 대해, 원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20대의 보수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보다도, 계급적 당파성의 부족이라는 학생운동의 내부적 요인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다. 노동자계급과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에 격렬히 대항했을 때 학생운동은 가장 융성했고, 노동자계급 또한 사회주의 혁명을 향해 다른 피억압 민중과의 연대로 헤게모니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학생운동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문은 이러한 노동자계급과 학생운동의 연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잘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흐름을 언급한다. 민주노조 운동에서 실천적 투쟁을 저해하는 조합주의/관료주의적 성격과, 체제전환 운동과 같이 ‘공동체의 윤리’나 ‘보편적 권리’라는 평이한 기조로 노학연대를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 모두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물러난 자리를, "허술하고 모호"하고 "노동자계급의 삶과 맞닿은 지점에서 불가피하게" 허점을 드러내는 의제를 선택한 정치적 공동체들에게 내어줬다는 점을 지적받았다(자료집 186). 후자는 착취 대상으로서 노동자와 이데올로기 재생산 기관으로서 학교, 양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현재의 부조리한 체제를 향한 투쟁을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 즉, 발제문은 학생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부활을 위해, 각각에 노동자계급 투쟁의 이념적 성격을 뚜렷이 부여하고, 자본주의 억압이 기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의제에 작용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혁명적 사회주의를 좌파 헤게모니로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안티 테제인 양 굴고 있는"(자료집 191) 자본가계급 보수양당과, 자본경제 중심의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한 기후위기, 여성을 이중으로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자본의 이윤을 위한 전쟁위기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같은 모호한 태도보다는 예리하고 선명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좌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네 명의 토론자를 통해 각각 소속된 학교와 단체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 보완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박민상 운영위원은 캠퍼스를 사회주의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캠퍼스를 사회로 활성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의 공공성과 학생의 정치성을 일깨우는 것을 통해, 중립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학교와 학생은 각각 공론장과 정치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노학연대모임 바위 박서진 활동가는 학생사회 속 다원화된 진보적 의제 사이의 공통분모로서 반자본주의를 다양한 학내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의 고리로 기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단호한 이념이 정론적 비판의 목소리로서, "어느 한 노선뿐 아니라 운동 전체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자료집 211). 홍익대 미대의외침 이시온 활동가는 발제문에서 진단하는 학생운동의 문제적인 측면들을 사회주의적으로 개혁하기에 앞서, 현재 각 캠퍼스에서 전개되고 있는 학생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사회주의가 좌파 헤게모니가 되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에 반박하며, 교차적 억압에 대해서는 여러 의제가 평등하게 연대해야함을 주장했다.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김한울 활동가는 구체적인 설득 전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학연대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논의했다. 시혜를 베푸는 식의 연대가 아니라, 학생과 노동자가 일상적 차원에서부터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과 전체 질의응답 시간에 제기된 의견들을 종합했을 때, 해당 세션의 쟁점은 크게 발제문의 내용에 대한 이의와 내용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의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었다. 우선 내용에 대한 측면에서는, 대학생이 현 사회에서 여전히 지식인적 존재라는 발제문의 전제와,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좌파 운동에서 반드시 헤게모니적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는 발제문의 결론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먼저 전제에 대해서는, 진학률이 70%를 넘어서며 점차 대학이 학문의 장이 아닌 취업의 발판으로서 기능한 지가 20년이 넘어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은 더이상 지식인(인텔리)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2024년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청년학생의 여론이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는 점을 들며, 인텔리가 "가장 의식적으로, 가장 결정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전사회의 계급적 이해와 정치적 조직화의 발전을 반영하고 표현"한다는 레닌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변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거대담론만이 능사가 아니며 미시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좌파 내 각 진영별로 견지하는 비전이 다른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 최대한 다원화된 의제에 대해 교차성을 토대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되었다. 특히 다원화된 의제와 관련하여, 한 토론자는 예컨대 ‘소수적 몸의 언어가 홀로 있을 때 흘러나온다면 반(反)자본 운동의 언어는 함께 있을 때 흘러나온다’는 소견을 밝히며, 개별 담론들이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규탄하기보다는 각각이 존중되는 제3의 도착점으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발제자는 앞서 언급된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결국 자본주의가 커다란 방해물이 되기에, 사회주의 헤게모니를 세우는 것을 통해서 더 많은 의제를 포섭하고 연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발제문의 현실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좌파 진영의 최종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발제문이 충분히 대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이라는 기치하 실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권/공간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외국인 학생의 정치세력화나 유입구로서 페미니즘의 적극적 활용 등을 통해 투쟁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과 같은 학생사회 내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 이야기되었다. 이러한 논의에 더해 발제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운동이 마르크스주의적 이념성을 잃고 학생사회 내로만 한정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말도 첨언했다. 한편 이미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자본가계급에 이입하는 대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정치성을 강조한 학생운동이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그러한 내면화를 가능케 하는 대학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주의 정치성은 필수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기호로 채택된 신자유주의적 성공과 그러한 성공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현실 사이의 낙차를 비집고 들어갈 저급이론1)을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최대한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토론자의 제안도 이어졌다. 1) 이때 "저급이론"이란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의 작가 잭 핼버스탬이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론을 독해하며 사용한 개념으로, 사회정치적 개념을 일상이나 하위문화에 적용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지적실천을 뜻한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여자 모두의 열정적인 참여 덕분에 세션은 유익한 정보와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기고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학내 활동을 위주로 하는 대학생 활동가로서, 친숙하면서도 낯선 주제인 사회주의에 대해 넓고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특히 평소 다른 학교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필자에게는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다. 다만, 세션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몇 가지 남아있기도 하다. 세션을 통해 충분히 다뤄진 ‘왜 사회주의인지’의 측면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지만, ‘왜 학생운동인지’의 측면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고 궁금한 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대상은 결국 전체 대중인지, 혹은 학내 구성원인지, 우선은 학내 여타 좌파 진영 활동가들인지, 학내 활동가로서 자문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학생운동’이라는 범주 자체도, 주체가 학생일 때 성립하는 것인지, 공간이 학교일 때 가능한 것인지, 대상이 학내 구성원일 때로 한정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소진이 되지 않고 즐거운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학교의 활동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어떠한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한지 모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이번 세션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사회주의 학생운동의 이름으로 이번 기회와 같은 담론장이 꾸준히 열린다면 학생사회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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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여성살해, 노동자는 “단 한명도 잃을 수 없다!”반도체 직업병을 처음 알린 고 황유미 님이 일한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과 같은 장소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2명이 11일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당사자와 자녀 3명이 산재 신청을 같이 했다. 2007년 3월 고 황유미 님의 죽음 2년 뒤 삼성 기흥공장 반도체 3라인은 LED 라인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설비 대신 삼성전기에서 쓰던 구식 설비를 들여 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새로운 LED 라인에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다. 특히 노동자들은 반도체 웨이퍼(슬라이스 또는 기판)를 강산·강염기성 화학물질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하며 직접 유해물질에 노출됐다. 11일 기자회견을 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연대단체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이 일했던 노동조건은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다. 이날 직접 기자회견에 참가한 산재신청자 유씨는 1997년 삼성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18년 동안 일한 뒤 근무구불결장암과 난소암을 앓게 됐다. 그는 임신이나 출산휴가, 육아휴직 1개월을 제외하고는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작업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노트에 빽빽이 작업 순서를 써가며 외우기도 했다. 포토공정에서 신너 교체, 바울 체인지, PR 약품 교체 등을 직접 손으로 작업했다. 그러다보니 약품이 손이나 방진복에 묻었고, 냄새도 역하게 났다. 신입사원 막내가 그런 일을 했고, 선배가 되면 그런 일을 하는 후배들을 교육했다. 특히 유씨는 다기능자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불려가 위급상황에 대처했다. 그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라인에서 일했지만 생산 실적을 올리려고 열과 성의를 다해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때는 고과평가로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정도였고, 그만큼 승격도 빨랐다. 그런데 어렵게 얻은 아이는 눈을 맞추지 않았고, 이후에야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질적 가장이었던 유씨는 퇴사를 한 뒤에야 자녀와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둔 동료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날 산재를 함께 신청한 만 50세의 김씨 역시 각종 화학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일했다. 당시 ‘환경안전’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상품을 위해서는 먼지 한 톨 허용하지 않고 온습도를 잘 관리해야 했지만, 생산성과 수율을 올리는 데만 모두가 집중했다. 2009년 반도체에서 LED로 이동했던 사원들 모두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고 한다. 손으로 뜨거운 플레이트 위의 웨이퍼를 분리하거나, 맨손으로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웨이퍼를 세정하거나, 형광체를 아무런 보호구 없이 수작업으로 배합했다. 반도체라인은 자동화됐지만, 유해물질로부터의 보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 또한 퇴직 후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됐다. 난소암으로 지난 7월 사망한 이씨는 LED 제조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형광체 등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 2004년부터 20년을 수원과 기흥 LED 제조공정에서 일한 그는 2024년 7월 복부 통증으로 병원에 갔다가 난소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술도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씨의 언니는 기자회견에 전한 서면을 통해 “우리 집안에 난소암에 대한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우리 동생이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해야 했는지 꼭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재해를 당한 여성 노동자들의 질병이 산재가 아니고는 설명될 길이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제대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삼성은 모든 책임을 외면하고 있으며, 건강이 손상된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2022년 일명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이 만들어졌지만, 2020년 1월 이전에 출생한 자녀들은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여성 노동자 살해 고 황유미 씨의 죽음과 투쟁을 계기로 늦게나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산업재해 현실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삼성과 정부는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식독성 등 유해요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은커녕 작업장 안전을 심각하게 방기했다. 더구나 그들은 가부장제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싸고 쉽게 쓰고 자녀가 입은 산재 책임까지 떠넘겼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지적한 바 있듯이, 전자산업은 여성이 원래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있다는 성별 고정 관념에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고 그에 따라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이다. 또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에 어린 여성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삼성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별을 부추기는 가부장제를 활용해 여성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했으며, 노동안전을 방기했다. 심지어 생식독성물질이 가득한 작업장을 방치하여 자녀의 건강까지 해쳤지만, 가부장적 편견 뒤에 숨어 기업의 책임을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이 손상된 자녀의 돌봄 책임 역시 노동자 가족에게, 특히 산재를 입은 피해 여성 노동자 당사자에게 떠넘겼다. 물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삼성전자의 구조적 착취는 11일 산재를 신청한 여성 노동자 일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유씨의 경우에도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LED 생산라인 같은 조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 5명이 지적장애, 자폐,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난소암, 뇌종양, 림프종을 앓다가 투병 중이거나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9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반도체 소자제조업 6개사 9개 사업장 전·현직 노동자 20만1,057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오퍼레이터 노동자의 혈액암 발병과 사망 위험이 3.6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서 반도체 여성 생산직 직원들의 백혈병 유병률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1.59배, 20대 초반(20~24세) 여성으로 좁히면 2.74배에 달했다. 유방암의 경우 반도체 후공정 업무(패키징)를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에게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의 1.29배에 달했으며, 20대 초반(20~24세)으로 좁히면 4.24배로 높아졌다. 현실이 이런데도 삼성은 여성 노동자에게는 산재와 아픈 자녀를 돌봐야 하는 돌봄노동까지 떠안기면서 자신은 천문학적 이윤을 내 왔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3분기만 해도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그럼에도 삼성은 진심어린 사과와 산재보상에 나서기는커녕 증거로서 다뤄져야 하는 유해물질 생산공정을 치워내기에 급급하다. 삼성의 여성 노동자 살해에 맞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하자 이렇게 추악한 삼성에 맞서 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여성 노동자들의 산재는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의 단결된 투쟁이 절실하다. 그 동안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살해를 비롯해 여성폭력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다. 해외서도 여성살해에 맞서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조직돼 왔다. 그러나 그 배경에 자본과 그들의 국가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이야기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부장적 폭력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봉사하도록 재구성된다. 더구나 삼성전자 생산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죽음과 질환은 바로 그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해 온 삼성이란 자본의 가장 직접적인 여성살해다. 이제 우리는 삼성을 향해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여성살해에 맞선 구호를 외쳐야 할 때다. 자본의 구조적 여성살해에 맞선 목소리를 조직하자. 노동자운동과 여성운동이 단결해 삼성의 구조적인 여성 노동자 살해와 폭력에 맞서 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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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 저지에 매몰돼 신인민전선을 지지한 프랑스노총(CGT) - 계급적 원칙을 저버린 잘못된 사례[편집자 주] 오는 11월 27~29일 민주노총 정책대회에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초청강연이 예정돼 있다. CGT 대표단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세션에서 <2024 프랑스 조기 총선과 프랑스노총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CGT를 초청한 것은 무엇보다 프랑스 6~7월 총선에서 신인민전선을 지지한 CGT의 사례를 활용해 한국의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당의 위성정당 선거연합을 지지하고자 했던 자신들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7월 19일자로 발행한 <프랑스 총선은 과연 극우파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는가?> 기사에서 신인민전선을 둘러싼 배경과 전개과정을 소개하면서 신인민전선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오늘 소개하는 10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4 정치캠프 <프랑스 신인민전선, 극우파 성장에 맞선 대안인가?> 세션에서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 활동가 조아킴의 발제문은 CGT의 신인민전선 지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좀 더 생생하게 들려준다. CGT는 300만 노동자가 총파업에 참여했던 2023년 연금개악 반대투쟁 때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악 강행을 분쇄하기 위해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진하는 것을 거부한 채 관성적인 하루파업에 안주하다가 역사적인 투쟁을 패배로 이끌었다. 그런데 2024년 총선에서는 극우파 집권을 저지하고 신인민전선의 총선 승리를 지지하기 위해 동네마다 대중 집회를 조직하는 등 2023년 총파업 때보다 더 열심히 활동했다. 그 신인민전선의 한 축에 과거 집권시 노동법을 개악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행했던 사회당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말이다. 1.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극우의 부상을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우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발제를 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세계적인 극우 부상의 근원은 자본주의 위기 심화에 있다고 보는데요. 프랑스는 좋은 예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프랑스 자본주의는 깊은 위기에 빠져 있는데요. 매년 GDP의 6%에 달하는 큰 재정적자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 자본주의의 생산성이 매우 낮아서, 생존을 위해서는 많은 재정을 경제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프랑스 자본가들이 노동법과 노동권을 공격하는 데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이웃 나라들에 뒤처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정치적, 국제적 측면에서 위기가 누적돼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제국주의는 최근 북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패배를 겪고 있습니다.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제각각의 위기들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극우가 전진하고 있는 나라들의 상황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에서 노동유연화의 장기적 추세가 나타났고, 공공 서비스가 붕괴되었으며, 많은 반사회적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생활여건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여파 속에서 프랑스에서는 기존에 중심적 역할을 하던 자본가정당들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우파인 공화당과 중도좌파인 사회당을 말하는데요. 두 당은 지난 70년 동안 모든 대통령을 번갈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인 2022년 대선에서 공화당은 4%, 사회당은 1%만을 득표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 극우파 국민연합(RN)이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마크롱이 이끄는 새로운 극중도파 정당도 등장했습니다. 마크롱은 사회당과 공화당에서 사람들을 모아 순수한 신자유주의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좌익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신개량주의, 즉 멜랑숑이 이끄는 불복프랑스(LFI)도 성장해 왔습니다. 마크롱은 2017년에 대통령이 되면서 노동자계급을 잔혹하게 공격하여 노동자의 소득을 대량으로 자본에게 이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라는 임무를 금융자본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이에 맞서 2019년에는 노란 조끼 시위라는, 새로운 종류의 정치적 계급투쟁, 거대한 전국적 계급투쟁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정치적 관점을 갖지 못해 때때로 극우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마크롱주의와 같은 새로운 정치형태조차도 매우 빨리 낡은 게 되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은 재선되었지만, 총선에서는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마크롱은 권력을 독재적으로 행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예산을 2년 연속 의회 투표 없이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동유럽과 서유럽에서, 독일에서, 남미에서 극우를 부상케 한 요소들과 형태들은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비슷한 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권위주의와 억압적인 인종주의 정치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냉전 종식 이후 자유 민주주의는 삶의 개선이라는 변화의 환상조차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노동자대중의 삶에 더 이상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들은 동의를 끌어내는 능력을 점점 상실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31일 극우 ‘독일을위한대안’ 유세 현장 EPA-EFE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나라에서 펼쳐진 대중운동을 통해 노동자계급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자본가계급의 모순을 보았습니다. 계급투쟁이 고조되면서 자본가들은 더욱 권위주의적인 질서를 세우기 위해 극우를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극우 정당들이 대중적 기반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기 속에 개량주의의 엄청난 무기력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날 개량주의는 '개량 없는 개량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 사회당처럼 노동자들을 직접 공격한 경우는 개량주의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개량 없는 개량주의'의 전형은 불복프랑스입니다. 그리고 혁명운동에 엄청난 위기가 있습니다. 피착취 대중을 위한 혁명조직이라는 관점이 오늘날 세계에는 명확하게 자리잡혀 있지 않습니다. 자본가를 공격하고 부자를 공격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은 그럴듯하지만 매우 비현실적인 전망으로 비쳐집니다. 어느 프랑스 사회학자가 극우파 국민연합에 투표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한 게 있습니다. 그들은 부자와 사장들을 미워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외국인, 이주민, 실업자들도 미워합니다.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하락을 피하기 위해 더 쉽게 공격하고 약탈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극우의 부상은 이 모든 요소들과 피착취자들의 거대한 분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2. 최근 프랑스에서 극우파 국민연합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무엇이고 왜 그런가요? 국민연합은 이 글로벌 역학의 일부입니다. 예외는 아닙니다.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1970년대에 창당되었습니다. 네오파시스트 집단이 선거에 나가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해 우파인 시라크와 맞붙었습니다. 장마리 르펜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이 역사의 사소한 일부라면서, 홀로코스트와 나치즘을 방어했는데요. 정말 도발적인 파시스트 스타일이자 파시스트 어법이었습니다. 그의 딸 마린 르펜은 2011년에 당의 지도권을 물려받은 뒤, 당의 악마적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시즘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그 주변 인물들을, 유권자를 얻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방해한다며 당에서 축출했습니다. 한편으로 마린 르펜은 아버지의 초자유주의적 입장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소한 사회적 공약들을 내걸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마린 르펜은 유로존 탈퇴를 옹호하면서,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마린 르펜은 점점 더 금융자본의 요구를 존중하는 경제 강령을 채택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린 르펜은 2023년 마크롱의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거 때에는 "연금개혁을 원하지 않지만 마크롱이 한 개혁을 깰 수 있는 재정 상황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마린 르펜은 자본의 규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린 르펜은 2017년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진출해 마크롱과 맞붙었고, 2022년 대선에서도 다시 한 번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을 상대했습니다. 마린 르펜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 선거에서 세 번 연속 최다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큰 영향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거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민연합은 지역적 존재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연합은 영향력 있는 주류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자본가들도 국민연합에 거리를 두었습니다. 국민연합은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800만 표를 얻었지만 이어진 총선에서는 8명의 의원만을 당선시켰습니다. 기존 주류 정당에 유리한 프랑스의 비민주적인 선거 시스템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2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이제 장벽은 무너졌고 국민연합은 2022년 총선에서 의원 89명을 당선시킨 정당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6월에 치러진 유럽연합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프랑스의 100개 주 가운데 96개 주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정당이 되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2024년 프랑스 국민연합은 유럽연합 선거에서 압승했다 Reuters 의회 해산 후 7월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국민연합이 126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공화당 출신 동조세력을 포함할 경우 142명의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국민연합의 부상은 마크롱에 대한 엄청난 증오의 결과입니다. 마크롱은 르펜을 자신의 적, 자신의 맞수로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르펜은 마크롱에 대한 차악이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자본가들의 일부가 이제 르펜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르펜이 자본가들의 첫 번째 바람은 아닙니다. 여전히 금융자본의 첫 번째 바람은 마크롱입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마린 르펜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르당 바르델라는 국민연합의 당 대표인데요, 28세로 정말 젊습니다. 그는 프랑스 정치의 새로운 스타와 같습니다. 바르델라는 르펜보다 더 경제계에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부채를 갚고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그를 좋아합니다. 마크롱은 이민자들에 대해 소규모 파시스트 집단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자본가들이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향해 급진화하면서, TV, 유튜브, 신문에서 그에 관한 공개 토론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 대체 이론'(Great Replacement)이라고 백인이 유색인에 대체될 수 있다는, 과거 트럼프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애용하던 극우파 논리가 있는데요. 이게 지금은 공화당을 비롯한 우파들의 일반적인 논리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에 뱅상 볼로레라는 억만장자가 있는데요, 그는 서아프리카의 모든 항구와 공항, 철도를 통제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볼로레는 여러 TV 채널을 사서 에릭 제무르나 마린 르펜 같은 극우파들에게 완전히 복무하게 했고, 종교적 방송을 하거나 이주민 추방을 촉구했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많은 일들이 상황을 더욱 가속하고 있는데요. 불복프랑스와 장뤼크 멜랑숑을 겨냥한 매우 거대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멜랑숑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하마스가 테러 조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은 멜랑숑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방송에서는 멜랑숑이 네오나치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은 나치 친위대 출신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정당인데요. 그렇게 출발한 국민연합이 이제 자신을 프랑스 내 유대인의 수호자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권 전체가 마린 르펜이 장뤼크 멜랑숑보다 유대인을 더 잘 보호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지금 극우파가 어떻게 해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마린 르펜이 아돌프 히틀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린 르펜은 여성, 고위 임원, 연금 수급자 등에서 다양한 유권자층을 확보했습니다. 과거에는 르펜과 국민연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3. 오늘날의 극우와 1930년대 파시즘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훌륭한 질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그 질문을 하고 있고,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우선, 우리는 둘 사이에 강력한 유사점이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자본주의 국가들의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위기라는 구조적 추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위기, 무역 전쟁,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추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극우가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오늘날 모든 극우 정당은 1930년대의 파시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형제들', 스페인의 VOX에 대해 모두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1940~50년대의 구세대 파시스트들과 1960년대 알제리 독립에 반대한 극우 테러리스트들의 융합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소규모 파시스트 폭력 집단들과 네오나치들이 국민연합 주변을 돌며 국민연합 안팎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습니다. 오늘과 어제의 극우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실은 그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노동자계급 조직이 당시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이 더 쉽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의 강력한 노동조합과 노동자계급 정당은 극우를 봉쇄하는 노동자계급의 힘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조직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오늘날의 노동자계급은 그때보다 훨씬 더 분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 입각한다면 국민연합을 파시스트 조직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1917년과 이후의 혁명적 물결에 대한 반혁명적 대응이었습니다. 파시즘은 농민, 상인, 장인, 지식인, 학생 등 사회적 지위하락으로 위협받는 소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대중운동이었습니다. 트로츠키는 당시 파시즘을 자본가계급의 내전을 위한 전투 조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대중운동으로서 파시즘은 피켓 라인을 공격하고, 노동자 건물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서 노동조합원을 죽이고, 혁명가,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를 죽였습니다.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기 3년 전인 1930년에 히틀러는 이미 10만 명의 무장대원을 보유했습니다. 1년 전인 1932년에는 40만 명의 무장대원을 보유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파시즘은 자본가계급의 통상적인 통치 방식과 구별됩니다. 자본가계급의 일반적인 폭력과 파시즘을 통해 사용하는 폭력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자본가계급은 극심한 위기의 시기에만 최후의 해결책으로 파시즘을 부릅니다.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군주제를 취할 수도 있고, 대통령제를 취할 수도 있으며, 의원내각제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노동자 조직에도 의존합니다. 자본가계급은 분명히 노동자 조직을 공격하고 억압하지만, 또한 노동자 조직에 의지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조합 관료주의는 노동자 운동이 노동자 엘리트와 불안정 노동자 사이에서 분열되게 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르주아 합법성의 틀 안으로 가두려고 합니다. 자본가계급은 때때로 노동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부 노조 관료들을 자본주의 관리경영에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자본가계급이 파시스트를 권력에 부를 때는, 조직된 노동자 운동을 근절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본가계급은 더 이상 노동자 운동에 의지할 수 없을 때, 노동자 운동을 파괴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트로츠키가 말했듯이, 모든 독립적인 노동자 조직을 청산하고,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모든 맹아를 파괴하는 것이 권력을 잡았을 때 파시즘의 역사적 역할입니다. 그러한 조직들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사회주의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으로 나아가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조직들, 즉 노동조합, 협동조합, 다양한 협회, 또는 노동자 정당은 노동자 투쟁, 노동자 권력, 그리고 사회주의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국민연합을 비롯한 유럽 극우 정당들은 현재 노동자 운동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의회 바깥에서 폭력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선거용 운동체고, 견고한 조직도 없습니다. 특히 국민연합의 경우 이 점이 분명한데, 그들은 때때로 프랑스 전역에 후보를 내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극우 또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인 조직의 약화라는 양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예전 같은 대중조직이 없습니다. 노동자 운동과 마찬가지로요. 아마도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서 파시즘으로 진화하는 첫 번째 경향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지금 분명히 파시스트적 어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미래에 더 노골적인 파시스트로 진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연합은 외부에서 체제를 전복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체제로의 통합을 더욱 가속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본가계급이 지금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조직을 정말로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비록 그들에 적대적일지라도 말이죠. 프랑스에서 우리는 노란 조끼 운동을 겪었으며,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일으킨 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종류의 총파업이나 더 큰 규모의 운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크롱이 노조 관료들에게 많은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연합이 집권하더라도 노동조합 관료체계를 파괴하라는 임무를 자본가계급이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서는 자본가계급에게 노동조합 관료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연합은 모든 노동자 조직을 공격하고 제거할 힘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국민연합이 집권한다면, 분명히 권위주의와 잔혹한 경찰 폭력이 증가할 것이고, 노동자 조직과 여성의 권리,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것이며, 소규모의 진짜 파시스트 집단에게도 격려가 될 것입니다. 4. 7월 프랑스 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이 이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좌파 신인민전선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선거 후 어떤 정치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까? 유럽의회 선거에서 큰 패배를 당하자, 마크롱은 바로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마치 군주처럼 국회를 해산할 수 있습니다. 마크롱이 14%를 득표한 반면, 르펜은 31%를 얻었습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 도중에 이렇게 엄청난 패배를 당한 적은 없었습니다. 마크롱은 선거를 준비할 시간으로 고작 2주만 주면서 총선을 소집했습니다. 그의 도박은 좌파 정당들이 자신에 맞서 연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마크롱은 총선을 국민연합 대 마크롱 정당의 2파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렇게 투표했지만, 총선에서는 자신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22년 총선 때 불복프랑스는 꽤 강했습니다. 몇 주 전에 대선에서 멜랑숑이 아슬아슬 3위를 차지했고 총선을 앞두고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과 연합을 결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연합에서 가장 큰 세력이었던 불복프랑스는 그 연합을 통해 사회당이 정당성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회당은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통령 시절 노동자를 공격한 것 때문에 완전히 미움을 받았고 대선에서 단지 1%만을 얻었는데, 이제 좌파의 대가족 속으로 다시 통합되었습니다. 2022년에 결성된 연합의 대가는 불복프랑스의 강령을 약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불복프랑스의 강령은 반자본주의 강령은 아니고, 반신자유주의 강령이자 프랑스 제국주의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강령입니다. 미국 제국주의를 따르지 않으면서 프랑스의 독자적인 길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멜랑숑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NATO도 지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주는 것도 거부합니다. 그래서 2022년에 결성된 이 동맹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주로 국제정책에서의 차이 때문에 1년 뒤에 깨졌습니다. 사회당과 녹색당이 친NATO, 친미 성향인데 반해, 불복프랑스가 프랑스 제국주의의 자율성을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 연합이 깨진 상태였기 때문에, 마크롱은 의회를 해산할 경우 마크롱과 르펜의 2파전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크롱의 의회 해산은 극우파에게 의회를 넘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크롱의 도박은 실제로 르펜에게 의회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 재정 상황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르펜이 권력을 잡아도 소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3년 후 대선은 다시 자기편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마크롱이 계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도적 좌파는 며칠 만에 통합에 성공했고, 신인민전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2022년 연합과의 차이점은 사회당이 직전 유럽의회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회당은 강령과 후보자 선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신인민전선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마크롱의 보건부 장관이 사임하고 사회당에 가입한 뒤에 신인민전선의 후보로 나섰습니다. 그는 마크롱의 연금 개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에게는 완전히 계급의 적이죠. 하지만 신인민전선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시절 노동개악을 주도한 올랑드는 2024년 총선에서 신인민전선 후보로 당선되었다 AFP 결국 국민연합은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전통적 우파인 공화당이 100만 표를 얻었습니다. 극중도 마크롱주의자들은 600만 표를 얻었고, 좌파 신인민전선은 700만 표를 얻었으며, 극우파 국민연합이 1,000만 표를 얻었습니다. 여기서 이른바 공화국 전선이 작동했습니다. 극우파에 맞서 이른바 모든 공화주의 세력이 단결한 거죠. 국민연합에 맞선 신인민전선과 마크롱주의의 연합이 이루어졌습니다. 국민연합 후보가 1위를 차지한 모든 선거구에서 3위를 한 신인민전선 후보나 마크롱주의 후보가 2위 후보에게 의석을 주기 위해 후보를 사퇴했습니다. 끔찍한 이민법을 만든 마크롱의 내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닌이 이 전술을 통해 선출되었습니다. 연금 개악을 밀어붙인 총리였던 엘리자베스 보른도 신인민전선의 양보 덕분에 선출되었습니다. 총선 이후 프랑스에서는 의회가 완전히 조각났습니다. 우호 세력을 합쳤을 때, 신인민전선이 193석, 마크롱주의자들이 166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연합이 142석, 공화당이 39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작은 의석을 기억하세요. 왜냐하면 그들이 지금 정부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좌파 성향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했습니다. 다른 선거보다 기권이 적었죠. 국민연합이 집권하는 걸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거에 의존하는 방어적 반응이었습니다. 총선 이후 사람들은 그동안 극우를 부상시킨 원동력이었던 마크롱주의가 극우의 부상을 막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환상은 금새 깨졌지요. 신인민전선이 의석 수에서 선두를 차지했지만, 마크롱은 신인민전선에게 정부를 구성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비민주적이었죠. 대신 마크롱은 공화당의 미셸 바니에를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그래서 6%의 표를 얻은 공화당이 이제 정부의 키를 쥐었습니다. 미셸 바니에는 50년 경력의 전문 정치인입니다. 그는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고 동성애 합법화에도 반대한 인물로서, 정말 반동주의자입니다. 미셸 바니에가 이끄는 새 정부는 마크롱주의자들과 공화당원들로 구성된 완전히 소수파 정부입니다. 총선 이후, 마크롱은 반동적 인물인 미셸 바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AFP 이런 소수파 정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마린 르펜이 이미 이 정부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이 정부의 임무는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동자들과 공공 서비스를 상대로 가혹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제 5년 동안 1,000억 유로를 절감해야 합니다. 즉, 그들은 매년 200억 유로를 우리 등에 떠넘길 것입니다. 5. 신인민전선은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을 연상시킵니다. 1930년대 인민전선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인민전선은 프랑스 좌파 사이에서 가장 큰 신화, 가장 큰 전설 중 하나입니다. 좌파 활동가나 좌파 성향 사람들에게는 '인민을 위한 1936년 5월'이 역사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좌파의 단결, 반파시스트 투쟁, 거대한 파업,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유급 휴가 획득,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 이 황금빛 전설은 올해 좌파 정당들의 연합에도 일정한 정통성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민전선에 대해 생각할 때, 서로 다른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민전선에는 두 개의 원동력이 있었습니다. 한편에는 대규모 노동자 정당이었던 공산당과 사회당이 완전히 부패한 자본가 정당인 중도좌파 급진당과 구성한 계급협조주의 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민전선의 반대편에서는 거대한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1968년 5월 이전까지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총파업이었죠. 350만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점거하고 국가를 완전히 마비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929년 이후 대공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럽과 프랑스에서 파시즘이 부상하자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단결에 대한 강한 열망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1933년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한 뒤 벌어지는 일을 사람들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1934년 2월 프랑스에서도 수천 명의 무장 파시스트가 의회를 공격했을 때 당시 노동자 운동은 일백만 노동자가 거대한 총파업으로 대응했습니다. 노동자 운동은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연합하라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정당이 분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1934년 사회당은 자본가 정당인 중도좌파 급진당과 연합하고 싶어했습니다. 공산당은 스탈린의 지도를 받았는데, 사회당의 개량주의자들과 그를 따르는 노동자들을 파시스트라고 말하는 극좌적 노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산당은 개량주의자들과 공동전선을 만들거나 개량주의 노조와 함께 싸우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1934년 2월 파시스트들을 응징한 강력한 총파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탈린의 외교적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스탈린은 히틀러의 공격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프랑스와 영국이라는 제국주의 식민제국으로부터 보호막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좌파 활동가들이 잊었거나 모르는 게 있습니다. 인민전선은 스탈린이 1935년에 프랑스와 평화협정을 맺은 사실의 산물이기도 했습니다.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스탈린은 프랑스 제국주의가 국가 방위를 위해 싸우고, 군대를 가지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고, 식민지를 가질 권리를 인정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후 프랑스 공산당은 식민지 독립 요구를 멈췄습니다. 식민지의 독립은 프랑스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산당은 빨강, 하양, 파랑으로 된 프랑스 자본가계급의 깃발, 파리코뮌 학살의 깃발을 함께 들었습니다. 공산당은 프랑스가 최대한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더 이상 임신 중절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산당은 군사예산에도 찬성했습니다. 공산당은 불과 몇 주 전까지도 사회당조차 파시스트라고 말했지만, 이제 자본가 정당과도 동맹을 맺고 싶어했습니다. 따라서 1936년 초여름에 일어난 총파업은 좌파 정부의 결과가 아니라 좌파 정부와의 충돌이었습니다. 실제로 공산당과 사회당은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했습니다. 프랑스 공산당과 사회당은 1936년 총파업을 멈추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했다 당시 공산당 지도자였던 모리스 토레즈가 파리 노동자들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는 파업을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요구를 완전히 따내지 못했더라도 주된 요구를 따냈다면 말입니다." 1930년대에 노동자들의 주된 요구가 무엇이었겠습니까? 대공황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고, 전쟁이 다가오고 있으며, 주변 국가에 파시즘이 들어선 상황에서 말이죠. 유일한 요구는 자본주의 전복 아닐까요? 인민전선 정부는 강령에 따라 일부 파시스트 조직을 해체했습니다. 그러나 그 조직들은 즉시 재건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시스트를 해체한 동일한 법률이 반식민주의 조직을 해체하는 데에도 사용되었습니다. 튀니지에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인민전선 정부가 보낸 사회주의 군대에게 사살당했습니다. 당시 트로츠키주의 언론이 식민지에서 벌어진 일을 비난하자 프랑스에서는 발행이 금지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1930년대에 자본가계급은 심각한 자본주의 위기에 직면했고 노동자들의 급진화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맞서 자본가계급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파시즘을 통해 노동자 운동을 파괴할 수도 있었고, 인민전선을 통해 노동자 운동을 부패시켜 포섭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자본가계급은 둘 다 사용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에는 파시즘과 인민전선이 함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 오늘날 신인민전선의 정치적 성격을 어떻게 특징지을 수 있을까요? 1930년대 인민전선과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늘날 신인민전선에는 노동자계급 정당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1930년대의 공산당과 사회당은 거대한 노동자계급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당은 자본가계급의 중심 정당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당은 제5공화국에서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녹색당은 항상 사회당과 연합해 왔으며, 또한 자본가 정당입니다. 완전히 유럽연합 정당입니다. 공산당은 전기를 비롯한 공공 서비스 등에서 소규모로 오래된 노동자계급 기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는 주로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로 구성된 주변 정당에 불과합니다. 불복프랑스는 신인민전선 안에서 가장 급진적이지만, 시민주의에 입각한 포퓰리스트 조직입니다. 그들은 노동자계급에 관심이 없습니다. 전략이나 담론에 계급적 관점이 전혀 없습니다. 불복프랑스는 반자본주의가 아니라 반신자유주의입니다. 그들은 반NATO, 반미를 표방하지만 프랑스 제국주의를 옹호합니다. 불복프랑스의 주된 대중적 기반은 노동자가 아니라 소부르주아에 있습니다. 도시에 기반한, 고학력 노동자나 학생입니다. 불복프랑스도 노동자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연합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오늘날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수는 기권합니다. 만일 1936년과 같은 파업이 벌어진다면, 이 당들 가운데 누구도 개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1936년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이들 가운데 어느 정당도 자본주의 철폐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930년대 당시 사회당과 공산당은 말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원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로는 원한다고 했습니다. 1930년대와 오늘 사이에 유사점도 있습니다. 첫째, 혁명적이거나 반제국주의라고 주장하는 여러 소규모 집단의 투항입니다. 많은 반인종주의 조직들이 신인민전선에 들어가서 식민주의 정당인 사회당과 한 편에 섰습니다. 또한 무정부주의자들이나 과거 트로츠키주의자들도 상당수 신인민전선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반자본주의신당(NPA)의 필립 푸투는 신인민전선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필립 푸투는 선거 운동 기간 필립 푸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좌파가 파시즘에 맞서 하나로 단결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푸투는 경찰에 대한 과거 자신의 비판을 모두 철회해야 했습니다. 1930년대와 오늘의 또 다른 유사점은 전선 안에 우파와 좌파가 분명히 있고 서로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연합을 매우 취약하고 무력하게 만듭니다. 계급투쟁이나 국제정책의 첫 번째 압력이 이 연합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습니다. 2년 전처럼요. 연금 개악에 맞서 거대한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미 제5공화국의 위기에 대해 말했습니다. 마크롱은 연금 개악을 위해 반민주주의적 수단을 많이 동원해야 했고 그에 맞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불복프랑스는 반자본주의 정책 없이 단지 의회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매우 급진적인 척했습니다. 불복프랑스는 의회에서 소리를 지르고 장관들을 모욕했습니다. 형식에서는 정말 급진적이었지만 강령상으로는 그렇게 급진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본가계급은 불복프랑스가 현 체제에 대해 너무 왼쪽에 있다고 보면서 매일같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복프랑스를 반유대주의이고 신나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불복프랑스는 거리나 대중 운동에 대해 너무 오른쪽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 파업 동안 멜랑숑은 운동에 어떤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멜랑숑이 제안한 것은 오로지 새로운 선거 뿐이었습니다. 그는 마크롱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더 많은 좌파 의원을 당선시켜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선거를 통한 집권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복프랑스는 항상 사회당과 연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불복프랑스는 사회당에 맞서 진짜 좌파를 세우려고 설립되었음에도 말이죠. 불복프랑스는 선거를 통한 집권 전략 때문에 늘 사회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자신의 다소 급진적인 강령조차 매번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 신인민전선이 극우의 부상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요? 사실 저는 동지의 질문에 극우에 맞선 대안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 마크롱주의나 권위주의적 자본가정치 전반에 맞선 대안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좌파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그래서 극우파 국민연합 정부가 들어서는 걸 막아냈기 때문에 정말 기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거결과를 완전히 강탈당했다고 느낍니다. 지금 우파 정부, 심지어 어느 정도는 극우파라 할 정부가 프랑스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크롱을 통한 또는 그 이전의 사르코지와 올랑드를 통한 권위주의의 부상과, 극우파 르펜의 부상이 모두 동일한 자본주의 위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예외적이거나 일시적인 게 아닌, 구조적인 위기입니다. 이제 자본가계급은 정말 어려운 과제에 내몰려 있습니다. 중국에서, 독일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경제침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자본가들은 노동자 민중으로부터 1,000억 유로를 빼앗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자본가들은 군대가 전쟁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노동자들이 지불하게 하면서도 정치적 폭발을 피해야 합니다. 그간의 정치적 위기로 체제가 너무 허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아직 1,000억 유로를 빼앗기 전인데도 총파업에 근접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자본가계급에게는 정말 위험한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신인민전선의 답은 케인스주의 해법입니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면, 국가가 확대된 재정으로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할 때 품고 있는 것과 똑같은 환상입니다. 지금 자본주의는 거대한 축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는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극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밀어 올리는 뿌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경제위기와 전쟁을 만들어내고 여러 국가와 전 세계에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폐지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이번 총선은 신인민전선을 지지하지 않은 혁명가들에게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일부 동지들의 친구나 가족들은 우리가 국민연합에 맞서 투표하지 않을 거기 때문에 파시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극우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은 표를 얻고 있는데, 그건 사회당, 마크롱주의자들, 심지어 일부 노조가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가혹하게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의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비타협적으로 인종주의에 맞서고 제국주의에 맞서는 급진적인 친노동자 강령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일을 사회당과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당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해 온 당이니까요. 아프리카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주민을 추방한 사회당으로는 극우를 물리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신인민전선의 사기행각을 비판했습니다. 선거 후 몇 달이 지난 지금, 좌파 유권자들은 사태전개에 매우 실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습니다. 신인민전선에게 투표하면 모든 게 바뀔 거라고 한 불복프랑스를 비롯한 개량주의자들의 말을 믿었다가 실망하고 있고, 약간은 낙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크롱이 신인민전선을 차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랑스의 제5공화국 체제가 정말 비민주적이기 때문입니다. 불복프랑스는 이제 마크롱을 탄핵과 같은 의회 절차를 통해 무너뜨리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복프랑스는 탄핵 지지 시위를 몇 차례 조직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탄핵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의회를 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노란 조끼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합 좌파에 대해 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에는 더 이상 노동자 정당이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 조직이 있는데, 그것은 노조입니다. 노조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큰 노동자 조직입니다. 2023년 연금 투쟁 때 우리는 그들이 거대한 파업과 시위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노조들은 중립을 지켰고, 일부 조합원들은 극우파 국민연합에게 투표했습니다. 하지만 CGT, Solidaires, FSU와 같은 좌익 노총들은 신인민전선을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사실상 신인민전선의 일부였습니다. 사실 이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이 좀처럼 정치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에 무정부주의 전통이 강해서, 정치와 노동조합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정치가 아닌 혁명적 정치를 원한다고 핑계를 대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전통이 "우리는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자본가들과 논의하여 사회적 파트너십을 만들려는 거다"라고 말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들은 그게 정치가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자본가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정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냉전 기간에는 노조가 정당과 긴밀히 연결돼 있었습니다. CGT는 공산당과, CFDT는 사회당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강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들이 이번 총선에서 정치 캠페인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한 것은 꽤 새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의 정치참여는 자본가정당, 특히 집권 시기 노동권을 대규모로 파괴했던 사회당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재정치화가 일정하게 이루어졌지만, 완전히 나쁜 방식으로, 계급적 독립성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CGT의 사무총장, 소피 비네는 노동자 조직의 이러한 복종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금이 '자정 5분 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정은 파시즘을 의미합니다. 파시즘까지 5분밖에 안 남았으니, 신인민전선에 투표하는 것과 같은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신인민전선의 프랑수아 올랑드를 위해 우리가 대중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우리가 회의를 열었기 때문에, 우리가 행진을 조직했기 때문에, 파시즘을 막고 극우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CGT는 말했습니다. CGT는 2023년 연금 투쟁 기간보다 2024년 신인민전선 정치 캠페인에서 더 활동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CGT는 동네마다 대중 집회를 여는 등 야심차게 정치활동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던 연금 투쟁 동안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었습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6월 총선에서 신인민전선을 지지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부를 갖게 되었는데요. CGT가 파시즘을 물리쳤다고 말하기에는 상황이 역설적이고 모호합니다. 사실 국민연합은 어느 때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원 수는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어느 때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GT의 말을 들으면 파시즘의 위협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자정 5분 전이 아니라 한낮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위협은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1년이 지나면 마크롱이 다시 국회를 해산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선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린 르펜도 바로 그 상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CGT는 순수한 노동조합주의로 돌아갔습니다. 정치적 위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크롱에게 선거를 강탈당했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임금과 연금을 비롯한 경제적 요구만 말합니다. 부르주아 분석가들은 의회가 세 조각으로 나뉜 상태에서 새 정부가 정말 취약하며 사회적 기반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새 정부는 의회를 회피하는 해결책으로 노동조합과의 사회적 대화에 더 많은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의회에서 바로 법을 만들려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자 단체 및 자본가 단체와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프랑스 좌파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한편에는 선거에 몰두하는 정치적 좌파가 있습니다. 멜랑숑은 마크롱이 다시 의회를 해산할 경우 치러질 총선이나 2년 반 후에 치러질 대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복프랑스와 멜랑숑은 이후에 치를 선거를 준비하며 마크롱을 탄핵하자는 담론과 선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 CGT를 비롯한 노조는 이제 더 많은 계급협조주의를 향해, 자본가들과의 더 많은 토론과 협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혁명적 좌파의 과제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북돋고 전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2023년 연금 개악에 반대해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2024년 신인민전선에 투표한 많은 노동자들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파업을 해도 효과가 없었고, 투표를 하니 더욱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본가들이 결과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요. 이런 상황에서 일부 혁명 조직이나 중도파 조직이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어느 방향으로" 싸우느냐입니다. 사실 프랑스 노동자계급은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정말 열심히 싸워 왔습니다. 이제 혁명가들의 임무는 노동자계급이 혁명적 강령과 전략을 갖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계급은 노동자정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정치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멜랑숑을 넘어서야 합니다. 멜랑숑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운동을 할 수 있지만 혁명과 정치는 시민을 위한 것이며, 의회 절차와 선거를 통한 부르주아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조관료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노조관료들은 지금 프랑스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체제 위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대신 자본가들과 협상에 나서며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현 상황을 타개하는 진정한 길은 노동자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자본가를 수탈하여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데 있음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 정권의 모든 반민주적 성격과 반민주적 공격을 서슴없이 비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급진적인 민주주의 슬로건을 소리 높이 외쳐야 합니다. 개량주의자들은 마크롱을 끌어내리기 위한 시위를 조직하면서 '의회에서 진행 중인 탄핵 절차를 지지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크롱을 타도하자. 그러려면 총파업이 필요하다. 노란 조끼 운동이나 2023년 총파업보다 더 큰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할 조직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신의 조직인 불복프랑스는 그런 총파업을 조직할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 우리는 또한 말합니다. '우리는 마크롱을 끌어내린 뒤 다른 군주나 다른 대통령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다. 설령 그가 좌파라도 말이다. 멜랑숑은 다음번 군주가 되는 게 꿈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는 이게 불복프랑스와 토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롱 정부에 맞서 2023년 프랑스 연금파업, 그 이상의 투쟁을 조직해야할 때다 Reuters 여기서 우리는 1936년 인민전선에 대응했던 트로츠키의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트로츠키는 프랑스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 단일 의회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점을 놓고 개량주의 지도부 및 기층과 토론하라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이 필요 없다. 상원도 필요 없다. 우리는 보통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소환당하는 의원들로 구성된 단일 의회만 필요하다. 이 의회로 입법권과 행정권을 집중시켜야 한다.‘ 트로츠키는 단일 의회 슬로건을 파업 같은 계급투쟁 방법과 결합함으로써 대중을 운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회를 통제하고 선출된 대표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영감을 대중에게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고, 공장의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단일 의회는 소비에트가 아닙니다. 이중권력 상황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급진적인 요구는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자본가를 수탈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단지 말에 그칠 뿐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금 정치인들은 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라고, 다가올 전쟁을 위한 비용을 감당하라고 노동자들에게 강요합니다. 이에 맞서 우리는 의원들이 노동자 임금 이상을 받을 수 없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는 정치체제를 위해 싸우자고 노동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슬로건이나 요구로 제5공화국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계급투쟁의 방법을 통해 대중을 그렇게 준비시키고자 합니다. 불복프랑스는 우리가 이 권위주의 공화국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 공화국의 법률에 따라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환상입니다. 만일 우리가 대중과 이런 방식으로 대화해 나가지 않는다면, 개량주의자들은 비민주적인 공화국과 정치적 위기에 대해 유일한 비판자 지위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자본가들의 대규모 공격에 맞선 계급투쟁이 머지않아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 안에 있겠지만, 몇 주 또는 몇 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 정부가 정말 잔인하겠지만 또한 매우 허약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회 부문이 이 기회를 이용해 싸워서 뭔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비록 우익적 요소가 강했지만 농민들이 투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모순적인 요소들과 함께 매우 발작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혁명은 순수한 화학적 과정이 아니라고 레닌이 말했습니다. 오른쪽에서도 왼쪽에서도 무언가가 펼쳐지는 복잡한 상황에 혁명가들은 개입해야 합니다. 혁명가들은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개입하면서, 대중이 개량주의적 환상과 결별하고 더 급진적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조직, '연속혁명'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랑스에서 이 과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혁명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자본주의신당(NPA)은 완전히 굴복했고 지금은 불복프랑스의 작은 사본일 뿐입니다. 불복프랑스의 반신자유주의 강령에 순응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모든 비판을 철회했습니다. 반대로 노동자투쟁(LO)은 자신의 회원들이나 노동자들이 정치 상황에 개입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습니다. 노동자 권력을 일반적으로 선전하는 데 머무르는 선전주의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노동자들이 행동의 방향을 찾고 있을 때,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행동 강령을 제공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당면 의식과 노동자 권력에 대한 인류의 필요성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혁명가들에게는 가능성과 기회가 매우 풍부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상황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대중의 의식을 고취하는 올바른 행동 강령을 제안한다면, 개량주의의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환상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프랑스 노동자들 대다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멜랑숑에게 투표하는 것이고, 더 나쁘게는 르펜에게 투표하는 것입니다. 만일 혁명 조직들이 수동적으로 기다린다면, 상황에 개입하지 않은 채 소비에트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노동조합 관료와 개량주의 관료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개량주의자들은 노동자계급을 위한 정치적 담론과 해결책을 독점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거듭된 패배로 귀결될 것입니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듯이, 우리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사회주의를 건설하지 못한다면, 야만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자본주의는 이 야만성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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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전국노동자대회를 민주당의 사전마당으로 전락시킨 민주노총전국노동자대회 무대를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함께 사용했다. 노동자대회 당일까지 민주노총 집행부 이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 민주당 위성조직 촛불행동의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는 홍보를 보고서야, 한동훈의 "누가 봐도 민노총 + 촛불행동 + 더불어민주당이 한 날 한 무대에서 원팀"이라는 조롱을 듣고서야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같은 무대를 쓴다는 처참한 상황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조합원들을 이렇게 욕보일 수 있는가.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지만,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다.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만들고,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위성정당 후보로 출마해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데 이어, 이제는 민주당과 무대를 공유하는 노동자대회를 치르게 하는가. 우리, 노동자계급은 민주당·촛불행동과 손잡고 또 다른 자본가 정권을 세우고자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업무개시명령까지 동원해 화물연대 파업을 짓밟은 정권, 22년차 용접공 시급이 10,350원에 불과한 현실 앞에 원청과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진압도 모자라 470억원 손배까지 청구하는 정권,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포함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사태 앞에서도 파견노동을 확대하자는 정권, 자본가에게는 막대한 감세혜택을 안기고 노동자에게는 실질임금 삭감을 안기는 정권, 한미일 군사동맹과 함께 전쟁불사를 외치며 노동자 민중의 생명을 담보로 불장난을 벌이는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고, 새 세상을 열고자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도대체 누가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는가? 명태균인가? 김건희인가? 아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다.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인상율도 모자라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망친 정부, 재난 상황에나 가능하던 특별연장근로를 무차별 허용하며 자본의 무제한 이윤추구를 가능케 한 정부, 2021년 '건설현장 불법행위근절 태스크포스'를 출범하며 건설노조 공안탄압을 시작한 정부, 압도적 다수 의석으로 얼마든지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정부, '노조아님' 공문 취소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전교조 합법화조차 '법원 판결에 맡기자'며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정부가 바로 민주당 문재인 정부다. 윤석열 정권을 만든 일등공신과 손잡고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킨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민주노총 창립 이래 이렇게 참담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대회는 없었다. 경찰이 대오 곳곳을 침탈해도, 곳곳에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해도, 민주노총은 대회 진행을 서두를 뿐이었다. 약속 시간까지 촛불행동과 민주당에게 집회 장소를 내어주기 위해,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는 이토록 무력해졌다. 전태일열사 정신계승은커녕 전태일열사 정신을 짓밟았다.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민주당과의 협잡을 중단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동원부대이기를 거부한다. 2024년 11월 12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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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너가 일본에 왜 가?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하다[편집자 주] 일본자본 닛토덴코의 먹튀폐업에 맞서 고공농성을 300일 넘게 전개하고 있는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일본 본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원정투쟁을 떠난다. 수많은 외투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노동자를 착취하다가 민주노조가 결성되면 공장을 일방적으로 청산하고 먹튀한 역사를 반복해왔다. 일국을 넘어선 공장폐쇄 결정 앞에 많은 민주노조가 무너져왔다. 그래서 외투자본의 먹튀에 맞선 투쟁은 국제적일 수밖에 없다. 기고자는 먹튀폐업에 맞서는 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일본원정투쟁을 기록해 전하려 한다. 나와 옵티칼지회의 인연은 2023년 8월부터 시작됐다. 우연히 시작한 연대는 점점 자주, 깊이 있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2024년 11월 12일, 나는 옵티칼 조합원,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님과 함께 일본원정투쟁을 떠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너가... 왜?’ 당사자도 아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상근 활동가도 아닌데 서울과 구미를 오가며 시간, 돈을 써서 연대하더니, 이젠 일본까지 가냐고 말한다. 한동안 ‘너가 왜?’라는 질문에 나도 정확히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 생각한 그 답을 지금의 나는 갖고 있다. 공들여 찾은 답을 질문자들에게 전하고자 글로 정리했다. ‘나의 최선’을 다하는 우리 현재,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옵티칼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한다. 매일 찾아와 함께 집회를 하는 것으로, 반찬으로, 한약으로, 기도로, 달걀로, 물로, 글로, 영상으로 그 외에 수많은 것으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나의 옵티칼 투쟁‘을 하고 있다. 옵티칼지회는 한국 노동운동계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각자의 환경 때문에 ’나의 최선‘의 범위와 형태가 다를 뿐이다. 나의 마음도 같다. 일본에 반드시 가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 건 아니다. 함께 가는 연대자가 꼭 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연대자 중 누군가가 꼭 일본에 가서 직접 목소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본원정투쟁은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갈 수 있고, 많은 연대자의 ’나의 최선‘ 형태는 그 조건에 맞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다행히 나는 최선을 다하면, 일본에 가서 조합원과 함께 싸우는 방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일본에 간다. 일본에 가면 회사와 정부에게 확실히 말할 것이다. 나는 옵티칼에 최선을 다해 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옵티칼 투쟁을 얕봤다면 큰 오해를 한 거라고. 한국의 노동운동계는 모두 최선을 다해 조합원을 엄호하고 있다고.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아무도 ’나의 최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감히 옵티칼에 최선을 다하는 연대자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탈 것이다. 옵티칼 투쟁 승리가 나의 희망 앞으로 평생 노동인권활동을 하고 싶다. 80세까지 한다고 했을 때, 약 52년을 더 할 것이다. 앞으로 있을 약 반세기의 활동 중 옵티칼 투쟁 같은 투쟁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사랑받으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울타리 역할을 하고, 회사의 법적 압박을 모두 넘어서는, 말 그대로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 이 흔치 않은 투쟁에서 꼭 승리하고 싶다. 그리고 승리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계가 최선을 다해 엄호하는 이 투쟁이 만약 패배한다면, 앞으로 어떤 투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또한 옵티칼 투쟁은 한국 노동자의 미래를 바꾸는 투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투기자본은 한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들어와, 한국의 노동자를 착취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다가 민주노조가 생기면 곧바로 노동자를 전부 버리고 청산했다. 1989년 오리온전자, 2003년 한국시티즌, 2006년 한국산본, 2008년 한국시티즌정밀, 2020년 한국게이츠, 2022년 영천 다이셀코리아, 2022년 한국와이퍼 등이 모두 그랬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마지막에 금전적인 합의를 했다. 하지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금전 합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용승계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옵티칼 투쟁의 승패는 내가 앞으로 약 50년간 수도 없이 만날 외투기업 노동자의 투쟁 형태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나는 옵티칼 투쟁을 통해 나의 활동에 희망을 갖고 싶다. 한국 노동운동계가 힘을 모으면 그 어렵다는 ’외국투기자본의 폐업‘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다. ’단결하는 노동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익숙한 문구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다. 옵티칼 투쟁이 승리하는 날, 나의 미래 활동에 대한 기대는 자신감으로 부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옵티칼 투쟁에 ’나의 최선‘을 다한다. 동지들, 옵티칼에 연대하는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도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부족하겠지만, 일본에서 다 쏟아내고 돌아오겠습니다. 일본에서 소식 자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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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정부, 딥페이크 성폭력 처벌 강화 … 플랫폼도 방치하면 과징금1. 정부, 딥페이크 성폭력 처벌 강화 … 플랫폼도 방치하면 과징금 정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범죄수익 몰수를 추진한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범위도 아동·청소년 피해자에서 성인 피해자로 확대한다. 텔레그램 등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들도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방치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국무조정실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아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범정부 TF를 구성하고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처벌, 플랫폼 책임성 제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 맞춤형 예방 교육 등 4대 분야 10개 과제를 역점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 부처로는 국무조정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허청 등이 참여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개정법은 딥페이크 영상물 편집·반포 시 법정형을 5년에서 7년으로 상향하고, 반포 목적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신속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 의심 영상을 우선 차단 조치 후 심의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불법 영상물 삭제 요청을 받은 경우 24시간 내 신속히 삭제하도록 삭제 시한을 관련 규정에 명시할 예정이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 계획이 나온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 구석구석에 퍼진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디지털 성폭력이 더 교묘한 수법으로 활개쳤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이 같은 성폭력이 뿌리깊은 여성혐오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올해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80%는 10대 청소년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아무리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더라도 소라넷-웹하드-N번방-지인능욕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성폭력은 형태만 달라질 뿐,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공고한 성차별 구조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딥페이크 성폭력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장관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11061639001 2. 장애 여성 비정규직 비율 83.0% … “장애여성지원법 제정하라” 장애 여성들이 십수 년간 국회로부터 외면받아 왔던 장애여성지원법을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17개 여성장애단체 및 장애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여성 지원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 및 시책을 수립하라”고 외쳤다. 장애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지위에 놓여 있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7.1%, 고용률은 45.4%인데 반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4.2%, 고용률은 23.5%로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남성 장애인 임금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60.5%인데 반해 여성은 83.0%에 달했다. 고용 및 노동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장애 여성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해 왔다. 이에 기자회견 참가단체들은 노동·교육·자립·재생산권 등 장애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인권침해·재난·폭력으로부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여성장애인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장애 여성을 위한 법안은 2008년 18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034 3. “주방으로 돌아가” “참정권 폐지” 미 대선 직후 여성혐오 표현 급증 미국 대선 직후 온라인 상에서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8일, 미국 대선(5일)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하는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등의 언급이 약 4,600% 늘었다는 것이다. ISD는 미국 백인 민족주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가 초기 선동가 중 한 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가 쓴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는 SNS 게시물은 약 3,5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틱톡 크리에이터 가운데는 여러 남성이 ‘너의 몸, 나의 선택’이란 문구를 쓰며 성폭행을 하겠다고 위협해 영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문구가 인기 키워드로 떠오르며 ‘트렌딩(trending)’에 올랐다. 심지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repeal the 19th’)까지 전주보다 663% 늘었다. 여성혐오 표현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ISD 보고 내용에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겪은 사례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딸이 학교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 오늘 밤은 한쪽 눈을 뜨고 자라는 말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ISD는 이 같은 현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자의 승리로 더욱 대담해졌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66626.html 4. 스코틀랜드 성별임금 격차 30% 급증 스코틀랜드 TUC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을 따라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성별임금 격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코틀랜드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3,000파운드 적게 번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평등을 향해 가고 있는 추세에 역행일 뿐 아니라 극 격차가 영국 전체와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STUC 사무총장 로즈 포이어는 “30% 증가는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장관들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스코틀랜드 정부가 “여성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조 기사> https://morningstaronline.co.uk/article/gender-pay-gap-soars-30-cent-scotland 5. 여학생 권리를 옹호해 구금당한 이란의 교사 이란의 국제교육기구(Education International)가 여학생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교사노조 모하마드 하비비(Mohammad Habibi)를 구금한 정부를 규탄했다. 테헤란의 교사노조 활동가인 모하마드 하비비는 이슬람 정권의 억압에 맞서 이란의 교육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가다. 그는 그동안 교사와 학생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으로 이란 당국에 의한 체포, 고문, 괴롭힘을 숱하게 받아왔다. 2022년 지나 아미니의 죽음(테헤란에서 지나 아미니가 히잡 강제착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 구금되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 시위 동안 90명 이상의 청소년이 사망하는 등 정부의 잔혹한 진압, 여학교를 겨냥한 독살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하비비는 학생들의 편에서 활동해 왔다. 2023년 노조 활동과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해고되었으며, 이러한 위협과 보복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의 권리를 계속해서 지지했으며 이로 인해 최근 2024년 11월 11일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참조 기사> https://www.ei-ie.org/en/item/29213:iran-education-international-denounces-new-detention-attempt-against-teacher-unionist-mohammad-habibi-for-defending-female-students 6.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라이드행진 투쟁 11월 첫째주 토요일, 아르헨티나에서는 33번째 ‘부에노스아이레스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진’ 행사가 극우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모여 16시 의회를 향한 행진뿐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고 작은 프로그램에 함께하며 성적 다양성 탄압과 차별적 긴축정책 규탄,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60여 개의 성소수자, 정치, 사회,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회는 ‘인권과 공공정책 없는 자유는 없다’, ‘통제와 억압이 있는 자유는 없다’, ‘트랜스젠더법,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등 저항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행사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밀레이 정부의 차별적, 폭력적 억압에 맞선 정치적 구호로 가득 찼다. 집회 장소에는 정부의 공공예산 삭감 비판, HIV치료와 성병 예방 프로그램 예산 삭감 규탄, 성정체성법 위반, 트랜스젠더 노동할당제에 해당하는 노동자 해고 규탄, 공공부문 예산삭감과 공공노동자 생존권 침해 규탄, 성소수자 혐오와 폭력 규탄 등이 적힌 다양한 깃발과 현수막이 나부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성 노동자이자 활동가인 발레리아 델 마르 라미레즈는 사전행사에서 “매년 우리는 우리의 날을 기념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권리,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이 정부의 젠더분야를 담당하는 비라로나 법무부 장관은 의회에서 “우리는 생물학과 일치하지 않는 성정체성의 다양성을 거부한다”는 발언으로 성적 다양성을 직접적으로 부정했다. 이는 얼마 전에 벌어진 세 명의 레즈비언을 살해한 사건과 같이 성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아르헨테나 성소수자연맹은 “장관의 임무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지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랜스젠더의 어머니이자 교사노동자인 안드레아 아빌라는 ‘트랜스젠더 남성의 자랑스러운 어머니’라고 쓴 피켓을 높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트랜스젠더 아동, 청소년의 권리를 위해 매일 싸우고 있는 가족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국가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존중하고 가사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많은 노동조합과 단체가 성적 다양성에 반대하는 반동적 정치에 맞서 국가에 책임을 물으며 투쟁하고 있다. 좌파공동전선에 속한 조직들은 성소수자, 이주민 등에게 혐오를 조장하고 성적 다양성을 탄압하는 정부의 반동적 정책에 맞선 투쟁을 학생운동, 의료 노동자 투쟁 등 모든 투쟁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2025년 공공예산을 더 많이 삭감한 정부예산 승인이 준비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큰 투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참조 기사> https://www.laizquierdadiario.com/Miles-protagonizan-la-primera-marcha-del-orgullo-con-Milei-en-el-gobierno https://agenciapresentes.org/2024/11/03/marcha-del-orgullo-lgbt-celebro-con-fiesta-y-reclamos-contra-violencias-y-politicas-de-aju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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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기자회견문]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하여 세상을 바꿀 것이다여성에게 더욱 전가되는 체제의 위기 연일 쏟아져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 일가와 명태균 정치브로커의 협잡 폭로가 세상을 잠식했다. 그 사이 고공에서 300일을 보낸 여성노동자, 아리셀에서 일하다 죽은 이주여성노동자의 죽음은 보이지도 않는다. 지지율 10%대보다 더 심한 건 최소한의 노동조건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은 가려지고 거대양당은 친기업정책에 골몰하는 현실이다. 여전히 정부는 자본주의의 위기, 정권의 위기를 여성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벗어나려 한다.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시정연설에는 4대(연금·노동· 교육·의료) 개혁을 신속하게 하겠다며 철 지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여 저출생 위기를 타파하겠다고 한다. 적반하장식 대책이다. 지금 여성들이 고통받는 것은 바로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성평등 악화, 친기업정책 반노동정책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애까지 더 낳으라고?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신, 출산, 임신중지, 육아 등에 대한 권리, 재생산권이다. 낙태죄 비범죄화 5년인데 유산유도제조차 도입하지 않아 여전히 많은 여성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반면 장애인은 태어날 권리조차 없고 장애여성의 임신, 출산은 논외인 현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권리이지 착취와 차별이 아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31.2% 정도의 임금을 덜 받는다. OECD 주요회원국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여성을 단시간, 불안정, 저임금일자리에 배당하며 성별화된 위계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로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57.3%가 여성인 현실에서,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는 대다수 여성노동자는 최저임금만 받거나 그 미만을 받기 때문이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 가운데 83.5%가 비정규직 노동자다. 아리셀산재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이주여성노동자들은 파견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일한다. 가사사용인과 장애인의 최저임금을 부정하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 고령화사회의 대책은 돌봄 공공성의 확대여야 한다. 민간시장에 넘겨진 나쁘고 불안정한 돌봄노동은 여성노동자가 떠맡고 있다. 그나마 있던 공공돌봄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5년 만에 폐원시켰다.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시도하다 여론에 밀려 최저임금은 주겠다고 했지만, 50만 원 교육비마저 빼먹었으며, 추노처럼 지정 거주지를 이탈한 이주여성노동자를 잡아 강제 추방시키고 있다. 국가는 돌봄의 가치를 저평가하며 여성 내부의 계층적, 계급적 전가를 꾀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가 기획하는 정주여성과 이주여성을 가르고, 정규직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가르는 것으로 돌봄을 유지하려는 정책에 단호히 반대한다. 장시간노동정책과 성평등 악화는 여성의 무급가사돌봄 노동시간을 늘리고 있다. 여성의 총 노동시간이 남성에 비해 길며, 여성의 가사 및 돌봄 시간은 남성의 두 배 이상이다. 여성의 가사·돌봄 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성별화된 노동분업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페미니즘 사상검증, 여성혐오와 성소수자 혐오는 일부 극우세력을 앞세워 자본주의의 위기를 여성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혐오정치의 현상이기도 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일터에 만연한 혐오대응책이 필요하다. 딥페이크 성폭력에서 드러났듯이 여성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업, 직종, 나이를 가리지 않고 능욕당하는 성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성폭력 상담건수가 작년에 비해 15%가 늘어난 33만7천171건일 정도로 여성들은 여전히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한해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는 최소 138명이었고, 출퇴근길에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88명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성폭력당하고 살해된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선언한 대한민국 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여성들이 죽도록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일터에서 죽거나 다쳐도 노동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중심적 산재인정기준 때문이며 성차별적 시선 때문이다. 성인지적 노동환경 조성으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우리는 요구하고 싸울 것이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의 법제도에서도 누구나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 전면화 등 모든 노동자에게 아프면 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단결된 힘으로 여성에게 전가된 위기를 무너뜨릴 것이다. 자본은 노동자를 성별과 국적, 인종,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 장애 유무 등으로 갈라쳐 통제하며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결하여 맞설 것이다. 파업으로 세상을 멈춰 이 세계를 떠안고 떠받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줄 것이다. 특수고용, 무급가사돌봄노동자 등 자본이 만들어놓은 노동평가제도와 고용제도에 의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일하는 모든 여성들과 함께 파업투쟁에 나설 것이다. 성별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모든 노동자민중과 함께 단결하여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멈출 것이다.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멈출 것이다.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하여 세상을 바꿀 것이다. 2025년 11월 7일 2025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당 여성위(준), 다른몸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빵과장미, 불꽃페미액션,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정치하는엄마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금속노조 KEC지회, 전국교직원동조합 여성위원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행동하는인하인권연대 (추가중) *후속 보도자료 전문 읽기: https://docs.google.com/document/d/1yPwj6EwLwlxFcRonAIgHHWx1Q4VZDSvMyMCeSsx56CM/edit?tab=t.0 (영상=스튜디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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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디서 이 월급 받고 일할 건데? 여자라서 그런가?”[편집자 주] 11월 7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는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출범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정권의 위기를 여성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습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 혐오에 맞서 2025년 여성파업을 조직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이중, 삼중 억압과 착취의 굴레에 놓여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지부장의 발언문을 기고받았습니다. 우리가 여성파업에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사진_비주류사진관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박순향입니다. 2019년 뜨겁던 여름 1,500명 수납원 집단해고 직접고용 투쟁을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투쟁했던 우리는 지금 도로공사 직원이 되었고 잠시 수납원들의 고통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 8명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저희 지부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용인서울을 이어주는 민자고속도로 23KM 구간에서 일하는 서수지, 금토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경수고속도로라는 원청의 하청의 하청 구조로 되어있는 사업장이었습니다. 20분 정도 이야기를 듣다 저는 좌절했습니다. “아직도 수납노동자들의 현장은 달라진 게 없구나. 내가 당하고 떠나온 자리에 아직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반복해 당하고 있구나.” “당신 내가 월급 주는 거니 감사한 줄 알아!” 소리를 지르는 관리자, 나이를 불문하고 반말에 막말, 라면국물 변기에 버리다 튀었다고 경위서를 쓰고, 1분 지각해도 경위서, 짧게 썼으니 다시 쓰고, 반성의 의미가 없으니 반성의 의미를 담아서 다시 써야 하고!! 길면 길어서 짧으면 짧아서 반려, 관리자의 갑질에 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15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니폼도 내 돈 주고 사 입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습니다. 맨살과 바로 접촉해야 하는 여름 유니폼은 알레르기가 나서 입을 수가 없어 같은 색 유니폼을 인터넷에 찾고 찾아 돈 주고 사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사 입어도 되는지 허락을 맡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하청노동자라 하더라도 중간착취를 얼마나 하길래 입지도 못할 정도의 저가 원단을 지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네가 여기 나가면 어디서 이 월급 받고 일할 건데? 감사해야지! 나이들이 몇 개인데 왜 그러고 살아! 아무리 여자들이지만 아주 못됐어! 여기 있는 분들 솔직히 얘기해서 여기 나가면 직장 구할 수 있어? 받아주는 데도 없고 써 주는 데도 없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월급이 밀리길 하나 따박따박 나오니 세상 어찌 돌아가는지 몰라? 여자들이라 그런가? 여자들도 사람이잖아!” 관리자의 폭언에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이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걸 감내하며 여성 비하발언을 일상으로 하는 관리자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숨죽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노동자였습니다. 10년을 일해 왔어도 1년에 한번씩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고 원청의 인원축소가 있을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했습니다. △사진_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비정규직은 비단 여성 노동자들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여성이라 받는 차별은 더욱 심각합니다. 야유회를 가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불려 가야 하고 혹여라도 안 가면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까 야간을 하고 잠 한숨 못 자고 불려 나가야 했답니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생기니 야유회 안 가서 좋다고 말합니다. 3교대 사업장인 수납업무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일과 양육을 함께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내 잠을 쪼개어, 내 휴일을 나누어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납노동자 중에 한부모 가정이 많은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 관리자는 아이들이 아파도, 집에 일이 생겨도, 연차를 2주 전에 써야 한다며 갑질을 하고 연장수당, 휴일수당 또한 자신의 권력인 양 말 잘 듣는 수납원에게 연장 기회를 부여하고. 공평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 38도 폭염 속에 부스 에어컨이 고장나도, 한 평도 안 되는 깡통 같은 부스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하이패스 차로에서 안전장비 하나 없이 빗자루 하나 던져주면 청소를 해야 합니다. 요금소 기계가 고장 나면 내달리는 차로 사이에 서서 통행권을 손으로 직접 받아내며 요금을 받아야 하고, 도주하는 차량 번호를 기계가 인식하지 못해도 업무태만으로 근무자가 그 돈을 메꿔야 합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 속 도주차량을 잡기 위해 머리를 내밀어, 손을 내밀어 차를 세워 차량번호를 봐야 하는 것이 수납원으로 해야 될 업무입니다. 제가 수납업무를 떠나온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통행료 천원이 더 소중하다는 사측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용기내어 하나하나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달라져야만 합니다. 바뀌어야만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갈라치고 억압하려 하지만 여성노동자가 하나로 뭉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톨게이트지부는 실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합시다. 감사합니다. (영상=스튜디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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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처럼 솟구쳐 올랐던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 미래언론은 매일 삼성전자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이 위기에 대한 분석도 넘쳐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소홀, 기술개발보다 재무관리에 치중한 경영진의 전략 실패, 경직된 조직구조,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많이 거론된다. 이런 결과에 노동자들의 책임은 없지만 삼성은 노동자들의 크나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30% 희망퇴직, 발광다이오드 LED 사업 철수, 삼성SDI 편광필름사업 매각 입장이 발표됐다. 삼성은 호주·남미·싱가포르 등 전 세계 글로벌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약 15%와 행정 직원 최대 30%를 감축할 방침인데 해외 언론은 이미 인도와 남미 일부에서 10% 수준의 감원 작업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삼성의 추락은 한국 자본주의의 추락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될 것이다. 이 추락을 막기 위해 삼성만이 아니라 정부도 자본을 최대한 지원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누를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자본의 전략에서 결정적 변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다. 거대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저항은 수많은 부품사,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얼마 전 강력한 파업투쟁을 펼쳤던 인도 첸나이 삼성전자 공장의 노동자들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파업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 당당하게 삼성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역할을 얘기할 수 있다. 저들의 의도대로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올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24일 총파업으로 노동자들의 막강한 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용수철처럼 솟구쳐 오른 투쟁 전삼노는 △전 조합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베이스 업(Base-UP) 3.5% 인상 △성과급(OPI·TAI) 제도 개선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된 모든 조합원 경제 손실 보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오랫동안 삼성과 싸워 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용수철처럼 솟구쳐 오른 투쟁”이라고 했다. 명실상부하게 투쟁할 수 있는 노조가 생기면서 황유미(삼성 반도체 백혈병으로 2007년 사망)씨의 아버님 황상기 씨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도 했다. 황상기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으면 유미는 병에 걸리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전삼노를 비롯한 5개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은 97.5%였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1만 8천 명 정도였는데 파업을 거치며 3만 6천 명으로 늘었다. 파업 초기엔 하루에 500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6천 명 이상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할까봐 노조가 투쟁 초반에 가면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가면을 쓰고 활동하던 조합원은 투쟁 발언 중 가면을 던지며 떳떳하게 공개했다. 이 장면은 조합원들의 변화를 상징했다. 노동조합은 평택, 기흥, 화성, 온양, 천안 사업장에서 노조 가입 홍보활동을 펼쳤다. 100~200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동료야 나와라! 동료야 함께하자! 우리가 지켜줄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비조합원들을 적극 조직했다. 공장 순회 선동은 비조합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사진_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투쟁이 용수철처럼 솟구쳐 오른 이유는 불만과 분노는 켜켜이 쌓여 왔는데 그걸 표출하고 해결할 통로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렇게 솟구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삼성은 3월만 해도 노조와의 임금교섭을 사실상 거부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인상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노동조합의 힘을 아주 얕봤다. 노동조합 지도부도 현장의 힘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6월 27일 지도부가 '휴가 의무사용일수 2일 축소, 재직자 기준 1회성 여가포인트 50만 원' 등의 내용이 담긴 사후조정안으로 타결을 생각했을 때, 조합원들은 투쟁 지속을 강력히 원했다. 70% 이상이 타결을 반대했다. 아래로부터의 분노가 파업을 지속시키고 확대시켰다. 수시로 위기를 거론하는 임원진들은 계속 자기 배를 불렸다. 2023년 임원진이 수령한 성과급은 3,880억이나 된다. 반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노동자들은 올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OPI(옛 PS)는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은 이 성과급을 30% 혹은 50%로 가정하고 연봉을 설정한다. 기본급 비중이 높지 않은 임금 구조에서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의 임금 삭감이다.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들은 성과를 독식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했다. 이게 과연 공정이고 혁신인가? 노동자들의 자연스러운 외침이었다. 열악한 현장의 현실이 드러나다 노동자들의 분노는 임금 문제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자본의 일방적 행태에 분노했다. 삼성 자본은 줄곧 노사협의회를 방패 삼아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했다. 무노조경영 폐기는 말뿐이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계속 은폐됐다. 삼성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삼성의 기술은 21세기인데 현장은 19세기”라는 말을 많이 해왔다. 관리자들은 성과 경쟁을 앞세우며 노동자들을 줄 세웠다. 많은 삼성전자 노동자가 과도한 성과압박감 때문에 자신의 작업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금속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 발행.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동 연구) 2024.3.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보고서 노동자들은 인원 부족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렸다. 특히 기흥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부각됐다. 기흥사업장 6, 7, 8라인은 자동화가 되지 않은 수작업 반도체 생산 라인인데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퇴행성 관절염, 신우신염, 손가락 류마티스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하지정맥류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기형이 된 손가락 모습을 보여줬다. 연차휴가도 가위바위보나 사다리 게임으로 정하고 있다. 마음 편히 밥을 먹기도 어렵고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 한 노동자는 방광염을 심하게 앓은 뒤 출근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고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에 적극 참가했다. 파업 첫날인 7월 8일 기흥사업장 8인치 라인의 가동률은 기존 80%에서 18%로 떨어졌다. 사진_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물론 이런 열악한 현실은 극히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 자동화가 많이 진척되었지만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 설비 자동화는 설비유지보수 노동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유지보수나 고장수리를 할 때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설비유지보수 업무 대부분이 설비업체(유지보수 담당 사내협력업체, 장비업체)에 외주화되어 있다. 이들도 저항의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 8월 7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라인 세정업무를 하는 도급업체 이앤에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가입했다. 인터넷에서도 그동안 소외되어 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장에서 제품생산 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배관라인 설치하는 일용직 배관사들과 용접사들 없이 반도체가 생산되나요? 협력사 일용직들 개무시하고 갑질하는 관계자들 그들의 존재 자체도 인식 못하는 언론인들과 일반 국민들. 일용직 기술인들도 있기에 반도체가 생산되는 겁니다. 보안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불합리한 대우와 처우를 받는 일용직 기술인들도 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네요.” (「삼성전자 왜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나요?」, IT버시티] 기사에 달린 댓글) 지지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길 보수 언론은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파업을 맹렬히 비난했다. <반도체 겨우 살아났는데… 삼성전자 노조 쟁의 '몽니'>(파이낸셜뉴스), <억대 연봉 삼성 노조 “月 10만원 더달라”>(매일경제), <노조 파업 선언 그 뒤엔 확장 노린 민노총>(한국경제) 등 매일 투쟁을 비난했다. 하루에 200개 이상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보수 언론의 탓도 있었겠지만,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파업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더 큰 이유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요구가 아직 자신들만의 요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세계적인 독점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삼성 정규직 노동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꿈꿀 수 없는 만큼의 임금(성과급 포함)을 받아왔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아 왔다. 그런데 삼성 자본의 성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청, 부품사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한 결과물이다. 전삼노의 요구가 자신들의 임금인상, 성과 보상, 노동조건 개선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로까지 뻗어나가야 삼성전자 밖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더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 때 최근 삼성은 방사능 피폭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부상'이 아닌 '질병'을 얻은 거라고 우겨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규정 적용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지난 6월 발생한 화학물질 노출사고에 대해서도 작업자 부주의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 지난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내걸었던 요구 역시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단체협약, 임금협상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 대응도 미룰 수 없다. LED 사업부 철수, 삼성SDI 편광필림 매각, 반도체 DS 부분 희망퇴직은 끝없는 구조조정의 서막이다. 지난 7월 31일 교섭 결렬 이후 10월 중순부터 단체협약과 2023, 2024년 임금교섭이 다시 시작됐다. 총파업에도 물러서지 않았던 자본이다. 교섭장에서 교섭위원들이 압박한다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리는 전혀 없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더 많이 폭로하는 것,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상황을 절대 바꿀 수 없다. 지난 투쟁의 교훈은 더 굳센 투쟁, 더 폭넓은 연대를 만들어야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과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를 이유로 투쟁을 아예 하지 말라고 압박할 것이 분명한데, 회사의 위기를 이유로 투쟁을 멈춘다면 그동안 폭발했던 조합원의 열기가 차갑게 식을 수 있다. 기흥공장 8라인에서 드러났듯 노동자들은 현장을 멈춰 세울 강력한 힘이 있다. 그 힘에 주목하자. 지금이야말로 노조가 구조조정 앞에 떨고 있는 수많은 조합원, 비조합원,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손을 적극 내밀어야 할 때다. 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그들의 구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규직들이 집단행동의 계기를 찾았을 때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었듯 하청, 비정규직들도 집단행동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면 그동안의 설움과 분노를 끝내기 위해 폭발적으로 떨쳐 나설 것이다. 삼성전자노조가 아리셀 참사 투쟁과 기후정의행진에 결합했을 때, 삼성전자노조는 다른 노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사회적 투쟁에 나서고, 나아가 노동자 생존권을 말살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의 투쟁에도 나서야 고립되지 않고 자신의 투쟁을 확대할 수 있다. 물론 이 위대한 도약은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저절로 이루어질 수도 없다. 노사협조주의적 태도, 우유부단한 태도로는 결코 이 도약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지난 투쟁에서 보여준 현장의 역동적인 힘을 믿고 투쟁을 밀어붙이려는 뚝심 있는 노동자들과 투사들만이 해낼 수 있다. 어렵고 힘든 길이다. 하지만 다른 길은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가 보여주듯 계급적 투쟁과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향해 전진하지 않고서는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의 전환, 구조조정 저지, 노동조건 개선은 이룰 수 없다. 삼성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진정한 희망을 일구어가길 기대하면서 연대를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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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노총 표적 징계에 맞선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콜택시 부르미분회의 투쟁[편집자 주]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콜택시 부르미분회는 노동조합 설립 이후, 보건복지부와 울산시를 상대로 호봉제 적용, 정규직 전환과 정년 연장, 사고에 대한 운전자 부담 철회, 월급제와 지정 콜 서비스로 안전운전 보장, 이용자 요금 인하, 경쟁 방식 철회, 장시간 노동과 임금 등을 요구해 왔다. 2022년 10월 라영선 울산시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장과 노정재 본부장이 취임하면서 부르미분회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도, 단체협약 해지, 한국노총을 앞세운 경쟁 조성 및 민주노총 조합원 표적 징계 등 부르미분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의 탄압과 울산시의 무책임한 태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부르미분회 엄기원 사무국장 동지의 발언을 싣는다.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장애인, 노약자의 교통수단 업무를 담당하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르미분회 사무국장 엄기원입니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은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슬로프 장치가 설치된 특장차 택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콜을 주로 수행합니다. 장애인 이용자 승하차 시, 안전을 위해 택시에서 내려 직접 승하차를 보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용자를 안전하게 승하차하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런 승하차 시간을 줄이려고 주행 중 배차와 자동 빈차 기능1)을 도입했습니다. 승차 시간을 독촉받아 시간에 쫓기면, 이용자를 안전하게 승하차 보조하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이 ‘빈차’ 버튼을 눌러야 빈차가 되는 기존 수동 빈차 기능에서, 이제는 요금결제만 하면 자동으로 빈차가 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주행 중 배차가 되고 자동 빈차 기능이 설정되면, 다음 이용자와 잦은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1) 이용자의 목적지 도착 후 안전하게 하차하고 자리에 돌아와 빈차 버튼을 눌러서 다음 콜을 수신하는 방식이 기존 수동 빈차 기능임. 자동 빈차 기능은 승차 중인 이용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음 콜이 배차되는 시스템임. 요금 결제만 하면 자동으로 빈차가 되어, 하차가 완료되지 않아도 다음 이용자에게 배차 문자가 전송되는 시스템이며, 배차된 차량 위치 정보를 제공해 ‘제자리에서 시간을 끌다 늦게 출발하느냐’는 민원이 발생함. 차라리 불만을 표시하는 이용자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함. 이런 부담으로, 운전원들은 자동 빈차 기능을 익숙한 수동 빈차 기능으로 변경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 24명의 운전원이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로부터 징계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협회는 바뀐 미터기에서 수동 빈차 기능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공지하지도 않았고, 사용하는 운전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즉시 수동 빈차 기능 사용금지를 안내하거나 경고하지도 않았습니다. 운행 중 배차가 이루어지면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은 많은 심리적 부담을 안고 운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탑승한 이용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행하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운행 중 배차로 과속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까지 담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무리한 운행으로 이용자로부터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협회 관리자에게도 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협회 관리자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방관만 했습니다. 아무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르던 도중, 운행 중 배차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운전원들 사이에서 미터기 환경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이미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운전원은 한국노총에 소속된 조합원이 직접 환경설정을 해주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협회는 민주노총 조합원만 설정을 변경해 사용했다는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조합원만 징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협회는 제대로 된 전수조사도 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이 요구해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담당자를 통해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안내하고, 공지하는 것이 협회의 관리 책임입니다. 그러나 협회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관하다가 민주노총 운전원들만 징계했습니다. 이것은 민주노총을 탄압하기 위한, 너무도 의도적인 표적 징계입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그 책임은 표적 징계로 민주노총 조합원을 탄압하는 협회와 관리자가 져야 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콜택시 부르미분회 노조 탄압 경과] - 2022년 10월 24일 울산시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 라영선 회장과 노정재 본부장 취임 이후 노조 탄압 - 2023년 3월 31일, 장애인 이용객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견책 징계 - 2023년 5월 31일, 수습 기간 중 수습 평가 점수 미달로 노동자를 해고. 당사자와 노동조합은 사측이 민주노총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해고한 거로 판단하고 부당해고 구제 신청 - 2023년 6월 16일, 단체협약 교섭 시작 - 2023년 6월 30일, 사측에서 단체협약 개악안 제출. 단체협약 전문을 비롯해 정년, 징계, 조합활동, 근로조건, 연차 사용 등 대부분의 내용 수정을 요구했으나 노동조합은 개악안 거부 - 2023년 7월 19일, 사측에서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조합에 통보. 내용은 야간근무 방법 변경, 휴일 감차 운영 중단 등. 이에 7월 19일부터 부르미분회 부분회장 1인 시위 시작, 7월 27일 사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철회 통보 - 2023년 8월 16일, 운전원이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의 산업안전 보건교육을 받기 위해 복귀하는 과정에서 배차 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개최 - 2023년 8월 17일, 장애인 콜텍시 차량에 새롭게 장착한 미터기 환경설정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식으로 함정을 만들어 민주노총 조합원(29명)만 무더기 표적 징계위원회 개최 - 2023년 8월 22일, 사측은 운행 중 이용객 민원이 발생했다며 운전원에게 블랙박스 영상 제출을 요구했고, 운전원이 고의로 삭제하지 않았음에도 영상을 무단 삭제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개최 - 2023년 8월 23일, 미터기 환경설정 변경에 대한 조합원 무더기 징계 건 관련,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증거 부족과 한국노총 조합원 1명을 이미 징계했다는 이유로 2024년 7월 19일 무혐의 처분 - 2023년 8월 28일, 사측에서 다시 휴일 감차 운행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조합에 통보 - 2024년 2월 29일, 사측에서 야간근무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조합에 통보 - 2024년 3월 15일, 사측은 노동조합이 협조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는 단체협약 해지 예고를 통보 - 2024년 3월 27일, 2023년 8월 22일에 블랙박스 영상 무단 삭제를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었던 사안에 대해 2차 징계위원회 개최하여 정직 3개월 징계 결정, 당사자는 생계 문제로 인해 퇴사 - 2024년 4월, 사측은 부당해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부르미분회 조직부장과 편집부장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 - 2024년 4월 25일, 2023년 8월 16일에 산업안전 보건교육을 받기 위해 복귀하는 과정에서 배차 콜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었던 사안에 대해 2차 징계위원회 개최하여 정직 3개월 징계 처분, 5월 7일 징계위원회 재심을 열어 정직 2개월 징계 결정 - 2024년 7월 17일,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의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한국노총으로 가입해 다수 노조가 되면서 민주노총 부르미분회 교섭대표 노조 자격 상실 - 2024년 7월 23일, 콜 거부 정직 2개월 관련, 부당징계 구제신청에 대해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 ‘인정’ 판정 - 2024년 8월 7일, 한국노총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징계, 조합활동, 근로조건 등 민주노총이 쟁취한 단체협약보다 저하된 내용을 노조 요구안으로 협회에 제출 - 2024년 8월, 지난 5월 16일부터 시작한 장애인복지지원서비스협회, 울산시청 조합원 결의대회 등 부당한 표적 징계와 단체협약 개악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