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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총파업 연재기고] #5 투쟁 여덟째 날, 용석 씨의 마음

이훈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기사입력 2023.11.09 16:27 | 조회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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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여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투쟁에 돌입했다. 약 1천 가지의 업무를 하며 하루에 약 120콜씩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통제받으며 인센티브를 더 받기 위해 경주하듯 일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투쟁의 결과는 ‘소속기관 전환’이었다. 온전한 직고용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용 안정성이 나아지는 결과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3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1,600여 명의 상담사는 아직도 저임금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노동조합원들은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로 모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을까, 하루하루 어떤 투쟁을 하며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오늘의 투쟁’을 하루하루 돌아보기 위해 조합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투쟁 여덟째 날은 서울1센터 소속이며 직접고용을 절박한 마음으로 바라는 최용석 조합원을 통해 돌아보았다.

     

     

    2006년 3월 2일, 용석 씨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1기 상담사로 입사했다. 첫 이사장은 상담사들에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소속이 다르지만 우린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린 하나의 일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용석 씨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서울에 있는 센터 3개가 건보고객센터의 전부였다. 용석 씨는 세 곳의 하청업체가 머지않아 하나로 합쳐지고 가까운 미래엔 직고용이 될 거라고 믿었다. 이사장이 말한 대로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고객센터는 모두 새로운 하청업체가 맡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졌고 제도가 바뀜에 따라 상담 내용은 복잡해졌다. 한 곳의 하청으로 모인 후 직고용이 될 거란 용석 씨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 동료들은 버거워하다가 욕을 하면서 떠나기도 했다. 용석 씨는 그때마다 ‘언젠가 나도 참지 못하면 혼자 욕하거나 사직서를 던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12월, 노동조합이 생겼고 용석 씨는 바로 가입했다.

     

    2021년 초, 노조 집행부는 원주로 투쟁하러 가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용석 씨는 ‘어쩌면 원주 투쟁을 다녀오면 잘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용석 씨는 절박했다. 고객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약 14년간 지켜봤다. 직고용은 꼭 필요했다. 용석 씨는 망설임 없이 원주행을 택했다. 만약 자신이 잘린다고 해도 이 투쟁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잘리면, 그 또한 투쟁으로 돌파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겨울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용석 씨는 투쟁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노사는 소속기관 전환을 합의했고 용석 씨는 솔직히 실망했다. ‘더 싸울 수 있는데’, ‘우리의 투쟁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용석 씨는 대학을 다닐 때 노동조합과 투쟁에 대해서 배웠다. 한 발 물러선 요구가 다시 나아가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2023년 11월 8일, 용석 씨는 세 번째 원주 투쟁 8일째를 맞았다. 서울지회는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원주로 다시 오는 날이었다. 용석 씨는 아침에 조합원들과 버스를 타고 원주로 왔다. 단식자들의 건강이 걱정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용석 씨는 평온했다. 도착 후 약 700명이 넘는 인원이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를 했다. 한국에 있는 콜센터 조합원은 거의 다 온 거 같았다. 들어본 곳도, 처음 들어보는 곳도 많았다. 결의대회와 행진을 하면서 생각했다. ‘우리의 투쟁이 콜센터 노동조합 활동을 확장하는 데 물꼬를 틀지도 몰라. 우리가 이기면 콜센터 노동조합과 회사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어.’ 용석 씨는 이번 결의대회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진까지 다 끝난 후, 용석 씨는 바로 다음 투쟁을 생각했다. ‘결의대회는 결의대회고, 다음 투쟁이 중요하지.’ 용석 씨는 사실 단식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언젠가는 단식이 끝날 텐데, 그때를 대비한 플랜 B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용석 씨는 현재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음’이다. 용석 씨는 2021년의 간절함을 지금도 갖고 있다. 우리의 일터가 달라져야 한다고,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용석 씨는 투쟁 여덟째 날인 오늘을 ‘나의 싸움이 나만의 싸움이 아니고 고객센터의 싸움이며 그 시작점이 우리일 수 있음을 확인한 날’이라고 정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을 향한 총파업 투쟁 여덟째 날, 대규모 결의대회라는 투쟁을 하면서도 다음 투쟁을 고민하는, 지금과 미래를 분석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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