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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일터 민주주의를 짓밟는 자들의 폭거, 연대의 힘으로 분쇄하자" -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연대문화제 현장스케치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 서면시장번영회(이하 '번영회')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면시장의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번영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는 회장단은 상가 소유주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며 대다수 임대상인들의 권리는 배척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시장 앞 주차장 관리 등 서면시장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13명의 번영회 소속 노동자들도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은 물론, 회장단이 자행한 갑질에 장기간 노출돼 왔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회장단의 전횡에 맞서 번영회 노동자들, 그리고 시장 상인들과 이용객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2020년 12월 부산지역일반노조 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설립됐다. 지회 설립 후 사용자 측인 번영회 회장단의 노조탄압은 더욱 극심해졌다. 그 결과, 설립 당시 9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이제 2명(김태경 지회장, 허진희 조합원)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1월 20일은 노동3권 보장과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서면시장번영회지회의 투쟁이 시작된 지 1,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흐른 12월 18일,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이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대문화제 '꿀잠 이어차' 첫 번째 자리를 부산 서면시장 일대에서 열었다. 이날 연대문화제에는 연대버스를 타고 내려 온 20명의 서울지역 동지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동지들을 포함해 150여명이 함께했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허진희 조합원은 연대문화제 투쟁 발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 "싸우는 동안 욕도 많이 먹고 (번영회) 회장한테 얼굴까지 맞으면서 갖은 수모를 겪었지만 단 한번도 저희들 투쟁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조금 힘들 뿐 반드시 투쟁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견뎌왔습니다. (…중략…) 서면시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동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연대문화제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사측의 안전조치 미비로 추락 사망한 문유식님의 딸 문혜연님,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다가 천신만고 끝에 체류자격을 얻었지만 결국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강태완님의 사연을 전한 김사강님의 발언이 있었다. 싸우는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원직복직을 위해 싸우는 현대중공업 서진이엔지 해고자들, 현대자동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해고자들, 세종호텔 해고자들도 단결과 연대로 기나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독한 차별과 배제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 나가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불법파견 노예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평등한 노동을 투쟁으로 일궈 온 한국지엠 동지들의 이야기도 크나큰 감동을 선사했다. 연대문화제 말미에는 투쟁기금 전달식도 있었다. A학교 성폭력사안의 제대로 된 해결과 공익제보교사의 부당해임 철회를 위한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A학교 공대위 성원들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안녕'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들은 '연결'돼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에 힘을 보탰다. 12.3. 윤석열 정권의 친위쿠데타 시도가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였다면, 지난 4년 동안 번영회 회장단이 끊임없이 자행한 노조탄압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3권에 대한 집요한 부정의 시간이었다. 일터 민주주의를 짓밟는 자본의 폭거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윤석열의 국정농단 친위쿠데타에 책임을 물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의 단결과 연대로 헌법상 노동3권을 버젓이 무시하고 짓밟는 번영회 사용자들의 행태를 반드시 단죄하자! 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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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도 윤석열 체제 아래 살 수 없다! 바로 지금, 두려움 없는 정치총파업으로 윤석열 정권을 타도하자!사진: 한겨레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일차 저지됐지만, 단죄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윤석열과 함께 비상계엄이라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심의하고도 이를 대중에 알리지 않은 윤석열의 하수인들은 물론, 12월 7일 밤 탄핵소추안 표결 보이콧으로 이를 사후 승인한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공범이다. 윤석열을 단 하루도 대통령 자리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국회 밖 수백만 함성으로 결집되고 있으나, 보수양당은 8년 전 박근혜 퇴진 정국과 다름없는 해법들을 내놓고 있다. 코너에 내몰린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실패한 민주당은 윤석열 탄핵을 일주일 단위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질서있는 퇴진’, 즉 한동훈-한덕수 체제는 윤석열 체제의 연장일 뿐이고, 탄핵은 한덕수 대행체제와 헌재에 투쟁의 명운을 맡기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12‧3 계엄령 사태를 둘러싼 보수양당의 해법은 윤석열에게 국면을 전환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또한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보수양당 사이의 쟁투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노동자 민중은 국민의힘과 하등 다르지 않은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 정권을 세우고자 윤석열 퇴진 투쟁을 벌인 것이 아니다. 노조탄압, 불평등 심화 조치, 소수자 혐오로 점철된 ‘윤석열 체제’를 과연 제도정치가 타파할 수 있을까? 윤석열 체제를 끝낼 힘은 노동자 민중의 중단 없는 투쟁으로부터 나온다. 국회 안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저들에 의존할 게 아니라, ‘새로운 질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투쟁을 광장과 일터에서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 총파업과 민중항쟁으로, 윤석열과 윤석열 체제를 즉각 타도해야 한다. 그날 총부리는 누구를 향했는가 윤석열 정권은 국회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적 권리를 총칼로 짓밟고자 했다. “야당에 경고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석열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2월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 뒤이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문 1호에는 ‘처단’이란 살벌한 단어가 두 차례나 등장했다. 특히 모두가 분노한 대목은 계엄사 포고문이 적시한 구체적 조치들이다. 포고문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정치활동과 더불어 집회, 결사, 시위 등 민주적 기본권 행사 일체를 금지했다. 특별히 노동자들의 파업 또는 태업, 집회를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로 못 박아 엄금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과 “선량한 일반 국민”을 구분하며 특정 집단과 그 구성원을 계엄법으로 처단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압도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단의 자본가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파업, 태업, 집회를 금지하는 비상계엄이 노동 탄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계엄령이 선포된 12월 3일 밤, 현대자동차 부품사인 대륙금속에서는 임단협 교섭이 결렬돼 노동조합(금속노조울산지부 대륙금속지회)의 파업이 전개 중이었다. 계엄령 선포 20여분이 지난 시각, 사측은 계엄사 포고문을 근거로 ‘파업 및 관련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업무복귀’를 명했다. 사측이 노동조합에 보낸 "계엄령에 따른 파업 및 집회 중단과 업무 복귀 협조 요청" 공문 (출처: 금속노조 대륙금속지회) 심지어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계엄령 해제를 아쉬워하는 사측 관리자들의 목소리까지 표출됐다. 대표적으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에 재직하는 익명의 사용자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두고 “(이 기회에) 종북세력을 척결”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노조 할 권리 보장과 노조혐오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계엄으로 척결하고, 노동3권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은 다른 정치 세력이나 인사에 대한 탄압은 물론, 착취와 억압에 맞서는 모든 운동을 적대하고 탄압해왔다. 안전과 적정운임을 위한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탄압을 시작으로,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절규하며 고질적인 저임금, 다단계 하청구조 철폐를 위해 원청 자본의 책임을 촉구한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소모품처럼 투입되는 건설노동자의 삶을 거부하며 싸워온 건설노조 등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은 전방위적 노조탄압을 자행해왔다. 저들은 직을 걸고 체제 수호에 나섰다 12월 5일, 이상민(전 행정안전부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명명백백한 노동자 민중을 “처단”하겠다는 내란을 정당화했다. 스스럼없이 윤석열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이상민의 자백은, 윤석열이 자행한 노동탄압을 오히려 정상적인 정치행위로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생존권 쟁취와 불안정노동 철폐, 일터의 안전을 위해 싸워 온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은 존재 자체가 상시적 계엄이나 다름없었다. 2년 전 여름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노동자들을 시시각각 압박한 상황을 떠올려 보자. 양회동 열사를 끝내 죽음으로 몰아간 정권의 ‘건폭몰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노동자들은 노조탄압 이후 무너진 일과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전에도, 노동자들은 “윤석열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외치며 싸워왔다.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일거에 처단하려던 윤석열 일당의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지만, 사태를 반전하고자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한동훈-한덕수가 ‘질서있는 퇴진’을 발표했다. 노동자 민중이 즉각 타도해야 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무슨 국정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이는 붕괴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권의 통치기반을 복구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저들은 직(職)을 걸고 나섰는데, 정작 대다수 현장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이 국면을 우리는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이대로 살 수 없는 지금 우리, 싸우지 않는다면 윤석열 퇴진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교착 국면을 뚫어 내기 위해, 노동운동이 보다 과감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쟁의권을 보유한 사업장은 물론, 쟁의권이 없는 사업장도 존재 자체가 불법인 정권에 맞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정치파업 결행을 망설인다면, 윤석열 심판을 위한 다시 없을 기회는 허무하게 날아갈지도 모른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가장 혹독하게 탄압한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는 투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2월 4일, 윤석열의 업무개시명령과 손배 가압류 위협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해 온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와 민주주의를 모두 일몰시킨 정권” 타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와 마찬가지로 “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탄압에 내몰렸던 건설노동자도 윤석열 퇴진 투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노조할 권리를 빼앗겼던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학교 등지에서도 자신의 현안 요구와 윤석열 퇴진 투쟁을 적극적으로 결합해 나갈 때다. 12월 4일, 화물연대는 "윤석열 정권 일몰" 투쟁을 선언했다 지금 맞서 싸워야 빼앗긴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민주노총의 정권 퇴진 투쟁에 대한 지지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지는 두터운 지지를 발판 삼아, 억눌린 분노를 밑불 삼아 민주노조운동이 앞장서자. 비상한 각오와 자신감으로 주저 없이 일어서자.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정치총파업을 아래로부터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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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학교 성폭력 사안의 온전한 해결과 지혜복 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투쟁2018년 들불처럼 일어났던 ‘스쿨미투 운동’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성차별의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변화의 주체였다. 운동의 발단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중에 겪었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자 재학생들이 ‘ME TOO’, ‘WITH YOU’로 화답하면서부터였다. 스쿨미투 운동을 이어갔던 학생들은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발을 통해 더 이상 피해자로 남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이 치유와 회복의 장을 스스로 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에 대한 두터운 지지와 연대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퇴행으로 치달은 교육현장 스쿨미투 운동 6년이 지난 오늘, 피해 학생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변화는 과연 일어났을까. 안타깝게도 그럴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스쿨미투 당시 가해 교사에 대한 교육당국의 징계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징계처분 결과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피해 학생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 고발해도 사건이 온전히 해결되리라 기대하긴 힘들 터였다. 스쿨미투의 물결이 거대하게 일렁였음에도 학교와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엔 평등과 민주주의가 들어설 기회를 적극적으로 차단한 세력들이 있었다. 스쿨미투 운동이 일었던 당시에도 서울시교육감이었던 조희연은 학교 성폭력 사건의 처리 현황 공개를 한사코 거부하며 가해 교사를 감싸고돌았다. 학교는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노동자들의 운동이 필요하다 지난해 A학교에서 벌어진 학내 성폭력 사안은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교육체제가 공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쿨미투 때와 A학교 성폭력 사안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교사가 아닌 학생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다. 이번 A학교 성폭력 사안에서 교사는 2차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성폭력 사안이 발생하자 A학교 교장과 교감, 생활인성지도부장은 피해 학생들의 신원을 가해자들에게 노출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혈안이었다. 그로 인해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어야 할 학교에서 피해 학생들은 올바른 사건 해결은 고사하고 2차 가해에 시달려야만 했다. 침묵이 아닌 용기를 선택한 피해 학생들에게 A학교는 도리어 고통을 가중한 것이다. 이처럼 A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안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A학교와 관할 당국인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을 향해 지혜복 교사는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을 촉구해 왔다. 그럼에도 A학교가 제대로 된 사건 해결에 나서지 않자 지혜복 교사는 피해 학생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해당 문제를 공익제보했다. 피해 학생들의 호소를 경청하지 않고 사안을 조용히 처리하는 데만 골몰한 A학교와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혜복 교사는 A학교의 유일한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A학교에 강력한 교육노동자의 민주노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교육과 학교를 바꾸기 위한 교육노동자들의 투쟁과 이에 대한 연대는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에, 조력자의 연대에 책임 묻는 교육당국 학교 성폭력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교육 질서, 그리고 ‘학업 성취도 향상’을 본령으로 삼는 교육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는 학생들이 현재 겪고 있는 삶의 다양한 문제에 천착하기보다 오로지 경쟁교육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할 뿐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현재 직면한 피해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게 아니라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교사의 태도는 비단 A학교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교사에게 부당전보로 앙갚음하는 A학교와 이를 방관하는 교육당국 모두 이 같은 구조를 지탱해 온 가해자들이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소거한 데 이어, 피해 학생 곁에서 온전한 문제 해결과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공익제보 교사의 문제제기마저 탄압했다. 결국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해 행동한 교육노동자에 대한 부당전보는 더 이상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피해 학생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문제를 시정할 기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더 이상 수수방관 말라! A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사안의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반성과 사과도 중요하지만, 이 사안을 인지한 단계부터 학교 당국에 의해 자행된 축소・은폐와 인권침해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공익제보한 당사자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자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신속한 치유와 일상으로의 안전한 복귀를 방해하는 파렴치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A학교 성폭력사안을 어떻게든 무마하겠다는 교육당국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교육노동자들의 연대행동이 지금보다 더욱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학교 성폭력을 뿌리뽑고 정의와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는 교육현장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교육당국의 행정폭력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자. 안전하고 성평등한 교육공동체를 위해 공익제보에 나선 교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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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간착취 전문업체의 ‘전문성’에 대하여=효성ITX 홈페이지 회사소개 '경영이념' 갈무리 ‘혁신’ - 가치 없는 모든 일을 제거,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 ‘책임’ -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 몇 번이든 시도하여 악착같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 콜센터 업무 아웃소싱 전문업체 효성ITX㈜는 자사의 ‘핵심가치’에 대해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효성ITX가 말하는 이 핵심가치들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효성ITX 본사 건물 앞에서 이 업체의 본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근무해 온 상담노동자들의 농성장이 차려져 있다. 효성ITX는 지난해 말 저축은행중앙회가 콜센터 업무위탁계약을 새로 맺은 업체다. 이전에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업무를 수행한 곳은 KS한국고용정보라는 또 다른 용역업체다. 당시 업체 변경 과정에서 효성ITX는 공개입찰 제안요청서에 ‘전 직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 바 있는데,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사실상 해고된 상담노동자들이 재고용을 촉구하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이하나 해고노동자가 효성ITX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콜센터 '시장' 효성ITX는 업계 1위의 대형 콜센터 외주업체다. 이 업체는 원청의 콜센터 업무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위탁 운영해 왔다. (참고로 효성ITX는 하루 평균 120콜을 처리해야 할 만큼 극단적인 성과 경쟁으로 악명 높은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의 11개 용역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효성ITX와 KT 계열사(KTis, KTcs) 두 곳 등 콜센터 외주업체 상위 3개 업체는 지난 5년간 124개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의 51.4%를 점유해 업계의 포식자로 군림 중이다. 더욱이 대형 콜센터 외주업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과 금융 및 보험업, 유통업 등 고객 상담과 안내가 빈번히 이뤄지는 곳에서 콜센터 업무를 꾸준히 외주화한 결과다. 원청 자본은 외주화의 근거로 콜센터 업무가 이른바 ‘비핵심 업무’이거나 단순 노동이라는 이유를 댔다. 효성ITX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 5,113억원, 영업이익 223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체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컨택센터 사업부문은 안정적인 Cash Cow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콜센터 시장은 많은 자본가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널리 인식되고 있으며, 그중 효성ITX는 독점적 사업 지위와 안정적 고수익 등 탄탄한 성장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금융자본가들도 평가하고 있다. 비용절감 논리가 불러 온 외주화 그런데 콜센터 사업은 사무실 임대 등 초기 투자 비용을 제외하면 통신비와 인건비가 운영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시설 투자 정도를 빼면 상담노동자에게 지불하는 노동의 대가가 장부상에 지출로 처리되는 ‘비용’인 셈이다. 그러니 원청은 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안간힘을 쏟을 뿐이고,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역시 극심한 중간착취를 통해 수익을 남기려 혈안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효성ITX가 어마어마한 실적을 기록한 밑바탕에는 ‘감정노동의 극단’에 서 있는 상담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깊게 배어 있다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결국 효성ITX가 표방하는 ‘핵심가치’라는 것도 원청 자본이 비핵심 업무로 간주해 외주화한 콜센터 업무에서 ‘가치 없는 일은 모두 제거’하겠다는 효율화 전략을 ‘악착같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라는 성과 경쟁으로 관철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는 효성ITX 같은 대형 콜센터 외주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금융과 통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콜센터는 급격하게 도급화되었다. 이렇게 도급의 형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원청이 인원 관리를 하고 시험을 관장하고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 등 사실상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콜센터 노동 자체가 원청의 업무를 이해해야만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0년대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금융권의 콜센터 외주화를 보자. 은행이나 보험, 신용카드 회사 같은 금융권 콜센터는 초기부터 원청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 처리를 목표로 구축되었고,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전산망이 발달하자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콜센터로 이관되었다. 당연히 상담노동자들은 이러한 업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해야만 고객의 질문이나 요구에 정확하게 응답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금융권 콜센터는 고객 응대 등 업무 처리 과정에서 고객의 금융거래내역, 거주지, 자산 및 소득 규모 등 각종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이 자신의 중요한 개인정보를 금융권에 제공하는 이유는 애초 계약을 맺은 원청 금융사가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콜센터 노동을 비핵심 업무라거나 단순 노동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는 원하청 자본 이처럼 콜센터 업무는 기업(원청)과 고객을 연결하는 중요한 업무다. 그런데도 콜센터 용역업체들은 상담노동자들을 언제든지 쓰다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으로 취급한다. 동시에 이들 용역업체들은 오랜 기간 노동 경험을 통해 숙련을 쌓은 상담노동자의 ‘품질’ 높은 상담서비스를 원한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콜센터 시장이 도급 형태의 외주화로 재편된 이유를 말해준다. 파견법 제정 이후 2년 이상 상담노동자를 계속고용할 경우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원청 자본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청 자본은 상담노동자의 업무가 지속적으로 수행 가능하면서도 간접고용의 이점도 취할 수 있는 도급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급을 주는 업체가 바뀌더라도 노동자들은 고용이 승계되어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전문성'은 누구에게 있는가 도급화가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일터에서 상담노동자들은 본인이 원한다면 계속 한 곳에 머물며 숙련과 경력을 쌓을 기회를 그나마 가질 수 있었다. 포괄적인 업무지식과 고도의 집중성, 숙련을 요구하는 콜센터 노동에서 이들의 존재는 노동통제기법 말고는 아무런 전문성도, 고유 기술도 없는 용역업체들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둬들인 유일한 원천이었다. 이들 용역업체들은 내용적 전문성은 고사하고, 오로지 성과 목표 달성을 위한 콜 수 올리기 압박, 이석체크 등 과도한 통제와 실적 경쟁에만 자신의 전문성을 뽐낼 뿐이다. 결국 전문성은 상담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지, 용역업체들은 단지 중간착취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도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 원하청 자본이 고용승계를 거부해 사실상 해고된 상담노동자들은 이전 용역업체인 KS한국고용정보 시절 새롭게 바뀌는 업무 내용에 대한 숙지를 위해 직접 매뉴얼을 만들어 동료들과 공유한 경험이 있다. 용역업체는 업무 내용에 있어서 무지한 데다가 실은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이하나 해고노동자가 연대자들과 함께 투쟁을 외치고 있다. 상담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야 할 이유 그렇게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는 온전히 상담노동자들의 노력으로 가꿔 온 일터였다. 비록 차별과 멸시가 들어찬 공간일지라도 이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더 나은 일터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업무의 내용이 아니라 그 업무 수행을 통해 얻은 수익에만 관심을 가진 자들이 상담노동자들의 자격을 심사하는 세상이라니. 끔찍하고 기가 찰 노릇이다. 심지어 효성ITX 인사 담당자가 지난해 말 상담노동자들과 면담한 시간은 기껏해야 5분 남짓이었다. 당시 사측이 통보한 계약불가 사유는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상담노동자들이 수년 동안 현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과 역량에 대해 과연 저들이 판단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사 홈페이지에 자랑스레 내건 핵심가치부터 효성ITX는 스스로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열악하고 존중 없는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 것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도 다름 아닌 해고된 상담노동자들이었다.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라! “원청업체로서 하청업체의 채용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저축은행중앙회나 “저희에게 고용된 적이 없기에 ‘해고’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효성ITX 둘 다 공동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23년 7월 28일, 해고 208일차(농성 57일차), 효성TIX 본사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