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투쟁강령
-제정 2024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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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급적 노동자투쟁을 위하여
5) 모든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보장하는 최저임금, 물가-임금 연동제
2. 노동자 정치투쟁을 위하여
1)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청소년·고령자 등에 대한 억압과 차별 철폐
2) 의료‧돌봄‧교육‧주거‧교통‧에너지‧노후연금 등에서 완전한 공공성 실현
4)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로 영세사업자 생존권 보호
5) 노동자 산업통제, 민주적 계획경제로 기후정의 실현
6) 노동자·민중의 국제적 단결로 제국주의 패권대결과 전쟁책동 분쇄
8) 노동자 민중 조직의 민주적 발전, 자본가 정치세력과의 단절
3. 혁명적 노동자투쟁을 위하여
[대중투쟁강령]
1. 계급적 노동자투쟁을 위하여
3)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한편에서는 취업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도,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의 의사와 능력이 있어도 일할 수 없는 실업노동자들, 또는 초단시간 노동자 같은 반(半)실업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존재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1) 주 30시간제, 전면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자본가들은 자본 축적의 규모와 필요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언제나 최소한의 노동자들에게서 최대한의 노동량을 뽑아내려 든다. 예컨대 어느 사회에서 노동가능인구가 100명이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총 노동시간이 주 3,000시간이라 치자. 자본가들은 100명이 골고루 주 30시간을 노동하는 대신, 취업노동자 50명이 주 60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50명은 실업 상태에 있길 원한다.
자본 간 무정부적 경쟁이 특징인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이윤 축적 위기가 돌발적으로 찾아오므로, 최소한의 노동자만 고용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노동량을 최대한 쥐어 짜내는 게 위기 대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노동자들 사이의 취업 경쟁은 자본가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윤 논리를 벗어나 본다면, 이것은 단지 끔찍한 야만에 불과하다! 죽을 만큼 일하면 진짜 죽는다! OECD 산재 사망률 1위 한국에서 통계로 잡히는 과로사 숫자만 2017~2021년에 1년 평균 500명이 넘는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은폐된 과로사는 더 많다. 장시간 노동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쓰러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실업자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취업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1일 6시간, 1주 30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줄어든 노동시간을 신규 노동자들이 벌충하게 해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예컨대 노동자 10명이 주 52시간을 꽉 채워 일하는 작업공정(총 노동시간 주 520시간)에서, 10명의 노동시간을 주 30시간으로 제한하면(총 노동시간 주 300시간) 7개 이상의 일자리(7명×주 30시간 = 주 210시간)가 새롭게 창출된다.
이것을 전체 사회로 확대하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겠는가? ‘국제 비교의 관점에서 본 한국 노동시간 체제의 성격(한신대 연구교수 황규성)’이라는 연구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의 비중(2022년 기준)’이 20%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 3,600만 명 중에 무려 720만 명이 1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는 것이다! 주 30시간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이 사회에서 실업의 고통을 당장 없앨 수 있다.
물론 주 30시간제로의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강도의 강화 없이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온전한 노동시간 단축이어야 한다. 임금이 삭감된다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저임금을 벌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보건의료업 등 야간노동이 꼭 필요한 업종이 아닌 경우 노동자의 건강권을 파괴하는 야간노동 일체를 금지해야 한다. 야간노동이 불가피한 업종, 노동강도가 센 업종 등에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노동시간을 추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법적 규제에서 한 명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 농축수산업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법정 노동시간 제도를 전면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만 노동시간 단축은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나아가 중장년노동자와 청년노동자의 단결을 촉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국가 책임 일자리 대규모 창출
자본가 정부는 실업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형식적인 취업 알선에 그친 채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자본가들이 파산위험에 내몰렸을 때는 막대한 국가재정을 동원해 자본가 살리기에 나섰으면서, 노동자들이 생존의 벼랑에 떠밀렸을 때는 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단 말인가? 상시적인 해고와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임금노동자와 소상공인 신분을 오가는 자영업자들의 파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파산은 자본주의가 강요한 은폐된 해고에 불과하다. 실업노동자, 파산한 자영업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국가 책임 일자리를 요구한다.
경제위기로 문을 닫은 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들이 직접 통제해 일자리를 지키게 해야 한다. 손실로 파산을 앞둔 기업도 여전히 사회에 필요한 생산을 수행할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노동자들 역시 이를 위한 노동능력을 체화하고 있다. 그런 기업들을 국유화해, 보건의료, 보육‧요양 등 돌봄서비스, 공공임대주택 건설, 재생에너지 발전 등 공동체에 꼭 필요한 노동을 노동자들이 수행하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산업전환이 불가피한 업종에서도 마찬가지다.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원하청 발전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유지하고 이들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모든 전력산업의 국유화가 필수적이다. 전기차 전환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자동차 내연기관 부품업체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시기 지엠 등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이 인공호흡기, 마스크 같은 의료장비를 능숙하게 생산했던 것처럼,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쌓아온 숙련된 업무 경험은 공동체 모두의 필요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물론 국유화된 기업의 경영 전반은 새로운 자본가들에게 맡겨지는 대신, 노동자들의 자주적 생산통제로 대체돼야 한다. 모든 공적 사업들 가운데 지금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가? 가용한 노동인구를 어느 분야에 어느 규모로 각기 배치해야 하는가? 이것은 경제 운영 전반의 모든 정보를 노동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민주적으로 토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결정 불가능한 의제들이다. 노동자들은 기업, 산업, 국가 단위로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결정할 것이다. 국가 책임 일자리에서의 노동자 통제는 향후 국민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민주적 계획경제를 운영할 때 필요한 역량을 노동자들이 키우는 학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