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업인가? 2024년 여성파업의 함의, 국제 여성파업 사례 검토하기 -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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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왜 파업인가? 2024년 여성파업의 함의, 국제 여성파업 사례 검토하기 -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발제문

  • 정은희
  • 등록 2023.12.14 12:25
  • 조회수 351

 

 

[편집자 주] 2024년 3.8 ‘여성파업’이 8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첫발을 뗐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함께 하고 있는 2023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12월 6일(수) 오후 민주노총에서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를 열고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고통을 주목하며 내년 3.8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에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발표자로 참여한 사회주의를향한전진과 학생사회주의자연대 동지의 글을 차례로 게재합니다.

 

우리가 여성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여성이고 남성이며 성소수자다. 우리는 장애나 질병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매일 성장하고 또 매일 늙어간다. 우리는 도시와 시골에서 태어났고 해외에서 이주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성과 신체, 출신은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동일한 한 가지는 모두 노동력을 팔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노동자계급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 사회가 한 줌의 자본가계급이 생산수단을 소유하여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수탈하는 자본주의라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1)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지만, 자본가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만 지급하며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여기서 이윤을 낸다.

1) 2024년 3.8여성파업 제안서 중

 

그러나 모든 노동자계급이 동일하게 착취당하고 수탈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가부장제와 결탁하여 우리의 고유한 성별과 신체와 출신에 등급을 매겨 서로를 경쟁시키며 값싼 임금노동자로 부린다. 그래서 어떤 노동에는 고가가 매겨지지만, 구조적으로 저임금 일자리로 떠밀리는 사람들이 있으며, 노동력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거나 노동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존재한다. 이 같은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가장 먼저 임금을 깎는 대상은 여성이다. 그리고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지워진다. 그러나 남성에게는 당연시되는 노동강도를 비롯해 남성 노동자 역시 성별을 이유로 억압된다. 그리고 그러한 억압을 통한 이득은 이 자본주의 체제가 비호하는 한 줌의 자본가들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비단 임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여성은 타고난 재생산 능력에 의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별한 차별과 억압을 받는다. 그것은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세대에 걸쳐 착취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계속해서 재생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 성은 혼인에 구속되며 임신출산은 국가 인구정책의 대상이 되고, 자본은 생산영역과 재생산영역을 분리하고 가부장적 성별분업을 토대로 생산영역은 남성 중심으로, 재생산영역은 사적으로 여성에게 떠맡겨 가사돌봄 노동을 무급으로 수탈한다. 물론 임신출산과 가사돌봄을 사적으로 떠맡은 여성은 불완전한 노동자로 전락하여 채용에서부터 임금과 승진승급, 해고(사내 부부 중 여성 해고), 불안정한 고용형태까지 다양한 차별을 받는다.

 

이는 여성억압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즉, 여성 노동자를 옭아맨 이중의 굴레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맞선 싸움을 우회할 수 없다. 그러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의 여성억압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여성을 노동자계급으로 주체화하며 계급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그 점에서 노동자계급 여성의 집단적인 여성파업은 이 같은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핵심적인 무기다.

 

파업의 함의

 

파업이란 집단적으로 임금노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은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착취할 수 없도록 하여 본질적인 계급투쟁의 수단이 된다.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가 레닌은 1899년 <파업에 대하여>2)라는 글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개별 노동자는 자신의 요구를 위해 공동으로 투쟁해야 (...)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대규모 공장이 급속도로 개방될수록, 소자본가들이 대자본가들에게 점점 더 많이 쫓겨날수록, 실업이 증가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최대한 적게 주면서 상품을 가장 싸게 생산하려는 자본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의 변동이 더욱 심해지고 위기가 더욱 첨예해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공동 저항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고 한다. 레닌은 이러한 조건에서 “모든 파업은 자본가들에게 진정한 주인은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들이며, 노동자들은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고용주 또는 노동자의 힘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고용주나 동료만이 아니라, 모든 고용주와 전체 자본가계급, 전체 노동자계급을 생각하도록 한다”고 한다. 따라서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단결을 가르치고, 노동자들이 단결해야만 자본가계급에 대항해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파업은 노동자들이 공장주 계급 전체와 자의적인 경찰 정부에 대항하는 전체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생각하도록 가르친다. 즉 파업은 노동자들이 전체 인민과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정부 관료의 멍에와 자본의 멍에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적과 전쟁을 벌이는 법을 배우는 학교”라고 지적한 바 있다.

2) V.I. Lenin, <On Strikes>, 《Lenin Collected Works, Progress Publishers》, 1964, Moscow, Volume 4, pages 310-319.

 

즉, 파업은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의 무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적 단결을 추동해 내는 학교다. 마르크스 역시 일찍이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각 개인들은 그들이 다른 한 계급에 대한 공동의 투쟁을 벌여야 하는 경우에만 하나의 계급을 형성하며, 그 밖의 경우에는 경쟁 속에서 서로 적대적으로 대립한다”3)라고 지적한 바 있다. EP 톰슨은 영국 노동자계급이 1780년에서 1832년 사이에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투쟁을 통해 “대부분의 영국 노동자들은 자신들 사이에서, 그리고 통치자와 고용주에 대항하여 이해관계의 동일성을 느끼게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3)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김대웅 옮김, 《독일 이데올로기》, 104쪽

 

여성 노동자들의 계급투쟁과 여성파업

 

이러한 파업은 한동안 주로 남성 이미지로 대표돼 오기도 했지만, 그 뒤에는 집안일을 하며 파업 투쟁을 지원했던 여성들이 있었고, 여성 노동자 역시 초기 자본주의 시기부터 파업 투쟁의 오랜 전통을 만들어 왔다. 이들은 임금과 노동조건뿐 아니라 때로는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해서도 맞섰고 돌봄을 공동으로 조직하며 공적 돌봄을 요구했다.

 

1857년 3월 8일, 뉴욕의 직물공장 여성 노동자의 파업, 1909년 3월,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일하다 산 채로 불 탄 140명의 여성 노동자들의 죽음에 이은 3만 명의 뉴욕 직물노동자들이 파업, 그리고 1912년 ‘빵과 장미’ 파업으로 유명한 미국 섬유 노동자들의 로렌스 파업을 비롯해 국내서도 일제 하에 자본주의가 이식되면서 1930년대 평양고무공장 동맹 파업을 비롯해 여성 노동자들이 수많은 파업 시위를 벌여 왔다.

 

이러한 초기 자본주의 착취와 억압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8월 제2인터내셔널 사회주의자 여성대회에서 독일의 클라라 체트킨을 비롯한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매년 3월 ‘국제 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1917년 3월 8일, 러시아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파업 시위는 러시아 노동자계급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혁명 이후 러시아에서는 여성이 급여와 재산을 통제할 권리, 이혼과 부모의 권리, 임신중지, 동성애 비범죄화, 성매매 비범죄화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중요한 권리가 여성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이 후퇴한 1920년대 초 네프 정책 시기에 이어, 스탈린 관료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고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말까지 반혁명이 진행되면서 노동자혁명의 성과가 허물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던 여성과 성 소수자 정책도 뒤집혔다. 서구에서는 케인스주의의 위선 속에서 1960-70년대 신좌파 운동이 부흥한 데 이어 비로소 여성운동은 다시 발전하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은 이렇게 70년대 세계적으로 부상한 페미니즘 운동의 여파 속에서 일어났다. 아이슬란드에서 1975년 10월 24일 오후 2시 5분 일어난 여성파업에는 여성의 90%가 참여했고, 여성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2시 5분’은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적용해 퇴근 시간을 계산한 것이었다. 다수가 여성 노동자로 구성된 산업들은 완전히 마비되면서 아이슬란드 경제 역시 멈춰 섰다. 파업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농담으로 여겼다. 그러나 파업은 거의 10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위력적이었던 부문은 전화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된 통신이었다. 또한 조판공이 여성이기 때문에 신문사가 문을 닫았고 여성 배우가 일을 거부했기 때문에 극장이 문을 닫았으며, 교사의 65%가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배우지 못한 채 남겨졌다. 국영 항공사는 스튜어디스 부족으로 항공편을 취소해야 했고, 은행은 여성 직원 대신 임원을 창구에 배치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트 광장에서 열린 파업집회에는 당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2만5천~3만 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또 주요 도시별로 모여 시위와 집회를 열었다. 여성들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유치원을 늘려라”,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라”, “성폭력을 멈춰라” 등 평등과 권리를 외쳤다. 남성들은 이날이 너무 길어 ‘긴 금요일’이라 불렀다. 이 같은 여성파업이 만든 변화로, 현재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불리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했고,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도 시행했다. 2세부터 8시간 공공보육 정책을 포함해 초중고에는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했다.4)

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제안서 중

 

이후 여성파업은 아이슬란드에서 국경을 넘어 1994년 독일에서 100만 명이 참여하는 사례로 이어졌지만, 현재처럼 비교적 잦은 현상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성파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시작으로 일어난 세계 공황의 여파 속에서 인디그나도스 시위 등 유럽 긴축 반대 운동, 월스트리트 오큐파이 운동에 이어 다시 점화됐다.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여성 살해에 일어난 거대한 ‘니 우나 메노스 운동(#NiUnaMenos,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에 이어 2016년 10월 19일에는 최초의 대규모 여성파업이 일어나 임신중지 권리를 쟁취했다. 처음 여성파업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일터와 가정에서 최소 1시간 동안 노동을 중단했고, 파업 시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만 25만 명이 참여했다. 파업은 학교와 병원, 관공소와 제조공장뿐 아니라 쓰레기수거, 세탁,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참여로 이뤄졌다. 2016년 폴란드에서도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위력적인 검은 시위와 여성파업이 일어났다.

 

급기야 2018년 3월 8일에는 국제 여성파업이 70여 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2시간 부분파업에 530만 명이 참여했고 열차 300편이 취소될 정도로 위력적으로 전개됐다. 결과적으로 스페인은 ‘임신중지 숙려 제도’를 폐지하고 16~17세 여성과 장애 여성이 법적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했으며, 트랜스젠더 성별 확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으며, 생리휴가를 법제화하는 등 성평등 개혁 조치를 쟁취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도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파업이 일어나 국민투표를 이끌어 내 임신중지 합법화를 쟁취했다. 그뿐 아니라 2018년 브라질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자이르 보우소나로 극우정권에 반대하는 엘레낭(#EleNão, ‘그는 아니야')이라는 이름의 여성 시위가 일어났고, 이탈리아에서도 여성 살해 규탄 운동이 확산했다.  2019년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시위와 함께 성폭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된 끝에 여성총파업이 벌어졌고, 2020년 멕시코에서는 ‘여성 없는 하루' 파업이 일어났다.

 

최근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성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14일에도 스위스에서 여성파업이 일어나 30만 명이 넘는 여성과 여러 노동자, 시민이 동등한 임금을 요구하며 전국적 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은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 근절,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근절, 가족을 돌보는 무급 노동에 대한 더 많은 인정도 요구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아이슬란드에서 다시 여성파업이 벌어졌다. 40여개 여성 단체·노조가 공동 조직한 이번 파업에는 여성 비중이 높은 교사와 간호사 직군을 비롯해 수산업계 여성 종사자 등이 참여한다. 여성들은 유급 노동 뿐 아니라 가사노동 등 무급 노동에서도 이날 하루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전일 파업에 나선 건 여성 노동자 90%가 파업에 돌입했던 1975년 이후 48년 만이었다고 한다.5) 지난 11월 30일에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페미니스트 단체와 여러 노조가 연합해 ‘공공 공동체 돌봄 시스템’을 요구하며 ‘페미니스트 총파업’이라는 이름의 여성파업을 일으켰다.6)

5) 남지현, <청소 노동자도 총리도 전일 파업 나선 아이슬란드 여성들>, 한겨레, 2023.10.24.

6) Josefina L. Martínez, <Euskal Herria. Fuerte jornada de huelga general feminista en el País Vasco>, Laizquierda Diario, 2023.11.30

 

국제 여성파업운동의 배경

 

이러한 국제 여성파업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젠더적 속성에 따른 결과다. 국제 여성파업이 일어나기에 앞서 지난 30여 년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제패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계급 여성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노동조건 아래 노동시장에 더 많은 비율로 진입했고, 해체되는 사회안전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빈곤의 여성화와 성과 재생산 억압이 심화했다. 이런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2007~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필두로 세계공황으로 이어졌고, 그 영향 속에서 2010년대 이른바 아랍의 봄과 유럽 긴축반대 투쟁, 미국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운동 속에서 여성이 계급적 주체로 선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 역시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친지아 아룻자는 ‘반자본주의 페미니즘 제3물결’이라고 부르며 “무엇보다 파업을 주요한 전술로 삼았고, 이는 사회 재생산에서 여성들의 일과 역할, 그리고 상품생산과 재생산의 관계를 논쟁의 중심에 놓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주체화 과정의 주요한 동력원”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 주체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반자본주의 페미니스트 주체성이 출현했다”고 정의한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여성파업이다.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파울라 바렐라는 “2015년 니 우나 메노스 운동의 핵심은 인권 운동의 시각에서 여성을 성폭력의 희생자로 본 것이었다면, 2016년에는 여성을 일하고 생산하는 주체로 정립하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한다.

 

바렐라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에는 세 가지 요소가 관련되어 있다.7) 당시 정부가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여성과 성소수자는 더 잔인한 위기를 겪었다. 해고와 실업에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밀려났고, 성과 재생산 예산이 대폭 줄었으며, 성폭력과 페미사이드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었다. 2017년 남녀 평균 임금 격차는 26.2%이었으며, 초등교육을 받은 노동자 사이의 남녀 임금 격차는 41.2%까지 벌어졌다.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소득을 얻으려면 77일을 더 일해야 했다. 저소득층 노동자 10명 중 7명도 여성이었다. 14~29세 여성의 실업률은 21.5%로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4.2%p나 높았다. 또한 2017년 공식 확인된 여성 살해는 292건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 가정 폭력 핫라인에는 무려 7만 9,753건의 전화가 걸려 올 만큼 여성들이 가혹한 시간을 살고 있었다.8) 둘째는 저출생이 심화하면서 억압적인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심화했다. 그러나 주류 노동운동은 노동자계급 여성의 생존권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예컨대 페미사이드 중단이나 임신중지 합법화, 여성 실업 해결 등에는 소극적이었으며 오히려 임신중지 합법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2016년 10월 19일 처음 일어난 아르헨티나 여성파업에서 여성들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우리 삶이 무가치하다면 우리 없이 생산하라”, “우리는 세상을 움직인다”를 외치며 노동자계급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했다.9)

7) Paula Varela, <Feminismo y sindicatos entre 2015-2018 en Argentina: articulaciones y tensiones. Una lectura desde la pregunta por el cruce entre género y clase>, Inicio / Archivos / Núm. 23 (13): Estado, políticas sociales y Trabajo Social, 2020.12.30.

8) DIANA BROGGI, <Argentina’s Popular Feminism>, jacobin, 2019.03.08.

9) 졸고, 《검은 시위》, 무산여성, 2023

 

여성파업의 함의와 전략

 

이러한 여성파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산과 재생산 영역 모두를 문제로 삼는다. 앞서 살펴봤듯, 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을 분리하고 재생산은 사적으로 가정에 떠맡겨, 가부장제 아래 여성이 이를 무급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의 이중의 굴레를 철폐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질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국제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여성억압에 맞선 파업 투쟁의 전략에 대해 토론해 왔다.

 

첫째, 여성파업은 노동자계급 여성의 단결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즉, 여성파업은 여성들의 탈계급적인 연대인가, 아니면 노동자계급 여성의 파업인가의 문제다.

 

최근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은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여성 총리도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그는 아이슬란드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좌파녹색운동 당대표로서 비교적 진보적인 여성 정치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역시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집권자라는 점에서 이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혹자는 그런 그의 여성파업 참가를 두고 단일한 여성 주체들의 여성파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그가 여성파업의 일주체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아이슬란드 노동자계급 여성의 위력 때문이지 여성파업이 탈계급적인 입장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성폭력 철폐를 주장하지만, ‘성평등하게’ 착취하고 억압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도 여성CEO나 여성 정치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아무리 고위직에 올라간다 해도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기층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부장제와 결탁해 여성 저임금과 무급노동을 구조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 상 정부나 기업이 외치는 성평등이란 기만적인 수사일 뿐이다. 따라서 여성파업은 가부장적 자본주의 철폐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을 비롯한 모든 성별의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을 지향해야 한다.

 

둘째는 여성 억압에 맞선 파업을 조직하는 동시에, 무급 가사돌봄 노동 중단을 통해 공동의 위력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제적으로는 무급 가사노동 중단의 의미와 한계를 둘러싼 토론이 진행돼 왔다. 우선, 2017년부터 국제 여성파업을 제안해 온 99% 페미니스트들은 ‘파업의 재발명'(테제1)에서 여성파업이 "'노동'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관한 관념을 넓힘으로써 범위를 확장”한다고 하면서, 여성파업 행동은 노동의 범주를 임금노동에만 두는 것을 거부하고 (무급)가사노동·섹스·미소 또한 철회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로나 핀레이슨(Lorna Finlayson)10)은 이런 유형의 파업이 갖는 한계를 이렇게 지적한다: "임금을 지불받는 노동의 중단은 영구적인 이윤 손실의 형태로 자본가들에게 타격을 가한다. 무급 재생산 노동의 중단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만일 노동이 어린이나 나이든 가족처럼 취약한 이들에 대한 돌봄노동의 형태를 취한다면, 중단은 가능한 선택일 수 없다. 만일 노동이 빨래나 청소처럼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닌 경우라면, 여성이 나중에 그 일을 하든지 아니면 다른 이가 하게 될 것이다. 또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집이 점점 지저분해질 것이다. 기껏해야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부끄러워하면서 여성이 하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은 고통당하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신경도 쓰지 않는다.”11)

10) Lorna Finlayson, <Travelling in the Wrong Direction>, London Review of Book, 2019.07.04.

11) 오연홍 엮음, 김요한·양동민·양준석·오연홍·전해성 옮김, 《빵과장미의 도전》, 숨쉬는책공장, 2023

 

실제로 재생산 노동의 중단이 가능할 경우에도 그것은 이미 무급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노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자본가계급에 미치는 타격이 직접적으로 조직되지는 않는다. 즉,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에 늘 굶주린 자본가계급과 대항하는 실천적인 타격을 조직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여성파업에 무급 가사노동 중단을 포함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 생산과 재생산을 분리하고, 재생산 업무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 아니라 개별 가정에서 주로 여성이 전담하는 사적인 일로 ‘은폐’하며, 그럼으로써 자본가계급의 이윤 축적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도록 여성을 종속시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비밀을 사회의 표면에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급 가사노동 중단과 더불어, 이를 개별 가정에 떠넘기지 말고 다양한 성별의 노동자가 충분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공적 산업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여성파업은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 전체를 변혁하는 대안적인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성파업은 무급 가사돌봄 노동 전가를 포함한 여성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임금노동의 중단을 조직해 자본가계급을 압박하며, 그와 동시에 무급 가사돌봄 노동을 중단한 여성들과 함께 집회시위를 통하여 공동의 위력을 조직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힘은 위력적인 여성파업이 일어난 아이슬란드나 스페인, 스위스에서의 사례가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여성파업은 성소수자, 남성을 비롯한 모든 성별의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2018년 스페인에서는 여성파업을 앞두고 남성 노동자들의 참가 자격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남성 노동자들의 참가에 반대하는 여성들은 “남자들은 우리가 받아야 할 주목을 훔치기 때문에 행진에 나서서는 안 된다”라거나 “남성도 파업하면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을 눈에 띄게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12)

12) Ana Sanchez, <8M: varones sí, varones no, ¿esa es la cuestión?>, Laizquierda Diario, 2018.03.18.

 

그러나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들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 역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당연시되는 노동강도를 포함해 직장 내 규율은 남성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해서도 작동한다. 또한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만약 여성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해 지연된 업무를 남성 노동자가 한다면, 그것은 ‘파업 파괴자’의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 중에도 병원, 요양원 등 최소한의 서비스가 보장돼야 하는 사업장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들과 협의하여 긴급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13)

13) Pan y Rosas Estado español, <Cinco claves para los hombres que quieren apoyar la huelga de mujeres este 8M>, Laizquierda Diario, 2019.03.07.

 

오히려 여성파업은 여성억압의 문제를 전 노동자계급의 문제로 확장하고 공동투쟁을 이끌어낼 때 더욱 큰 위력을 조직할 수 있다. 스페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아나 산체스가 지적했듯이, 1917년 3월 8일 파업에 나섰던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금속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고, 그것은 결국 차르 체제를 종식시키고 10월에 노동자 정부를 수립하는 혁명의 문을 연 총파업이 되었다. 

 

나가며

 

지난 11월 1일 출범한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에는 승급 성차별로 악명 높은 KEC, 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현재도 노동조건을 문제로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코로나 시기 부당하게 해고한 세종호텔을 비롯해 페미니즘과 사회운동을 일궈 온 여성, 노동, 인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 여성파업에 비하면,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현재가 보잘것없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1975년 처음 여성파업이 일어난 아이슬란드에서도 파업의 시작은 소수의 단체에서 비롯됐다. 이제 우리의 여성파업을 준비하자. 우리 역시 여성파업으로 잃을 것은, 여성 노동자를 쥐어짜고 굴욕을 안기고 살해하는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세상의 사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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