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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이주 노동자에게 지역 돌봄위기 헐값에 전가하려는 정부를 규탄한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시범사업저지공동행… mtosocialism@gmail.com
기사입력 2023.09.15 17:48 | 조회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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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가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처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요양보호사로 일한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안이 알려졌다. 1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내 대학 보건복지 관련 학과를 졸업한 외국인 중 구직 비자(D-10)를 보유한 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올해 기준 89개 시·군·구)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 근무 기간에 따라 장기 체류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법무부에 ‘외국인 요양보호사 확보 방안’을 제출하고 비자 문제 등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 동안 지역 노인 요양의 현실은 실제로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이미 17%를 넘어 초고령사회(20% 이상)로 진입하고 있고, 심지어 군 지역 82곳 중 76곳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노인의 간병과 생활 지원 요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인의 생존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노인 요양 위기는 단지 국내 노인의 수가 많고, 요양 노동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요양보호사 구인이 어려운 이유는 그들에게 세심하고 강도 높은 돌봄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 최저임금만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민주노총이 발표한 <돌봄노동실태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재가요양보호사의 월급은 150만 내외, 시설요양보호사는 200만 원 초반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이동시간이나 교통비를, 시설요양보호사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 아파도 쉴 수 없거나, 대체근무자가 있을 경우에만 쉴 수 있다는 응답도 40%에 육박할 만큼 노동강도는 심각하다. 이밖에도 성희롱이나 언어폭력, 신체폭력의 경험률 역시 매우 높다. 노인생활지원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없이 ‘영주권 부여’라는 미끼로 이주민들을 유인하려 한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 진입하는 이주 요양 노동자의 노동권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영주권 역시 일정한 자산과 수입, 자격을 요구하는 현재의 기준이 전면 개정되지 않는 한 이주 요양 보호사는 체류 자격까지 불안정하게 되어 이중삼중의 차별 속에서 일해야 한다. 특히 현재에도 성폭력을 비롯해 각종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원 받을 수 있는 자원이 적은 이주 요양보호사의 인권이 얼마나 쉽게 침해될 수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영주권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내밀어 이주 노동자를 이용해 지역 노인 돌봄 위기를 해결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계획은 이주민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계획은 서울시가 최근 ‘저출산’을 이유로 강행하고 있는 ‘이주가사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 이는 돌봄위기를 이주 노동자에게 싼값으로 전가하려는 목적일 뿐 저출생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이주/정주 여성 노동자를 갈라치기하고 이들의 노동권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사 및 돌봄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다. 더구나 이주 가사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예외화하는 법안까지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계획은 이주/정주 돌봄노동자들에게 바닥으로의 경쟁을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녕 저출생과 돌봄위기에 관심이 있다면, 해체위기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부터 운영정상화 및 확대하라.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고 질 좋은 서비스와 노동조건을 보장하라.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근절하라. 가사 및 돌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존엄한 삶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존엄한 삶은 이주 노동자에게도 역시 보장돼야 한다.


    2023. 9. 15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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