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불법촬영 피해 노동자에게 ‘셀프 상담’ 조치한 쿠팡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직장 내 불법촬영 피해 노동자에게 ‘셀프 상담’ 조치한 쿠팡

  • 배예주
  • 등록 2026.01.12 12:57
  • 조회수 80

 

쿠팡이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대자본의 ‘조직 보위’를 택했다. 지난 7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재작년 9월 쿠팡 물류센터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 범죄를 당한 여성 노동자 A씨가 가해자를 직접 붙잡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해고되고 실형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피해 회복과 피해자 보호, 재발방지에 책임을 다해야 할 쿠팡이 오히려 피해 노동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 A씨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정신적 고통에 계속 시달리다가 회사에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을 위해 성고충처리 상담 담당자가 필요하다”라고 제기했다. 그러자 쿠팡은 상담을 진행할 담당자를 피해 노동자 A씨 본인으로 지정했다. 셀프로 상담하라고? 당시 상황을 A씨는 “여자 매니저급이 저밖에 없다고 제가 됐습니다. 저는 제 피해에 대한 그런 상담은 할 수 없었죠”라고 토로한다.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할 사측이 여성 노동자에게 사건을 스스로 처리하라고 한 조치는 해괴할 정도다. 직장 내 젠더폭력 사건과 피해를 별 게 아닌 일 취급하고, 사용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 여성 노동자에게 직장 내 성폭력의 책임을 떠넘기는 수준이다. 

 

그런데 무책임한 조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노동자 A씨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그날 일이 떠올라 외근이 많은 부서로 이동을 요청했다. 그러자 상급자가 “왜 그렇게 웃으면서 다니질 못하냐?”, “콧바람 쐬면서 일하고 싶냐?”는 등의 조롱과 비난으로 2차 가해를 가했다. 쿠팡은 2차 가해를 방관했다. 이미 ‘셀프 상담’ 조치가 쿠팡의 공식적 2차 가해와 다름없었으므로 상급자에 의한 2차 가해는 어쩌면 당연한 조직적 수순이었다. 

 

참다못한 노동자 A씨는 상급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쿠팡은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다. “팀장이랑 분리가 안 돼서 업무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결국 휴직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어요.” 법이 정한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차 쿠팡이 하지 않는 바람에 노동자 A씨만 병가와 휴직으로 일터에서 밀려났다. 일터에서 쫓겨나야 할 사람이 피해를 겪은 여성 노동자인가?

 

이후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차 가해가 직장 내 성폭력에 해당하지도 않고 직장 내 괴롭힘도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다시 말해 쿠팡은 조직에서 여성 노동자의 젠더폭력 피해는 개인의 탓이므로 기업의 조직적 2차 가해 행위도 문제없다는 ‘젠더폭력 재생산 기업시스템’을 보증한 것이다. 

 

그나마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 A씨의 병가를 산업재해인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고 노동청은 뒤늦게 재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쿠팡은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 이번 일은 여성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쿠팡 대자본이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구조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쿠팡은 사용자로서 책임져야 할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 책임을 회피한 수준을 넘어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겼다. 여성 노동자에게 문제가 있다며 구조적 젠더폭력을 이어갔고 기업 차원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승인했다. 

 

오마이뉴스_©_권우성 '2021년 '괴롭힘 성희롱 없는 쿠팡에서 일하고 싶다' 기자회견 장면

 

이번 일뿐이었겠나. 쿠팡은 5년 전에도 동탄 물류센터에서 현장 소장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쿠팡 하청업체 소속 미화노동자 A씨에게 “지금 사직하면 아무 탈 없지만 해고되면 노동부가 관리하는 블랙리스트가 있어 타 회사 취업도 어렵다”는 내용의 협박과 2차 가해를 가했다. 그를 도운 조창식 노동자를 정직 3개월 징계하기도 했다. 쿠팡이 젠더폭력 피해를 겪은 많은 노동자에게 이삼중의 고통을 안기고 있을 것이 뻔하다. 

자본이 제왕처럼 군림하는 일터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통제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안전과 건강권은 물론 젠더평등까지 침해당한다. 쿠팡만이 아니라 수많은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라는 토대 위에서 자본은 일터의 젠더폭력도 구조화하며 노동자를 억압해 왔다. 오로지 노동자가 맞서 싸워 변화를 만들 때에만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터가 가능할 것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