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청소노동자 투쟁, 노란봉투법에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단결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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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아차 청소노동자 투쟁, 노란봉투법에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단결과 연대

  • 정은희
  • 등록 2025.09.22 10:30
  • 조회수 4,104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정부는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자본은 이 법이 마치 자신들의 권한을 송두리째 빼앗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9월 17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기아차노조 조합원 이상언 동지는 17일 오후 기아차 화성공장 카렌스센터에서 열린 ‘기아차 원하청구조와 노란봉투법’이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노동자의 권리는 투쟁으로만 쟁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사용자 범위 확대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제도로 보장된다고 기아차가 하청 노동자 또는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가 자본가를 힘으로 끌고 나와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상언 동지는 대표적 사례로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들며, 2005년 노조 결성 당시 조합원 400명으로 시작했지만, 강력한 투쟁을 통해 총고용 보장을 힘으로 쟁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원청은 초기부터 비정규직지회와 하청업체가 교섭할 때, 사안마다 일일이 비공식적으로 개입하고 지시했다. 그래서 결국 사용자 범위 확대라는 것이 비정규직지회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힘이 있으면 원청과의 협상 통로는 마련할 수 있는데, 투쟁으로 그 힘을 형성하지 못하면 원청이 교섭에 나오도록 견인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쟁의행위 범위 확대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언 동지는 “사측은 언제나 노조가 힘이 약할 때면 합법 투쟁도 불법으로 몰아간다”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현장”이라고 답했다. 또 “손배 가압류 문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하면 풀 수 있었다”라며 “회사가 스스로 양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의 20년 역사는 노동자의 권리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기아차 비정규직 고용불안

 

지금 기아차는 청소노동자 탄압만이 아니라 식당 이원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와 다른 업체를 경쟁시키려 해 비정규직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노조가 민주적으로 거듭나고 무너진 조직력을 복원해야 한다.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모아 투쟁해야만 회사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기아차 화성공장에는 정규직 1만 2천여 명, 10여 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600여 명이 일한다. 식당, 경비, 청소뿐 아니라 일부 생산공정도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원청은 식당을 이원화하고 있고, 청소업체 역시 외부 용역사로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약하면 비정규직 고용과 노동조건이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광산업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5월부터 부당업무 지시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활동을 탄압하며 조합원 5명 중 2명을 해고하고, 3명에게는 30~90일 출근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부당업무 거부, 성희롱·성추행 폭로, 노조 활동, 연대투쟁 등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10월 1일 7차 연대선전전에 많은 연대를!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점심을 굶으며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2주마다 연대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차기 7차 연대선전전은 오는 10월 1일 오후 2시 50분에 열린다.

 

현장조직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기아차 현장공통투쟁은 공동 회의를 열고 △청소노동자 투쟁 홍보 △연대집회 결합 △서명운동 △자체 선전물 게재 등을 결의했다. 현장조직 ‘현장의힘’은 이미 자체 선전물에 청소노동자 투쟁 소식을 실었다.

 

노란봉투법은 투쟁의 성과를 반영하긴 하지만, 결국 그 법만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아차 사례는 노동자의 권리를 현실로 만드는 힘이 바로 단결과 연대임을 보여준다. 기아차 청소노동자 투쟁의 승리가 곧 노란봉투법을 실질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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