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11월 7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는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출범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 정권의 위기를 여성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왔습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 혐오에 맞서 2025년 여성파업을 조직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이중, 삼중 억압과 착취의 굴레에 놓여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지부장의 발언문을 기고받았습니다. 우리가 여성파업에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사진_비주류사진관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박순향입니다.
2019년 뜨겁던 여름 1,500명 수납원 집단해고 직접고용 투쟁을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투쟁했던 우리는 지금 도로공사 직원이 되었고 잠시 수납원들의 고통을 잊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 8명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저희 지부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용인서울을 이어주는 민자고속도로 23KM 구간에서 일하는 서수지, 금토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경수고속도로라는 원청의 하청의 하청 구조로 되어있는 사업장이었습니다. 20분 정도 이야기를 듣다 저는 좌절했습니다. “아직도 수납노동자들의 현장은 달라진 게 없구나. 내가 당하고 떠나온 자리에 아직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반복해 당하고 있구나.”
“당신 내가 월급 주는 거니 감사한 줄 알아!” 소리를 지르는 관리자, 나이를 불문하고 반말에 막말, 라면국물 변기에 버리다 튀었다고 경위서를 쓰고, 1분 지각해도 경위서, 짧게 썼으니 다시 쓰고, 반성의 의미가 없으니 반성의 의미를 담아서 다시 써야 하고!! 길면 길어서 짧으면 짧아서 반려, 관리자의 갑질에 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15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니폼도 내 돈 주고 사 입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습니다. 맨살과 바로 접촉해야 하는 여름 유니폼은 알레르기가 나서 입을 수가 없어 같은 색 유니폼을 인터넷에 찾고 찾아 돈 주고 사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사 입어도 되는지 허락을 맡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하청노동자라 하더라도 중간착취를 얼마나 하길래 입지도 못할 정도의 저가 원단을 지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네가 여기 나가면 어디서 이 월급 받고 일할 건데? 감사해야지! 나이들이 몇 개인데 왜 그러고 살아! 아무리 여자들이지만 아주 못됐어! 여기 있는 분들 솔직히 얘기해서 여기 나가면 직장 구할 수 있어? 받아주는 데도 없고 써 주는 데도 없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월급이 밀리길 하나 따박따박 나오니 세상 어찌 돌아가는지 몰라? 여자들이라 그런가? 여자들도 사람이잖아!” 관리자의 폭언에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이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걸 감내하며 여성 비하발언을 일상으로 하는 관리자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숨죽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노동자였습니다. 10년을 일해 왔어도 1년에 한번씩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고 원청의 인원축소가 있을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고 했습니다.
△사진_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비정규직은 비단 여성 노동자들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여성이라 받는 차별은 더욱 심각합니다. 야유회를 가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불려 가야 하고 혹여라도 안 가면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까 야간을 하고 잠 한숨 못 자고 불려 나가야 했답니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생기니 야유회 안 가서 좋다고 말합니다.
3교대 사업장인 수납업무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일과 양육을 함께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내 잠을 쪼개어, 내 휴일을 나누어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납노동자 중에 한부모 가정이 많은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 관리자는 아이들이 아파도, 집에 일이 생겨도, 연차를 2주 전에 써야 한다며 갑질을 하고 연장수당, 휴일수당 또한 자신의 권력인 양 말 잘 듣는 수납원에게 연장 기회를 부여하고. 공평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습니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 38도 폭염 속에 부스 에어컨이 고장나도, 한 평도 안 되는 깡통 같은 부스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하이패스 차로에서 안전장비 하나 없이 빗자루 하나 던져주면 청소를 해야 합니다. 요금소 기계가 고장 나면 내달리는 차로 사이에 서서 통행권을 손으로 직접 받아내며 요금을 받아야 하고, 도주하는 차량 번호를 기계가 인식하지 못해도 업무태만으로 근무자가 그 돈을 메꿔야 합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 속 도주차량을 잡기 위해 머리를 내밀어, 손을 내밀어 차를 세워 차량번호를 봐야 하는 것이 수납원으로 해야 될 업무입니다.
제가 수납업무를 떠나온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노동자의 목숨보다 통행료 천원이 더 소중하다는 사측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용기내어 하나하나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달라져야만 합니다. 바뀌어야만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갈라치고 억압하려 하지만 여성노동자가 하나로 뭉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톨게이트지부는 실천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합시다. 감사합니다.
(영상=스튜디오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