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54주기, 두 장면이 전태일 열사정신을 깊이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민주노총의, 민주당을 비판한 국민의힘 논평(11.12)에 대한 반박 논평이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민주당과 '같은 장소, 같은 무대, 같은 마음'이라는 촛불행동 포스터 슬로건이 표현하듯 전태일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무대를 민주당 집회의 사전마당으로 전락시켰다. 그러고는 전태일 열사 기일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공격하자 이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자본가 양당의 정치공방에 민주노총이 한쪽 편을 들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노동자대회 당일 오전까지, 양경수 집행부를 제외한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그 누구도 전국노동자대회가 촛불행동 집회로, 그리고 민주당 집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일로 전태일 열사정신을 계승하려는 조합원들에게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줘놓고, 당장 열사 기일에는 120만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민주당을 두둔하는 관료적 횡포를 또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민주노총 집행부가 민주당을 몸소 방어한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기일에, 거제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자본이 동원한 구사대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치며 싸운 조선하청노동자들은 470억 손해배상 소송에 검찰의 징역 구형, 대통령 비선과 정부의 노동자파업 불법 개입과 탄압도 모자라, 일터에서 노조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자본의 폭력에 다치고, 천막과 함께 내동댕이쳐져 풍찬노숙해야 했다. 조선소 현장은 이제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까지 뒤섞여 이대로 살 순 없다는 고함이, 그리고 침묵의 아우성이 넘실대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저임금에는 자본의 탐욕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는 조선하청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개악 저지와 생활임금 보장, 저임금 고강도 노동조건 개선, 일터의 안전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야 했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54년 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은, 지금 수많은 조직·미조직 노동자의 가슴에 더욱 절절하다. 열사가 돌아가신 날 거제도 조선소에서 자본에 짓밟힌 천막은, 지금 민주노총이 누구의 방패이고 우산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 기일에 짓밟힌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을 양산한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당의 동원부대를 자처하지 마라. 노동자 민중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으로,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