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고 뚜안님 죽음 앞에 사과하라! 강제단속 중단하라! 체류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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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언] 고 뚜안님 죽음 앞에 사과하라! 강제단속 중단하라! 체류권을 보장하라!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 12.18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자회견

12월 18일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12.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고 뚜안님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울산과 경북지역 노동자, 시민단체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울산이주민센터와 함께 나서면서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더불어 총 30개의 단위가 규모 있게 모였다. 제조업이 많은 지역인만큼 금속 노동자가 많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강제단속으로 지난 10월 28일 뚜안님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사과 한마디 없고, APEC을 빌미로 12월 초순까지 강제단속을 계속한 행태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의 반인권적 단속으로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끌려갈 때와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고 뚜안님의 죽음 앞에 국가는 답하라”,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강제단속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며 정부가 작금의 사태에 사과하고 이주노동자 정책을 권리보장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힘차게 발언한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이도한 집행위원장과 변혁적여성운동네크워크 빵과장미 배예주 활동가의 발언문을 싣는다.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이도한 집행위원장 투쟁사]

 

안녕하세요 현대자동차지부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이도한입니다.

 

요즘 제가 출근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TV를 켜는 일입니다. 그리고 뉴스 채널을 틀어 뉴스를 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입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온갖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소식입니다. 요즘에는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이 늘었다는 보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실태는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인터넷을 검색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280여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18일이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맞선 투쟁, 부당함과 차별에 맞선 투쟁, 그리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항의 역사 속에는 열사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비정규직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입니다. 1990년 12월 18일 유엔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 채택되었습니다. 12월 18일이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인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2000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25주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국제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매년 1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투쟁 과제를 제시합니다.

 

국제협약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주노동자 및 가족이 노예 상태나 예속 상태에 놓이지 않을 권리 △강제적 또는 의무적 노동을 요구받지 않을 권리 △이전의 자유와 거주지 선택의 자유를 가질 권리 △취업국 국민과 임금, 고용조건과 노동조건에 있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의 권리입니다.

 

제가 조사한 결과 이주노동자의 질병 및 산업재해를 합친 수는 2020년 7,583명 (사망 118명), 2021년 8,030명 (사망 129명), 2022년 8,286명 (사망 108명), 2023년 8,792명 (사망 112명), 2024년 9,219명 (사망 114명), 2025년 상반기 4,550명 (사망 59명)입니다.

 

지난 10월, 5개 부처 합동단속으로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베트남 유학생 뚜안씨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뚜안씨는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동안 생계비를 벌어야 했습니다. 꿈과 희망을 안고 한국에서 공부와 노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명분으로, 생명· 안전·인권은 온데간데없는 무자비한 단속을 당한 뚜안씨는 벌금과 강제추방의 공포와 불안 속에서 우리 곁을 떠나야 했습니다. 살기 위한 뚜안씨의 최소한의 저항은 위험한 곳에 몸을 숨기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 순간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뚜안씨와 같은 죽음은 없어야 합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하신 분들은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에서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바꿔 나가고자 활동하는 분들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한 번 더 이주노동자 문제를 생각하고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고용허가제 철폐와 비자제도의 철저한 개선,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권을 무시한 강제단속 철폐, 산업재해의 철저한 예방을 위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이 필요합니다. ‘왜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느냐’고 묻지 말고, 엄청나게 늦었다고 반성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한국 노동자가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세계 노동운동 역사에 모범사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뚜안님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에서 노동하다 목숨을 잃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배예주 활동가 투쟁사]

 

안녕하세요.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배예주입니다. 나라는 잘 나간다지만 노동자민중은 살기 힘들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계 1위 저출생국가’가 한국입니다. 20명 중 1명이 이주민인 오늘 맞이하는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시민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이 많습니다.

 

지속 가능 사회의 ‘필수인력’, ‘이주민 유치는 필수’라고 말합니다. ‘K-유학’에 열 올리면서 마녀사냥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으로 뚜안님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를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누군가는 해외로 유학 가고, 일하러 갑니다. 배낭여행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만약 한국인 청년이 타국에서 졸업 앞두고 일하다가 강제단속에 죽임을 당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조지아 공장 사태에 이어 이를 뭐라고 말할 건가요? 왜 이 문제 앞에 침묵하십니까?

 

유엔에서 강조한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이 왜 국경과 인종을 넘어 노동자 민중에겐 무관한 것일까요? 왜 유엔이 정한 국제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은 모르쇠입니까? 자본의 돈벌이는 국경을 넘나들고, 모든 재화가 세계 노동자의 땀방울로 연결되어 있는데, 노동자가 일하러 한국에 오면 왜 인권과 노동권을 봉쇄당해야 할까요?

 

고 뚜안님이 성서공단에서 만들던 자동차부품은 여러 부품사를 거쳐 현대자동차를 만들겠지요.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 현대자동차 한 대도, 현대중공업 배 한 척도 만들 수 없고, 식탁도 차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본과 정부는 언제까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만 취하고 권리를 삭제할 건가요? 반인권적 비자정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고 폭력 단속으로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빼앗고 삶을 망가뜨리는 이 야만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요?

 

작년에도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다치고 죽인 정부를 규탄하며 울산출입국 앞에 왔습니다. 울산과 경북은 조선과 자동차 등 제조업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인데, 작년에만 강제단속으로 베트남 노동자 1명이 추락사했고, 태국 노동자는 발목 골절에 태아를 잃었으며, 스리랑카 노동자는 무릎과 발목 골절로 아직도 발에 감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뚜안님의 목숨까지 빼앗은 글로벌 책임 강국,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이 질문들은 정부와 자본을 향한 분노와 규탄입니다. 저는 동시에 우리 책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가 이주노동자와 같은 노동자이자 이웃으로서 차별과 착취에 맞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조장하는 차별과 혐오에 동조하거나, 폭력에 침묵하는 것은 같은 노동자민중이 당하는 일을 외면하여 단결의 힘을 스스로 약화하는 꼴이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노동자가 빼앗기고 탄압받을수록, 전체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도 공격받기 쉬워지는 게 이치입니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던지는 우리의 분노로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나섭시다. 현장에서 지역에서 모든 정주노동자-이주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를 이어갑시다. 불법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뚜안이다. 우리가 뚜안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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