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과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공동주최로 열린 [태안화력 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 공공재생에너지·정의로운 전환 투쟁으로 나아가는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는 발전노조 서부본부장 이재백 동지와 기후정의동맹 한재각 동지의 발제, 이후 토론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이재백 동지의 발제는 고 김충현 동지 사망 사고에 대한 보고로 시작하여, 발전 사업장의 하청 및 재하청 등 후진적 고용구조, 발전산업 전환기에 발생하고 있는 불안정 고용 문제 등을 짚고, 공공 주도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외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 경력의 숙련 노동자조차 손쓸 틈 없이 희생되고 마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이 같은 환경을 낳은 자본의 탐욕에 새삼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제자가 지적하는바, 발전산업 분야에서 이렇게 불량한 일자리를 줄이고, 더 나아가 화력 발전소의 점진적 폐쇄에 따라 발생할 해고 노동자들을 빠짐없이 끌어안는 방법은 공기업 주도의 재생 에너지 발전소 건설 확대뿐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이재백 동지의 발제에서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태안화력 노동자 동지들의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 투쟁 경과에 관한 부분이었다. 화력발전소 원·하청 노동조합 동지들은 ‘내가 일하는 산업은 계속 존속해야 한다’는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해 가면서, 지역 민중과 손잡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요구해 왔다. 이들의 투쟁은 에너지 전환이 ‘정의롭기’ 위해 우리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며, 계급투쟁과 기후정의 운동이 하나라는 점을 일깨운다. 발전 노동자들의 8월과 11월 파업에 결합해 힘을 보태고, 9월 기후정의행진에서도 가능한 한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이어진 공공재생에너지연대 한재각 동지의 발제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상풍력 분야에서 민간이 투자하는 경우와 공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를 비교하여 공공재생에너지법 입법의 필요성을 논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제도까지 언급하여 총체적 관점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공공의 것이어야 할 바다와 바람은, 이미 갈래갈래 쪼개져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는데 기존 입법은 그마저도 민간 사업자들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고스란히 내주며 우리는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 중 민간 비율 90%라는 위태로운 현실에 이르렀다. 전력 민영화가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은 세간의 착각이다.
한재각 동지의 발제 가운데 민간과 공공의 해상 풍력 개발 비용을 비교한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발제는 민영화가 신속성과 효율성을 동반한다는 환상을 여러 방향에서 무너뜨렸는데, 민간 사업자들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을 지연·철수하곤 한다는 점, 공기업은 본질상 민간 자본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보다 낮은 금융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용자인 시민들에게 더 적은 비용이 전가된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처럼 재생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유리한 공적 투자를 늘리려면, 기후정의에 의거한 과세 및 그와 연계된 재원 관리 기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25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입법청원이 마감 기한을 이틀 앞두고 성사되었다. 고무적인 성과지만,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5만 서명을 얻는 데 한 달이 꼬박 걸렸다는 사실은 발전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에 화답하는 연대 투쟁이 한참 더 확대되어야 함을 뜻한다. 청원이 심사와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의해 실행됨으로써 우리의 요구를 실제로 쟁취하기까지의 원동력 또한 계급투쟁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최우선 과업은, 8월과 11월 발전노동자 파업투쟁과 그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9월 기후정의행진 역시 그 가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