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이 태안과 창원에서 열렸다. 올해 말 폐쇄되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59개의 발전소 중 28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연대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걸고 정부와 원청자본에 맞선 기후정의파업에 나서자는 발전노조 서부본부 이재백 동지의 발언을 싣는다.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발전노조 서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재백입니다. 반갑습니다! 투쟁!
작년 330 충남노동자 행진에 이어서 1년 만에 이곳 태안에서 노동자시민대행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고 태안에서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오늘 오신 동지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합니다. 작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었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5년 내에 1년 정도는 2도씨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천호 박사가 ‘2도씨는 파국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말했는데, 그 위험에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올 12월부터 태안화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폐쇄가 시작되지만, 대책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와 발전소 노동자 해고 문제는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자 문제를 포기한다고 해서 기후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후문제를 포기한다고 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실 둘은 공동의 목표, 공동의 상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입니다.
자본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기후정책 때문에 기후위기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고 노동자 문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기후정책과 노동자 대책의 키를 쥔 정부을 움직이지 않는 한, 기후위기도, 발전소 노동자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법을 알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공공주도로 재생에너지를 확대건설하고 발전소에서 해고되는 노동자를 고용하면 됩니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주도해야 합니다. 민간이 주도하면 건설도 더디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민간 자본은 이윤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도중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일입니다. 또 민간이 주도하면 최소한의 인력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것입니다.
공공이 주도해야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건설할 수 있고, 적정한 양질의 일자리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 뻔한 방법을 압니다.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이윤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노동자 민중이 투쟁해야 합니다.
2023년 3월에 독일에서 운수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습니다. 20만 운수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언론의 표현처럼 ‘모든 바퀴가 멈춘 파업’이었습니다. 이 파업은 기후파업으로 불렸습니다. 기후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 성공시킨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기후활동가들은 시민들과 노동자 지지모임을 만들고, 파업연대 서명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파업을 주저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설득해 파업에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내건 슬로건이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였습니다. 운수노동자의 처우가 매우 열악했고,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떠났습니다. 정부는 이를 핑계로 대중교통을 줄였고, 대신 고속도로를 열심히 건설했습니다. 당연히 개인 자가용 이용이 늘 수밖에 없었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를 심화했습니다. "운수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운 독일노동자와 기후활동가들의 판단이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기후정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싸워야 합니다.
발전소 노동자들은 8월 경고파업 그리고 11월 파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노조간부가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여러 활동가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조직해야 힘 있는 파업, 정부정책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는 파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급투쟁 없는 환경운동은 정원가꾸기에 불과하다“는 치코 멘데스의 말처럼, 자본과 노동자가 윈윈하는 기후운동은 없습니다. 자본의 탐욕을 꺾지 않으면 기후위기도 막지 못하고, 노동자 대량해고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힘차게 투쟁해서 기후위기 막고 발전소 노동자 총고용 보장 쟁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민중 하나되어 정의로운 전환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