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금요일은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100일이 되던 날이다. 조합원과 연대의 힘을 믿고 철제 구조물에 올랐던 고진수 동지와 그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던 이들이 세종호텔 앞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세종호텔지부의 노조탄압·정리해고 투쟁이 더 큰 연대의 투쟁으로 번질 수 있었던 것은 단연코 정치 변혁의 주체와 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투쟁문화제를 통해 그 확신을 또다시 증명해냈다.
당일 17시 서비스연맹 결의대회에서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비판하며 진정으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정치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19시에 시작한 투쟁문화제는 그야말로 투쟁을 우리의 문화로 만드는 끈끈한 연대를 보여줬다. “황소처럼 우직한 사람” 고진수 동지를 향한 시부터 바위처럼 살아보자는 노래에 어느새 무대로 나와 몸짓을 추는 동지들, 그리고 꽃다지 달밤 콘서트까지 울고 웃는 무대가 계속되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자리를 지킨 우리는 명동 애플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고용승계를, 한화빌딩 앞에서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행진했다. 투쟁은 다음날까지 이어져, 2차 희망텐트를 세종호텔 앞에 펼쳤다. 맑아진 하늘에 우리는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투쟁문화제에서 고진수 동지는 민주당에게 노동존중을 희망할 것이 아니라, 조직적 힘으로 노동권을 쟁취하자며 그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전했다. 고진수 동지 고공농성 100일 투쟁문화제는 그 조직적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줬다. 몸짓, 노래, 발언으로 울고 웃는 투쟁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너’에게는 없는 ‘우리, 동지, 연대’가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세종호텔 앞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함께 느꼈다. 해방을 위한 힘은 온갖 억압과 차별, 소외가 만연한 바로 그곳, 투쟁의 현장에 있다. 노동자계급과 노동자계급에 연대하는 모든 이들의 자주적 투쟁이 해방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뼈가 시린 겨울, 고진수 동지가 연대의 힘을 믿고 하늘로 올라갈 때 땅에서는 연대의 힘으로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고진수 동지가 땅으로 내려와 함께 이 봄을 만끽할 때 비로소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