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솔밭산 묘역에서 민주노총 부산, 울산, 경남본부와 부울경열사회가 함께 주최한 “열사정신 계승! 윤석열 파면! 사회대개혁! 2025년 부울경 합동 시무식”이 열렸다. 부울경열사회 김대식 회장이 해방세상을 향해 2025년 노동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투쟁의 목소리를 더 널리 전하고자 스튜디오 알에 실린 영상을 지면으로 전한다.
"네 반갑습니다, 부울경열사회 회장 김대식입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담장을 넘어 연대하려 했고, 자본주의 세상을 바꾸고자 국가권력과 체제 변화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여전히 유효합니까? 열사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투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까?
고용과 임금에 국한한 노동조합의 활동은 노동자를 기업에 더더욱 종속되게 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상실하고 구체적 사업계획과 실천 방안을 내지 못하면 민주노조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게 됩니다. 이는 노동해방 세상을 향해 투쟁의 역사를 이끌어온 열사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며, 노예의 삶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짓일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 겨우 움켜쥔 권리를 누리려 할 뿐입니다.
이러한 오늘의 경향이 이제 노동조합을 접하는 노동자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는 분명합니다. 얼빠진 이들을 빼곤 모두가 윤석열 퇴진을 외칩니다. 윤석열 충견들도 다투고 보수정당들도 다툽니다. 다음 시대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의 다툼입니다.
우리 노동자는 이 국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진보정당의 선전을 기대하면 되는 걸까? 성명서, 기자회견, 집회 준비와 참여 조직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 이렇게 윤석열을 끌어 내리면 또 다른 윤석열이 나오지 않는 걸까?
윤석열 퇴진은 중요합니다. 그에 못잖게 누가 왜 끌어내는가도 중요합니다. 착취와 탄압을 끝장내기 위해선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법원, 국회, 군대의 처분을 기다리며 애만 태워서는 될 일이 아니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노동자는 자신의 고용과 임금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돌의 응원봉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응원봉과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퇴진 집회에 매료되어 노동조합이 응원봉을 든다고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노동자는 87년 6월 항쟁의 민주시민과 학생 그리고 넥타이부대를 넘어 7․8․9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세우고 민주사회의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자랑찬 역사이자 진행형의 기록입니다. 여전히 우리 노동자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합니다. 자신들의 고용과 임금에 국한한 노동조합 활동에 주춤거려선 여전히 기업에 종속된 종업원으로 연명할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관리자가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을 향해 국가의 권력을 되찾으려는 진정한 주인인 민주시민들의 외침입니다.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위협으로부터 온 위기감의 표출일 것이며 집단행동입니다. 일상의 위협으로부터 출발한 민주시민의 의식은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면에서 노동자 의식은 발전해가고 있습니까? 우리가 만드는 물건은 왜 우리가 주인이 아닐까? 그놈의 공장을 다니기 위해 교육받고 그놈의 공장을 매일 같이 다니는데, 그놈의 공장은 왜 우리 것이 아닐까?
노동자는 일상이 착취고 탄압입니다. 일상에서 다치고 죽습니다. 일상에서 위협받고 빼앗기고 두들겨 맞는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더한 처지로 내몰립니다. 노동자는 계엄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계엄입니다.
광장은 열렸습니다. 시대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파업 대오는 민중들의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파업 대오를 이루는 조합원은 노동자라는 자부심으로 세상을 마주할 것입니다. 다음 시대는 투쟁하는 노동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지위의 고하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하고, 고용의 형태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구속, 해고, 손배 맞지 않는 세상. 노동자, 농민이 생산해낸 모든 것들이 파괴와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이롭게 하는 세상.
이를 위해서 지금 우리 노동자가 해야 할 역사적 책무는 나부터 그러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나아가 민주노조의 이름으로 총파업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열사정신은 이곳 솔밭산에 있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의 현장에 있습니다. 임단협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퇴진광장, 서진이엔지, 울산과학대, 서면시장, 거통고 투쟁이 노동자의 깃발과 노동자부대의 진군으로 승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노동자의 이름으로 다시금 진군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굳은 결의를 하는 오늘 시무식이었으면 합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