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하고도 반나절. 지난 10월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이 완전히 복구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4,700만이 이용하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메일, 심지어 택시 10대 중 4대라는 카카오택시까지 멈췄다. 그 거대한 플랫폼이 백업도 없이 운영되었다니 놀라운 일이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사태 자체가 유야무야 잊히는 상황이다. 사태 후 며칠간 감소하던 카카오 이용자는 불과 3일 만에 회복됐다. 대중이 카카오 플랫폼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카카오가 바로 지금 지배적이기에, 대중은 카카오를 떠나기 어렵다. 소위 락인(lock-in) 효과다.
일러스트: 경향신문
엄연히 ‘사유재산’ 입니다만
돌아보자. 화재 발생 이틀 뒤, 윤석열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입에서 오랜만에 맞는 말이 나왔다. 이와 함께 윤석열은 카카오를 국가재난관리체계에 편입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 자율규제 혹은 사후점검 대상인 부가통신서비스가 재난관리 대상이 되면 데이터센터 운영과 사이버보안 관련 점검을 받아야 한다. ‘여태 그런 점검도 안 받았나?’ 싶을 정도로 최소한의 조치다. 아니나 다를까, 엄연히 사유재산인 카카오에 대해 이런 규제가 적절하냐는 반발이 나온다. 이미 2020년에도 비슷한 법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당사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발의된 일명 ‘데이터센터법(방송통신기본법 개정안)’도 다시 발의된 상황이지만, 사태가 이대로 잊힐 경우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기생하는 플랫폼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공공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독점’이 문제라고 보고 대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본성상, 단일플랫폼 즉 독점이 더 큰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상대방도 쓰고, 나도 써야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대여섯개 메신저가 경합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상대방이 어떤 메신저를 쓰는지 물어보고 나서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플랫폼이 아니다.
문제는 독점이 아니다.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독점’이라면 반대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더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문제는 통제받지 않는 플랫폼, 즉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용자에게 기생하는 플랫폼 ‘자본’이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공공재로 바꾸면 어떨까. 카카오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온갖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은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와 광고수입을 얻는다. 플랫폼 자본이 축적하는 이윤의 본질은 지대다. 플랫폼 자본은 혁신의 이미지를 내걸지만 실상 그 어떤 새로운 가치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노동기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다.
통제운동, 사유재산과 기업비밀이라는 방패를 넘어
카카오는 통제받지 않는다. 우리는 카카오가 전 국민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모른다. 사태 전, 서비스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몰랐다.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자본은 ‘사유재산’과 ‘기업비밀’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노동자 민중의 통제를 거부한다. 그러나 바로 그 사유재산과 기업비밀이 대중의 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를 용인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통제운동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공영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해야 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임금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고, 이용자도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택시노동자, 배달노동자도 수수료에서 벗어나 과속-과로운전을 끝낼 수 있다. 카카오가 분산 서버도 없이 이윤을 탐한 결과 ‘사태’가 났다. 거대 플랫폼 자본이 ‘이렇게 허술했을까’ 싶을 정도였지만, 자본의 목적은 결국 이윤일 뿐 공공의 안녕이 아니다. 플랫폼은 공공 소유여야 하며 그 운영은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
플랫폼 사회화, 노동자투쟁과 함께 나아가자
카카오의 대응이 워낙 부실했기에, 이용자들이 느끼는 분노는 컸다. 그러나 투쟁 없는 여론은 식기 마련이다. 플랫폼 사회화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실현할 투쟁이 필요하다. 이미 배달노동자, 대리운전 노동자, 택시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다. 노동3권,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보장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 자체의 사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사진: 라이더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