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민영화, 노동자는 침몰하는 거함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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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대우조선 민영화, 노동자는 침몰하는 거함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가?

대우조선지회·조선하청지회·웰리브지회·사무직지회 공동파업을 결의하자

2019년 1월 31일 문재인 정부는 대우조선 민영화를 선포하며 현대중공업 재벌에 특혜매각을 강행했지만 3년 만에 무산되었다. 멈출 수 없을 것 같던 국가와 거대자본의 결정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EU집행위원회 경쟁총국(유럽연합 공정거래위원회)이었다. 세계 1위, 2위 조선소의 합병에 따른 LNG선박 등 독과점과 시장지배력 강화에 의한 가격인상을 우려한 조치다. 즉, 대우조선 매각 무산은 경쟁 조선사와 선사 등 전체 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합병 무산은 투쟁으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을 강제하거나, 합병 이후 조선노동자 착취가 강화될 것임을 국제사회에 부각시켜 얻은 결과는 아니다. 싸워서 얻어낸 결과가 아니기에, 자본의 가혹한 공격은 언제라도 진행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무산, 그러나 기회는 또 다시 자본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멈춰진 대우조선 매각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한화 재벌의 기회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집권하건 국민의힘이 집권하건 노동자의 삶은 고통의 연속인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이건 한화건 조선노동자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한화그룹 인수에 조건부 찬성하며 모순된 입장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안 되고 한화는 괜찮다는 논리는 과연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주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위 ‘주인’이 있는 조선소는 달랐는가.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와 삼성중공업도 조선산업 불황기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위기를 계기로 극심한 노동탄압이 행해졌다.

 

대우조선의 일차적 문제는 국가가 소유했으면서도 국가에게 요구되는 공적 책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본질이기도 하다. 혹독한 조선산업 불황기, 노동자의 희생과 10조 원 이상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대우조선이다. 정작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지금, 정부는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으로건 한화로건 헐값에 팔아넘길 생각뿐이다. 이렇듯 대우조선 민영화는 노동자의 피와 땀, 그리고 막대한 세금이 재벌의 부로 바뀌는 과정이다. 2019년 이후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대우조선 공기업화’ 요구가 상층에서는 공식화되었지만, 현장조합원들의 절박한 요구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주된 요구는 여전히 ‘동종사 매각 반대’였고,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무산 후 한화가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매각 반대 요구 자체가 힘을 잃었다.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나 자신에게도 뼈아픈 과정이다.

 

 

대우조선 민영화, 한화그룹의 사업부 분할 구조조정과 노조파괴가 온다

 

민주노총은 11.12 전국노동자대회에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의 3대 핵심요구를 걸며 윤석열 정부와의 한 판 싸움을 예고했다. 생각해 보면 대우조선 노동자의 현실에 이 모든 요구가 함축되어 있다.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절규하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이 작금의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을 촉발했다.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웰리브 청원경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있었고, 서비스 복지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이 투쟁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한화가 기존에 조선업을 보유하지 않았기에 대우조선 인수 후 중복부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옳지 않다. 한화가 애초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부문만 인수하려 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 요구를 수용해 우선 대우조선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즉, 한화는 특수선 등 대우조선의 일부가 필요할 뿐, 전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특수선 부문을 회계상으로 분할해 대우조선 이윤을 한화그룹 본사로 흡수하려고 할 공산도 크다. 관련해서 볼 때 한화그룹 3세 승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 상속세·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쪼개고,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의 이윤을 지주회사로 흡수하게 될 경우, 원하청 노동자들의 피땀은 고스란히 한화그룹 3세 승계 자금이 될 수도 있다. 큰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절규, 대우조선 4지회 공동파업 결의로 이어가야 한다

 

대우조선에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산하 대우조선지회,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웰리브지회, 사무직지회가 있다. 대우조선 한화 인수 대응으로 경남지부 중심의 4자 회의체가 구성·운영 중이나 사무직지회는 구성 초기부터 회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문제는 4자 회의체가 대우조선지회만의 요구사항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함께 대응하자고 했다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한화 인수단 관계자와 대우조선지회의 개별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11월 1일자 대우조선지회 소식지를 통해 알려졌다. 함께 싸워야 한다. 물량이 넘쳐나 구직공고를 붙여도 일하러 올 사람이 없는 지옥 같은 노동현장,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부터 희생당한 결과가 오늘의 한국 조선산업 노동현장을 만들지 않았는가. 함께 4지회 요구안 쟁취를 위한 공동파업을 결의해야 한다.

 

사진: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3대 요구가 곧 대우조선지회 요구여야 한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470억 원대 손배가압류 철회 투쟁, 웰리브지회의 원청사용자성 인정 투쟁,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한 조선소 노동환경 개선투쟁 등, 모두 한화 매각 이후에도 대우조선지회가 함께 싸워야 할 문제이다. 어디 이뿐인가. 과거 임금삭감분과 물가상승을 반영한 모든 노동자의 대폭적 임금인상,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철폐와 직고용 전환, 사업부 분할과 자회사 전환 반대, 모든 노동자 총고용 보장, 하청노동자 노동조합 인정, 노조활동 자유보장 등 싸워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화자본은 손배와 민형사 소송, 방산법을 동원해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을 것이고 복수노조를 통해 노조파괴를 완성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4지회가 공동의 요구를 모아내고 공동파업 결의로 대응해야 한다. 즉, 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대우조선지회와 분리해서는 안 된다. 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 노동자들의 요구가 바로 대우조선지회가 직면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공동투쟁의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계획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조선소를 넘어 한국사회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 조선하청지회의 투쟁, 민간사업장에서 처음으로 울려퍼지는 웰리브지회 급식노동자의 건강권 투쟁,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청원경찰의 투쟁 등 모두가 근래 한국 노동운동역사에 기록될 만큼의 굵직한 싸움이었다.

 

투쟁하는 대우조선 웰리브지회 노동자들. 사진: 거제통영오늘신문

 

이 절박한 싸움들이 모두 대우조선에서 태동했다. 이 절박한 외침에 대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응하는 싸움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대우조선 4지회의 요구를 하나로 모으고 공동파업 결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한 판 싸움의 결의를 모아내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온다. 단지 구호에서 멈추지 않기 위해, 대우조선에서 투쟁을 조직하고 전 방위로 연대해야 한다. “올해와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나는 결코 투쟁하련다. 역사는 증명한다”(1969년 12월 31일)라고 말한 전태일 열사의 외침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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