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면 일대에 붉은 깃발 휘날리며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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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고] “서면 일대에 붉은 깃발 휘날리며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다!”

서면시장 번영회 노동자들의 투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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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심가에 위치한 서면시장이 있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면시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 허진희입니다. 서면시장번영회는 시장의 전반적인 관리와 주차관리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사무직 노동자와 주차관리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책임을 지는 회장단이 있습니다.

 

서면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시장 안에 잘못된 관리비 부과와 회장단의 내부 비리를 고발, 노동인권 탄압에 맞서 우리는 해고를 각오하고 이 사실들을 상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러 다니던 중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조에 2020년 12월 가입하여 사무직 노동자 3명과 주차요원 6명이 서면시장번영회지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주차요원은 전임회장단의 회유와 협박에 6명이 탈퇴, 사무직 노동자 1명은 전임회장단의 악질적인 고소와 욕설, 험악한 투쟁 현장에 몸과 마음이 아파 탈퇴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김태경 지회장과 저 단둘이 남아 600일 가까이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투쟁은 너무나 간절했고 무조건 싸우게만 해달라는 간절한 외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태경 지회장은 지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맨 처음 해고되어 법적 투쟁으로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지만, 2022년 11월 현재까지도 원직 복직이 안 되고 행정소송 중에 있습니다. 저는 작년 한 달 조금 넘게 파업하고 복귀하니 업무에서 배제되고, 월급도 5개월치나 받지 못하고, 파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상만 둔 채 5개월을 징계 아닌 징계를 받으며 11월 중순 부당해고까지 당했습니다.

 

부당해고되고 법적 투쟁을 하면서, 지회장님과 같이 열심히 투쟁사업장을 다니며 응원도 하고 투쟁상황을 알리던 중, 저처럼 소외되고 여성 노동자 혼자 투쟁하고 있는 양정 IFC 보험회사 선전전을 갔다가 사측의 느닷없는 폭력으로 머리와 목을 다쳐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투쟁하니 힘없고 나약한 여성 노동자라 더 힘들게 투쟁할 수밖에 없구나, 한 번 더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일 때 지노위에서 심판받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도 고통스럽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당해고 인정을 받았고, 몸은 아팠지만, 마음만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외롭지 않았고 혼자 싸운 게 아니라 지회장을 비롯해 많은 동지가 함께 투쟁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지회가 소수라고 외면받지 않고 일반노조 동지들, 해고사업장 동지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정당, 많은 동지가 서면 한복판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집회하고 서면시장 일대를 돌며 우리의 정당함을 얘기해주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투쟁문화제를 열어 몸짓 선동과 노래, 제가 다치기 전 깃발춤도 추고 즐겁게 함께 여러 동지가 투쟁을 해주십니다. 이제는 수요일 저녁이면 서면시장 집회라 할 정도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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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직복직 쟁취하자! 체불임금 해결하라! 단체협약 체결하라!

 

서면시장 옥상에는 우리의 거점인 천막이 있고, 저는 올해 초 회장단이 새로 바뀌며 3월 7일 복직하였습니다. 지회장님은 아직 천막에 있고 저는 사무실 안 투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대체 근로자들이 엉망진창으로 관리비를 부과하고 제가 부당해고로 인해 사무실을 나가 있던 1년 동안의 장부도 없는 상황입니다.

서면시장 공시지가는 올해 8,000만 원을 호가하고 땅 쪼개기를 해 들어온 재개발 세력들이 시장 밖에서 선거하고 한 평짜리 회장이 득세하고, 새 회장단은 취임하자마자 소송에 더 시끄러운 시장이 되었습니다. 새 회장단은 시장의 정상화 명목으로 올라왔지만, 관리비나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본인 점포의 이득만을 생각하여 전임회장단의 행태를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상견례 때도 비슷했고 다른 건 돈 아깝다고 회계 정리든 뭐든 핑계를 대며 쓰지 않던 돈을 지회장 소송 대응에는 악착같이 써댑니다. 저는 경리업무를 봐야 하는데 또 각종 시설에 대해 업무를 시키고 제 업무가 아닌 걸 지시하고 밤 10시 40분 늦게 업무지시를 문자로 보내고 전임회장과 같은 행태를 보입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원직 복직이 안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는 제가 해고되기 전과 같은 재직상태인데도 임금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단체협약도 아직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수많은 일들이 소중한 쟁의권을 얻고 560일 차 조금 넘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복직되었지만, 작년 재직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받은 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또 저의 임금을 걸고 파업한 지 두 달 가까운 58일 차가 넘어갑니다. 평일 매일매일 회장 가게 앞 대로변에서 점심시간마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중식 집회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틀 전 중식 집회를 하던 중 회장이 집회를 방해하여 멀찌감치 떨어져 동영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그 때 회장이 저의 얼굴을 때리고 저는 안경을 쓴 상태에서 입 주변을 맞아 입술이 터지고 잇몸도 붓고 얼굴은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등짝도 수없이 맞고 꼬집히고, 여성인 저에게만 항상 폭력을 가하던 사측이었는데, 결국은 사측 대표인 회장이 저의 얼굴까지 때렸습니다.

 

8년을 열심히 일한 여성 노동자를 남성인 사용자가 때린다는 것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인간답게 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와서 외친지도 거의 600일. 우리도 인간이기에 너무나 힘들고 지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투쟁을 보며 누군가는 힘을 낼 수 있으니까요.

 

우리 지회는 아직 숙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회장님이 원직 복직되어 시장을 정상화하고 점포 하나 없는 상인들이 잘못 부과된 관리비, 전기세 등을 어쩔 수 없이 내는 상황을 멈추고 더 이상 피해당하지 않도록, 노조 활동을 하여 올바르게 바로잡겠다고 다짐한 초심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끈질기게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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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일대에 붉은 깃발 휘날리며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다!

 

부산지역일반노조는 다양한 사업장, 특히 저희 지회처럼 영세한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투쟁이 시작되면 같은 형식의 투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하여 승리하였습니다. 서면시장 번영회 노조를 인정받고, 지회장님의 원직복직 쟁취와 저의 임금체불을 해결하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승리의 깃발을 꽂는 그날까지 끈질기게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면 중심가에 많이 있는 조그만 사무실들 안에는 여성 노동자라고 차별받고 임금도 떼이며 눈물짓는 노동자가 많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나의 목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투쟁하며 우리는 노예가 아니니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며 서면 일대에 붉은 깃발 휘날리며 당당하게 우리의 투쟁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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