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조직한 집단적 SPC 간식 거부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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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현장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조직한 집단적 SPC 간식 거부운동

노동자는 같은 노동자의 피가 묻은 빵을 먹지 않는다

  • 투쟁국
  • 등록 2022.11.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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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의 노조탄압과 산재사망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들끓었다. 파리바게뜨 SPC그룹은 제빵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승진차별, 노조탈퇴 공작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제빵노동자들은 여전히 휴식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53일간 단식해가며 합의 이행을 요구했지만, SPC그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10월 15일,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혼자 일하다가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반죽기에 빨려 들어가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SPC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시신을 수습하게 했고, 다음날 바로 출근을 지시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와 사고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시간에 파리바게뜨 런던 진출을 축하하며 홍보하기만 바빴다.

 

노동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SPC그룹 매장 수백 곳에서 불매 1인시위가 벌어졌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단지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노동자로서 집단적인 현장 불매운동을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수백, 수천 명이 모여 일하는 공장, 작업장 특성상 간식이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SPC 제품이 들어오는 사업장에서는 간식 거부를 선언하고, 간식 교체를 요구하기로 현장활동가들과 논의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현장활동가가 노동조합에 제기했고, 노동조합도 이를 받아들여 사측과 협의를 통해 10월 31일부터 SPC 간식을 변경했다.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는 지회 운영위를 통해 SPC 불매를 결정하고,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서 진행하는 국민서명운동을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는 11월 1일, 버스본부 산하 지부들에 공문을 보내 SPC 빵이 간식으로 들어오는 곳에서는 간식을 거부하자고 요청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는 10월 26일, 현장조직 <현장동지회>가 공장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했고, 노동조합도 홍보물에 SPC 불매를 선전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는 현장노동자모임인 <한국지엠 행동하는 노동자>에서 홍보물을 만들어 11월 2일에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며 공장에 들어오는 SPC 빵을 거부하자고 호소했다. 노조에서도 곧바로 사측과 협의를 진행하여, 간식 공급업체를 SPC에서 다른 업체로 변경하기로 했다. 11월 8일 한국지엠 비정규직 투쟁승리문화제에서는 SPC 빵을 짓뭉개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SPC 간식 거부운동은 노동자들이 단지 임금과 고용유지에 갇힌 존재가 아님을, 그리고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SPC 간식거부 현장운동은 사회 문제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을 일터 안으로부터 조직한 경험이었다. 조직 노동자운동은 자기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미조직·저임금·불안정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투쟁할 때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서의 노동자 ‘계급’이 된다.

 

아래는 SPC 간식 거부운동과 불매운동을 조직한 현장노동자들의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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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이동기

 

SPC의 부당노동행위와 산재사망 사고를 접하면서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왔다. 우선 공장에 SPC그룹의 빵이 간식으로 들어오는지를 확인했지만, 물량도 많지 않았고 SPC그룹 제품도 아니었다.

 

그래도 현장에서 SPC 불매를 알려내기로 했다. 현장조직 <현장동지회> 운영위에 토론을 붙였다. 동지들이 흔쾌히 동의하여 대자보를 부착하기로 했다. 식당과 라인 곳곳에 평소보다 더 많은 대자보를 부착했다. 현대자동차지부 전주위원회에서도 <노동자의 피 묻은 빵,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불매를 홍보했다.

 

이후에 다른 공장에서도 SPC 간식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사회적 이슈에 대응할 것인가, 어떻게 노동자답게 연대하고, 자본에 맞서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10.26. <현장동지회>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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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무직노동자 정재헌

 

SPC그룹의 파렴치한 행동은 불매운동을 확산시켰다. 불티나게 팔리던 포켓몬빵마저 매출이 줄었다. 한국지엠 현장에서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리도 SPC간식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지급된 SPC 간식을 먹지 않고 발로 밟아 터트리며 분노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난 11월 2일 한국지엠 원하청 공동투쟁 연대를 위한 모임인 ‘한국지엠 행동하는 노동자’(이하 한행노)는 SPC 불매운동 확산에 대한 동참과 한국지엠 내 SPC 간식 교체를 요구하며 현장에 유인물을 배포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분노가 제대로 된 결과물로 이어지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사회적으로 SPC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시점임에도 한국지엠 내에서 여전히 SPC 계열사 간식이 지급되는 것에 대한 항의이기도 했다.

 

일부 현장활동가조직들도 이에 대해 동의하고 한국지엠지부에 간식교체를 요구했다. 이미 시민단체로부터 간식 중단을 요청 받은 한국지엠지부는 마침내 7일부터 배포하는 간식에 대해 SPC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업체를 교체하여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 동력과 사회적 연대가 절실한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이번 SPC연대 투쟁의 성과물들이 공장을 사수하고 계급적 연대투쟁 전선의 확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10.31. <한국지엠 행동하는 노동자> 유인물

 

11.8. 한국지엠 비정규직투쟁승리문화제 중

SPC빵을 짓밟는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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