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세와 과제 3] 침체하는 한국경제, 자본과 투기세력을 위한 2023년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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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3년 정세와 과제 3] 침체하는 한국경제, 자본과 투기세력을 위한 2023년 경제정책

  • 백종성
  • 등록 2023.01.06 19:21
  • 조회수 333

침체하는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기관들은 모두 1%-2%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IMF 2.0%, OECD 1.8%, 한국은행 1.7% KDI 1.8%, 산업연구원 1.9% 등 제 기관들이 1%후반에서 2%초반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씨티 1.0%, 바클레이즈 1.3%, 골드만삭스와 JP모건 1.4% 등 9개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는 1.4%에 불과하며 노무라는 –0.7% 전망까지 내놓았다.  


침체하는 한국경제, 그 핵심에 국제교역량 둔화와 동반 침체에 기인하는 수출 감소가 있다.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을 주 원인으로, 2022년 누적 적자액은  472억 달러에 달한다. 2022년 4월 이후 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은 물론, 대 중국 수출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10월 이후 수출 절대량마저 감소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은 25% 가량으로 대 미국·일본·유럽 수출량 총합과 비슷한 상황에서, 미중분쟁과 보호무역 발호는 한국경제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1.png좌: 중국 GDP 1% 감소 시 국가별 GDP 감소 (출처: BIS. 2022) 우: 무역적자 누적 (노란색 막대)

 

현재 제조업 재고율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1998년 외환위기 후 최고치(124.3%, 2022년 7월)를 기록하고 있다. 상품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자,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늘리기보다 기존 재고를 활용해 불확실성에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다*. 고용 한파와 구조조정이 오고 있다. 

사전2 재고율.png1998년 외환위기 후 최대로 치솟은 제조업 재고율 (재고량/출고량) (출처: 한국은행 통계시스템)

 

거대한 부채, 고금리의 충격 


고금리 충격도 기업 전반의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2월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국내기업 평균 부채비율은 92.6%로 2016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리인상과 함께 기업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 자본주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마따나,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 


사진3 어음금리.png가파르게 오른 기업어음(CP) 금리 (출처: 한국은행 통계시스템)

 

특히, 부동산 부채집중도가 높은 상황에서 현 국면 부동산시장 하락은 거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도 치솟는 채권금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려 안간힘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래는 2021년 말 기준 산업별 대출집중도다.** 대출집중도는 해당 산업·업종의 규모 대비 은행부채의 비율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부동산업이 가장 높다.   

사진4. 부채집중도.png

 

가계부채는 더 심각하다. 초저금리 시기에 집값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계 자산거품은 한국경제 뇌관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보조금으로 우대금리 등을 지원하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담보대출이 일반적이며 변동금리 담보대출자는 상대적으로 소수다. 한국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60% 이상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다. ***  

 

현재 가파른 자산가격 하락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양적완화-제로금리 시기 가파르게 상승한 주택가격은 급강하하고 있으며,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 1위 국가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5개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1위였다.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 가계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시간 불안정노동과 궁핍의 확대  

 

불안정노동체제가 확산하고 있다. 2022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429만9천 명으로 345만 9천 명(31.9%) 증가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373만명으로 279만 4천 명(-16.9%) 감소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5.8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시간 감소했는데, 제조업(-2.6시간), 도소매‧숙박음식점업(-1.7시간), 건설업(-1.4시간) 제반 산업부문에서 단시간 불안정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구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2022년 11월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실질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 소득의 절반 가량을 식비에 썼을 정도다. 특히 가계 이자비용 증가율은 가팔라, 전년 동기대비 무려 18.7% 상승한 상황이다. 2022년 9월까지 시중은행이 기록한 기록적 이자수익 40조 원은 동전의 양면이다.  


노동유연화와 규제완화,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요구 

 

자본은 현 국면에서 일관되게 유연화를 요구해왔다. 2022년 4월 전경련이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노동 현안’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유연화'(27.9%), 그 다음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24%)이었다. 이어 6월, 전경련은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 항목들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고소득·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면제제도 도입 △재량근로시간제 개선 △근로시간계좌제 도입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현행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최대 1년으로 확대, 단위기간 연장 시 직무·부서단위 근로자 대표 서면합의 등 제도도입 절차 완화 등으로 구성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도 제안했는데, '신기술·신상품 연구개발' '경영상 사정 또는 업무 특성 등으로 한시적 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를 추가했다. 

 

2022년 8월 21일 경총은 규제혁신과제 120개를 정부에 전달했는데, 그 주요 항목은 △전기차 산업지원 △연구개발 분야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 △재량근로 대상업무 확대 등을 포함한다. 대한상의가 2022 7월 발표한 요구 역시 △신산업 지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완화 △직무성과급제확대 △특별연장근로 사유확대 등 노동시간유연화로 대동소이하다. 


2023년 정부 경제정책방향, 오직 자본에게만 공정한 정부 

 

정부도 상황이 심각함을 잘 안다. 12월 21일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2023년 경제성장률을 1.6%라는 유례없이 낮은 수치로 전망했다. 2022년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2.5%였음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속도는 실로 가파르다.  

 

보호무역 확대와 주요국 경기위축 본격화라는 구조적 조건에 대해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자본의 이윤축적을 지원하고, 노동자 민중을 쥐어짤 수 있을 뿐이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국가는 자본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관리 △민생경제 회복지원 △민간중심 활력제고 △미래대비 체질개선의 4대 방향 아래 △노동시간과 임금유연화 △기업규제완화 △부동산 시장 부양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등을 담고 있다. 


‘노동 개혁’ - 이윤축적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노동유연화와 노조무력화 공세 개시  

 

화물연대 파업 종료 3일 뒤인 2022년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노동개악 권고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월, 분기, 연단위로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용자 재량권 확대 △근로시간 유연제 도입시 부분근로자대표제 활성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근로시간 적용제외 규정 현실화, 고소득 전문직 적용 제외 △취업규칙 변경 동의주체와 절차 개선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을 위한 직무 중심 인사와 임금체계 관리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제공 시스템 구축 등을 망라한다. 

 

12월 13일 대통령과 12월 16일 노동부 장관의 신속한 추진 입장발표에 이어,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법개정 추진일정을 명기했음은 물론 2023년 1월 1일 신년사에서도 수출확대 방안 등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과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노동시간 유연화 상반기 법제화 △임금구조 유연화 지속추진 △‘이중구조 개선안’ 하반기 마련 일정에 따라 노동개악이 추진된다.    

 

(노동개혁] 근로시간 • 임금체계 개편 구체화 및 이중구조 개선 추진

(근로시간)연장근로 등 제도유연화' 와 건강권 보호 강화 병행, 노무비, 인프라 구축비 등을 지원하여 근무유연화 분위기 확산 

1」 (예시)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단위에서 주•월•분기•반기•연 선택 가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

2」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월 이상으로 하는 경우 근로일간 11시간 휴식권 부여 등

•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권고안 기반으로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를 거쳐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입법 추진(‘23.上)

(임금체계) 직무별 임금정보 인프라 구축, (가칭)상생형 임금위원회 신설 등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노력 지속

(이중구조) 고용형태•기업규모 등에 따른 노동시장 격차 완화, 보호 사각지대 해소 등에 대한 '포괄적 개혁 논의' 착수

* 경사노위 등 통해 이중구조 개선 위한 사회적 대화 → 개선안 마련 추진(‘23.下)

• 원하청 상생모델 확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下 파견제도 개편,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노동법제 마련 등 추진


주지하듯 위 과제 상당수에는 아래와 같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 운동, 특히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조합을 ‘경제위기를 가속하는 반시장 불공정 집단’으로 몰며 현장에 선제적 공세를 취하는 한편, 법안 통과를 위한 관제고지를 점하고자 할 공산이 높다.  

   

사진5. 노동개혁.jpg출처: 한겨레, 2023.1.3.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74164.html

 

‘민간중심 활력제고’ - 수출지원과 자유무역협정 확대, 세제지원과 규제완화로 자본경쟁력 제고 

각자도생의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정부이나, 정작 자본은 국가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자본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지원하고 사우디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건설 수주를 돕는 한편, 무역금융을 360조 원으로 확대해 자본의 환율변동, 고금리, 지정학불안에 따른 공급망 위기 대응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하고, 에너지 전략 관련 핵심기술 등을 신성장 원천기술에 추가 검토하며, 이에 역대 최대 수준인 총 50조 원 규모 시설투자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전과 방위산업 수출 확대 지원책 등 자본주의 위기에 조응하는 수출확대 프로그램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윤축적을 위한 세제지원 계획으로, 기업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 3%·4%에서 10%로 일괄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자유무역 확대도 주목할 만한 방향이다. IPEF, CPTPP 등 미국주도 경제협력체·협정 참여,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국 FTA 체결, 기존 FTA 개선 등으로 수출저변을 확대하고 자본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자유’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은 그 주된 수혜자가 재벌총수일가다. 정부는 현행 대기업집단 공시제도를 완화해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기준금액을 올리고, 공시 주기는 연 1회로 한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결합심사를 완화해 인수합병시 독과점 우려에 대해 기업의 자율시정방안 마련을 허용하고, M&A 신고면제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내부자 거래와 계열사 재편이 총수일가가 애용하는 경영권 승계수단임을 감안할 때, 이는 노골적인 재벌 소원수리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 투기세력을 부양하는 정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자 지원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의도한다. 이에 따라 4주택자 취득세를 현 12%에서 6%로, 3주택자 취득세를 8%에서 4%로 인하하고, 양도세 중과 배제를 2024년 5월까지 연장하고, 현재 금지되어 있는 규제지역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 다주택자도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2023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업무추진계획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중도금 대출한도 폐지, 실거주의무 폐지를 추가 발표했다.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 에너지 위기를 대중에게 전가하며 에너지 민영화의 가교를 놓는 정부  

 

에너지 위기는 국제적이며, 이는 30조 원에 달하는 한전의 적자, 10조 원에 달하는 가스공사의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형식적으로나마 한전과 가스공사가 ‘공기업’으로 남아있어 에너지 가격 인상이 제어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국가책임조차 방기하고 대중에게 고통을 전가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그 부담은 자본이 져야 한다. 즉, 노동자 민중이 사용하는 일반용-주택용 전기료가 아니라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다. 자본은 값싼 산업용 전기료를 통해 이윤을 늘려왔다. 2021년도 기준 전기사용량은 산업용 55%, 일반용 22% 그리고 주택용 15%이다. 전체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산업용 전기가 차지한다. 판매단가도 일반용과 주택용보다 싸다. 산업용 판매단가(105.48원/kWh)를 주택용 단가(109.16원/kWh)로 적용하면 자본가들은 1조721억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평균단가(108.11원/kWh)를 적용해도 7,662억 원 더 내야 한다. 다시 말해 자본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값싼 전기료만으로 엄청난 이윤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부와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으로, 현 판매가 108원의 48% 가량이다. 즉, 2023년 한 해 동안만 50% 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되어 있으며 이는 2026년까지 매해 반복된다. 전기요금 인상은 대중의 고통을 가중하는 계기이자, 민자발전의 이윤을 확대하는 조치이며, 자본의 숙원 중 하나인 에너지 민영화로 가는 가교다. 정부는 공공부문 시장화·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주]

* 「2023년 경제ᆞ·산업 전망」, 산업연구원 

** 「금리 인상의 시대, 부채 점검 :(2부) 기업부채」, 삼일PwC 경영연구소, 2022.10. 

*** 2016-2020년 신규 주택담보대출 누적치 통계. BIS, 2022.

**** 이재백, “전력산업의 정상화? 자본가들이 내는 값싼 전기요금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20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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