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5일(목)부터 21일(수)까지,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선체도장 5개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파워노동자들은 일주일 동안 작업거부, 파업을 진행했다. 파워공, 선체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 그라인더로 녹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노동자들이다.
파워노동자들은 그간 깎인 임금이 회복되지 않아 저임금에 시달려왔다. 임금에 미사용 연차수당이 포함돼 있어서 사실상 연차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특히 안전한 작업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가 중요했다.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모두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과 처지가 똑같았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을 가졌다.” 현대삼호중공업 파워노동자 대표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2022년 12월 12일, 현대삼호중공업 선체도장 파워노동자에 이어 블라스팅 노동자들이 작업거부, 파업투쟁을 시작했다. 모래와 강(鋼)쇼트 등 연마재를 첨가한 압축공기를 분사해 표면의 스케일, 녹, 도막 등을 제거하는 노동자들이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은 물량팀 폐지,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 4대 보험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단계 고용구조 뒤에 숨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현대삼호중공업에 맞선 절박한 싸움이다. “우리는 사장이 아니다. 4대 보험 보장하라”, “법정공휴일 보장하라”, “작업공간 전체에 발판 설치하라”, “다단계고용 물량제 폐지하라.” 그 어느 것 하나 절박하지 않은 요구가 없다.
물량팀
현대삼호중공업은 블라스팅 노동자를 모두 물량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며 3.3% 사업소득세를 원천 징수했다. 4대 보험도,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했다. 산재 처리도 되지 않는 곳에서 더 적은 인원으로, 더 긴 시간 동안 위험하게 일해야 했다.
블라스팅 작업이 원래 물량팀으로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도 블라스팅 작업을 물량팀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현대삼호중공업 원하청 사용자들이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더 적은 비용으로 착취하기 위해 물량팀으로 바꾼 것이다.
결국, 오랜 세월 참아왔던 블라스팅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저들이 '사장'이라고 부르는 40명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파업 대오에는 물량팀장들도 있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이 단결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팀장들도 투쟁으로 합류하는 것이다.
원·하청 사용자들은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투쟁이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들에게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혈안이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이 처음 요구를 내건 2022년 10월 초부터 두 달 동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높은 단가를 주면서 타지에서 대체인력을 불러들였다. 복귀를 종용하고, 손해배상 협박 문자를 보내더니 결국 12월 15일 파업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용자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현대삼호중공업 원청 자본은, 파업을 탄압할 때는 직접 당사자로 나섰다.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2월 25일-26일에는 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R&D센터에서 1박 2일 투쟁을 전개하며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도 블라스팅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생계비 모금을 지원하며 현장 중식선전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삼호중공업 모든 노동자에게 블라스팅 노동자 파업투쟁을 알리고, 지지를 조직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대체인력으로 투입되어 파업파괴자 역할을 하는 타지역 블라스팅 노동자들을 설득해 돌려보내거나 파업에 참여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하청 자본이 투쟁의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불씨를 옮겨붙여야 한다.
조선산업 자본과 노동자의 대리전 – 원청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를 모아 노조법 2·3조를 개정하자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투쟁은 조선산업 자본과 조선산업 노동자의 대리전이었다. 이제 그 전선이 현대삼호중공업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작업거부, 파업투쟁으로 이동했다. 이번 투쟁 역시 조선산업 자본과 조선산업 노동자의 대리전이다. 작년 9월, 이미 파워노동자 투쟁을 경험한 현대삼호중공업 자본은 투쟁의 불씨가 전체 하청노동자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시작부터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투쟁을 깨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살 수 없다’는 하청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은 쉽게 짓밟히지 않을 것이다. 다단계 고용구조 뒤에 숨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현대삼호중공업 자본에 맞서 하청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다. 원청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를 모으고, 노조법 2조·3조 개정을 노동자의 힘으로 쟁취하자.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싸움을 엄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