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지 한 달 됐다. 민주당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선심이라도 쓰듯 노조법 2조 2호의 사용자범위를 넓히고, 5호의 쟁의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2조 1호가 개정되지 않음으로써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는 소송과 투쟁의 길을 가야만 한다. 특히 노조법 3조는 2호를 신설하여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도록 명문화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이를 성과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부족하나마 우리가 이 법의 통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현행 노조법으로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합법적 쟁의행위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불가능할 정도로 협소하게 규정돼 있어 자본가들과 법원에 의해 광범위하게 손배가 청구되고 노조파괴에 이용돼 왔다.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져서 손배가압류의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명하게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개정안은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명문화했다. 가령 이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5명에게 470억의 손배를 청구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1도크를 점거한 유최안 하청노동자에게 10억, 고공 끝장 농성에 나섰던 6명의 하청노동자에게 5억씩 손배를 청구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 조항은 현장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열성적인 간부, 조합원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성과라고 할 수 있는가. 이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라고 요구해야 하는가.
스스로를 0.3평 철제감옥에 가두고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절규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에게 떨어진 470억이라는 손해배상이 가장 강력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의 도화선이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손배를 당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면서 탄압을 당했던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쟁취 총파업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의 지렛대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민주노총이 ‘부족하나마 이 법의 통과를 요구’한다고 말하는 참담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노조법 개정을 위해 단식, 농성을 하고, 국회 앞을 메웠던 노동자들도 기뻐할 수가 없다.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더 많은 현장에서 진짜 사용자를 향한 교섭과 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집단적, 조직적 투쟁으로 전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법 개정투쟁은 국회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입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초기에 손해배상 액수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어 노동자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제라도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쟁취를 위해 다시 시작하자.
민주당은 노동자들의 목표를 위해 빌려쓸 수 있는 ‘남의 칼’이 아니다. 민주당 역시 자본가들의 요구가 우선이며 그들의 칼은 바로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등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쟁취를 위해 투쟁을 다시 조직하자.
민주노총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주요한 투쟁 목표로 정하고, 총파업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당연히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민주당 개정안을 성과로 포장하거나 현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목표를 갖고 더 많은 현장에서 진짜 사용자들에 대한 교섭과 투쟁, 손배사업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폭넓은 투쟁전선을 구축하자. 강력한 총파업 투쟁으로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쟁취하자.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이런 방향의 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많이 부족했지만,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3년 3월 15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