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파견 은폐하려 자회사 설립,
불법파견 인정하라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손배청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위험한 일터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교섭, 쟁의 가능해야 바꿀 수 있어
현대제철소에서도 반복되는 손해배상청구
2022년 6월부터 거통고조선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거제 대우조선소에서 파업을 한 후 470억 원이라는 손배가 청구됐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을 행사했다고 하여 평생을 살아도 만져보지 못할 금액이 손해배상으로 청구된 이후 노조법2·3조 개정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었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하고 있다.
거통고 투쟁과 같은 내용으로 원청 자본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이미 21년 9월에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소에서도 벌어졌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에는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돼있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가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그동안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불법파견 소송 등을 진행하며 마침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불법파견 판정에 대응하여 현대제철은 사내하청업체들을 폐업시키고,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현대ITC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회사 이직을 회유함으로써 비정규직지회를 사실상 파괴하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지회는 획득한 쟁의권을 바탕으로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 통제센터 1층 로비를 점거하고 자회사 철회, 불법파견 시정지시 이행 등을 요구하며 53일간의 점거농성을 했다. 그러자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규직과 원청 관리직, 외주업체가 생산현장에서 대체근로를 했고, 심지어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후판공장에 직접와서 후판출하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파업투쟁 과정에 원청은 충남지부 및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을 제소하고 2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추가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협약에 해당하는 보안공정(협정근로) 사항을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까지도 적용해 46억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렇게 현재 총 246억1천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진행중이다.
원청과 교섭할 수 없다면 사람 죽는 일터는 그대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모든 부분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은 기본이고, 자회사와의 차별도 발생한다. 그동안 원청과 교섭 한번 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진짜사장인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데,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과 각종 형사고소고발 등으로 비정규직지회를 탄압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거부하여 지노위와 중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중노위에서는 ‘현대제철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서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교섭 의무가 있고, 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이마저도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넣었다.
현대제철은 명백하게 원청이 하청을 지배하는 구조이다. 현장의 모든 생산설비와 시설에 대한 권한은 원청 자본에게 있지, 하청 바지사장에게는 없다. 그러나 원청의 설비를 사용해 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과 교섭할 수 없는 구조다.
교섭할 수 없으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위험한 환경을 바꾸지 못한 채 죽어간다. 현대제철은 중대재해다발사업장이다. 유해위험요소로 가득찬 제철소의 작업환경과 조건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청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럴 수 없다. 중대해재처벌법이 시행되고 나서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을 두 번이나 압수수색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현대제철의 중대재해 사망자 중 80%가 비정규직 노동자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싸울 권리가 필요하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원청과 교섭하고 투쟁하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생명을 지키고, 차별을 철폐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이뤄내려면 비정규직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가 단결해 연대투쟁의 길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후에 다가 올 노동법 개악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온전하게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원청을 상대로 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파업을 했다고 손배와 가압류로 노동자와 그 가족까지 파탄으로 몰아가는 탄압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 함께 투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