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왜 최저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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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왜 최저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가?

  • 백종성
  • 등록 2023.03.29 16:43
  • 조회수 456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하자 

 

2022년 4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원청 대우조선에 단체교섭 체결을 요구했다. 하청업체 가짜사장들은 사소한 문제에도 ‘원청 재가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과 고용관계가 없다며 응답하지 않았다. 6월,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을 상대로 빼앗긴 임금 30% 회복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2014년부터 하청노동자 월급은 최저임금과 점점 가까워져 갔고, 550%에 달하던 상여금은 2018년에 이미 모두 사라진 차였다. 시급 10,350원을 받고 일하던 22년차 용접공 유최안은 0.3평 철제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우리에게 물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그 투쟁이 노동운동의 과제를 집약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혹독한 고통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고, 원청 자본은 살 권리를 요구하며 노동3권을 행사하는 하청노동자와의 고용관계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거액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하고, 윤석열 정권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로 평생 일하다 죽으라는 노동개악과 함께 노동운동 전면 탄압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외침에 답하지 못했다. 경제위기의 고통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는 2023년, 빼앗긴 우리 삶을 되찾는 반격을 최저임금 30% 인상 쟁취투쟁으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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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 세계. <공공서비스 국가책임확대, 최저임금인상촉구 충북노동자시민대행진>

 

물가폭등과 실질임금 삭감, 이대로 살 수 없다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은 7.2%에 불과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윤석열 정부 1년차에 결정된 2023년 최저임금은 고작 5% 올라 2022년 생활물가상승률 6%는 물론, 소비자물가상승률 5.1%보다도 낮다. 이에 반해 2023년 2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사상최고치인 28.4% 올라 체감물가는 이미 폭탄이다. 하반기로 연기되기는 했으나 지하철·버스요금 인상도 예고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공공부문 시장화 기조에 따라 2026년까지 계속 공공요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가난할수록 생계비 지출 중 전기·가스·수도·교통 등 공공 필수소비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물가인상의 고통은 훨씬 크다. 실질최저임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임금 저하에 더해 단시간 노동자가 폭증하고 있다. 2022년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803만 명으로 1년 새 20%, 4년간 무려 54%나 늘었다. 퇴직금, 주휴수당, 초과근무가산임금 어느 것도 적용되지 않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도 158만 명으로 급증했다. 전 국민의 알바화가 진행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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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빼앗긴 임금, 이제 되찾을 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에 따라, 2019년부터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후생복지비가 최저시급에 포함된다. 2023년의 경우 매월 50만원을 상여금으로, 20만원을 후생복지비로 받는 노동자의 경우 약 60만원이 최저임금으로 산입된다. 반대로 명목상 상여금을 유지한 사업장의 경우, 기본시급을 2018년 최저임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지난 3월 20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한국GM 하청노동자 사례를 잠시 옮겨보자. 

 

“최저시급이 9,160원으로 오른 2022년 1월에도 A씨의 기본시급은 8,000원에 머물렀다. 심야가산수당은 4.66시간에 18,640원으로, 역시나 시간당 기본시급 8,000원의 0.5배인 4,000원으로 계산했다. 최저시급이 9,620원인 올해 1월에도 A씨의 기본시급은 8000원이고, 심야근무 23.3시간에 대한 심야가산수당은 93,200원으로 시간당 4,000원이었다. 최저시급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도 기본 시급이 묶여 있으면서 A씨의 심야근무 수당도 오르지 않았다. A씨의 기본시급이 법정 최저시급보다 낮아진 것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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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경향신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상여금을 없앤 사업장도, 유지한 사업장도 실질임금이 삭감되어 온 셈이다. 임금을 동결하거나 수십만 원 삭감하더라도, 자본가는 숫자놀음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갈 수 있었다. 산입범위 확대개악은 ‘최저임금 올리면 뭐하나’라는 체념을 확산시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투쟁 의지를 꺾어왔다. 이제 반격을 시작할 때다. 

 

최저임금, 혼자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20만 5,431원이다. 이는 2021년 최저임금 182만원은 물론, 2023년 월 최저임금 201만원보다도 높다. 이렇듯 500만에 달하는 최저임금노동자는 생계비조차 충당할 수 없는 돈으로 산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2022년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작년 물가상승률(5.1%)을 감안해 단순 추정하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노동자가 연명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2022년 231만7,907원이다. 올해는 어떠할까? 2023년 1월 물가인상률은 이미 전년 대비 5.2%에 달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로 2023년 물가상승률이 3.5%에 그친다고 해도, 비혼단신생계비는 2,399,033원에 달해 월 최저임금보다 20%나 높다. 


최저임금노동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실제 최저임금노동자 다수는 ‘비혼단신가구’가 아니다. 2021년 기준 최저임금노동자의 평균가구원은 약 2.94명으로 추산되며 해당 가구에서 ‘소득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약 1.94명이다. 즉, 통상적 최저임금노동자는 자신을 포함해 1.5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22%의 최저임금노동자가 자신을 ‘주 소득원’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다수 최저임금노동자는 가구를 부양하는 핵심 소득원이다. 적어도 가구의 생존을 위해 충분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 말마따나 인구감소가 문제라면,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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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9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이 최임위 3차회의에 제출한 ‘가구규모 기준 적정실태생계비’는 1인 14,066원(월 294만원)이다. 이 추산을 반영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요구안으로 전년대비 18.9% 인상된 10,890원을 요구했다. 생존의 위기가 심화하는 2023년, 노동운동은 더 공세적인 요구와 함께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투쟁을 준비해야한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30% 인상 쟁취하자!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2024년 적용 최저임금 30% 인상을 주장한다. 물가폭등, 2019년 이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더해 4년째 한자리 수 인상을 거듭해온 상황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이 필요하다.


월급 말고 모든 것이 다 오른 지금, 최저임금 30% 인상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앞서 살핀 대로 최저임금노동자 생활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비혼단신근로자생계비’만해도 2023년 약 240만원으로 추정된다. 혼자 연명하는 데만 20% 인상이 필요한 셈이다. 나아가 2023년 물가인상률이 정부 예측대로 3.5%에 그친다고 해도, 가구생계비 충족을 위한 임금은 시간당 14,641원은 되어야 한다. 즉,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2%는 올라야 최저임금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다. 최저임금으로도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투쟁, 최저임금 30% 인상투쟁으로부터 시작하자.  

 

[2023년 적정실태비 추정]  


1인 가구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

가중평균값

2021년 월 적정실태생계비 

2,236,036 

3,530,195 

5,013,686 

6,018,653 

4,006,170 원 

(가구성원 2.48명)

가구규모 별 평균소득원 수

1.000 

1.439 

1.675 

1.754 

1.424 명

2021년 시급환산 1인 적정실태생계비

10,699 

11,742 

14,323 

16,420 

13,460 원

2022년 시급환산 1인 적정실태생계비 

(추정, 실제 물가상승률 5.1% 반영)

11,245

12,341 

15,053 

17,257 

14,146 원

2023년 시급환산 1인 적정실태생계비

(추정, 물가상승률 3.5% 적용)

11,639

12,773

15,580

17,861

적정가구생계비 기준 

1인 필요시급 1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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