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는 성평등 DNA가 아니라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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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민주당에는 성평등 DNA가 아니라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이 있다

‘여성’의 이름으로 노동유연화 강행한 자본가 정당

  • 정은희
  • 등록 2025.06.26 13:38
  • 조회수 85

 

민주당에는 성평등 DNA가 있다고 한다. 지난 대선 공약에서 성평등이나 여성정책이 사라지자 간담회를 요청해 비공개로 만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개 여성단체 대표단에 민주당은 “부족해도 성평등 DNA가 있는 정당이니 기대를 접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했다. 현장에 있던 여성단체도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 때까지 여성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고, 지금도 중심에 있기 때문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에 있다는 성평등 DNA은 자타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초대 민주당 대통령인 김대중 정부 때부터 민주당의 DNA에 있던 것은 불안정 노동이었으며, 성차별과 성폭력이다. 그리고 그 희생자의 선두에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있고, 그 대열에 혐오와 차별과 빈곤과 폭력에 고통당해온 수많은 노동자계급 여성이 있다.

 

사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행한 자본가 정당이며 이의 최대 희생자는 여성이었다. 초대 민주당 대통령인 김대중 정권은 정권교체를 이루며 자신의 정당성과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른바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강조하는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대거 흡수했고, 여기에는 여성계 인사도 빠지지 않았다. 이 같은 조건에서 김대중 정권은 여성부를 설치하고 여성공천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 등을 제정하여 그동안 여성운동이 주장해 온 요구 일부를 수용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이와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구조개악을 밀어붙이며 전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후퇴시켰고, 이는 특히 노동자계급 여성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대중 정부가 노동자계급 여성에게 미친 주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김대중 정권이 강행한 공공부문 매각과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노동자계급 여성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거 밀어냈다. 대표적으로, 1998년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여성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57%에서 68.9%까지 증가*했을 만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악영향은 강력했다.

*정성미,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고용특징>, 한국노동연구원, 2005

 

둘째, 김대중 정권 시절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모자보건법 개정 등으로 도입된 일·가정 양립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여성정책으로 임신·출산, 가사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여성 노동력을 시장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여성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조건 속에서 임신·출산, 가사돌봄이란 이중의 부담을 떠맡으며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정권 시절 수립된 신자유주의적 여성노동·인구정책 기조는 이후 전 노동자계급에 대한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는 기조로 활용됐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8월 수립된 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작으로 ‘근로형태 유연화’가 출산장려정책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았으며,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가족친화적 기업 지원’에서도 기준 항목에 불안정 노동을 심화하는 탄력적 근무제가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정책으로 유연근무제를 추진했는데, 이는 사실 단시간노동제로서 신규채용을 단시간 일자리로 전환하고 직무를 단시간화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조치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권도 노동유연화 조치인 직무급제를 추진하며 내세운 명분 중 하나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들었다. 즉, 민주당은 ‘여성’의 이름으로 노동유연화를 강행한 장본인이다.

 

민주당은 ‘여성’의 이름으로 노동유연화 강행한 장본인

 

최근 집권한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도 유연근무제가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주4.5일제를 대표 공약으로 말하며,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유지하되, 유연근무제를 통해 실질적 4.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유연근무제가 노동자의 근무시간, 장소, 방식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선전되지만, 재택근로를 심화하며, 근로시간을 모호하게 하고, 여성에게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더구나 여성 2명 중 1명이 사실상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이재명의 공약에서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을 포함해, 지난 대선에서 약속했던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은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기간 국민의힘이 강행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체에 반대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주요 여성정책은 일부 교제폭력 처벌 강화와 낮은 수준의 저출산 지원 정책일 뿐이다.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비동의강간죄 제정,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등 여성단체가 요구했던 주요 성평등 정책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성평등 DNA가 있는 정당이니 기대를 접지 말아달라”라고 한다. 또 “앞으로 여성단체들과 정책 논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여성운동을 기층운동으로부터 갈라치기 하고 포섭하려는 허구적인 거버넌스적 수사일 뿐 다수 노동자계급 여성의 이해와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를 강요하고 있으며, 노동계의 거간꾼 김영훈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하여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적 성주류화 정책

 

이 점에서 우리는 주류 여성운동이 추구해 온 성주류화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성주류화 정책은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정책으로, 모든 정책과 제도, 프로그램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전략을 말한다. 국내 여성운동도 90년대 중반 이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김대중 정부 시기 거버넌스 노선과 맞물려 본격적인 제도화의 길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주류 여성운동을 제도화시키고 관료화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가 아닌 자본에 포섭되게 했다. 2001년 1월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스스로 “김대중 정부의 여성정책 3년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며 “여성들의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시간제 노동이 가속적으로 증가하여, 대표적으로 9개 은행의 명예퇴직 여성의 비율이 74.5~95.5%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는 점을 우리는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 있는 여성단체 출신 여성 정치인들이 여성의 이름으로 개혁을 말하면서도 기껏해야 형식적인 역할만 한 채, 노동개악 법안에는 방관하며,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여성과 적대하는 자기모순으로부터 우리는 이제 결별해야 한다. 가령 박원순 사건 때 성추행 피소 사실이 여성단체 인사를 거쳐 남인순 민주당 의원(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을 통해 결국 박원순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그들이 말하는 ‘거버넌스’의 민낯이다.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가 주창. 강남식, <한국 여성운동의 흐름과 쟁점>, <<기억과 전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4
**대표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취임에 앞서 평민당에 합류한 이우정, 박영숙은 1세대 여성운동가로 각각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대표, 부대표를 지냈으며, 초대 여성부장관으로 임명된 한명숙 의원도 여연 상임대표 출신이었다. 

 

사실 성주류화 정책은 냉전 이후 유엔이 인권과 개발 의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어젠다를 구축하며 등장했지만, 동시에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에 자유롭지 못하거나 오히려 그 부속물로 작용했다. 중국 내적으로도 당시 장쩌민이 덩샤오핑 사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이미지를 확대하기 위해 세계여성대회를 유치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시장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집단은 여성이었으며, 이에 따라 성평등 수준은 계획경제 시기와 비교해 지체되거나 고용이나 임금 등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후퇴됐다.*
*권정임, <제5장 중국의 여성해방과 성 평등: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의 비교 연구>,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과거, 현재, 미래>>, 진인진, 2023

 

페미니즘 운동과 노동자운동의 동맹

 

가부장제와 결탁한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자본가 정당, 민주당은 결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까지 민주당 정부가 해 왔던 것처럼 이재명 정부도 성평등DNA는커녕 고용불안정과 구조적 성차별을 심화할 것이다.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하고,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어야 하며,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하지만, 자본가계급은 이를 결코 원치 않는다. 자본가계급의 관심은 노동자계급의 단결이 아닌 분열이며, 안정적인 노동력 수급에 있다. 때문에 여성의 권리는 이러한 자본가계급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 여성의 권리 역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없이 보장되지 않으며, 이 또한 자본가계급과의 싸움을 우회할 수 없다. 

 

때문에 페미니스트는 민주당이 아닌 노동자운동과 어깨를 걸어야 한다. 여성의 다수는 노동자계급이며, 노동자계급 여성은 일찍이 클라라 체트킨이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고유의 생산양식에 의해 차별받는다. 오늘도 여성의 허리끈을 죄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 이재명 정부와의 대결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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