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와 인센티브제에 맞서 투쟁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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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부당해고와 인센티브제에 맞서 투쟁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양동민
  • 등록 2023.06.12 18:49
  • 조회수 939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인센티브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떠나 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조법 2,3조 개정, 용역회사 자회사 철폐투쟁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 동료의 억울함을 외면할 수 없어 시작된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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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7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과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한 연대단위들이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서울 공덕역 인근, 서울서부지방법원 바로 맞은편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는 작년 말,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계약종료로 일자리를 잃은 3명의 노동자가 6개월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의 발단은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해고였다. 올해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 효성ITX는 애초 기존 상담노동자들을 100% 고용승계하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4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참여와 혁신>에 보도된 지난 4월 기자회견 당시 이하나 해고노동자의 발언에 따르면, 효성ITX1226일과 27, 계약만료를 3일 남겨두고서 단 10분의 면접을 통해 최장 32개월을 일한 장기근속자들 4명에게 계약불가를 통보했다. 구체적인 채용 거절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현재 싸우고 있는 해고노동자 3명 중 서금호, 정금숙 씨가 해고됐다.

 

면접 때 해고된 4명의 노동자들은,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한 사람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이들이었다. 이하나 조합원은 이것이 명백한 표적해고라고 말했다.

 

싸우고 있는 해고노동자 이하나 씨를 포함한 6명의 다른 노동자들은, 당시 면접으로 인한 계약종료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동료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는 모습을 가만히 두고볼 수 없었다. 그래서 효성ITX에게 고용승계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제기했다. 그러자 효성ITX는 문제를 제기한 6명의 상담사들과도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처음 면접에서 해고된 4명의 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가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부당하게 직위해제를 당하는 걸 두고볼 수 없어 용기를 냈던 노동자들이었다. 이후 해고된 6명의 노동자들은 동료가 부당하게 해고되는 걸 참고 있을 수가 없어 용기를 냈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의 투쟁은 동료노동자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외면할 수 없어 용기를 냈기 때문에 시작된 투쟁이었다.

 

해고될 당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없었다. 망설이다 무작정 피켓을 만들어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이전에 명동에서 일을 했던 이하나 조합원은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호텔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을 출근할 때마다 지켜봤으며, 그 모습을 떠올리며 피켓시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피켓 시위를 하던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노동조합을 발견했고, 그렇게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리고 지금까지 원직복직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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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선릉역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결의대회에서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 이하나 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 상담노동자를 경쟁과 죽음으로 내모는 인센티브제를 폐지하라!

한편 선릉역 8번 출구의 유니에스본사 앞에서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전전을 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서울2센터의 조합원들로, 지난 61일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전면파업을 하고 용역업체 유니에스인센티브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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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역 유니에스 본사 앞에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선전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하고 있다.


투쟁의 발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용역업체의 인센티브제 개악이다. 인센티브제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콜수로 순위를 매겨서 SS부터 A,B,C 등 등급을 나누고 이 등급에 따라 차등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을 경쟁의 노예로 내모는 끔찍한 노무관리 수법이다. 인센티브제로 인해 상담사는 콜수 압박에 시달리고, 휴식시간 부족과 스트레스로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 인센티브제의 해악은 자살로 내몰린 콜센터 현장실습생을 다룬 영화 다음소희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덧붙여 인센티브제는 상담사들로 하여금 무조건 콜을 빨리 끊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내담자에게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을 때부터, 줄곧 인센티브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리고 설령 인센티브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리더라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내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공공성 상담을 현장투쟁의 일환으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친절한 상담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51일부터 생산성 강화를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변경하여 1인당 75건의 전화 응대건수라는 기준치를 신설했다. 이 기준은 행정관리인력과 각종 휴가자를 포함한 것으로, 실제 출근하는 상담인원을 기준으로 공단이 정한 평가점수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상담사가 1일 평균 101.4건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평가지표 변경과 짝을 맞춰, 서울2센터의 민간위탁을 맡고 있는 업체 유니에스5월부터 ‘1인당 평균 80콜 이상 받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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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가 80콜 이상 받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주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하며, 유니에스가 '도덕적 해이'를 언급한 것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에 지난 58,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유니에스 본사에 찾아가 새로운 ‘80콜 규정의 철회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유니에스는 612일 현재까지도 ‘80콜 규정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68일 교섭에 들어갔던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서울지회장의 발언에 따르면, 사측은 교섭자리에서 농성하기 좋은 날씨이지 않냐라면서 오히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조롱했다. 이에 분노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전면파업을 2주 가까이 이어가며 오늘도 선릉역에서 투쟁중이다.

 

대표적인 저임금 불안정 여성 직종인 콜센터 산업***

금융산업 외주화와 콜센터 노동의 변화토론회를 요약한 <노동과세계>의 보도에 따르면 텔레마케터 산업 종사자는 정확한 산업조사는 없으나 약 4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45%가 직영, 47%가 아웃소싱업체이다. 자회사를 직영으로 포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외주화 규모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외주화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저축은행중앙회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조합도, 근로기준법도 없이 조금만 사측의 눈밖에 나거나 또는 사측의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 해고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용기내어 투쟁하고 있는 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절박하고 중요하다. 저축은행중앙회 이하나 조합원은 67일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진행된 투쟁문화제에서 우리가 포기하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또 거리로 나오게 될 테니까 이번주까지만 버텨 보자, 이번달까지만 버텨보자 하며 이어온 투쟁이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온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김금영 지회장도 같은 날 발언에서 수많은 상담사들이 우울증, 건강악화,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해고로 거리에 나앉는 이런 사태가 매일 같이 일어나 가슴이 아프다. 콜센터 산업종사자가 40만 명이라 하는데, 강산이 변해도 여성이 집중된 노동에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감정노동, 높은 이직률 같은 말이 따라붙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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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김금영 서울지회장이 6월 7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문화제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도록 만드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원청으로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오히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위탁운영사업과 관련한 인력채용 등은 효성ITX의 고유 권한으로 저축은행중앙회와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마치 귀하와 효성ITX 사이의 고용문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피켓을 사용했고,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 저축은행중앙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효성ITX 뒤에 숨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원청 저축은행중앙회의 파렴치한 태도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먼저 생산성 강화를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변경하고, 용역업체인 유니에스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공격하도록 만든 주범이지만, 뒷자리로 물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을 관망하고 있다. 애초에 용역업체가 인센티브제로 노동자들을 경쟁시켜 나눠주는 돈은 모두 상담사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직접인건비이다. 그런데 직접인건비 중 최저임금 수준을 제한 나머지 돈을 회사가 마음대로 인센티브제라는 기준을 세워 노동자들에게 차등분배하며 중간착취를 해왔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동자들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방치했다. 중간착취로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으로 내몰고 경쟁을 강요하기만 하는 자회사, 용역회사를 철폐시키고 원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만들자.

 

콜센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인센티브제 폐지를 위해 싸우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도, 노동조합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용기내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저축은행중앙회 해고노동자들도 본능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의 투쟁이 노동조합도 없이 유령처럼 떠도는 40만 콜센터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라는 것을. 이제 이 투쟁을 함께 사수하고 승리로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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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인 저축은행중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책임을 지고 해고된 노동자를 원직복직시키고 인센티브제를 폐지하도록 민주노조 운동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진정으로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참조기사

*언제든 '짤릴 각오'해야만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 참여와혁신 (laborplus.co.kr)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노동자 세 명의 바위치기 - 참여와혁신 (laborplus.co.kr)

***콜센터가 비핵심 업무? 이미 금융기관내 주요부서로 기능해 < 현장투쟁 < 산별/지역 < 기사본문 - 노동과세계 (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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