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최저임금제도,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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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최저임금제도,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라

  • 양동민
  • 등록 2023.05.18 16:19
  • 조회수 245

최저임금제도는 평등한가?

 

대선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이미 오랫동안 차등적용되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예컨대 2007년 이전까지 경비노동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에게는 심신의 피로가 적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었다. 2015년이 되어서야 경비노동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는 최저임금 100%를 받게 되었고, 2017년에 들어서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감시·단속적 노동자에 대한 적용예외 조항이 삭제됐다. 1년 이상 계약하는 노동자에게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의 90%를 줄 수 있다는 수습기간 최저임금 감액 조항(최저임금법 5조 2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늘어나는 최저임금제도 바깥의 노동자들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 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는 최소 16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임금노동자 중 최저임금법과 4대보험 적용을 받는 ‘진성 임금노동자’를 제외한 74만 명과, 1인 자영업자 중 ‘진성 1인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특수고용직의 네 가지 특징을 가진 91만 명을 합한 것이다. 또한 ‘진성 1인 자영업자’에 해당되지 않으나, 특수고용직의 네 가지 특징 중 한 가지 이상이 해당되지 않는(종속성이 낮은) 이들은 55만 명으로, 이들까지 특수고용으로 포함하면 최대 221만 노동자가 특수고용 형태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130만 명)와 비교하면 7년 새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2022년 12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 등)의 단순 중개‧소개 또는 알선을 포함한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292만 명으로, 2021년 약 220만 명에 비해 1년 사이 약 72.2만 명(32.9%) 증가했다.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80만 명으로, 2021년 약 66만 명 대비 13.4만 명 증가했다. 2020년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가 22만 명 규모임을 감안하면,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2년 사이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실제로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실질임금을 받는다. 2022년 3월 31일 플랫폼 노동자 적정소득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의 월 평균 실수입은 125만2천 원에 불과했다. 이는 시간 당 7,289원 꼴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이다. 특히 여성이 훨씬 많이 종사하는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시간 당 실수입이 2,151원밖에 되지 않았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3.9%는 월평균 수입이 15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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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를 비롯한 협의의 플랫폼 산업 노동자들은 2년 사이 4배로 늘었다 

 

진정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최저임금 투쟁의 역동성을 되찾자

 

플랫폼과 특수고용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폭증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투쟁 주체로 세워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투쟁이자, 동시에 최저임금제도 바깥 노동자들에게 제도를 확장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괄한다면, 훨씬 역동적인 최저임금 투쟁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랫폼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투쟁에 함께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업종별 특성으로 여전히 구체적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화물노동자나 배달라이더의 ‘안전운임제’, ‘안전배달료’와 같은 요구에서 기본적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운임(배달료)에서 기름 값, 유지비 등을 빼고 노동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을 기준으로 삼고 ‘최소한의 금액’ 이상으로 임금체계를 설계하자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해당 업종 최저임금제도의 성격을 지닌다. 힘과 의지만 있다면 소위 ‘건당’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얼마든지 최저임금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건당 최저임금’을, 시급 최저임금제도와 긴밀히 연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건당 운임(배달료) 상승률이 최소한 당해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같은 조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행 최저임금법의 5조 3항에는 시간 당 최저임금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건당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연동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법을 만들 수도 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까지 최저임금 투쟁주체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의 생활임금화’라는 노동운동의 목표에도 한걸음 더 가까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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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안전배달료 같은 요구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최저임금투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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