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즈라 브레인(Ezra Brain), 2023년 6월 2일
[역자 주]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다. 유래는 성소수자 인권 탄압에 맞서 투쟁한 스톤월 항쟁이다. 이듬해인 1970년 6월 28일 사람들이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맞서 성평등과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이들이 다양한 프라이드 먼스 축제, 퀴어 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와 권리실현 활동을 펼친다.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은 이성애자의 성정체성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성소수자 권리를 억압한다.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방해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민주적 권리는 더욱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올해 ‘퀴어 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청소년 관련 행사에 우선권을 주는 조례를 근거로 같은 날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기독교단체 청소년 참여 행사를 이유로 불허한 것이었다.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시설 사용을 불허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언론인 [레프트보이스]에 실린 글을 소개한다. 젠더(성) 평등을 앞당기기 위해 노동자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트랜스젠더1) 반대정책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프라이드 먼스가 찾아왔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500건이 넘는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이 발의되었고, 주마다 트랜스젠더 미성년자에 대한 성별 확인 치료2)를 금지하고 있으며, 많은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성인에 대해서도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최근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의 대선 출마 선언을 보면 트랜스젠더를 반대하는 정치가 곧 사라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보수우익들은 성소수자를 괴롭히고 공격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가장 이기적인 방식의 통합 시도조차 포기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백 건의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이 발의되는데도 연두교서에서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단 9초만 언급하는 등 모욕적일 정도로 불충분한 립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 보수우익이 더 많은 공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트랜스 청소년들이 학교 스포츠에 사실상 참여하지 못하게 할 각본을 공개했을 때도 그랬다. 이런 상황은 성소수자가 자긍심을 갖거나 조직적으로 맞서 싸우고 싶은 생각은커녕 ‘안전’하다고 느끼기조차 어렵게 한다. 성소수자로서 그리고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노동자 민중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작년 우리는 이러한 공격에 대항하는 행동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미국 전역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에 맞서 수업 거부와 시위를 조직했다. 청년들은 동원하고, 항의하며, 방해하는 것을 통해 저들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또 다른 희망은 미국 전역에서 노조 설립 운동을 시작하고 위력적 파업을 이끈 새로운 노동자운동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시간대학교 노동자의 파업은 성소수자 보호에 관한 요구를 주되게 걸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관한 요구를 피케팅에 포함시키고 있는 미국작가노동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파업도 있다. 청년의 투쟁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투쟁은 싸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힘을 연결하면서 공격에 굴복하지 않는 것!. 바로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노동권을 위한 투쟁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보수우익의 공격에 맞서 가장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투쟁에도 희망이 있다. 올해 초 프랑스 노동자계급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행한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일어섰다. 연금개악에 맞선 시위와 파업으로 프랑스는 몇 주 동안 혼란에 빠졌다. 이 투쟁은 국가의 공격에 맞선 투쟁의 로드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저 선출된 정치인이 우리를 위해 싸워주기를 바라고 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일어나, 생산을 중단하고, 거리를 시위대로 가득 채우며, 저들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성소수자 권리 침해 공격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보수우익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넘어 이 끔찍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싸우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성소수자 운동은 수없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나 싸워왔고, 투쟁 없이 지워지기를 거부해 온 공동체다.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3)과 스톤월의 전투적인 경찰 반대 항쟁4)에서부터 에이즈 혐오 공세에 맞선 대중 운동, 트랜스젠더 혐오에 맞선 현재의 조직화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주체의 운동 역사는 투쟁과 저항, 조직화의 역사였다. 또한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5)과 ‘여객선식당승무원노동조합(MCSU)’6) 사례를 비롯해서, 성소수자 단체들은 노동자운동과 단결하여 어떻게 성소수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가 하나인지를 보여주어 왔다. 마샤 P 존슨과 실비아 리베라부터 현재 거리로 나선 트랜스젠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운동은 반격하는 방법, 조직하는 방법, 국가로부터 중요한 양보를 얻어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투쟁 사례를 만들었다. 우리는 자본가, 정치인, 왜곡된 역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든, 정치인과 법원이 옳은 일을 하기를 바라며 가만히 앉아서, 결혼할 권리, 성전환할 권리, 부모가 될 권리, 고용 및 주거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구걸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국가가 우리에게 양보할 때까지 조직하고, 싸우고, 선동했다. 바로 이것이 싸워서 권리를 쟁취하는 방법이다.
이번 ‘자긍심의 달’에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고 트랜스젠더 권리를 위한 운동이 얼마나 시급한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 역사와 투쟁들은 이 운동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 보여주지만, 위험도 경고한다. 투쟁으로 만든 운동이 어떻게 이용당할 수 있는지,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과 그들의 NGO 동맹은 우리 운동의 모든 에너지를 투표소로 향하게 하고, 법원과 의회가 우리를 보호한다며 신뢰하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기관은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일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다시, 또 다시. 동성 결혼을 지지하거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공격을 중단시켰던 모든 법원들이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완전히 박탈하는 판결을 냈다. 법원, 의회,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다른 모든 기관은 우리 편이 아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편에 서서 자본의 안정성을 중시하고 자본가들이 우리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양보하는 것은 그들의 양심이 올바르거나 정의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양보하지 않을 경우에 마주할 저항이 두렵기 때문이다.
임신중지 권리에서 시민권, 성소수자 권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쟁취한 모든 것은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이다. 이 모든 투쟁에서 민주당은 기껏해야 장애물이었고 최악의 경우 적극적 반대자였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사용하기 좋을 때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반대한다. (지난 2년 동안 경찰 기금에 올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역동적이고 강력할 때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하는 척한다. 민주당이 트랜스젠더 반대법을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민주당은 우리에게 “삶이 걸린 선거”를 위해 투표소에 가야 한다고 강요하기 위해 항상 사회 문제에서 더 반동적인 공화당을 활용할 뿐이다. 지금도 민주당이 과도한 ‘정치적 각성(wokeness)’을 공격하는 것부터 기본적으로 법안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발언을 거부하는 것까지 트랜스젠더 권리를 위한 싸움을 포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랜스젠더 권리와 자긍심을 지키고 보호하려면, 우리는 민주당과 결별해야 한다. 민주당은 막다른 골목과 비참함,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심한 많은 것을 안길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이들의 정당, 우리 자신의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우리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싸워야 한다. 지구 생태를 오염시키고 황폐화하고,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우리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거나 굶주리게 만들고, 우리의 몸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성정체성을 제한하는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오직 사회주의만이 억압의 물질적 토대를 없애고 진정으로 해방을 쟁취할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과 억압받는 이들은 사회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 사회주의가 아니면 야만뿐, 다른 선택지는 없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의 자긍심, 사회적 투쟁의 기세를 빼앗는 혐오와 차별의 준동에 맞서자. 우리 자신을 위해, 동지를 위해, 성소수자 운동을 위해 싸우자. 노동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 운동이 성소수자 운동과 함께할 것을 촉구하자. 우리의 권리를 빼앗으려는 보수우익 악당을 물리치자. 민주당과 그들의 출구 없는 ‘차악 논리’를 거부하자. 우리 자신의 정당을 위해 싸우자. 사회주의를 위해 싸우자. 자긍심은 거리에 있다. 그것은 우리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며 우리 투쟁의 역사다. 투사에게 명예를 돌려주자.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is-pride-month-there-is-hope-in-fighting-back-pride-is-in-the-streets/
[역자 주]
1) 트랜스젠더란? 사회적 성(gender)과 생물학적 성별(sex)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2) 성별 괴리로 인한 호르몬 치료 등. 트랜스젠더의 삶에 의료적 치료는 필수적이다.
3) 최초의 퀴어항쟁. 1966년 8월 어느 주말 밤, 미국 샌프란시스코 컴튼스 카페에서 경찰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폭력적으로 연행하려 했다. 이 트랜스여성은 직접행동으로 경찰에 저항했고, 많은 이들이 함께 나서서 거리에서 투쟁했다. ‘그런 저항 이후 (...) 도시는 트랜스젠더를 그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적법한 요구를 지닌 시민으로 대하기 시작했다._수잔 스트라이커, <트랜스젠더의 역사>’
4) 퀴어 자긍심의 달의 기원이 된 항쟁. 1969년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동성애를 ‘자연을 거스르는 범죄’라며 불법화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일터의 괴롭힘과 해고, 폭행과 구속 등이 넘쳐났다. 경찰이 성소수자가 모이던 스톤월 주점을 급습했고, 차림새가 이성애자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저항했다. 4일간 경찰의 폭력과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 혐오에 맞서 싸웠다.
5)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
6) 여객선식당승무원노동조합(MCSU)
http://newsocialist.org/old_mag/magazine/14/article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