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돌봄 환경 황폐하게 만든 오세훈 시장, 후안무치하다!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서울시의 심각한 차별에 결코 순응할 수 없으며 노동권 후퇴에 동의할 여지는 추호도 없다.”
8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위협하는 임금 개악, 노동권 후퇴에 반대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여성단체‧노동자 선언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서울시가 돌봄 공공성을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외쳤다.
돌봄 공공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9년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영유아, 노인, 장애인을 위한 돌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되지도 않아 설립 취지가 무색한 지경이 됐고, 돌봄 노동자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여성단체와 여성 노동자들이 서사원 투쟁을 지지하는 선언에 나섰다. 며칠 사이에 32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선언에서는 돌봄노동의 공공성 강화, 여성 노동자 권리 쟁취를 위한 외침과 서울시의 돌봄 공공성 후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효율이 문제?
오세훈 시장은 2022년 12월 16일 최초 출연동의안 210억에서 142억(서울시 42억, 서울시의회 100억)을 삭감해 68억 원을 편성하며, 촉탁직 재고용 약속 파기, 방문요양보호사에게 월급제 대신 시급제로 전환, 병가 70% 사용 등 임금 개악과 노동조건의 심각한 후퇴를 강요했다. ‘종사자 권리 중심의 운영체계로 인해 민간 대비 높은 인건비, 종사자 도덕적 해이, 조직 운영 비효율 등 발생’이 그 이유라고 한다.
“2018년 보육교사, 2019년 방문요양보호사 근속연수는 3.1년. 돌봄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당연히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 때문이다. 2019년 방문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약 80만 원으로 근속기간 1년 미만은 25%나 된다. 민간 방문요양센터는 전국에 1만 5,000개, 개인사업체 설립 비율은 88%나 된다! 2020년 말 기준, 어린이집 보육교사 23만 명, 요양보호사 45만 명으로 이들의 돌봄을 받는 영유아와 노인은 200만 명을 넘는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은 돌봄노동 관련 최근 통계를 제시하며 이렇게 결론 내린다. “자본의 논리로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여성 돌봄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와 고용불안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돌봄 정책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동지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여성 노동자의 권리 쟁취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공공돌봄대책위와 이번 선언에 참가하면서, 이렇게 발언했다.
“만들어진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더 확대되기는커녕 예산 축소와 폐쇄 얘기가 나오다니! 이유가 정말 기막히다. 공공 돌봄기관이면 민간보다 나은 노동조건과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공공성을 확대 강화하기는커녕 민간과 비교하며 효율성을 따진다면 그것은 서울시가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돌봄노동에서의 효율성이란, 비용 대비 이윤이 아니라 돌봄서비스 대상의 만족도와 안정감이 높은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그러려면 돌봄 노동자에게 안정된 노동조건과 임금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성 노동자만 왜 더 가난하고 더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물음을 던지고, 여성 노동자도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사회적으로 목소리 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고용보장, 노동조건 사수 요구는 이런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전진도 동지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여성 노동 평가절하, 돌봄 공공성 후퇴, 오세훈 서울시장이 책임져라
돌봄노동 정책 후퇴의 밑바닥에는 여성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가 깔려있다는 비판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책임함에 대한 성토도 제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돌봄·가사 노동자를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고 도입하려는 정책을 주장하면서, ‘황무지에서 작은 낱알을 찾는 마음으로 제안한 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 한국 상황이 재생산 불가능한 황무지라면, 그 황무지 누가 만들었나? 서울시 돌봄 환경을 황폐하게 한 책임은 바로 오세훈 시장에게 있다. 자기가 일조한 문제를 근거로 또 다른 돌봄 노동자를 착취하고 돌봄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하다니, 후안무치하다. 일단 자기가 만든 황무지부터 되돌려놓아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게 나서라!”
“서울시는 시민에게 돌봄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 않고, 돌봄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만 따져 묻는다. 이러한 시장 논리 아래서, 돌봄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가족 내 여성에게, 또한 열악한 지위의 노동자에게 합당한 대가도 없이 떠넘겨질 것이다. 그러면 여성의 노동권은 상시로 위협받고, 돌봄 영역에서 노동조건이 무너지는 폐해는 도미노처럼 모든 노동자에게 향할 것이다.”(여성민우회 온다)
“국가와 자치정부, 기업은 여성의 노동을 ‘엄마’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때로 그냥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 인정 목록에서 지웠다. 그래야 싸게 쓰고 착취하고 후려치기 좋기 때문. 공공돌봄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서울시에 경고한다. 시민이 위임한 한시적 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르며 서울시의 공공성을 후퇴시키지 않기를 요청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하지 않겠다고 어깃장 부리다 시장직을 박탈당한 십여 년 전 일을 똑같이 겪을 것이다.”(너머서울 젠더팀 이상현)
서사원 투쟁은 모두의 투쟁이다
돌봄 영역에서는 이용자와 돌봄 노동자 사이의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돌봄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남성으로 서사원 지부장을 맡고 있는 오대희 동지는 말한다. “남성 돌봄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에 있다. (서사원은) 공공기관으로 그나마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생활임금과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 조금 더 많은 남성이 유입되었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고.
“2016년 2월 기준 활동보조인 수는 53,096명이며 남성이 5,969명(11.24%), 여성이 47,127명(88.76%)이다. 이용자(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수는 60,941명이고 남성이 37,377명(61.33%), 여성이 23,564명(38.67%)이다. 남성 이용자 수에 비해 남성 활동보조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누군가는 헌신과 희생으로 돌봄 현장을 지키고 있다.” 돌봄노동도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권리를 보장받아 마땅한 노동이다. 헌신과 희생은 저임금과 불안정고용, 열악한 노동조건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서사원 전 대표 사퇴 뒤) 서울시 대행이 오고 나서 서울시에서 전달받은 시급제로의 임금 개악이 강요되고 있다. 원청인 서울시가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왜 자꾸 서울시에서 전달받은 임금 개악을 강요하나. 그럴 거면 직접 교섭에 나와라. 서울시는 임금 개악, 축소를 원한다면, 당장 공청회를 개최하라. 가치 평가가 우선되어야 그 판단 아래 왜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체계가 우리와 달라야 하는지 설득이 되지 않겠나. 서울시의 심각한 차별에 결코 순응할 수 없으며 노동권 후퇴에 동의할 여지는 추호도 없다.”(오대희 지부장)
서사원은 예산 대폭 삭감,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전환 강요, 촉탁직 재고용 거부만이 아니라 위탁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민간 위탁으로 돌리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 모두는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애초 서사원 설립 취지를 역행하는 행태다. 서사원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투쟁의 정당성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번 투쟁을 계기로 민주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이 함께 손잡고 돌봄노동의 가치, 여성의 재생산노동에 대해 사회적 화두를 던지며 서로 더 굳건히 결합할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여성 노동자의 권리 향상, 돌봄노동이 정당하게 대우받을 권리 쟁취, 돌봄 공공성을 사수, 확대, 강화하기 위한 투쟁으로서 서사원 투쟁은 더 많은 노동자의 지지와 응원이 절실하다. 이번 선언에는 공공돌봄대책위에 아직 함께하지 않은 단체도 많이 참여했다. 이 선언을 통해 대책위가 확대되고 서사원 투쟁에 대한 연대의 흐름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의 더 단단한 연대와 단결의 발걸음도 진척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