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을 선포했다면, 그에 합당한 결기를 보여야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 그 기본권조차 박탈하는 이 악랄한 정권이 제멋대로 그은 선 안에 머물며 정권을 퇴진시킬 수는 없다.
저항할 권리조차 박탈하려는 정권의 탄압은 노골적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갈무리하고 하반기 투쟁을 결의하는 7월 15일 윤석열 퇴진 범국민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집회 행진을 가로막았고, 분노한 조합원들은 경찰이 제한한 차선을 넘어 전차로로 진출해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1명이 연행됐지만 이 사실은 집회 대오에 전해지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집회대오를 포위했지만, 민주노총은 그 상태로 정리집회를 시작했다. 물론 경찰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행진을 이끄는 방송차와 행진대오 사이로 경찰이 난입했고, 대열은 갈라졌다. 7월 총파업을 마무리하며 하반기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 난입한 경찰을 그대로 두고, 민주노총은 서둘러 집회를 정리했다. 집회·시위의 권리조차 박탈하는 이 추악한 정권에 분노와 결기를 보이기는커녕, 집회를 정리하는 데 급급했다. 명색이 총파업 집회조차 쫓기듯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발언과 구호가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지난 5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야간집회가 금지된 상황이다. 민주노총 스스로도 총파업 집회신고 대부분이 금지통고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부당하게 제약당하는 권리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이 정권이 집회를 오후 5시로 제한한다면, 적어도 5시 1분까지는 버티며 투쟁과 분노를 조직해온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가 아닌가.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기본권, 그 기본권조차 박탈하려는 정권에 맞서 노동자 민중이 싸우고 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키고자 연행을 감수하며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고, 오늘도 장애인 동지들은 이동권 쟁취를 위해 버스에 오르며 정권이 조장하는 혐오에 온몸으로 맞선다. 노동자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겠다고 선포한 민주노총은 정작 그에 걸맞은 태세로 120만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가.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노조탄압, 집회시위 권리 박탈, 실업급여제도 개악 공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합의. 정권이 노동자 민중을 벼랑으로 모는 지금, 민주노총은 틀을 깨고 정권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게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모아야 한다. 국가와 자본이 그은 선 안에 머물며 맥 빠지는 구호로 정권을 퇴진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노조탄압 중단’, ‘다단계하도급 철폐’, ‘윤석열 정권 퇴진’ - 유서에 적힌 열사의 염원, 그 어느 것 하나 실현하지 못하고 양회동 열사를 보낸 이 울분을 되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3년 7월 24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