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본의 ‘인류애’를 걷어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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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현대자동차 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본의 ‘인류애’를 걷어차자

  • 배예주
  • 등록 2024.11.22 11:42
  • 조회수 116

사진: 금속노조

 

지난 11월 19일 15시 10분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시험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세 번째 사망사고이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기억에는 한 번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은 사고다. 그런데 사고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 현장 노동자들은 지금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라 한다.

 

경보기 하나 없는 밀폐실험실

 

19일 현장에는 사고 문자가 빠르게 돌았다. 노동자들은 도대체 왜 ‘테스트부스 시운전’ 중 ‘질식사고’가 났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1조와 2조가 교대하는 시간 4공장과 5공장 주변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그리고 얼마 후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보도로, 금속노조의 현장조사와 대책회의 등으로 조금씩 사고 원인이 드러났다. 2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사망한 노동자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는 1차 소견을 내놓았다.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에 현장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차량 성능 실험실인 ‘체임버’에 경보기 하나가 없었다니! 밀폐공간에서 시속 160km로 달리는 차량을 시험하는데 유해가스 측정장치 하나 없고,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경보기나 표시장치 하나 없고, 위험 발생 시 조치할 관리감독자 하나 없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작업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보호구도 하나 없었다. 밀폐공간에서 질식사라니, 그야말로 어떠한 안전조치도 하지 않아 사람을 죽인 경악스러운 ‘기업살인’이다.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현대차 자본의 ‘인류애’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중심에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과 기여, 즉, 인류애(Humanity)가 늘 함께 해왔습니다”고 떠드는 현대차 자본은 최근 울산공장에서만 3건의 중대재해로 노동자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작년 7월 13일 엔진사업부에서 설비 정비 중 압착사고로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번 사고가 나기 12일 전, 전기차 신공장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장비 부실로 한 명의 노동자가 추락해 죽게 했다. 그런데도 노동자의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현대차 자본의 ‘인류애’가 또다시 셋이나 되는 노동자 목숨을 빼앗았다. 현대차는 언론에 떠들썩하게 사과와 조의를 표하면서도, 3명의 노동자가 죽은 바로 다음 날 자사 수상 소식을 전하는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뿌려 사고 소식을 덮으려 했다.

 

 

위험은 밀폐실험실에만 있지 않다

 

울산공장에만 이번 사고 장소와 동일한 실험실이 여러 개 있다. 그런데 배기가스로 노동자 안전에 위험을 가하는 곳은 이뿐이 아니다. 차량을 생산하는 완성차 라인의 마지막 OK공정에는 시동을 켜두는 작업공간이 있다. 라인 바닥 쪽에 배기구가 있지만, 이곳과 주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는 내내 배기가스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그곳에서 오래 일한 노동자는 암이 발생해 산업재해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질식사고 후 현장에서는 해당 OK공정에 대한 유해작업 진단과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배기가스 발생 공정 전반에 대한 노동안전 조치로 투쟁을 확장하지는 않고 있다. 어떠한 사고와 질병이든,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고 아프지 않도록 자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많은 임금이 목숨을 대신할 수 없다. 활동가들은 노동안전 요구와 투쟁 범위를 아래로부터 넓혀야 한다.

 

투쟁을 확장하자

 

자본에 대한 분노를 더 큰 투쟁으로 이어가자. 현대중공업에서도 한 달 전 유해가스 질식으로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자본은 ‘개인 질병’이라며 책임을 사망한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원하청 활동가들은 물론 유족까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두 투쟁을 연결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자본을 겨냥한 공동투쟁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원하청 활동가들이 연대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공동투쟁 기풍을 다시 세우자. 지역 연대투쟁과 함께, 현대그린푸드 등을 포함한 현대차 원하청 노동자가 노동안전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확장한다면, 이 성과는 부품사와 다단계 하청기업 정주·이주노동자의 노동안전을 위해 원하청 자본과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여러 시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에 맞선 싸움, 자본의 야만에 맞선 노동자의 인류애   

 

최근 국제엠네스티가 발간한 ‘권리를 충전하라 : 글로벌 전기차 기업 인권실사 보고평가’ 보고서를 보면, 현대차는 국제기준 부합여부에서 총점 90점 중 21점을 받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현대차를 포함해 대다수 자동차 자본은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고 인권 리스크를 줄이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에 일어난 끔찍한 중대재해는 현대차 자본의 대답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보여준다.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존재한다’는 현대차 자본, 정작 그들에게는 이윤 축적이라는 욕망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노동자 몇 명쯤 죽어도 된다는 야만이 있을 뿐이다. 과연 누가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는가. 노동자다. 그 누구도 일하다 죽고 다쳐서는 안 된다는 노동자의 당연한 생각, 바로 그 생각이 모든 민중을 향한 인류애의 뿌리다. 야만적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더 이상 죽지 않게, 같이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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