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한남동 관저로 몰려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사진: 연합뉴스
극우는 어떻게 결집하는가
윤석열은 한남동에 틀어박혀 극우세력에게 노동자 민중과의 내전을 선동하고 있다. 12월 28일 윤상현의 극우 집회 참여를 시작으로, 1월 5일 이철규와 김민전 등 9명이 극우 집회에 참여했다. 1월 6일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며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한남동 관저에 집결했고, 1월 9일에는 그 악명 높은 ‘백골단’이 국회에 등장했다. 최상목은 1월 3일 경호처 지휘를 거부했음은 물론 윤석열 경호인력 확대를 경찰에 지시하기까지 했고, 1월 10일 내란특검법 관련 여야 협상을 주문하며 내란공범들 편에 섰다.
극우의 발악과 함께 거대한 투쟁 속 교착 국면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비상계엄 직후 위축된 극우는 어떻게 다시 세력을 결집했는가? 정세의 주인이라도 된 양, 상황을 적당히 관리하며 ‘이재명 정부 수립’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민주당의 행보가 극우세력 결집을 부르고 있다. 그 면면을 살펴보자.
여야정협의체, 내란공범들과 국정운영을 협의하자는 민주당의 행보가 극우결집의 길을 열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민주당은 내란공범 한덕수 대행체제를 인정했고, 내란공범 한덕수와 국민의힘에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하며 내란세력의 전열 정비를 가능케 했다. 한덕수 탄핵 이후에는 다시 최상목과 국민의힘에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다. 도대체 누가 민주당에 내란공범들과 국정을 논할 권리를 부여했단 말인가? 한덕수를 비롯한 내란공범들은 윤석열과 함께 즉시 구속처벌되었어야 했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 해제에 조직적으로 불참하고, 국회 탄핵소추안 부결을 유도한 국민의힘 해체투쟁을 확대했어야 했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사유 내란죄 제외’가 극우결집에 기름을 부었다
다음으로, 1월 3일 민주당 주도 국회탄핵소추단은 윤석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고 ‘헌법 위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내란죄는 형법 사안인 바, 헌재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마비 시도 등이 ‘위헌’인지만을 다루고, 해당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는 형사법정으로 분리해 헌재 판결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극우세력의 결집에 기름을 붓는 그야말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왜인가?
첫째, ‘내란’은 대중이 윤석열을 타도해야 할 이유로 꼽는 첫째 이유이며 분노의 원천이다. 반대 측면에서 보자면, 극우세력이 발악하는 이유가 바로 윤석열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내란죄’로 직무가 정지되고 파면될 위기 때문이다. 돌아보자. 박근혜 탄핵인용 사유는 △대통령 지위와 권한남용 등 공직자윤리법 위반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 △국가공무원법상 비밀엄수의무 위배 등이었다. 윤석열의 ‘내란죄’는 박근혜 탄핵인용 사유와 비교할 수도 없이 무겁다. 노동자 민중과 극우세력 모두가 포기할 수 없는 대치선인 ‘내란죄 규정’에 있어, 헌재 판결을 앞당긴다는 이유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제외한 민주당의 결정으로 극우세력은 ‘사기 탄핵’을 운운할 명분을 얻었으며 더욱 단단히 결집하고 있다.
1월 4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사진: 국민의힘
둘째, 헌재의 탄핵인용을 앞당기는 것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지 심리 간소화가 아니다. 헌재는 그 구성 자체부터 ‘순수 사법기관’이 아니다(사실 그런 것은 세상에 없다). 헌재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세력균형을 반영해 구성되며, 헌재가 내리는 탄핵심판의 본질은 체제의 균열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 해결이다. 즉, 헌법재판은 그 자체가 ‘정치재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노동자 민중의 선택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헌재의 탄핵인용 사유에 내란죄를 확실히 포함함으로써, 향후 이어질 형사재판의 ‘내란주범’ 선고를 미리 확정하는 것, 이를 통해 향후 내란옹호 극우세력을 완전히 척결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사유 내란죄 제외는 극우세력에게 ‘투쟁으로 사기 탄핵을 입증했다’는 자신감을 부여했다. 물론 극우세력의 난동이 광장투쟁을 흔들지는 못하나, 민주당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극우는 더 단단히 뭉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결정 배경에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있으며, 더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질서의 조속한 복구’라는 목표 앞에 극우세력을 끝까지 청산할 수 없는 민주당의 근원적 한계가 있다.
‘그래도 이재명 정부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를 기억하자’ - 극우는 민주당 정부에 대한 반감을 조직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낳은 일등공신은 민주당 문재인 정부다. 대중은 촛불항쟁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했음을 잘 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극우세력의 난동 확대, 그 근본적 동력은 역대 민주당 정부에 대한 회의이자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감이다. 특히, 분노한 2030 여성·소수자들의 광장 진출 뒤에 존재하는 것은 20·30대 남성들의 회의다. 2022년 대선 당시 방송3사가 집계한 20대 남성의 윤석열 투표율은 58.7%, 30대 남성의 경우 52.8%에 달했다. 그렇다면 젊은 남성은 원래 국민의힘 성향이라서 윤석열을 지지했는가?
아니다. 문재인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문재인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2017년 2월임을 감안하면, 20대 남성 다수가 애초 ‘페미니즘’을 적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던 20대 남성은 정부에 실망했다. 즉,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급격한 회의가 이들을 윤석열로 이끈 것이며, 특히 ‘조국 사태’는 그 중요한 촉매였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았음을 스스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국 사태'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허울뿐인 성평등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 일련의 과정에서, 실질적 삶의 개선 없는 껍데기뿐인 ‘성평등’ 정책은 극우·보수세력의 악선동에 젊은 남성들을 노출시켰다.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문재인 정부가 여성을 위해 남성을 역차별해서인가? 물론 아니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성별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한국은 OECD 성별임금격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연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은 7.2%로 역대 정부 중 뒤에서 두 번째였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7.4%보다 낮았다.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자리 상황판’을 요란하게 전시했지만, 자본을 강제하지 않고는 여성에게건 남성에게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도 없었다. 즉,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보장에 있어 하등의 개선도 이루어내지 못한 정부가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늘어난 것은 여성 고위공무원, 공기업 여성 임원들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 10%, 여성 공공기관 임원 비율 20%를 달성한다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자 확대’를 내세웠고, 실제로 여성 대표자는 늘어났다. 그러나 착취자와 억압자의 성별을 바꾸는 것이, 여성착취자와 여성억압자 비율을 할당하는 것이 어떤 평등을 담보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페미니즘’을 앞세워 집권하고서도 박원순 등 성폭력 가해자를 감싸고 추모하며, 피해자에게 집단적 린치를 가하는 민주당의 위선은, ‘민주당식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냉소를 확대했을 뿐이다.
민주당은 박원순을 추모하며 집단적 2차 가해를 자행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남녀노동자 모두의 삶을 더 안정적이고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보수세력의 반페미니즘 혐오선동에 촉매를 제공했을 뿐이다. 현재 피부로 느껴지고 통계로 드러나는 20·30대 남성층의 낮은 광장투쟁 참여율은 ‘도로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 가장 고통받아온 대중이 떨쳐 일어나 민주노총을 부르고 있다
뼈저리게 경험했듯, 민주당은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꿀 수 없다. 민주당과 독립적인 노동자 투쟁을 확대하고, 그 투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나서자. 애초 조기대선에 이은 이재명 정부 수립으로 상황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민주당은, 내란세력의 완전한 청산이라는 광장의 요구를 수행할 수 없음이 그간 과정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다.
1월 3일부터 6일까지 민주노총이 주도한 윤석열 체포투쟁에 대한 지지에서 드러나듯, 2030 여성·소수자들은 노동자와 연대하며 놀라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한화오션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맞선 거통고 조선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1년 넘게 먹튀자본 닛토덴코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공장을 지키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투쟁에, 어처구니없는 대법원 패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에 맞서 장기투쟁을 벌이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에, A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축소은폐와 2차 가해에 맞서다 학교에서 쫓겨나고 해임당한 지혜복 교사의 투쟁에 2030대 여성·소수자들의 지지와 연대가 쇄도하고 있다.
1월 10-11일 옵티칼 희망텐트
이들은 윤석열 정권 아래 가장 고통받아온 동지들이고, 차별금지법제정 요구를 외면해 온 민주당에, 박원순의 성폭력을 감싸며 피해자를 공격하는 민주당에 분노해온 동지들이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자 달려오는 미조직 노동자들, 함께 민주노총에서 투쟁해야 할 동지들이다. 민주노총이 진정 길을 열 때다. 내란공범이 날뛰는 세상,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세상, 여성혐오와 소수자 혐오로 가득한 세상을 개조하는 총파업 투쟁에 나서자.
윤석열 정권을 박살내는 과정에서 모든 차별·혐오를 일소하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여성혐오 선동, 차별금지법 반대 공약으로 집권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운동에 노동자가 앞장서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해 노동자가 나서자. 일터에서부터 성폭력과 성차별을 끝장내자. 이와 함께 대대적인 노동조합 가입운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민주노총 200만 시대를 열어내자.
가자 총파업! 윤석열 즉각퇴진! 국민의힘 해체! 사회변혁 쟁취!
노동자계급이 준비가 되어있었다면, 윤석열 체포 관련 경호처 지휘를 거부하는 최상목 대행체제에 맞선 파업을 벌였을 것이다. 교착을 뚫어야 한다. 그 길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총파업 깃발을 들고 노동자의 손으로 윤석열 정권과 극우세력을 뿌리까지 청산할 때다. 윤석열 정권을 뿌리까지 청산하는 과정과 함께, 차별과 혐오를 일소하고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전면적으로 쟁취하는 사회변혁의 길을 열자.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내란공범들을 척결하자. 당장 모든 지역구 내란공범 국회의원 사무실로 진격해 즉각 사퇴 투쟁을 벌이자.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경부대를 해체하고, 군경 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 나아가 비상계엄제도 자체를 철폐해 극우세력이 다시는 기본권을 침탈하지 못하도록 하자.
둘째, 윤석열은 전쟁 도발을 통해 계엄령을 준비했다. 다시는 전쟁 도발을 통한 계엄령 발동이 불가능한 세상을 만들자. 전쟁 도발 시도를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자. 북중러 동맹과 마찬가지로 전쟁위기를 조장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해체하고, 모든 전쟁연습을 전면 중단시키자.
셋째, 노동자 민중의 국가권력 통제를 강화하자. 국회의원 소환제로 극우세력을, 또한 자본의 대리인들을 국회에서 쫓아내자. 검찰과 사법부 등 고위공직자를 선출하고 소환해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두자. 탄핵 시 대통령 파면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게 해, 헌재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손으로 무도한 권력자를 축출할 수 있도록 하자.
넷째, 혐오정치와 극우정치의 토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위기를 계급투쟁으로 해소하자. 파견법·정리해고제 철폐, 노동권 전면 확대는 물론, 육아·교육·주거·돌봄·노후를 국가책임으로 보장하게 하자. 평등의 토대는 생존권이다.
다섯째, 이 모든 절박한 요구를 쟁취하는 투쟁 속에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시작하자. 다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윤석열을 낳은 자본주의체제의 거대한 모순은 결코 민주당 정부가 해소할 수 없다. 위성정당 사태로 파산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그 새로운 순환을 총파업으로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