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장 장정훈
[인터뷰 정리] 이용덕
계엄이 발표된 후 현장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우려와 분노였습니다. 저는 12월 3일 늦게 계엄 사실을 알았습니다. 바로 간부들을 소집했고 사무실을 점검하고 국회로 올라갔습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가 없어지고 노동조합 활동도 인정되지 않을 테니 ‘우리 다 잡혀가는 건가?, 두 딸 얼굴 본지도 꽤 됐는데 딸들 얼굴 한번은 보고 가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분노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계엄이 선포된 후 2주도 안 된 12월 14일 화물연대는 8,000여 조합원이 모여 퇴진 집회를 열었습니다. 2주 안에 이런 전국 단위 집회를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알아서 스스로 온 조합원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계엄에 대한 분노가 큽니다.
화물연대는 2년 전 비상계엄을 먼저 당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화물연대 파업을 악랄하게 탄압했습니다. 화물연대를 ‘조폭’, ‘북핵 같은 위협’, ‘반국가단체’로 부르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공정거래위와 검찰은 노동조합인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까지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와 검찰은 계엄군처럼 행동했습니다.
집중적인 탄압을 받으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쟁취하지 못하고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들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술적으로는 아주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저희 내부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화물연대 하면 ‘컨테이너’,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의 파괴력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파업에선 내수 물량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실제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차와 반도체(삼성, 하이닉스) 물류를 담당하는 조합원들이 움직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세 시간 멈춰 섰습니다. 화학단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울산, 대산, 여수 등 대규모 화학단지를 멈춤으로써 국가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공정위와 경찰이 60~70곳 이상의 화물연대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했지만, 그들이 손에 쥔 것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화물연대가 2차, 3차 파업으로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파업 당시 복귀를 둘러싸고 내부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화물연대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 6월 15일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 사진: 노동과 세계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후 화물노동자의 삶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제'처럼 화물노동자가 받는 최소 운송료를 법으로 정하는 것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시범운영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됐습니다. 2022년 파업도 그렇고 우리는 줄곧 안전운임제 상시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계속 탄압을 받았지만 우리의 요구는 알려졌고 국토부와 정치권은 화물운송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라도 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김정재가 발의한 안은 안전운임제는 반대하고 처벌과 강제조항이 없는 표준운임제를 얘기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표준운임제가 아니라 안전운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곤 있지만, 단계적 품목 확대를 얘기하며 화물연대의 요구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재입법, 품목 확대는 당연하고 안전운임제 복원의 그늘에 가려져있는 지입제 폐지, 즉 내 차를 내 명의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명의신탁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조직적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폐지 이후 화물노동자의 삶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특히 안전운임제가 반드시 필요한 장거리 노선의 경우는 임금이 30% 이상 깎였습니다. 안전운임제가 절실한 노동자들, 예를 들어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였습니다. 광양, 평택, 당진, 인천 등 조직된 거점에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을 어느 정도 방어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고 특히 미조직 노동자들은 더 많이 삭감당했습니다. 안전운임제라는 기준이 없으니, 운송사들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합니다. 저희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화물노동자의 월 소득은 378만 원에서 241만 원으로 줄고, 월평균 노동시간은 264시간에서 309시간으로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일거리가 부족합니다. 임금이 삭감되는 노동자들은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거리가 없어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화물노동자의 삶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 국면에서 화물노동자 투쟁에 대한 고민을 얘기해 주십시오.
계엄 이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재입법·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확대간부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계엄 이후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화물연대 요구를 법안으로 통과시킬 수 있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을 움직이는 것은, 노동자의 투쟁뿐입니다. 민주당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노동자들이 계속 싸워야 합니다. 정치총파업은 당장 어렵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존재하지만 바뀔 수 있고 바꿔 내야 합니다. 조직해야 합니다. 화물연대가 나서야 합니다. 윤석열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야 합니다.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합니다. 안전운임제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해야 합니다. 윤석열 퇴진과 안전운임제 재입법, 지입제 폐지를 위한 투쟁 방법을 고민하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싸워야, 더 힘차게 싸워야 윤석열 이후의 세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즉각퇴진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 사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