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해요” 누구나노조지회의 시화 동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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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우리에겐 독자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해요” 누구나노조지회의 시화 동지를 만나다

  • 유지원
  • 등록 2025.06.03 14:46
  • 조회수 251

12.3 내란 이후,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는 많은 말벌동지들을 만났다. 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뒤에도 많은 ‘말벌동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 노동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왔을까? 그 전에 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이들은 왜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은 대오에 섰을까? 대선 시기에 들어서며, 광장에서 우리가 외쳤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는 중집에서 민주당 지지안건 통과를 시도했고, 이미 전현직 간부와 단위노조의 민주당 지지가 줄지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을 믿고 투쟁했던 말벌 동지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금도 고공투쟁중인 3개의 투쟁사업장을 비롯해 여러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고 있는 말벌동지들 중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시화(김형은) 동지였다. ‘단결 투쟁’이라 적힌 머리띠를 묶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고양이를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둔 그는 인터뷰이 요청에 망설임 없이 흔쾌히 응해주었다. 내란 사태 이후 광장을 경유하며 민주일반노조 누구나지회의 조합원으로 함께하게 된 그의 SNS 피드는 쿠팡 노동자의 선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포스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원 연대를 요청하는 포스터, 135주년 세계 노동절 맞이 고공농성 투쟁사업장과 비정규직 단위들이 함께한 1000인 선언 라이브 영상 링크 등 온통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의 가장 최근 게시물에는 2025 퀴어퍼레이드를 홍보하는 해시태그가 들어있었다. #우리는결코멈추지않는다. 시화 동지는 어떤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과 함께, ‘결코 멈추지 않을’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 광장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화(김형은)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5년 3월 15일, 거통조선하청지회 지회장 김형수 동지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날 밤, 시화(김형은) 동지를 비롯한 누구나노조지회 조합원들이 휴대폰 플래시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Q1. 12·3 내란사태 이전에도 사회의제나 활동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주로 어느 방면에서였나요? 집회에 참여해본 적이 있으셨나요? 혹은 아예 없으셨나요? 처음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회의제,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집회에 참여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제에 대해 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퀴어문화축제를 한 번도 집회로 인식하지는 않았지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실하게…? 참여했었어요.

 

박근혜 파면 이후로도 여성을 비롯해 소수자에 대한 정책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그 뒤로) 개인의 정신건강도 좋지 않아져서 집회 참여를 한동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 포고 과정을 전부 봤으면서도 국회로 가지 못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광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불안감과 죄책감, 미안함 등의 감정이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Q2. 윤석열 퇴진 광장에 나오고 난 후로 스스로 가장 변화했다고 느끼신 지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혹시 그것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정치적 입장과도 연관이 있다면, 조금만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타인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는 것, 인사를 하는 것이 조금 쉬워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광장에 나와서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외치는 말'들이 왜 진보 의제가 되었는지, 사회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을 되돌리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과 용기를 많이 얻었죠. 저들이 지치기 전에 함께 외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선에는 살면서 처음으로 소신투표를 해볼 계획이에요.

 

Q3. 윤석열 퇴진 광장 속에서도 대안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개중에서도 노동자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이끌리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취업을 준비하며 다양한 곳의 취업 조건들을 비교해보았고, 내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직종에 정규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수가 많지는 않고 자격조건도 많이 걸려있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나만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가지면 되는 걸까?” 스스로 질문을 해봤는데, 모두에게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내 일자리의 조건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4. 결국 윤석열은 노동자민중의 이름으로 파면을 선고받았습니다. 윤석열 파면 광장도 일단락되며 퇴진 이후를 향해가는 사회대개혁의 광장이 새로이 열렸고요. 그러나 혹시 개인적으로 평가하시는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파면 이후 조직된 노동자 운동(민주노총)에 바라는 점 또는 조직된 운동(민주노총)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길이 있으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사회대개혁의 광장이라고 말을 하지만, 자꾸 의회적인 방식으로만 풀이하려는 게 아쉽습니다. 퇴진 투쟁에서 나왔던 다양한 의제들 중 어떤 것들은 또다시 일부만 얘기하는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어 아쉬워요.

 

민주노총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기존 산별 체계에서는 조직될 수 없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더 작은 사업장들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비중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나도록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그 방법을 잘 홍보하고, 더 많이 조직하거나, 조직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잘 대변하는 노동자 운동이 되면 좋겠습니다.

 

Q5. 최근 민주노총 중집에서의 대선방침 논의 이후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의 민주당과 정책협약 시도가 언론화되며 뜨거운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의 직전에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민주당 단일화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동지께서는 보수양당과 구분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의 노동자계급에게는)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책협약 시도나 김재연 후보의 단일화를 아쉽게 느낍니다. 자본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기대어서는 정책, 법안을 입안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재판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자본이 그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마저 광장에서 종종 보게 되면서 일단 노동자계급이 정치세력화되지 않으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가장 가까운 얘기를 해주는 정치인이 필요해서였고요.

 

Q6. 모두가 ‘사회대개혁’을 이야기합니다. 윤석열 퇴진 이후를 그리는 상도 저마다 각기 조금씩은 다른 만큼, 그 디테일의 차이도 천차만별인데요.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을 말할 때, 동지께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 또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역시나 "차별금지법 제정"입니다. 우선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말하는 권영국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도록 함께할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볼 예정이에요, 그 다음은, 차차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 정확히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할지 제 안에서 명확하게 정리된 바가 없어서요. 먼저 투쟁을 시작한 사람들의 곁에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Q7.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동지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나 소감이 있다면, 남기지 말고 전부 들려주세요.

 

인터뷰를 비대면으로라도 시간 맞춰 진행했어야 했구나 싶은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멋진 질문이었습니다…! 작성하는 내내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별개로 전진 동지들이 열어주신 사회주의 기초학습 강의 잘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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