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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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양경수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

자본가 정치와 노동자 정치의 근본 경계선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

  • 이용덕
  • 등록 2025.05.28 13:27
  • 조회수 366

사진: 한겨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깃발이 관료들의 발밑에서 무참히 짓이겨졌다. 자본가 정치와는 다른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노동자계급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됐다. 한국 노동자들도 일제 강점기부터 사회변혁을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고민했고, 자본가 지배계급의 정당과 다른 정당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자본가계급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숱한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지켜왔던 최소한의 뿌리마저 무참히 뽑으려 한다.

 

양경수 집행부는 4월 29일 ‘진보정당 및 진보정당과 연대 연합한 후보’ 지지 방침을 내세워 이재명 지지의 길을 열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사퇴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 진보정당 후보로 남게 됐다. 하지만, 5월 20일 중집에서는 권영국 후보 지지 결정도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6월 3일을 맞이하게 됐다.

 

이들의 심각한 죄악이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얼버무려진다면, 민주노총은 원칙도, 대의도, 규율도 없는 허깨비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 당장 중집 회의록을 낱낱이 공개하라!

양경수 집행부는 석고대죄하고 지금 당장 물러나라!

 

최악의 비겁함

 

민주노총 집행부가 ‘결론 없는 종결’, ‘지지 후보 없음’을 밀어붙인 이유는 권영국 후보에 대한 조직적 지지를 막고 실제로는 이재명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삼척동자도 진보정당과 연대 연합한 후보,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진보당이 굴욕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이재명이란 사실을 안다. 양경수 집행부는 비겁하게도 이재명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사퇴에 대한 반발로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몇몇 집행부가 사퇴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퇴 이유를 모르겠다’는 뻔뻔한 거짓말까지 늘어놓았다.

 

또한 이재명 지지는 2023년 9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당시 결정은 다음과 같다. “보수 양당체제 타파와 진보정치세력이 위력적인 대안 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한다. 보수 양당에는 당연히 민주당이 포함된다. 더구나 최근 이재명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헷갈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임기 3년에 불과한 집행부가, 대의원대회 하위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가 상위기구 결정을 뒤집을 권한이 있는가?

 

근본 경계선을 허물어 버리다!

 

이재명 지지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극우 보수세력뿐 아니라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과도 맞서며 고통 속에서도 지켜 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깃발을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시도다. 자본가 정치 대 노동자 정치라는 근본 경계선을 완전히 허물려는 시도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2024년 총선에서도 진보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반미 경력’을 내세우며 진보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 교체를 요구하자, 진보당은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역 차원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려고 했다.

 

진보정당의 ‘민주당 이중대’ 노선은 그 역사가 길다. 예를 들어 옛 민주노동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에 대한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반MB연대(반이명박 연대)를 추진했다. 정의당의 경우, 노동자 후보임을 내세웠던 여영국 후보조차 2019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몰두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조금도 폭로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다. 이는 노동자 운동을 민주당이라는 ‘자본가 정당’을 넘어 민주당 ‘자본가 정부’에까지 종속시키는 행위였다. 정의당 대표였던 이정미는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라고도 발언했다.

 

민주노동당과 그들의 뒤를 이은 몇몇 개량주의 정당은, 자본주의 체제와 정치 질서 안에서일지라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야권연대 노선을 줄기차게 고수하며, 노동자들의 정치적 잠재력을 갉아먹으며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순응을 선택했다. 선거 때 잠시 왼쪽을 바라보며 노동자에게 표를 구걸하곤 했지만, 그들의 민주당 추종 경향은 갈수록 강해졌다. 이제 노동자 정치의 퇴보는 진화를 거듭해 대선에서 자본가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라는 비극적 주장에까지 이르렀다.

 

자본가정당과 함께 내란세력 청산?

 

 

이재명은 윤석열 체포 이후 ”안타까운 일, 이제 민생과 경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퇴진 투쟁의 중요한 국면마다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졌고, 수시로 내란세력에게 기회를 줬다. 국민의힘과 함께 꾸린 여·야·정협의체가 대표적인 예다.

 

윤석을 퇴진 투쟁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세력은 노동자 민중이다. 착취와 억압, 차별과 소외에 짓눌려왔던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내란세력 척결과 함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변혁 요구를 간절히 외쳤다.

 

“거통고 동지들이 서울에 온 지도 65일이 되었습니다. 우린 도대체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합니까? 언제까지 반도체, 반도체가 그렇게 잘난 이 국가에서 반도체 때문에 죽는 노동자가 몇이나 더 나와야 우리는, 우리를 죽이는 위험 물질이 그게 도대체 뭔지라도 알 수 있게 되는 겁니까? 도대체 몇 명의 트랜스젠더가 더 죽어야 우리는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까? 도대체 몇 명의 발달장애인이 더 죽어야 감옥이 아닌 사회에서 살 수 있습니까?”

- 3월 13일, 투쟁 3단위 공동주최 오픈 마이크에서 야생맘마먹음이보존협회(말벌 시민) 발언 일부

 

차별금지법 제정과 모든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도 거부하면서,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부자 감세 등으로 재벌과 가진 자들의 이익을 앞장세우는 민주당이 어떻게 광장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보수세력은 스스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극우 보수는 민주당 정부의 한계와 무능력으로부터 나오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그럼에도 노동자 운동이 거듭 추락한 민주당 정부와 공조한 결과는 무엇일까? 자본가 정치세력과 다른 왼쪽의 대안을 스스로 지움으로써, 민주당과 다른 대안을 찾는 대중을 극우 보수에 갖다 바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극우 준동의 뿌리는 쇠퇴하는 자본주의 자체다.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토해내는 실업과 불평등, 가난과 생활의 불안정성,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리며 대안을 찾고 있다. 절망적 상황에 놓인 수많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극우세력은 이런 정치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들은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어, 그들을 공격해야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이,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수호자인 민주당이 극우 준동의 토대를 없앨 수 있는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민주당 정부는 대중에게 쓰라린 환멸과 배신을 안겨 극우가 성장할 토대를 만들 뿐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하기 전까지는 극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자본가계급이 챙기는 이윤도 늘리면서 노동자계급의 고통도 완화하는 자본주의를 꿈꾼다. 노골적인 억압 대신, 사회적 합의나 타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들의 실체는 곧 폭로된다.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공격하지 않고 체제를 지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자본주의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자본가 정부가 쥔 위기 완화 수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격화하는 국제 경쟁, 과잉 생산과 이윤율 하락, 수요 부족이 모든 자본가 정부를 휘감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온건한 자본가 정부를 표방하다 노골적인 자본가 정부로 변모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재인은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의 힘을 의식하기라도 했다. 이재명은 윤석열을 탄핵한 응원봉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의 선언은 그런 뜻이다.

 

결국, 민주당을 통해서는 내란세력을 척결할 수도,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실현할 수도 없다.

 

 

유일한 길

 

우리는 민주노총 조합원 다수도 이재명에게 표를 던지려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자본주의 선거제도 자체가 대중의 눈과 귀를 거대 정당들에 고정시키고 있고, 노동자들의 열망을 실현할 다른 정치적 대안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열망은 노동자 정치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모아져야 한다. 느려 보이지만,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며 무엇보다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짓이겨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깃발을 다시 세우려면 지금까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봐왔듯 의회주의, 개량주의 정당은 노동자투쟁 및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자 조직에 기반한 투쟁정당이 아니다. 이 당들은 현장에서 노동대중과 함께하며 노동자의식을 키우는 선전 선동활동과 과감한 실천활동 대신,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와 TV에서 이름을 알리며 인기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의회주의적 활동에 몰두해 왔다. 이 정당들은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모인 현장에 조직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조직의 기초를 지역구나 의회에 두었다. 지역구와 의회 활동 역시 민주당과의 연합 및 종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원들과 수많은 지지자는 단지 선거 때 표를 던지는 존재로 전락하곤 했다.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활동과 투쟁은 곁가지가 됐다. 노동조합과 노동자 운동 내에서 배신행위를 저지르는 정당 소속 관료들은, 당의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거리낌 없이 활동한다.

 

진정 노동자들의 열망을 실현하려면 이런 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이윤 논리에 정면 도전하는 과감한 투쟁을 조직하는 당, 자본가계급에 확고히 맞서면서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철저히 관철해 나가는 진짜 노동자당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하고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가 떨쳐 일어서도록 조직하는 노동자당, 의회주의와 출세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선거와 의회를 철저히 노동자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혁명적 노동자당, 자본주의에 맞선 혁명적 강령에 근거해 노동자계급을 사회변혁으로 이끌 혁명적 노동자당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본주의는 가능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다. 다른 세상을 꿈꿔야만 한다. 다른 세상을 위한 진정한 도구를 찾아야 한다.

 

계급투쟁이 확장하고, 그 속에서 노동자의식과 자신감이 깨어날수록 진정한 노동자당 건설을 향한 노동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다. 윤석열 퇴진 투쟁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잠재력은 빛났다. 이 잠재력은 적절한 때를 만나면 폭발할 것이다.

 

이 길을 가려면 가장 먼저 낡고 부패한 세력들, 계급투쟁을 감당할 수 없는 세력들과 단절해야 한다. 민주당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노동자 정치를 자본가 정당에 갖다 바치는 세력들과 단절해야 한다. 그들에게 어떠한 환상도 갖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양경수 집행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양경수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 자본가 정치와 노동자 정치의 근본 경계선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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