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의 선동은 어떤 위험의 징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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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전한길의 선동은 어떤 위험의 징조인가?

  • 이용덕
  • 등록 2025.01.29 17:59
  • 조회수 586

사진: 전한길 유튜브 갈무리 

 

저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보수언론은 ‘역사 일타강사’로 알려진 전한길의 내란 옹호 선동을 발 빠르게 퍼 나르고 있다. 전한길의 유튜브 '꽃보다 전한길'의 구독자 수는 95만 명에 이르고, 그가 올린 '2030 세대와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의 조회수는 356만회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극우 유튜버 김성원의 'GROUND C'에 올린 '계엄령 내린 진짜 이유'도 조회수 362만을 기록하고 있다. 전한길의 영상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2030 세대를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성원도 극우 집회에 나온 2030 세대 참가자들을 인터뷰해 만든 영상을 계속 올렸다.

 

헌법재판소 바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먹은 극우세력은 여론전에 목숨을 걸었다. 윤석열 지지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려 헌법재판소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그 전에 공소기각, 보석신청을 밀어붙이면서 여론을 계속 움직이려 할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검찰의 윤석열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면서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송부 받은 검찰청 검사가) 전면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법적 근거나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검찰이 바로 구속기소를 했는데, 극우들은 검찰이 조사하지도 않고 기소했기 때문에,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기소가 ‘남(공수처)의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르는 꼴’이라며 검찰을 맹비난하고 있다. 저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핵심 약점과 강점

 

전한길은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상식파"라거나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때는 비상계엄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꺼내며 위장막을 친 뒤, 내란을 옹호한다. 전한길이나 김성원은 민주당이 22번의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선동한다.

 

민주당의 입법이나 탄핵에 윤석열은 손을 놓고 있었는가? 윤석열은 총 2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는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채상병 관련 특검법에는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짓밟은 윤석열의 독재를 조금도 비판하지 않는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부르주아 의회 내에서 수많은 논쟁과 다툼이 있었다. 국민의힘 세력들은 과거 노무현을 탄핵하려 했다. 계엄 전 사법 시스템이나 행정 시스템은 조금도 마비되지 않았다.

 

이렇듯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볼 수 있는 근거가 하나도 없기에, 현재 헌법 기준에서도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한 내란죄임이 틀림없다. 국회 내 헬기 착륙, 무장 계엄군 국회 청사 진입, 경찰의 국회 봉쇄와 출입 저지, 선관위 군병력 투입 등 헌법을 위반한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많은데, 이런 증거를 얘기하기 전에 계엄 선포 요건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일당이 '고도의 통치행위' 운운하며, 계엄이 정당하다고 우길 수 있는 이유는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계엄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집요하게 계엄 선포 요건을 따지는 이유는 그게 바로 저들의 핵심 약점이기 때문이지만, 역으로 살펴보면 계엄 선포 요건이 있는 것 자체가 저들의 핵심 강점이기 때문이다. 

 

포고령에서 볼 수 있듯 윤석열은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를 압살하려 했다. 파업, 태업, 집회 행위를 금지하려 했다. 계엄 제도가 살아 있는 한, 노동자 민중이 피흘려 쟁취한 물질적, 도덕적 성과는 언제든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내란죄 처벌을 넘어 계엄 제도의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 한 명에게 '국가비상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전권을 주고, 군병력 투입에 대한 전권을 주는 계엄 제도 자체가 독재의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 배나 더 큰 힘

 

전한길, 김성원 유의 주장이 새롭지는 않지만,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저들이 수만,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을 향한 공공연한 "대중적 이데올로기전"에 나섰다는 점이며, 그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저들의 논리 중 민주당에 대한 공격은 기본 상수인데, 민주당은 방어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자 민중의 삶을 망가뜨려 왔고 재벌들과 부자들의 삶을 지켜줬다. 그들은 노동계급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그들의 치떨리는 위선은 청년세대가 그들에게 등을 돌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내세울 게 없다.

 

근본적으로 민주당은 거의 모든 역량을 의회 안에서 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지배 정당일 뿐이며, 바로 그렇기에 지금도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저울질하는 등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하며 검찰과 법원에 매달리고 있다. 민주당을 제대로 비판하기는커녕, 그들의 왼쪽 날개에 머물렀던 진보당과 정의당은 그들의 행동이 쌓이고 쌓인 결과, 지금 국면에서도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민주당 정부 아래에서 줄기차게 싸워왔던 노동자들은 충분히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반드시 내야 한다. 누가 기세가 꺾이지 않은 극우들의 준동을 제압할 수 있는가? 누가 저들의 대중적 이데올로기전에 제대로 맞설 수 있는가?

 

노동자계급은 국회 바깥에서 엄청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작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만 명이 결집해 있는 민주노조는 이데올로기전의 중요한 거점이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수많은 현장에서 선전할 수 있고, 선동할 수 있고, 현장 토론을 조직할 수 있다. 백만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살아 있는 스피커가 된다면 극우 유튜버들보다 100배나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계급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나 물리적 측면에서나 압도적인 힘으로 극우세력을 격퇴할 수 있다.

 

모든 진지한 활동가와 간부가 현장 활동에 나서야 한다. 조합원들과 저들의 논리를 토론하고, 노동자의 요구를 제기하며, 지도부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방법, 투쟁하고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과 2030 세대와 결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확대되는 투쟁, 더 과감한 투쟁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래서 저들의 이데올로기전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면 윤석열 지지율이 50~60% 오르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넘어가고 있는 2030 세대

 

한 세대의 특성을 뭉뚱그려 표현하거나 이들의 특성을 과장하면 구성원들의 현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세대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놓치게 된다. 그 점을 유의해야 하며,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2030 세대의 상당수, 특히 젊은 남성들의 상당수가 극우세력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서부지방법원 폭동에서도 나타났다. 전한길이나 김성원이 올린 영상 댓글에서도 극우로 넘어가고 있는 상당한 흐름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징조로, 극우세력 내에서의 주도권이 흔히 '태극기부대'로 알려진 노년층에서 젊은 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한길, 김성원 등은 이런 흐름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선도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중립적인 척, 공정한 척 포장할 줄 알며, 반공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자유주의, 공화주의, 전체주의 등을 끄집어내서 내란을 옹호하고 있다. 청년들의 절망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자본주의 위기의 심화 속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가 극우화 강풍에 휩쓸렸다. 그러는 동안 한국의 지배계급은 물론 노동자들의 상당수도 이른바 ‘K 시리즈’를 노래하며 '성장과 안정'에 관한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 실제로는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인을 중심으로 사회 한쪽에서 극심한 고통이 누적되고 있었다. 그것을 못 본 채 그럭저럭 안온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자본주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제적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시하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조직된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극우세력이 부상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극우세력은 대중의 고통과 절망을 자양분 삼아 소리 없이 계속 성장했다. 그 결과 지금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절망에 내몰린 수많은 사람은 기존 현실을 유지하고 땜방하기에 급급한 자유주의, 중도주의 세력을 불신한다. 급진적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들은 "윤석열만큼 반국가세력과 전투적으로 싸운 지도자가 없었다"라고 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지금 윤석열 친위쿠데타에 분노한 거대한 투쟁의 에너지가 존재할 때 극우세력을 제대로 제압하지 않는다면, 몇 달 후든, 몇 년 후든 노동자계급은 몇 십 배 힘든 투쟁을 벌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무관하게 극우세력은 계속 준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극우세력은 검찰과 헌법재판소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광장에 나서야 한다. 투쟁에 나선 2030 세대와 힘을 모아 내란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중단 없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위기는 더욱더 날카롭고 응축된 형태로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민중을 가난과 실업, 불평등과 불안정한 삶으로 내모는 쇠퇴한 자본주의로는 전진할 수 없다! 자본주의를 넘어서자! 노동자들과 가난한 민중이 정부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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