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거리에서 맞은 차례상과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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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언] 거리에서 맞은 차례상과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나누다

  • 배예주
  • 등록 2025.01.30 12:16
  • 조회수 108

2025년 음력 1월 1일(1.29) 설날 명절에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 동지들이 정성껏 마련한 차례상을 들고 투쟁하는 노동자, 장애인 동지들에게 달려갔다. 11시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마로니에공원 거리 차례에 이어 12시 20분, 세종호텔 농성장, 13시 거통고조선하청지회 한화 농성장에서 거리차례 행사가 이어졌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꿀잠 동지들, 여러 연대단위 노동자와 활동가들 그리고 깃발을 앞세운 2030여성과 퀴어 말벌동지들이 함께 참여해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등 노동자민중의 새해 소원과 복을 나누었다.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연대로 여는 설날의 기운은 뜨겁기만 했다.

 


 

#세종호텔 농성장 앞

허지희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해고노동자)

"재판결과에 실망하신 분들도 있고 했었는데요, 올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시고 해서 저희가 올해 정말 잘 싸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 현재 저희 매주 목요일 헌법재판소로 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왜 윤석열 퇴진에 세종호텔 해고자가 붙느냐라고 물으시면, 저희가 해고 3년 동안 여기 농성을 했었는데 작년 12월에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포고령을 보고 이제 우리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세종대에서 항의하는 것도, 복직투쟁을 하는 것도 이제 끝났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윤석열의 퇴진을 저희가 강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퇴진과 더불어 윤석열 없는 세상에서는 반드시 정리해고법이 없는 세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 해고자들도 올해는 반드시 모두가 20년, 30년 일하던 회사에 복직해서 우리가 원하던 그런 노동자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통고 한화본사 앞 농성장

강명지 (무지개조선소 말벌시민)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12월 11일에 학교에 붙인 대자보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해결되지 슬픔 속에 자랐습니다. 너의 성공과 행복에만 몰두하라 저는 신자유주의 영향에 깔린 목숨들을 봅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또래들이 죽고 물대포에 맞은 농민이 죽었습니다. 곳곳에서 일하던 또래가, 여수에서 실습하던 또래가 죽었습니다. 성별 정정 수술을 빌미로 강제전역 당한 여성이 죽고, 연극을 만들던 퀴어가 죽었습니다. 그저 일상을 누리려던 또래들은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택시기사의 분신자살은 주목조차 받지 못했고, 악성민원 끝에 새내기 교사를 숨지게 한다는 여전히 익명 속에 있습니다. 투쟁하는 장애인들은 폭력과 모욕과 죽음 속에 놓여 있습니다. 매일 들려오는 여성살해 소식은 그 수를 꼽을 수조차 없습니다. 셀 수 없는 죽음과 폭력에 둘러쌓여 무력해지면 매일 귀가는 그저 요행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슬픔을 종결하려 요구합니다. 언제까지 슬퍼할 셈이냐고 니가 조심하고 잘사는 게 최우선이라고 채근합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의 거리 차례가 그렇게 잊히게 하려고 애써왔던 죽음들을 잊지 않기 위한 우리의 의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광장에서 임을위한행진곡을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 노래를 좋아하려면 정말로 먼저 앞서가신 분들 혹은 세상을 떠나신 분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차례를 함께 지내면서 저 스스로도 어떤 죽음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열심히 더 강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런 자리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차례가 끝나고 음식을 나눠먹는 걸 음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어떤 혈연도 없이 동지란 이름으로 모인 만큼 더 많은 복을 나누고 더 많은 복을 새롭게 만들어서 새해에는 누구도 누락되지 않고 누구도 지워지지 않고 누구도 억울하게 죽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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