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2년을 넘어가던 10월 10일, 가자지구 저항군과 이스라엘의 휴전이 발효되었다. 휴전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세 차례에 걸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했고, 매일 포격과 총격으로 팔레스타인 민중 250여 명이 학살됐다. 여전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영토 53%를 강제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 점령군의 학살 지속으로 2단계 휴전 이행이 교착상태인 관계로, 휴전은 언제 파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5일(수)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은 울산시청 남문 앞에서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학생 공동행동 동지들이 참여했다. 울산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울산긴급행동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본부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대륙금속지회 △GS엔택지회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이수기업 △현대자동차지부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울산이주민센터 △울산노동자배움터 △노동자혁명당(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등 노조 간부·조합원과 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다나페트롤리엄은 어떤 기업인가? -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와 한국석유공사의 다나페트롤리엄 인수 경과
다나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은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한국석유공사는 2010년 9월 다나페트롤리엄 주주들에게 공개 주식인수를 제안하며 64.26%의 지지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다음 해 1월에는 지분 100%를 사들여 인수했다. 당시 다나페트롤리엄은 북해(영국·노르웨이·네덜란드), 아프리카(이집트·모로코·세네갈·모리타니아·기니) 지역 가스와 원유탐사·개발 및 생산시설을 가진 영국기업이었다. 한국석유공사의 다나페트롤리엄 인수 목적 중 하나가 영국북해 탐사와 개발이익 추구로 추정됐다. 다나페트롤리엄은 북해 30개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했고, 회사의 가스와 석유 생산량 중 70%가 북해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 12월 말, 한국석유공사는 다나페트롤리엄을 제외하고도 17개국 57개 해외 유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국내에서는 ‘4대강 사업’을, 국외로는 ‘자원외교’를 밀어붙였다. 2009년 초부터 페루(사비아-페루), 캐나다(하베스트), 카자흐스탄(숨베) 가스 및 원유탐사 광구와 기업을 줄줄이 인수했고, 다나페트롤리엄은 네 번째 인수기업이었다. 이때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다나페트롤리엄 인수 이후 세계 석유업계에서 한국석유공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자화자찬했다. 심지어 “이번에 다나페트롤리엄 인수는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을 편 셈”이라는 해괴한 말까지 늘어놓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2월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2010~2019년)’에서 구리, 가스, 석유 등의 발굴과 탐사를 위해 세계 곳곳을 후벼 팠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소위 ‘자원외교’는 2015년 국회 국정감사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 등을 계기로 그 터무니없음이 모두 밝혀졌다. 당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에너지 공기업 3사의 손실금은 30조 원에 달했고, 한국공기업들이 떠안은 부채는 56조 원이었다. 이 부담과 책임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어 박근혜 정부의 공공요금 및 담뱃값 인상 등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할 당시 다나페트롤리엄은 부실기업이었다. (석유공사가 앞서 인수했던 캐나다의 ‘하베스트’도 적자 상태였다.) 당시 다나페트롤리엄 지분 100% 장부가액은 1조 9,962억 원이었으나 석유공사는 부채까지 포함해 총 3조 4,000억 원에 다나페트롤리엄을 인수했고, 이명박 정권은 1조 5,000억 원을 더 퍼주고도 ‘적대적 M&A 성공사례’라며 다나페트롤리엄 인수를 과대포장했다. 석유공사가 다나페트롤리엄을 인수하는 과정은 국가와 자본의 공공재정에 대한 전용, 그 자체였다.
노동자 민중의 혈세를 빨아먹은 부실기업 다나페트롤리엄,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기업으로 변신하다
2014년부터 다나페트롤리엄은 막대한 적자에 허덕였다. 2020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한 다나페트롤리엄의 투자 대비 회수액은 22억 2,5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다나페트롤리엄은 한국석유공사 적자를 늘리는 ‘돈 먹는 하마’로 불렸다. 한국석유공사 부채비율은 2013년 180.1%에서 2019년 3,415.5%로 늘었으며 다나페트롤리엄 적자 역시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윤석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다나페트롤리엄 매각을 추진했다.
한국 정부와 석유공사가 다나페트롤리엄 매각을 추진하던 2023년 10월 8일, 이스라엘은 전투기 폭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은 집단학살 자행과 함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역유전 탐사권 12개를 시장에 내놓았고, 2023년 10월 말, 한국석유공사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은 이탈리아 기업 ‘에니’, 이스라엘 기업 ‘래시오에너지’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해 가스와 석유탐사 면허 6건을 따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점령과 집단학살을 다나페트롤리엄 이윤을 회복할 계기로 보고 매각을 취소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컨소시엄이 매입한 탐사 지역의 60%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역이다.
이스라엘은 12개 탐사 면허를 판매해 약 204억 원을 벌었고, 이 자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군사점령과 집단학살에 쓰였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자지구 자원을 수탈하고자 집단학살에 자금을 대는 전쟁범죄 공모기업이 됐다. 한국석유공사와 다나페트롤리엄의 집단학살 공모는 전쟁특수로 이윤을 쌓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행태다. 이뿐 아니라 한국석유공사는 전 세계 17개 지역에서 가스와 석유를 탐사하며 땅을 파헤치는 기후위기 주범으로 규탄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재명 정부 역시 팔레스타인 수탈사업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집단학살에 공모해 피묻은 이윤을 쌓으려는 자본가 정부에 맞선 투쟁을 확대하자.
11월 26일(수),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기업 한국석유공사를 규탄하는 국제 행동의 날이 열린다
11월 5일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한국석유공사·다나페트롤리엄, 이재명 정부 규탄 기자회견은 시작일 뿐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11월 26일(수) 오후 4시 한국석유공사 앞에서 ‘국제 행동의 날’을 열어 이재명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전쟁범죄와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칠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자유, 해방을 위한 반제반전 국제연대를 확대하자!
다음은 11월 5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지들의 발언문과 기자회견문이다.
모두 발언 : 덩야핑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오늘로 집단학살 761일 차입니다. “휴전”이 되었다는데 왜 계속 집단학살 날짜를 세고 있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스라엘이 여전히, 매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집단학살이 무엇인지 압니다. 홀로코스트로 나치가 유대인과 장애인, 퀴어와 공산주의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대중문화를 통해서 누구나 그 역사를 배웠습니다. 한 인구집단을 절멸시키겠다는 의도로, 민간인을 집중적으로 학살하는 것이 집단학살입니다. 그리고 이런 집단학살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누구나 압니다.
혹시 “정상”이라는 단어가 오해를 산다면 일상이나 상식이라고 바꿔도 되는데요. 이런 뜻입니다. 제가 여기 오는 동안 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탄 버스가 폭격당하지 않고 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은 자신들이 내린 강제 추방령에 따라 피란 가던 민간 버스를 폭격해 사람들을 죽입니다. 휴전이 선포되어 점령군이 철수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자동차를 폭격해 일가족을 몰살시킵니다. 노동자가 일터에 나가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는 게 정상입니다. 모든 일터를 폭격해 노동자를 학살하고, 모든 관공서를 폭격해 공무원을 말살하고, 모든 병원에 쳐들어가 환자와 의료진을 즉결 처형하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몰살당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 것과 마찬가집니다. 지난 10월 10일에, 집단학살 중 세 번째 “휴전”이라는 것이 체결된 후, 이스라엘은 하루 열 명씩, 가끔은 백 명씩 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절대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성이 마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만은 정상인 것처럼 치부됩니다. 집단학살 1년 가량은 매일 300명, 400명씩 학살당했는데요. 한 병원에서 주민 471명이 단번에 학살당하기도 했어요. 제일 많이 살해당한 날은 700명이 하루 동안 학살당했어요. 굶어 죽어가는 가족들에게 밀가루 한 봉지라도 얻어다 주려고 구호품을 받으러 온 주민 118명을 단번에 학살했어요. 강제 추방당해 얇은 텐트 아래 맨몸으로 자는 2백여 명의 사람들을 단번에 불태워 죽였어요.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을 불도저와 탱크로 깔아뭉개 죽였어요. 다른 가족들은 피란 보내고,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와 단둘이 남았던 아들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탱크에 아버지와 함께 깔려, 온전한 신체라고는 손을 꼭 붙든 팔들만 남았습니다. 처음 들으시죠. 이 모든 일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자행돼서, 결국 이런 일들은 뉴스거리도 안 되는 “정상”적인 일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매일 열 명씩 살해당하는 건 별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도록요. 그게 마치 정상적인 “휴전”의 의미라는 듯이요.
집단학살 첫째 달이던 2023년 10월에, 그것도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바로 그다음 날에, 그 무섭고 끔찍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한국석유공사는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을 통해 가자지구 앞바다의 가스를 수탈하는 식민지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면허를 땄습니다. 사실 집단학살 이전에도, 가자지구의 천연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해외 자본들이 수년간 계속 준비하고 있었고, 팔레스타인에서도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민해 왔기 때문에 저는 당시에 이 소식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매일 300, 400명씩 학살당하는 데 대응하느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 몇 달 뒤에 가자지구의 인권 단체들이 자회사에 문제 제기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말 유럽의 활동가들이 팔레스타인 에너지 수탈에 한국기업이 연루되어 있으니, 한국에서 같이 대응 활동을 하자는 연락을 받고서야 뒤늦게, 한국기업이, 그것도 공기업이, 집단학살로부터 이윤을 얻고 있고, 한국 노동자와 시민들이 이걸 멈추게 할 책임이 있다는 데에 뒤늦게 생각이 미쳤습니다.
여러분, 아동 2만 명의 몸이 찢겨지고 불태워져 학살당할 때, 12개월도 안 된 아기 1천여 명의 머리가 잘리고 숨통이 막혀 몰살당할 때, 이스라엘 점령군의 의도적인 조준 사격으로 아동들이 머리와 가슴과 배에 총을 맞으며 죽어갈 때, 제발 이 학살을 멈추게 해달라는 절규를 듣는 우리의 삶도 이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멀리 있다 해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살던 대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냥 어차피 우리 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돈을 벌 테니까, 우리 기업이 가서 돈을 벌면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하는 활동들을 가자지구에서 모두 지켜보고 계십니다. 지금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도록 한국공기업의 비정상적인 식민지 자원 수탈을 막아냅시다. 홀로코스트에 가담한 국가로 남지 않게, 그렇게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역사적 과오를 유산으로 떠넘기지 않게, 이제부터라도 함께 행동합시다. 또한 이번 집단학살을 중단시키는 데서 멈추지 말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를 함께 끝장냅시다. 이스라엘은 77년 전 팔레스타인 원주민 집단학살을 통해 건국했고, 집단학살을 통해 유지돼 왔고, 이제 집단학살로 수익을 얻고 있는 나라입니다. 식민 지배가 계속 “정상”으로 치부되는 한, 이스라엘은 언제고 다시 집단학살을 재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 최용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전 세계 만악의 근원, 전쟁으로 먹고사는 나라, 미국의 공모와 후원으로 네타냐후가 중심이 돼서 이스라엘이 끔찍하고 참혹한 전쟁을 가자지구에서 벌인지가 2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특히 어린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인들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여성들이 죽어갔습니다. 연로한 노인들이 전쟁의 잔혹함에 무차별적으로 죽어갔습니다. 이걸 도대체 어느 사람이, 어느 세계인들이 용납할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하게 심판받아야 할 네타냐후 이스라엘은 지구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그런 잔인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끔찍한 전쟁이 한반도에서는 일어나지 말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든지 전쟁의 참화가 빚어질 수 있는 이 한반도에, 그것도 한국석유공사가 무참히 사람들을 학살하는 거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석유공사의 전쟁 후원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지시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왜 다물고 있습니까. 돈벌이 때문에 그렇습니까. 돈을 위해서라면 그 수많은 사람이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저렇게 처참하게 죽어가도 된단 말입니까.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전쟁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런 끔찍한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모든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국제적으로 연대해서 이스라엘을 심판하고 그것을 든든하게 사수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 심판하는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이스라엘이 휴전한 만큼 더 이상의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자기들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과하고 가자지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있는 모든 동지와 함께 반드시 이 전쟁의 종식을 위한 모든 연대를 아끼지 않고 행동에 나서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구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이스라엘 전쟁 지원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철수, 철회할 것을 지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발언 : 양준석 (울산노동자배움터)
우리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규탄해야 하는 것은 가장 일차적으로는 지금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지구인으로서,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가 그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양심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약탈과 학살, 전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전 세계에 관철시켜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일들은 한마디로 이런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거슬리는 게 있다면 어떤 꼴을 당할 수 있는지 그들이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맞서서 싸우는 것, 그것을 중단시키는 것은 우리의 양심에 부응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또한 언제고 빠져들 수 있는 저 거대한 제국주의 공격, 제국주의 수탈, 전쟁위험을 우리 스스로가 막아내는 그런 투쟁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저 끔찍한 집단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이른바 국제 사회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유엔은 2024년 9월에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 가자, 서안,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적이라고 확인하고 1년 안에 해결하라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올해 1년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다고 유엔에서 표결하면 뭐 합니까.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스라엘, 그리고 그것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는 미국 앞에서 저들은 아무것도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처럼, 한국의 유수한 기업처럼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음으로 양으로 동참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확인한 것은, 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멈추는 힘은 세계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저 기업들, 국가들의 작동을 노동자들의 힘으로 민중의 힘으로 멈춰 세워야 합니다. 시내를 마비시킬, 도로를 마비시키고 항만을 마비시킬 총파업을 하고 온 거리를 뒤덮는 시위를 펼쳐야 합니다.
특히 올해 9월과 10월 이탈리아에서 거대한 총파업과 시위가 일어났고 그것은 전 세계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발전시켜 왔던 그러한 투쟁의 한 집약점이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울산에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들 속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소중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울산이 바로 노동자의 도시, 노동자투쟁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에 공모하고 있는 기업들이 몰려있는 도시라는 점도 같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한국석유공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HD현대 굴착기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한국의 무기 수출과 기업들의 공모를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에 다른 어느 곳보다 울산의 노동자 민중이 앞장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노동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이스라엘에 대해서 그 학살을 지원하려고 하는 그 모든 작동을 멈춰 세우기 위한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을 한 발 한 발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권리와 평화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발언 : 최종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당사자 타렉 발언 대독,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공동행동)
오늘 오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정치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얽혀 있습니다. 소위 ‘글로벌 사우스’를 착취하는 데서 그 연관성은 가장 뚜렷합니다. 이는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집단학살과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휴전 발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들은 매일 같이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2년간의 집단학살 기간 동안 학살의 목격자들은 가자지구에 떨어진 폭탄과 미사일의 양을 히로시마급 폭발 수십 차례에 맞먹는 파괴력으로 묘사했습니다. 어떤 추정치를 인용하든 가자의 현실은 명백합니다. 이 공격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파괴는 광범위합니다. 주택과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병원과 진료소가 초토화되었습니다. 학교와 대학은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물, 위생, 전력 시스템은 마비되었습니다.
가자지구의 생태계는 오랫동안 공격의 희생양이 되어 왔습니다. 점령지에선 민족적 상징이자 경제적 생명선인 올리브 나무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이제 독성 잔해와 오염이 물결처럼 밀려와 토양, 공기, 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점령지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자원의 약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기후 문제입니다. 모든 폭탄에는 생애주기가 있습니다. 탄약 제조와 수송에서 배출이 시작됩니다. 이를 운반하는 연료 연소로 추가 배출이 발생합니다. 그 뒤에는 유독성 잔여물이 남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은 가자지구의 하수처리시설이 가동을 중단했고,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해변과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수천만 톤의 잔해가 가자 전역을 뒤덮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잔해만 치우는 데도 수년이 걸리며 수만 톤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주택, 학교, 병원을 재건하는 데 수백만 톤이 더 배출될 것입니다. 백린탄 사용이 확인되어 민간인과 환경에 추가적인 장기적 위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인프라가 손상되면서 디젤 등 오염을 발생하는 발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는 전쟁이 기후 위기에 초래하는 대가입니다. 오염된 공기와 물, 중독된 토양, 그리고 한 민족을 치유하려 애쓰는 와중에도 지구를 더 뜨겁게 달굴 재건에 대한 부담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후정의와 팔레스타인 정의가 분리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영국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을 통해 이스라엘의 해상 가스 채굴권 허가에 관여해 왔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가스 개발을 진행하며 대형 외국 협력사와 함께 한국 동해에서 탐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인 다나페트롤리엄은 2023년 10월, 학살이 진행 중이던 시기에 가자 해역과 인접한 이스라엘 연안 해상에 대한 탐사권을 이스라엘로부터 획득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지구 공동의 관리자로서 이에 반대합니다. 팔레스타인 민중과 주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팔레스타인 생태계와 환경에 끔찍한 피해가 가해지고 더해지는 것에 반대합니다. 한국석유공사와 다나페트롤리엄이 해당 허가권을 철회하고, 팔레스타인 자원의 약탈에 대한 모든 공모를 중단하며, 점령된 민중의 권리를 짓밟지 않는 기후 정의를 실천할 것을 촉구합니다.
11.05.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기업 한국석유공사 규탄 기자회견문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해방 운동 세력들이 식민국가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한 것을 기화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 집단학살을 시작했습니다. 휴전이 발효된 10월 10일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 68,000여 명을 학살했고, 부상자는 170,000여 명에 이릅니다. 학살당한 주민 중 60% 이상은 어린이와 여성, 고령자들입니다. 전 세계는 이스라엘 네타냐후와 시온주의자들의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단죄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터전인 주거지, 건물, 농경지 등 90%를 파괴했습니다. 지난 8개월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230만 주민이 기아와 질병에 시달렸습니다. 지금도 가자지구는 충분한 구호품을 제공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습니다. 휴전 발효 후 지난 20일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을 세 차례 공습했고, 매일 벌어지는 포격과 총격으로 14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집단학살 재개로 휴전 합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휴전 합의는 미국 트럼프의 폭거나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약속으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죽을지언정 절대 물러서지 않고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저항,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수무드 구호선단의 가자지구 진입 투쟁, 이탈리아 노동자 총파업과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의 끈질긴 저항이 이룬 소중한 성과입니다.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폭거와 이스라엘 시온주의자 네타냐후 거짓 언사로는 집단학살 없는 팔레스타인, 전쟁 없는 중동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집단학살이 장기간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로 미국 트럼프를 필두로 이탈리아·독일· 영국·프랑스 등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에 군사적·경제적으로 지원하며 뒷배 노릇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2년간 약 30조 6,000억 원을 이스라엘에 지원했고, 가자지구에 20만 톤의 폭탄을 쏟아붓도록 도왔습니다.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는 이스라엘 점령군과 시온주의자들의 집단학살을 지원하는 전쟁범죄 설계자들입니다. 이들이 100년 넘게 이어온 중동지역 지배 야욕과 천연자원 수탈은 독점자본의 이윤을 위한 것이며, 그것은 끊임없는 전쟁과 학살의 주된 원인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의 중동지역 지배 야욕,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는 지금 미국 트럼프의 관세 부과와 투자 강요와 같은 경제 약탈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트럼프의 가자지구 리비에라 관광지 망발,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의 서안지구 합병 결정, 가자지구 부동산 대박 구상은 그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이 중동지역의 평화,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해방을 원하는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이 반제반전 국제연대를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지난 2년간 서울, 울산, 대전, 춘천, 전주, 대구 등 팔레스타인 연대와 저항의 발자취는 앞으로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에 맞선 국제연대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을 세 번째 공습한 10월 28일,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한국도 가자지구 집단학살 공모 국가’라고 지명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2년간 8번째 많은 무기와 군수 장비를 이스라엘에 수출한 나라입니다. 한국 정부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합병)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의 터전을 파괴하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을 침묵했습니다. 그 굴착기가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투입되어 가자지구를 파괴하는 것을 묵인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이스라엘 집단학살을 방관하며 윤석열의 행보를 추종 중입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전쟁과 분쟁을 활용해서 K-방산, MASGA 등 전쟁 무기 수출과 투자 확대로 군수 독점자본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정치·학술 분야에서도 이스라엘 집단학살에 연루된 자들을 단 한 번도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한국은 집단학살 공모 국가로 지명되기에 충분합니다. 참으로 참담하고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국제 사회에서 지탄받는 한국 대기업은 또 있습니다. 바로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석유공사입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단 학살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해역 유전 탐사권 12개를 팔았습니다. 10월 말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영국 다나페트롤리엄은 이스라엘에 204억 원의 탐사권을 샀습니다. 다나페트롤리엄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6개 지역 탐사권을 받았는데, 그곳의 약 60%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역입니다. 다나페트롤리엄이 지급한 204억 원과 탐사권 판매금은 고스란히 집단학살에 쓰였을 게 분명합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 세계 17개 해양을 탐사하며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기후 위기 주범이기도 합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역의 가스와 원유를 수탈하는 집단학살 공범 기업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자원을 수탈하며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한국석유공사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이에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자유, 해방을 원하는 한국의 노동·사회·시민 단체들은 한국석유공사·다나페트롤리엄의 가자지구 자원 수탈과 집단학살 공모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으로 우리의 규탄과 실천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11월 26일(수) 오후 4시 한국석유공사 앞에서 이스라엘 집단학살 공모 중단, 다나페트롤리엄의 투자 철회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개최해 반제반전 국제연대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울산지역 정치·사회·시민 단체들의 참여와 언론 노동자의 많은 관심과 정론 취재를 당부드립니다.
하나, 이스라엘은 집단학살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이스라엘 점령군은 가자지구에서 전면 철수하라!
하나, 미국·이탈리아·독일·영국·프랑스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집단학살 공모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부동산투기, 관세와 투자 강요 등 모든 약탈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이재명 정부는 정치·군사·경제·학술 등 이스라엘과의 모든 협력과 교류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HD현대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터전을 파괴하는 모든 장비 수출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이재명 정부, 한국석유공사·다나페트롤리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자원 수탈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팔레스타인의 평화·자유·해방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국제연대를 중단없이 실현하자!
2025년 11일 5일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팔레스타인평화를위한울산긴급행동/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학생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