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상습 폭행·학대한 태연재활원에 ‘개선처분’, 구조적 폭력의 자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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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장애인을 상습 폭행·학대한 태연재활원에 ‘개선처분’, 구조적 폭력의 자백인가!

  • 배예주
  • 등록 2025.06.26 12:02
  • 조회수 93

 

지난겨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울산 최대 장애인거주시설 태연재활원의 장애인 집단폭행과 학대 사건. 10월부터 11월까지 1달간, CCTV에만 29명의 장애인이 20명의 생활지도원으로부터 890건의 폭행을 당한 이 사건에 대해, 최근 울산시가 북구청을 통해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처분인 ‘개선명령’을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울산태연재활원 상습학대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6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시의 무책임한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고 특별감사 실시와 엄중한 행정처분, 그리고 사회서비스원으로의 운영법인 교체 등을 촉구했다.

 

태연재활원에서 한 달간 CCTV로 확인된 장애인 폭행만 890건이다. 가해자 4명은 구속되었다. 울산시는 7개월의 조사 끝에 이 사태가 단 한 건이라며 ‘시설장 교체’나 ‘시설 폐쇄’가 아닌 ‘개선명령’ 처분을 내리고 마무리했다. 장애인이 단 한 차례라도 폭행당하는 일이 용납될 수 있는가? 울산시 관계자는 “시설폐쇄가 필요하다면 시설폐쇄도 내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설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거주인들도 남아계시고 해서 시설폐쇄는 무리가 있었다고 판단해 1차 행정처분으로 ‘개선명령’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이 사태의 진상과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지 않았음은 물론, 지금껏 공대위의 면담 요구에 단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설이 아닌 자립 지원으로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자는 요구도 외면했다. 심지어 5월 8일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사망하고 의료진은 사인을 ‘의료적 방임으로 인한 학대’라고 판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울산시는 연간 70억 세금 지원 등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태연재활원에 관용을 베풀며 장애인 인권을 보장해야 할 지방정부의 책무를 져버렸다. 장애인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가해자만 처벌하고 시설은 ‘노력한다’, 정부는 ‘개선하라’면서 정작 이러한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스스로에게는 면죄부를 발급한 것이다.

 

성현정 울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표는 “울산시는 인간을 위한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행정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피해자 가족 한 분은 “폭행당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조차 힘들다”며 “똑바로, 똑바로! 울산시가 책임지라!”고 꾸짖었다.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이 조금 어렵다고만 하면 모든 걸 다해 지원하면서 장애인 상습폭행 사건은 철저히 외면한다. 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의 이번 행정처분은 장애인 폭행·학대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자백하는 처사다. 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사회시스템 부재가 문제다. 자본은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적인’ 노동력을 원하고, 이러한 강요에 부응하지 못해보이는 장애인을 고립과 차별, 혐오의 대상으로 내몬다. 그 결과가 바로 태연재활원 사태와 같은 폭력과 학대다. 태연재활원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음에도, 정부·지자체와 시설 자본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울산 노동자운동이 싸우는 장애인운동 주체들과 함께 나서보자. 장애인은 같은 노동자 민중으로서, 지역에서 이동하고 노동하며 함께 권리를 누려야 한다. 시설에서 장애인이 맞고 죽어가는 참상을 끝내기 위해, 노동자 민중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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