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현장의 연결,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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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광장과 현장의 연결,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믿는다!

이제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투쟁을 만들어내자!

  • 이용덕
  • 등록 2025.03.02 18:42
  • 조회수 194

 

최근 공공운수노조 마사회지부가 작은 승리를 일궈냈다. 이 작은 승리가 노동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고 있다. 한국마사회시설관리는 한국마사회의 자회사로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노동자의 현실은 용역업체 소속이었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투쟁 없이 노동자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는 진실은 그대로임을 우리는 또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여성다움을 강요하는 외모 통제

 

마사회시설관리는 <고객응대 표준메뉴얼>로 노동자들의 외모를 통제해 왔다. 목걸이는 1cm 이하 한 개, 귀걸이도 귓불 1cm 이하 한 개만 착용하라고 했다. 염색 가능한 색깔, 립스틱 색깔, 머리카락 길이, 손톱 모양 등 노동자의 온몸을 통제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한국마사회 수원지사의 관리자들은 한 여성 노동자에게 귀걸이를 떼라는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모욕감을 느낀 해당 여성 노동자는 마사회지부 수도권지회 지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지부가 대응에 나섰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이 메뉴얼에 사인을 했다”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상황을 슬쩍 모면하려 했다.

 

마사회지부는 연대를 조직했다.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가 마사회에 항의 메일, 항의 문자 보내기 등 온라인 행동을 조직했다. X(구 트위터)에서 분노의 여론이 만들어졌다. MBC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알려졌고 공공운수노조와 많은 노동시민단체가 규탄 성명을 냈다. 회사는 메뉴얼에서 외모 통제 부분을 빼고 수습하려 했으나 지부는 전면 폐기와 책임자 징계,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구하며 회사를 더 압박했다. 결국, 회사는 메뉴얼 폐기, 피해자 보호 조치, 관련자 문책을 받아들였다. 또한 지부와 계속 협의하자고 하며 물러섰다.

 

외모와 용모에 대한 통제는 마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서비스 노동자가 이런 통제를 강요당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 위해 서비스의 개념을 노동자의 외모로까지 확장한다. 이런 통제 때문에, 노동자들은 정해진 틀에 더욱 자신을 옭아매고 자본에 순종하게 된다. 나아가 이런 통제는 여성들에게 ‘여성다움’을 강요하며 성차별 인식을 조장한다.

 

노조 탄압, 노동자 줄 세우기

 

마사회지부는 근무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싸웠다. 회사는 마사회지부 수도권지회 김현주 지회장에 대한 근무평가점수를 D등급(최하위 등급)으로 매겼다. 노동조합 활동 시간을 적극 활용하는 지회장에 대한 탄압이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었다.

 

근무평가점수는 임금과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D등급 3회 이상이면 정년 연장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회사는 근무평가제도를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노동자를 갈라치고 줄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김현주 지회장은 지난 1월 23일 조합원들과 함께 1인 시위와 정문 앞 선전전을 시작했다. 근무평가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설문 결과 대부분의 조합원은 근무평가의 절차나 기준, 내용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부는 설문 결과를 회사에 전달했고, 회사의 입장은 궁색해졌다.

 

마사회지부는 집회신고를 내고 천막농성과 집회개최 등 투쟁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외모통제를 강요하는 고객응대 메뉴얼 폐지 투쟁과 근무평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하나로 결합해 투쟁하려고 했다.

 

회사는 또 물러섰다. 절대평가 실시, 평가결과 개별 통보, 평가자 교육 실시, 평가자 확대, 이의제기 절차 개선, 근로시간 면제, 사용자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고, 평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근무평가를 임금과 승진에 연계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노동조합의 원칙을 세우고, 이후 다시 회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던 회사의 입장이 바뀌게 만든 것은 큰 성과다.

 

광장과 현장의 연결

 

이번 마사회지부의 투쟁은 광장 퇴진 투쟁에 나선 수많은 시민이, 2030 여성들이 직접 현장에 찾아와 연대한 투쟁은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만 연대가 조직됐다. 이것만으로도 회사는 큰 부담을 느꼈다. 회사가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마사회지부는 더 큰 연대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이 알렸을 것이고, 광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이 직접 연대했을 것이다.

 

지금 ‘말벌 동지’로 불리는 광장의 노동자 민중이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연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구미 옵티칼하이테크지회 투쟁 승리를 위한 희망뚜벅이,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투쟁, 세종호텔 투쟁, A학교 성폭력 해결을 위한 지혜복 교사 투쟁, 주얼리분회 투쟁에 연대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대구 태경산업, 부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 등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연대 물결이 있다.

 

극우들의 끊임없이 준동하고 있고, 2030 청년의 일부가 윤석열 탄핵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그들을 능가하는 2030 청년들의 에너지가 있다. 워낙 다양한 청년과 시민이 퇴진 투쟁에 나서고 있기에 뭉뚱그려 얘기할 순 없지만, 2030 청년의 상당수는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1인 자영업자로 불안정 노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실업과 가난의 위협에 허덕이며, 투쟁해야만 스스로의 삶도, 모두의 삶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들은 착취 받고 짓밟히는 노동자들, 차별과 폭력에 신음하고 있는 가난한 민중의 현실에 깊이 공감하며, 윤석열 퇴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이 대개 그렇듯 이들도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 민주일반연맹 누구나지회로 가입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있고 노조 가입에 대해 고민하는 노동자들이 있긴 하지만, 당장 뭉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는 않다. 이들이 연대하는 공간이 투쟁사업장인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동안 쌓여 있던 분노가 워낙 크고 경험도 쌓였기 때문에 윤석열이 파면되더라도 연대의 물결은 쉽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퇴진 투쟁 국면에서 적지 않은 노동자들도 무언가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겠다고 느낀다.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격동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물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과 광장의 미조직 노동자, 2030 청년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퇴진 이후에도 투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제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투쟁을 만들어내자

 

문재인 정부 시절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펼쳐졌다. 태안화력 고 김용균 님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참혹하게 죽는 등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계속 밀렸다.

 

수많은 비정규직이 여전히 조직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다른 한편으로 조직된 정규직 운동이 후퇴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촛불을 찬탈한 문재인 정부를 ‘촛불’ 정부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계급의식도 퇴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확대가 투쟁의 분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잘못된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 도약의 계기를 놓치지 말자. ‘민주노조운동 혁신’을 기치로 활동하는 노동자들이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 관료주의 질서 안에 갇히지 말고, 투쟁을 회피하는 상층 지도부에 굴복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현장의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야 한다. 이제 내가 서 있는 현장에서도 제대로 된 투쟁을 만들어내자.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문호를 열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전면적으로 대변해야만 한다. 이것은 미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 노동자의 자기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미조직 노동자와 단결하지 못해 고립된 조직 노동자들은 결국 정부와 자본의 입체적 공격 앞에 제대로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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