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오후 14시경, 쿠팡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진입한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과 쿠팡대책위 활동가를 경찰이 강제로 연행해갔습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성용, 최효, 홍익표 동지가 경찰에 의해 연행됐고, 경찰은 이를 항의하고 말리던 쿠팡대책위 조혜연 동지까지, 총 4명을 연행해갔습니다.
쿠팡 노동자들이 쿠팡 본사에서 벌인 항의행동은 정당합니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쿠팡에서 반복되는 산재사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 과로와 폭염, 혹한에 시달리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에 대한 휴게시간 보장과 냉난방대책을 마련할 것, 쿠팡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와 책임을 다할 것, 이 모두가 너무나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이어졌습니까? 얼마나 많은 쿠팡노동자들이 새벽배송으로, 과로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고 죽어갔습니까. 퇴근 후 욕조에서 돌아가신 장덕준 님, ‘개처럼 뛰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배송하다가 돌아가신 정슬기님의 죽음 앞에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대책위는 벌써 5년 넘게 쿠팡에게,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아도 되는 일터를 만들자고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해왔습니다. 쿠팡은? 지금까지 교섭 시늉만 냈을 뿐입니다. 올해만 해도 물류센터에서 4명, 택배를 하다 4명의 쿠팡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이 모든 책임이 쿠팡 사측에게 있기 때문에, 그리고 쿠팡노동자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당한 투쟁의 권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쿠팡은 노동조건을 개선해 사람이 죽어가는 걸 막는 대신, 유족에게 접근해 입막음을 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10일 한겨레·문화방송(MBC)·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이 입수한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만든 ‘위기관리 대응 지침’을 보면,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유족에게) 오염된 정보를 차단한다”라는 미션이 적혀있습니다. 쿠팡 유족이 노동조합과 만나지 못하도록, “유혹적인 선동이나 잘못된 정보가 많이 들어올 수 있는데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고 합니다. 즉 그 죽음이 사실 쿠팡의 혹독한 착취환경 때문이고, 사실은 죽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유족을 회유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실행해온 것입니다. 삼성 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갈 때, 유족들을 입막음하려고 했던 삼성이 했던 짓과 판박이입니다.
경찰은 쿠팡 노동자들이 마치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수갑을 뒤로 채워서 연행해갔습니다. 그런데 진짜 범죄자는 누군가요? 물류센터, 택배 노동자들이 초과노동과 위험한 일터 속에서 죽었습니다. 3천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저지르고도, 이를 축소하려 했던 혐의로 지금 9일부터 쿠팡 본사에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구조를 그대로 두고 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하는 쿠팡의 이런 범죄는 모른체 하면서, 단체협약을 몇 년째 체결을 안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쉬는시간도 없이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소식이 이어지니까, 겨우 의장 만나러 가겠다고 현수막 하나들고 있던 노동자에게 경찰은 잔혹한 탄압을 가했습니다. 자본의 이익과 권리만을 옹호하려 드는 경찰과 쿠팡의 합작이 오늘 벌어진 폭력적 연행 사태의 본질입니다.
쿠팡과 경찰은 쿠팡 노동자와 활동가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지금 당장 중단하십시오.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오늘 쿠팡 본사에서 한 항의행동은, 쿠팡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죽지 않을 권리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3천만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동지들이 함께 긴급 규탄집회를 열고, 싸운 덕분에 연행되었던 동지들은 4시간 뒤에 풀려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제 삼성 현대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고용한 기업입니다. 쿠팡이 바뀌어야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이 바뀝니다. 반대로 쿠팡이 바뀌지 않으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바닥을 향한 경쟁을 지속해야할 것입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어가기 위한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