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힘으로 학교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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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힘으로 학교를 바꾸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투쟁을 돌아보며

사진: 조수영

 

2025년 11월 20·21일과 12월 4·5일,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연이어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리실무사, 돌봄전담사, 행정실무사, 특수교육실무사 등 여러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모였다. 필자 역시 교육공무직 노동자로서 12월 4일 파업에 참여했다. 

 

12월 4일 집회에서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는 학교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요구들이었다. “방학 중 무임금 철폐”,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중단”, “교육공무직 법제화”, “학교급식법 개정”이 적힌 피켓을 들고 투쟁을 외쳤다. 한 조리실무사는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방학 때마다 생계가 끊기는 구조를 더는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의 발언을 들은 뒤 국회까지 행진하며 투쟁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사진: 조수영

 

학교는 여전히 차별의 현장이다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는 급식·돌봄·행정지원·특수교육 등 80개가 넘는 교육공무직 직종이 존재하며, 약 15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오랜 기간 ‘보조 인력’, ‘부수적 업무’를 담당하는 집단으로 취급되어 왔다.

 

2017년 세 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로 결집한 이후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 이어졌지만, 노동조건과 임금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사, 공무원과의 기본급 격차는 여전히 크고, 각종 수당·명절상여금·복지제도에서도 차별이 유지되고 있다.

 

‘학교보릿고개’라고 불리는 방학 중 무임금 구조는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생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조리실·돌봄·특수교육 분야 등에서는 인력 기준이 없어 항상 인력이 부족하며, 이는 심각한 노동강도 증가와 산업재해로 연결된다. 또한 교사·행정직 부족 인력을 교육공무직 노동자가 채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교육공무직은 이곳저곳에서 구멍 난 인력을 메우는 ‘부품 노동’으로 취급받아 왔다. 교육공무직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학교는 겉으로는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교육공무직 차별을 방치함으로써 성별 임금격차를 재생산해 왔다. 학교 현장은 저임금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돌아간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단지 임금인상을 넘어, 학교 전반에 내재한 차별 구조를 드러내고 바꾸기 위한 투쟁이다. 이번 투쟁은 윤석열 퇴진 광장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었다. 그러나 이번 투쟁이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내부적으로는 임금교섭 성과를 위한 수단으로 일정하게 기능했을지 몰라도, 노동자의 힘으로 학교를 멈춰 세우고 운동을 확장하는 데에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일까?

 

사진: 조수영

강화되는 민주당 의존 경향

 

윤석열 탄핵 이후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표자들은 교육공무직 저임금 해소와 학교급식법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민주당은 ‘학교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 해결’을 정책과제로 제시했고, 투쟁은 민주당과의 정책협약 체결 형태로 마무리됐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조합들은 여전히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법안 발의를 논의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투쟁을 민주당 국회의원이 대리할 수 있을까? 민주당과 협력하면 ‘비정규직 철폐’, ‘저임금 구조 철폐’라는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중도보수’라고 규정하며 실제로 반노동적·자본친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령에서 드러나듯 말이다. 그럼에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포함한 많은 노동운동 지도부는 민주당에 기대 노동조합의 요구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용인할 수 있는 전술적 타협이 아니다. 민주당에 대한 의존은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제한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자주적 투쟁으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 원칙을 포기하는 순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운동 능력은 약화된다. 집단행동과 파업으로 관철해야 할 요구는 “정부에 대한 청원” 수준으로 축소되고, 노동운동은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기껏해야 자본주의 질서 내 조정·타협 기능만 담당하게 된다. 교육공무직 법제화 논의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공무직의 독립된 법적 지위와 기준을 마련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사회적 여론을 명분으로 결국 법 제정을 포기했고, 현재는 요구 수준이 대폭 축소되어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이라는 단어를 삽입하는 정도로 방향을 좁히고 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요구를 투쟁으로 실현하기보다는,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로 노동조합 요구를 스스로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자주적 투쟁으로 개별 학교장 채용 체계를 교육감 직고용으로 전환해낸 경험이 있다. 또한 ‘13%’라는 한국사회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보다 훨씬 높은 조직률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만 해도 지역별 파업을 나흘간 조직할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힘을 스스로 제약하고 투쟁의 성과를 민주당으로 수렴시키는 행보는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요구 실현에 방해가 될 뿐이다.

 

교육노동자 단결하여 학교 현장을 바꾸자!

 

교육노동자 간 연대라는 과제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투쟁에서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뚜렷한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학교 내 노동자들이 직종과 고용형태를 넘어 진정으로 연대하고 단결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기억하자. 학교 현장의 갈등은 국가가 주도하는 구조적 차별에서 비롯된다. 교사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인력 배치 없는 ‘업무 경감’ 정책은 결국 교육공무직에게 업무를 전가하고 노동강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교육공무직 내부에서도 업무량과 역할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인력충원 없이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획책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국가 정책 그 자체에 있다. 투쟁의 대상은 국가일 뿐, 노동자가 아니다.

 

열악한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사·공무원·교육공무직 등 교육노동자 전체가 단결해 싸워야 한다. 그럴 때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학교 행정실 법제화를 환영하는 성명을 내며 공무원 직종에 연대의 손을 내민 것도 그 일환이다. 구조적 차별을 극복하고 공동의 노동환경 개선을 이루기 위해 교육노동자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다.

 

4일간의 파업이 마무리되었다.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임금교섭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신학기 파업 또한 예고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표자들은 5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이후 있을 투쟁은 민주당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더 강력한 파업으로 돌파할 수 있기를, 모든 교육노동자의 연대를 실현하는 투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도 그 길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사진: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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